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55
추천수 :
117
글자수 :
195,694

작성
23.05.17 08:05
조회
57
추천
5
글자
12쪽

12화 - 우리가 할 일

DUMMY

“안녕하세요.”


성호가 있는 회복실로 들어가니 이미 전원 준비가 다 끝나 있었다.


오늘 성호가 병원을 옮기는 날이다.


특수능력센터의 회복실은 능력자들을 위한 곳이기도 하고, 일반인은 출입이 어려워 성호 아주머니도 편하게 못 오고 계신다고 했다.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요.”


처음 보는 남자가 성호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박사님이 다 끝내놓으셨어요. 아, 저는 구성진입니다. 에블린 박사님과 같이 일해요.”

“최무강입니다. 주세요, 제가 할게요.”


그가 접고 있던 성호의 옷가지를 건네받아 준비한 쇼핑백에 넣으며 물었다.


“누···, 박사님은 어디 가셨어요?”


나도 모르게 누나라고 튀어나올 뻔한 말을 삼켰다.


“어제 무강씨도 같이 있었죠? 폭주능력자랑?”


그가 말하기 조심스러운 듯 물었다.


“네, 준수 형이랑 같이 있었어요.”

“그 사람 때문에 연구팀 다 호출 받고 밤새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어쩐지 구성진 이란 남자의 다크써클이 심하게 내려앉았다 했다.


‘폭주 능력자···라고 하는구나.’


“여기 계세요. 이송차 오면 다시 올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가 나가고 누워 있는 성호를 바라봤다.


음? 어제보다 안색이 조금 나아진 건가?

뭐야,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짜식, 누나 보고 싶다고 하더니···.”


1층 정문 앞에 대기 중인 이송차에 성호를 옮겨 싣는데 에블린이 핼쑥한 얼굴로 다급하게 뛰어왔다.


뛰어온 그녀가 숨을 골랐다. 얼굴이 하루 새 반쪽이 된 것 같았다.


“후우···, 후우···. 같이 가야지.”

“누나, 어제 못 쉬셨다면서요. 혼자 가도 돼요.”


에블린은 어제 집에 도착해서 한 시간 만에 호출 받고 곧바로 센터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동하면서 쉬겠다고 나와 함께 이송차에 올라탔다.


성호의 이송절차를 마치고 성호 아주머니와 누나를 만나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밀어내는 나를 끝까지 보듬어준 고마운 사람들.


한사코 같이 온 에블린이 그들에게 성호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해 줬고, 곧 일어날 거라며 안심시켜주었다.


‘같이 오길 잘했네···.’


울고 있는 그들을 보니 새삼 다시 떠올랐다.


나는 더 강해져야만 한다.

내 곁의 누군가가 다치는 모습,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았다.


***


탁!


“이 X새끼! 왜 전화를 안 받아!”


아침부터 거는 전화를 모두 씹힌 명일호가 제 분에 못 이겨 휴대폰을 그대로 벽에 날려버렸다.


새벽에 본 섬뜩한 명신호의 눈빛이 떠오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띠링. 띠링.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하던 명일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ㅋㅋㅋ명 하사님, 이번에 사고 제대로 쳤네?]


“이 씨ㅂ···!”


휴대폰을 던지려던 손이 순간 멈칫했다. 뭔가 떠오른 듯 동공이 커진 명일호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에서 ‘여보세요’도 없이 숨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 끄흐흐흐흑. 야, 넌 생각이 있냐?

“시끄럽고. 너 전에 말한 거기 있지?

- 어디?

“그, 너 일 처리 도와준다고 한 데 있었잖아.”

- 아하하학, 명일호. 급하긴 한 가보네? 알려줘?


통화를 끝낸 명일호의 한쪽 입꼬리는 어느새 한껏 올라가있었다.


"최무강, 넌 뒤졌어."


명신호의 명령과 섬뜩했던 눈빛은 이미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사라졌다. 명일호가 서둘러 차 키를 들고 방을 나섰다.




‘여긴가?’


명일호는 직접 가라는 조태진의 말에 메시지에 적힌 주소 앞에 와있었다. 지저분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 낡은 건물을 훑어봤다.


