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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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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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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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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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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 몬스터(4)

DUMMY

“김치수는 저희도 주의해서 보고 있던 주요인물이었습니다.”


박해영의 말에 조대명이 소리 내어 피식 웃었다.

내 귀에만 들린 건가 싶어 슬쩍 박해영의 얼굴을 보니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주요인물이 그런 짓을 벌이는 동안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습니까? 어제 잠깐 조사한 내용만 해도 스무 장은 나오던데?”


노골적으로 빈정거리는 말투에 한쪽 눈썹을 꿈틀 거린 박해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증거 확보가 먼저인 거 아시잖습니까?”

“그쪽에서 증거 찾아 헤매는 동안 저희 애 두 명이 죽을뻔했습니다.”


조대영이 무심하게 툭 던진 말에 최무강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주환성이 코끝을 찡그렸다.


“협조 요청을 했으면 김치수를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 협조? 그거 기다리는 동안 우리 애들은?”


이번엔 아주 대놓고 비웃었다.


“김치수를 놓치는 바람에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래서 절차를 따라···.”

“그쪽 잘난 절차에 우리가 그동안···!”


박해영의 말을 잘라내며 말하던 조대영이 일순 말을 멈췄다. 무언가 터져 나오려는 말을 참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힐난하는 묵직한 목소리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더해지며 회의실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음···, 말려야 하는 건가?’


금방이라도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려도 이상하지 않을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용기를 냈다.


“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두 사람의 날카로운 시선이 쿡 박히는 기분이었다.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왔는데···, 다시 올까요?”


조대영의 일렁거리던 눈동자가 차츰 사그라들었다.


“크흠···.”


박해영은 짧게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서류봉투에서 꺼낸 뭉텅이를 책상 위에 나열했다. 하나하나 다른 수많은 얼굴들이 점차 책상 위를 가득 메웠다.


“두 분, 이 중에 아는 얼굴 있습니까?”


나는 사진을 쭉 훑어보며 김치수와 뱁새눈, 육중한 돼지, 거구, 그리고···.


황급히 사진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이 새끼 얼굴이 왜···?’


“명일호에요? 이 사람?”

“맞습니다.”


그의 대답에 고개를 올려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봤다.


“아니 이 새끼가 왜···?”

“흠···.”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내 질문에 박해영이 아닌 조대영의 입에서 낮게 침음이 흘러나왔다.


“어제 염 팀장이랑 강준수요원이 명일호를 찾아갔었다. 너네 집이 폭발하고 너랑 연락이 안 되니까 여기저기 찾아다닌 모양이야.”

“아···, 근데 왜 그···.”


눈이 번쩍 떠졌다. 망치로 쾅 맞은 듯 벼락같은 깨달음이었다.


“허···.”


황망한 마음에 실소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웬 납치인가 했더니···.


명일호 이 새끼가 처 돌았나 진짜.


당장 목청껏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눌러내렸다.


우드드득.


주먹을 말아 쥔 손가락 관절이 대신 소리쳤다.


“명일호···, 오늘 밤 미국행 비행기로 출국합니다.”

“···뭐?”


담담하게 말하는 박해영의 말에 조대영이 놀란 얼굴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막을 방법은···?”

“알아봤습니다만, 의병전역 처리까지 끝났다고 합니다···.”


쾅!


조대영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자 사진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그는 주름지는 이마를 문지르며 헛웃음을 뱉고는 허망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앉았다.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눈을 감았다.


박해영은 주환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환성 씨는 있습니까?”


의자에서 등을 뗀 주환성은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사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내 손가락이 한 사진을 콕 찍었다.


박해영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이 사람밖에 모른다고요?”

“···이 사람만 모르는 얼굴이에요.”


그의 대답에 조대영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박해영은 주환성이 골라낸 사진을 잠시 보더니 조대영의 앞에 밀어 보였다.


“아마도 이 사람이 부장님이 찾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동안 저희도 논 거 아닙니다. 김치수가 그간 만난 사람들 중 파악되지 않는 사람이 몇 명 있었어요.”

“몇 명? 근데 왜 이 사람만?”

“나머지는 지금 주환성씨가 다 알아본 거니까요.”


조대영은 굳은 얼굴로 테이블 위의 사진을 내려봤다. 그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사진 속 남자를 쥐어틀 것처럼 타올랐다.



***



“하하하하, 그거 물어보려고 왔다고요?”


경쾌한 웃음소리가 밝게 울렸다.


눈가에 찔끔 맺힌 눈물방울을 손가락 끝으로 닦아낸 남도하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날 거기 뭐 이상했던 점 같은 거 없었어?”

“음···, 사실···.”


염기태가 천천히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모양을 주시했다.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던 남도하가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 차 사고 나기 전에, 죽은 운전자랑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강준수와 염기태가 오기 전 확인한 내용이다.


차 사고가 있기 얼마 전 뒤차의 운전자와 실랑이를 했다는 사실은 여자친구의 증언과 블랙박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뒤차가 남도하의 차였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듣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고가 나서 너무 놀랐어요. 나중에 집에 와서 심정지였다는 뉴스에 혹시 나 때문에 혈압이 올라간 건가 싶기도 했고···.”


죄책감이 내려앉은 얼굴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게 왜 네 탓이야. 죽은 사람한테 이런 말 그렇지만, 그 사람 그런 식으로 협박해서 돈 뜯어낸 전과도 있었어. 대꾸하지 않은 건 잘 한 거야.”


입술을 바짝 모은 남도하의 얼굴빛이 한 결 밝아진 모습이었다.


“그 일 말고 사고 후에는 뭐 없었어요?”

