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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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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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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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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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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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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화 - 수정이식

DUMMY

팍. 콰직.


“으읍.”


부러진 골프채가 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다.

쥐고 있던 반쪽을 던진 명승연이 또다시 다른 채를 골라 뽑았다.


“아, 아버지! 잘못했어요.”

“입 다물라고 했지!”


팍. 팍. 콰직.


“끄으···.”


새벽부터 본가로 끌려들어 온 명일호는 벌써 몇 개를 부러뜨릴 때까지 맞고 있었다. 명일호는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보호하며 순순히 맞았다.


똑똑.


“회, 회장님. 큰 도련님 오셨습니다.”


문만 살짝 열린 채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아버지···,”


휙.


명신호는 방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느닷없이 날아드는 골프채를 고개를 슬쩍 꺾어 피했다.


툭.


눈살이 살짝 구겨진 명신호가 한숨을 뱉고 고개를 바로 했다.


“저 왔습니다.”


한쪽에서 웅크려 있던 명일호가 주섬주섬 자세를 바로 하고 있었다.

오는 동안 비서에게 받은 음성파일 내용에 이미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놀라는 표정은 없었다.


“그룹을 물려받겠다는 놈이! 동생 관리 하나 못 하고 뭐 하는 거야?!”


꿈틀.


그 말에 명일호가 주먹을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뭐 했어?!”

“죄송합니다.”

“당장 수습해! 당장!!!!”


명승연은 조금만 더 소리를 질렀다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명신호의 차가운 시선이 명일호에게 돌아갔다.


“나와.”


문밖에 서있던 여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명신호를 보다니 이내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명일호에게 다가갔다.


“일호야, 괜찮니?”

“어···, 가서 빨리 풀어 줘.”


제 아들을 안쓰럽게 본 여자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명신호의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지고 있었다.


“진짜야?”

“뭐가?”

“녹음 내용.”

“······.”


명신호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내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고를 칠 거면 분수에 맞게 쳐. 언제까지 네 뒤를 닦아 줘야 해.”

“내가 처리할 수···.”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눈빛에 명일호는 입을 다물었다.


“숨기는 거 있으면 지금 말해.”

“······살아났어.”

“뭐가?”

“최무강.”


일순 명신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능력자야?”

“특수능력센터에서 같이 부대로 왔대.”


눈을 잠시 감았다 뜬 명신호가 입을 열었다.


“찾아가서 사과하고 합의해.”


인상이 구겨진 명일호가 고개를 돌렸다.


명일호의 고개 뒤로 명신호의 손이 와락 덮쳐왔다. 힘이 들어간 손은 명일호의 고개를 돌려 얼굴을 마주했다.


마주한 명신호의 섬뜩한 표정에 명일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꿀꺽.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대답해야지?”

“···알았어.”


그제야 명신호는 손에 힘을 빼고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차로 돌아온 명신호는 비서가 그새 보내 놓은 파일을 열었다.


-----------------------------------------------------


이름 : 최무강

나이 : 21세(2003.7.8.)   사진 :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XXX아파트 다동 301호

관계자

- 가족 : 없음(4년 전 일가족살인 사건 생존자)

- 친인척 : 해외 거주, 교류 없음

- 지인 : 안성호(21세/현재 입원 중)

특이사항

- 살인사건 후 ptsd로 정신병원 치료(6개월)

- 특전사 지원 4회, 모두 불합격

- 육군 입대(2022.02.23.)


-----------------------------------------------------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문 명신호가 연기와 함께 깊은숨을 내뱉었다.


“생존자라···.”



***



“너무 안 깨어나네···.”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지켜보는 에블린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거즈에 소독약을 적셔 새롭게 봉합된 부위를 꼼꼼히 닦아주었다.


주환성.

능력이 폭주해서 실려 온 남자.


거뭇하게 변한 피부 위에 굳은 피를 닦기 위해 거즈를 대었을 때, 미처 보이지 않았던 십자(十)모양을 발견했다. 얼기설기 봉합된 자국에 에블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뒤늦게 도착한 치유능력자가 아니었으면 정말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


그때를 생각하니 에블린의 다시 손이 덜덜 떨려왔다.


