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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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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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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4
추천수 :
117
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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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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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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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8화 - 황금알

DUMMY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내게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봤고 몇몇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흘끔흘끔 돌아봤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그들 사이에 섞여있던 에블린이 휴게실에 앉아있는 나와 강준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아, 배고파 죽겠네.”


테이블 위에는 크림까지 싹싹 긁어먹은 빈 케이크 접시가 있었다.


“삼겹살 먹을까?”


에블린은 못 본 척 웃으며 내게 물었지만 대답은 강준수가 했다.


“콜!”




타닷. 타닷.

자글자글.


바삭하게 구워지는 삼겹살 소리가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흘러나왔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한 점을 집어 크게 만든 한 쌈을 입에 꾸역 밀어 넣었다.


우물 우물 우물.


에블린은 젓가락을 들고 내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무강아.”


꾸울꺽.


아직 다 씹지 못한 쌈을 목구멍으로 삼켜 넘기고 바로 대답했다.


“네?”

“여기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며?”


강준수를 슬쩍 돌아보니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린다.

표정이 밝지 않은 걸 보니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았다.


“일단 연구팀에서는 널···, 능력자로 인정은 안 했어.”

“아···.”


‘역시 수정조각이 없어서 그런가?’


강준수와 염기태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근데 네 신체변화 기록을 보고 다른 가능성을 봤어.”


그들의 구겨진 인상이 조금 펴진 것 같았다.


“그래서 테스트 기회를 줘 보기로 했는데, 어때?”


언제 구겨졌냐는 듯 그들의 미간이 쫘악 펴지고 있었다.


내 얼굴도 활짝 피고.


“좋아요. 감사합니다!”

“사실···, 얘가 힘 좀 썼어.”


에블린이 염기태를 향해 살짝 턱짓을 했다.


놀란 눈으로 염기태에게 시선을 홱 돌렸다. 목이 살짝 빨개진 그가 시선을 피하며 황급히 소주잔을 들었다.


“역시, 내가 형을 이래서 좋아한다니까.”


혼자 마시는 염기태의 잔에 강준수가 짠하고 한입에 들이켰다.


“근데···.”


다시 입을 연 에블린의 말이 길게 늘어졌다.


“아, 뭐. 한 번에 말해 좀!”


강준수가 답답한 듯 타박했다.


볼을 풍선처럼 부풀린 에블린은 한참을 더 망설이더니 시선을 천천히 올려 나를 바라봤다.


“만약, 입사하게 되면···, 네 몸을 연구할 수도 있어.”


쾅-!


염기태가 마시던 소주잔을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놨다.


“시X! 너 미쳤어?”


몇 번 보진 않았지만 염기태가 큰 소리 내는 건 처음 봤다, 하지만 지금 그 고함소리가 먹먹하게만 들리고 있었다.


에블린의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인체실험 같은 건가? 마루타가 되는 건가?

TV 속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장면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답하지 못하는 에블린을 쏘아 본 염기태가 그녀를 질책하듯 다시 물었다.


“남인철이야?”

“아니야, 조 박사님이 먼저···.”

“조 박사가 남인철 똥구멍 핥고 다니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염기태가 소주병을 들자 강준수가 재빨리 병을 뺏어 따라줬다.


“진정해, 에블린 입장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린 염기태의 입에서 후회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하-, 그딴 말 할 줄 알았으면 추천 안 했어.”

“일단 무강이 생각도 들어보고.”


강준수의 말에 염기태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강준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어때? 나도 네가 안 했으면 하는데.”

“···연구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데요?”


물이라도 마시고 말할걸.

두려움을 만천하에 알리듯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 소리에 에블린이 무거운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네 DNA를 채취해서 연구를 할 수도 있고, 신약을 테스트한다거나···. 그때그때 진행 중인 연구나 네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힘들 거야.”


탁!


“하지 마! 너 특전사 되고 싶었다며? 이제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염기태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까 잘 다려졌던 미간은 어느새 더 깊은 주름이 생겨나 있었다.