“사고 후요?”

“네, 한참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데···. 뭐라도 본 게 있는지.”

“몬스터 같은 거요?”


염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 건 없었어요, 멍한 상태였어서.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응급차 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고 바로 출발했어요.”


영상의 흐름과 남도하의 말은 일치했다.


“하, 네가 뭐라도 봤길 바랐는데.”

“봤으면 진작 말했겠죠, 형도 참.”

“하긴 그랬겠네?”

“진짜 몬스터가 한 게 맞나 봐요? SNS에서 보긴 했는데.”


어차피 남인철에게 들으려면 들을 수 있는 얘기지만 강준수와 염기태는 입을 다물었다. 피식 웃은 남도하가 시계를 확인하고 난처하게 웃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죠, 형? 점심이라도 같이 하면 좋은데 저 오늘 선약이 있어서요···.”

“안 그래도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할랬는데, 어쩔 수 없지.”

“그 날 블랙박스 영상 받을 수 있을까요?”


소파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던 중 염기태가 물었다. 남도하의 눈동자가 또르륵 굴러 염기태를 바라봤다.


“드릴 순 있는데···, 그건 왜요?”


- 끼이잉.


희미한 강아지 소리에 강준수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집에 개 키워?”

“아뇨? 아버지 집에서 키우는 거 싫어해요.”

“잘못 들었나?”


태연하게 답한 남도하가 다시 염기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바로 나가봐야 해서, 메일로 보내드려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알겠습니다.”


1시간 반을 달려와 30분 만에 다시 차에 올라탔다.


“형은 못 들었어?”

“···들었어.”

“그치? 분명 개소리지?”


염기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제턱을 쥐어틀 듯 잡은 강준수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조금 전까지 있었던 남도하의 집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삐삐삐삐삐-

삐삐삐삐삐-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의 수신기가 동시에 울렸다.


“뭐야?”


수신기를 각자 확인한 두 사람이 짧게 미간을 구기고 이내 시동을 걸었다.


강준수는 룸미러로 멀어지는 남도하의 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조사를 끝마친 뒤 박해영이 회의실을 나가기 전 조대영의 어깨 위에 슬쩍 손을 올렸다.


“형, 정리되면 술이나 한잔해요.”

“그래. 고생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편하게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다.


그래도 박해영 덕분에 몇 가지 일들이 순조롭게 풀린 모양인지 조대영의 얼굴은 한층 풀어져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 내게 있었던 시신 유기 혐의는 사라졌고, 주환성의 폭주로 인해 벌어진 낙원동 폭발사건은 특수재난사고로 결정됐다. 그는 기소 대신 특별 관리 능력자로 등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 얘기에 주환성의 몸이 잠시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두 사람, 인사는 했나?”


우리는 말없이 멀뚱한 눈으로 조대영을 바라봤다.


“흠···, 서로 인사들 해.”


초등학생도 아니고 갑자기 뻘쭘하게 인사를 이렇게 시킨다고?


둘 다 미동도 없이 앉아있자 조대영의 미간이 좁아지려 했다.


“안녕하세요, 최무강이라고 합니다.”


주환성을 향해 몸을 돌려 인사했지만 그는 하는 둥 마는 둥 고개를 까딱이며 작은 목소리로 짧게 인사했다.


“주환성.”


‘하, 싸가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조대영에게 ‘얘 때려도 되나요?’라는 시선을 보냈다. 무언의 눈빛을 알아들은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조대영의 입에서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흠···. 둘이 동갑이다. 주환성, 제대로 인사하지?”


조대영의 낮게 깔린 목소리는 어딘가 묵직한 압력이 느껴졌다. 이내 주환성은 구부러진 허리를 펴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환성이야.”


한결 나은 태도에 순간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아직 첫 만남의 기억을 깨끗이 떨쳐내긴 역부족이었다.


조대영이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주환성은 이만 가봐도 돼.”



***



“하아···.”


고요한 사무실 안 어디선가 터진 깊은 한숨 소리가 퍼져나갔다.


톡톡.


파티션을 두드리는 소리에 멍하게 앉아 있던 김달애가 희끄무레해진 눈동자를 굴려 쳐다봤다.


“달애 씨, 왜 그래?”


김달애의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더없이 쳐져 있었다. 뒷자리의 동료가 살짝 몸을 틀어 끼어들었다.


“왜겠어? 남 이사님 지시 때문이겠지.”


아침부터 남인철 방에 불려갔다 온 팀장은 곧바로 김달애를 회의실로 불러냈다. 오후에 있을 인사위원회에 조사인으로 참석해 협조하라는 지시였다.


김달애의 능력은 심안계.

신체 접촉을 통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 곧 들어가는구나···. 잠깐만 하고 오면 되는데 뭐, 조금만 참아.”


물어본 옆자리의 동료가 머쓱한 듯 민망한 웃음을 짓고 이내 자리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말대로 잠깐이다.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만 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김달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능력을 사용한 후에도 그 잔상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다른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읽는 저를 소름 끼쳐 할까 봐.


“···네에. 금방이면 되겠죠···.”


축 늘어진 답을 한 김달애는 시간을 보곤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서 터덜터덜 회의실로 향했다.





“크흠, 다들 모인 것 같은 데, 시작하지.”


남인철의 채근에 간사가 목을 가다듬었다.


“네. 지금부터 인사위원회를 개회하겠습니다. 오늘 안건은 주환성 씨의 파인더 스카우트 건 및 홍근식 부장의 조기 복귀 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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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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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 몬스터(4) 23.06.06 37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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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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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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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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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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