에블린은 안쓰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불쑥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닦아주면서도 연신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아니! 사람을! 미친 거 아니야? 사람이야?”

“어휴!”

“···넌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듣지도 못할 주환성에게 말을 걸어가며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똑똑.

드르르륵.


열린 문으로 중년인의 남자가 들어왔다.


“박사님?”

“여기 있을 거라고 하던데?”


안쪽으로 들어온 남인철 박사가 주환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 자군···.”

“네.”


손바닥이 보이게 한 손을 들어 에블린을 향했다.


“기록 좀 볼 수 있겠나?”


태블릿을 건네받은 남인철이 날카로운 눈으로 검사 결과를 읽어 내려갔다.

습관처럼 제 목을 주무르는 남인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흥미롭군.”


남인철의 반응에 미간이 좁혀진 에블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치유가 끝났음에도 주환성이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수정이식.’


소문만 있을 뿐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기에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폭주한 주환성의 심장에서 강제로 수정조각을 박아 넣은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그 자체로도 불완전한 수정조각을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에 강제로 찔러 넣는다니···.


‘미친 거지···.’


에블린의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하나는 발현된 건가?”

“네, 다른 능력자들과 양상이 같았어요.”


지금 주환성의 심장에 있는 수정조각은 두 개.

한 개는 발현된 것, 또 다른 한 개는 이식한 것이다.


본인이 자초한 것인지 강제로 이식당한 것인지 그가 깨어나야만 알 수 있었다.


“왜 바로 정화하지 않고 있지?”

“······.”


에블린의 대답이 없자 남인철이 보고 있던 태블릿에서 시선을 돌렸다.


“에블린 박사?”

“깨어났을 때 스스로 정화가 가능한 지 확인해 보려고 했습니다.”

“흐음···. 이대로라면 못 깨어나거나.”


문지르던 목에서 손을 뗀 남인철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폭주를 하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그녀는 차마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거 원···. 유송주를 부르지.”


휴대폰의 달력을 확인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직 일주일 남았는데요?”

“···내가 연락할까?”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에블린은 입술을 꾹 다물며 올라오는 한숨을 삼켰다.


***



“그러고 보니 형은 무슨 능력이에요?”


운전하던 염기태가 최무강을 슬쩍 돌아봤다.


“능력은 최대한 안 알려지는 게 좋은데?”


그의 답에 수긍하며 얌전히 앉아있자 염기태가 피식 웃었다.


“흐음···. 어디 보자.”


염기태가 최무강이 보고 있던 휴대폰을 향해 검지를 뻗었다.


허공에 생겨난 하얀선에 최무강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오오···?”


슥. 슥.


뻗은 검지로 작은 사각형 모양을 그려내자 하얀선이 휴대폰 주변으로 사각형을 그려냈다. 그리고 휴대폰이 사라졌다.


“오오오?! 공간계에요?”

“응, 잘 아네?


실제로 눈앞에서 능력을 본 게 마냥 신기했던 것도 잠시.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이제 주세요.”

“뒤에 있어.”


피식 웃은 염기태가 어느새 뒷좌석에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최무강은 휴대폰을 얼른 쥐고 뉴스를 계속 검색했다.


더 이상 내 뉴스가 보이지 않았다. 실시간 검색에 나오던 ‘명 하사, 명성그룹, 총기사고’도 사라졌다.


“뉴스가 더 안 나오네요···.”

“지금쯤이면 다 막았겠지. 그나마 새벽이니까 볼 수 있었던 거야.”

“그래도 이렇게 빨리···. 명성이 진짜 대단하긴 한가 봐요?”

“당연하지.”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염기태는 명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인상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물론 이제 나도 그럴 것 같지만.


쉬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대처에 슬슬 다음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뉴스를 닫으려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명동 능력자]를 클릭했다.


“어제, 그 사람 봤어요?”

“누구?”

“명동 능력자요.”