도둑놈 심보도 아니고,

몸밖에 없는 놈한테 몸을 내놓으라며 선심 쓰듯이 테스트를 받게 해준다고?


회의실에서 나와 나를 보던 그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다시 살아나는 내 몸은 그들에게 황금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죽을까 봐 못 해본 실험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해대겠지. 일반 사람에게는 할 수 없어 꾹꾹 참아 왔던 그런···.


‘가만, 뭐야···, 지금? 내가 갑인 거 아니야?’


내 몸 줄게, 입사시켜다오. 이런 건가?


실험의 고통이야 그까짓 꺼 뭐, 참을 수 있다.

그러다 운 좋게 뭐라도 성공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만약 진짜 죽는다 해도 다시 살아나니까.

음···, 그건 좀 많이, 아주 많이 무섭다···. 하지만,


‘루베인!’


쌀알의 눈 만큼이라고 해도 처음 잡은 그 새끼의 정보였다.

테스트에 통과해서 파인더가 되면 그 새끼를 잡는 데 분명 더 유리하겠지.


생각이 정리됐다.


고민은 끝났다.

막연했던 두려움은 기회를 잡은 환희로 변하고 있었다.


“할게요.”


한참을 말없이 있던 나의 짧은 대답에 그들의 시선이 몰렸다.


“지금 결정할 필요 없어. 좀 더 생각하···.”

“아니요. 할 거예요. 대신···.”


말꼬리를 흐리자 모두의 시선이 내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삼겹살 좀 더 시켜도 될까요?”

“···어?”


크게 한 쌈을 물고 우물우물 씹으며 그들의 벌어진 턱을 태연하게 바라봤다.



***



“크으으으. 취한다!”


얼굴이 빨갛게 오른 에블린은 다행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고작 소주 두 잔을 마신 그녀는 인사불성이 돼서 거리를 활보하려 했다.


“안 말리고 뭐 했어?”

“옆에 앉은 사람이 말려야지.”

“누나, 술이 약하네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에블린을 붙들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여요.”

“너 깨어나서 그러겠지.”

“병실에 계속 붙어 있었어.”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괜히 코끝을 찡하게 울렸다.


“에블린은 형이 데려다줘.”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염기태는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강인 나랑 가고.”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에블린을 끌고 택시에 태우는 염기태가 퍽 안쓰러웠다.


신발이 땅에 끌리는 소리에 강준수가 고개를 내려 봤다.


“운동화를 왜 구겼어?”


구겨진 운동화 뒤로 툭 튀어나온 발꿈치를 쳐다봤다.


“발도 컸더라고요. 새로 사야 하는데 살 시간이 없었어요.”

“그럼 지금 하나 사갈까?”


혼자 가도 된다는 내 말을 무시한 강준수와 결국 같이 ABCD에 와있다.


“형, 제가 사도 돼요!”


계산대 앞에서 갑자기 내 운동화까지 결제하려는 그를 막아섰다.


“형이 사주고 싶어서 그래, 골라준 것도 고맙고.”

“그게 뭐 큰일도 아닌데···.”

“살아준 것도 고맙고.”


어른이 사주는 걸 너무 거절해도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다.


“감사합니다. 잘 신을게요.”

“이거 신고 테스트 꼭 붙어.”


하아. 저 느끼한 웃음에 중독되고 있는 걸까?

나를 보고 히죽 웃는 모습이 이제 더 이상 느끼하게 보이지 않았다.


강준수는 양손에 하나씩 쇼핑백을 들고나왔다.


“형이 애 아빠라니, 생각도 못 했어요.”

“크큭. 내가 동안이지?”


동안이긴 하지. 그렇지만 제 입으로 물어보니 대답하기 싫었다.


“킁킁.”


피해 갈 수 없는 길거리 어묵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저거 하나 먹고 갈까?”

“저건 제가 살게요!”


서둘러 꼬치 하나를 빼내 한 입을 베어 물었다. 부드럽게 베어지는 어묵을 한 입 먹고 칼칼한 국물을 마셨다.


맛집이네 생각하며 먹고 있는데 맞은편 골목에서 사람들이 어딘가 어수선했다.