“아직 못 봤지. 살긴 했다던데?”


살았구나. 다행이다.


처음 마주친 날 그 눈빛은 마치 예전의 내 눈빛 같았다. 그래서 그날도 나도 모르게 막아섰나?


뉴스 내용은 폭주 능력자가 나타났단 얘기뿐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능력자에 대한 뉴스는 아직까지도 세세하게 내보내지 않는 것 같았다.


스크롤을 내려 관련 뉴스에 뜬 기사들을 살펴봤다.


[의문의 교통사고, 범인은?]


제목에 낚여 기사를 클릭했다.


‘뭐야, 제목 진짜···. 이런 것도 뉴스라고···.’


‘질병 기록 없는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도 운전 중 돌연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으니 건강관리를 잘 합시다’라는 내용이었다.


기자가 정신 차리게 댓글을 한번 써줘야겠다 싶어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순간 멈칫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현장에서 목격함.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음.

└ 제 친구가 여친인데 같이 있었대요! 갑자기 목에 빨판 자국이 나타나면서 의식을 잃었대요! 경찰에 말했는데 조사도 안 한다고 ㅜㅜ

​ └ 헐, 몬스턴가?

 └ 또또 숨기는 건가? 지겹다. 우리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

└ 제목에 낚였다.

└ 기자야 이게 기사냐? 육하원칙 안 배웠냐고?


‘몬스터?’


카가가가가각.


“읏···.”


갑자기 기억나는 소리에 머리가 욱신거렸다.


“왜 그래?”


작게 새어 나온 신음 소리가 들렸나 보다.


“잠깐 머리가···.”


나도 몬스터에 대해 경찰에 말했었다. 물론 그것이 몬스터였다는 걸 알게 된 건 정부가 크랙을 인정하고 나서였다.


- 송충이가, 엄청 컸고 까맸어요. 이빨이 톱니처럼 날카로웠고···.


이 말 때문에 난 ptsd 판정을 받았다.


그 뒤 어둠의 경로까지 뒤져가며 몬스터 도감을 찾아봤지만 내가 본 몬스터는 찾을 수 없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염기태를 슥 돌아봤다.

염기태는 강준수와 달라서 쉽게 답을 해줄 것 같지 않은데···.


“잡은 몬스터들은 어떻게 돼요?”


나를 스윽 흘겨본 염기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착했다.”



***


똑똑.

드르륵.


“뭐야? 있으면서 답도 없고.”


자리에 앉아있는 에블린을 보며 염기태가 들어왔다.

그녀는 대꾸도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탁해진 푸른 눈동자, 까칠해진 피부가 그녀의 밤샘근무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어제 폭주자는? 깼어?”


초점이 돌아온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 남 박사님이 송주를 부르재.”


눈동자를 올려 뭔가를 생각한 염기태의 인상이 구겨졌다.


“다음 주 아니야?”

“맞아. 말은 했는데···.”

“미친 거 아니야?”


에블린은 몸을 홱 돌려 나가려는 염기태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기태야! ···근데, 안 하면 그 애도 죽을 거야···.”


제 머리를 쥐어뜯듯 움켜잡은 에블린은 토해내듯 말했다. 쥐고 있던 머리를 스르르 풀며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그 모습에 염기태가 짧게 한숨을 뱉었다.


“···내가 송주 데리고 올게.”


천천히 고개를 든 그녀의 눈이 촉촉이 젖어있었다.


“히끅···.”


눈물이 차오르는 듯 에블린의 목에서 신음이 터지려고 했다.

염기태의 눈운 동그래지고 있었다.


“갔다 올게! 아, 무강이 데려왔다!”


다급하게 말을 내뱉고 나온 염기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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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 운석 충돌의 날(3) 23.06.15 24 2 12쪽
29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23.06.13 26 2 12쪽
28 28화 - 운석 충돌의 날(1) 23.06.11 33 2 13쪽
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4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4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20 20화 - 행복흥신소(5) +2 23.05.30 40 1 12쪽
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1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0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7 5 12쪽
»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6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0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8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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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6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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