‘뭐지?’


이내 이쪽으로 기겁을 하고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꺄아악-!”


짧은 비명음도 들려왔다.


어느새 옆에 서있던 강준수가 쇼핑백만 덩그러니 둔 채 사라졌다.

벌써 저 멀리 몰려오는 인파를 뚫고 달려가고 있었다.


나도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골목 안쪽, 강준수와 대치하고 있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대치라기보다 축 처진 몸으로 비틀비틀 걷고 있는 남자를 강준수가 막아선 모양새였다.


한눈에 봐도 남자는 불안정해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알아들을 수도 없는 혼잣말을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온전한 곳이 없이 찢겨나간 옷과 찢긴 사이사이로 흐르는 피.


남자의 움직임에 찢어진 옷 사이로 가슴팍이 보였다.

잘못 본 것인가 싶었지만 무언가 몸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게 보였다.


츠즛. 츳.


순간 남자의 몸이 사라지고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났다. 전기가 깜빡거리듯 몸이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했다.


‘능력자?’


“형! 능력자예요?”

“여긴 왜 왔어! 피해!”

“형은요?”

“야! 난 이게 일이야! 빨리 떨어져!”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그의 깜빡거림이 멈췄다. 그가 삐걱거리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성이 끊어진 초점 없는 눈빛이 위험해보였···. 어?


‘나 이 사람. 어디서 봤더라···?’


“최무강! 떨어져!”


강준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가 제 몸을 주체할 수 없는 듯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의 몸 안에서부터 새어 나오던 빛이 이내 섬광 같은 속도로 터져 나왔다. 피할 수도 없는 빛의 속도에 최무강은 머리를 가리고 몸을 웅크렸다.


[아이스월]


쿠구우우우우우웅.


쩌억. 쩌억.


후두둑. 후두둑.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날 감싸고 있는 강준수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얼음으로 된 벽이 우리를 감싸듯 세워져 있었다.


이내 쩍쩍 갈라진 얼음이 후드득 무너져 내렸다.


“형! 괜찮아요? 피가···.”


강준수가 손등으로 이마를 쓱 훑어 피를 닦아냈다.


“아, 괜찮아. 넌 다친 덴 없지?”

“···네,”

“후, 하마터면 우리 뒤질 뻔했다. 크크큭.”


얼음벽이 무너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뿜어져 나오던 빛의 기세에 비해 골목은 멀쩡했다. 일부 상가의 유리가 깨져 있긴 했지만 겁에 질려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해 보였다.


다만 빛을 뿜어낸 그는 무사하지 못했다.


쓰러진 그 남자의 주변으로 두꺼운 빙벽 덩어리들이 어지러이 깨어있었다.


‘아···.’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그에게 강준수가 다가갔다.

조심히 살펴본 그가 무릎을 굽혀 앉아 정맥을 확인했다.

한참을 확인하던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죽었어요?”


멀쩡한 곳이 없었다. 찢겨 있던 옷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의 심장께는 까맣게 탄 것처럼 검게 변해있었다.


“아직···.”


남자의 손끝이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응급차가 도착하고 강준수는 그와 함께 특수능력센터로 돌아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바닥에 흩어진 빙벽 덩어리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빛을 뿜어내는 그를 순식간에 얼음으로 둘러싸 빛을 막았다.


‘강준수가 없었다면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집으로 돌아가려다 방금 신은 새 운동화가 시커멓게 변한 게 보였다.


“아! 운동화!”




***



- 환성아···, 환희가 죽었어.

“뭐?”

- 미안하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소리에 주환성의 동공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어째서···?”

- 기찬이네 얘들이 함정을 파 놨어···.


들려오는 소리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왜 환희가 거길 나갔냐고!”

- 형님이, 한 번만 도와달라고 사정한 것 같아.


“하악···, 하악···.”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자 주환성의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지금 어디 있어?”

- 응?

“지금, 환희···. 어디 있냐고!”


매이는 목에 나오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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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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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1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0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7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8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3 03화 -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1 23.05.10 178 9 12쪽
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6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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