[행복흥신소]


“행복은, 씨X.”


간판을 본 명일호의 입에서 비웃음이 뿜어졌다.


끼이익.


낡은 경첩음에 소파에 앉은 무리가 일제히 눈썹을 치켜뜨며 입구를 바라봤다.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었는지 몇몇은 고개를 돌렸다.


딱 봐도 이곳의 막내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오늘 영업 안 합니다.”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으며 나가라는 손짓을 하고 돌아서려 했다.


“사장은?”


명일호가 그를 무시하고 짤막하게 물었다.

남자의 눈썹이 구겨졌다.


“누구십니까?”

“그쪽이 사장은 아닌 거 같은데?”


‘사장하고만 얘기해.’


조태진의 당부에 일단 사장 먼저 찾았다.


들어오자마자 대뜸 김치수를 찾는 명일호를 보고 소파에 앉은 남자가 막내를 불렀다.


“막내야.”

“네, 형님.”

“사장님 손님인가 본데, 여쭤봐라.”

“네, 형님.”


막내가 사장실로 몸을 옮기고 소파에 앉은 남자는 명일호를 유심히 살펴봤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남자의 태도에 가뜩이나 불편한 심기가 더욱 뒤틀렸지만 김치수의 손님이라면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아무리 이 바닥에 첫 발을 들인 티가 난다 하더라도.


“들어오시랍니다.”


바로 확인한 막내가 사장실의 문을 열어 안내했다.


사무실의 큰 책상 앞에 앉아있는 김치수은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이제까지 ‘수정이식’이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주환희의 수정을 강탈하고 팔아먹을 생각이었지 이식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괜히 잘못되면 손해가 더 클 게 분명했으니까.


그저 순간적인 호기심이었다.

여차하면 수정만 빼낼 생각으로 심장에 쑤셔 박았다.


그런데 주환성의 몸이 버텨낸 것이다. 하지만 막판에 버티지 못 하고 터져버렸다.


그렇게 죽었다고 생각했던 주환성이 명동 한복판에서 그 난리를 피웠을 줄이야.


김치수의 고개가 갸웃했다.


“그런데···, 왜 환희 능력이 아니냔 말이지···.”


거기에다 특수능력센터에서 주환성을 이송해갔다는 뉴스에 김치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제 것을 뺏기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김치수는 분함이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쯧. 하필···, 파인더가 거기 있고 지랄이야!”


똑똑.


“형님, 손님 오셨는데요?”

“누구?”

“그게···. 말은 안 하고 사장님을 바로 찾았어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바로 저를 찾는 몇 명이 떠올랐다. 김치수가 턱을 튕기듯 올렸다.


주환성을 뺏겨 손해난 기분을 지금 들어오는 자에게 우려먹을 생각이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김치수는 빠르게 아래위로 훑어봤다.


“···누구 소개로?”

“조태진.”

“······.”


‘조태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김치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리에서 일어서 방 가운데의 소파로 앉았다.


“앉으시죠.”


풀썩.


그가 먼저 소파에 앉자 명일호도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밖의 소파와는 때깔부터 다르더니 편안하게 몸을 받쳐줬다.


“조 사장님도 뵌 지 오래됐는데, 같이 오시지 않고···.”

“누굴 좀 없애줬으면 하는데요? 흔적 안 남게.”


명일호에게 인사치레 따위를 받을 여유가 없었다.


손끝으로 코를 비비던 김치수가 희미하게 웃음을 뱉어냈다.


“첫 거래부터···, 쎄네요? 신뢰도 없는 사이에.”


명일호가 비릿한 웃음으로 답한다.


“여기가 신뢰라는 게 있는 덴가?”

“큭···. 맞는 말이네. 그래서 누굴요?”


아주 잠깐 멈칫한 명일호는 이내 귀찮은 듯 재킷에서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김치수가 급하게 찢긴 종이에 대충 휘갈겨 쓴 내용을 읽어내렸다.


‘최무강, 21세, 010-XX···. 최무강? 들어봤는데?’


낯익은 이름에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대상에 따라 가격을 흥정해야 했다.


“선수금 일 억, 완료하면 일 억을 더 드리죠.”


첫 거래에 억 단위를 부른다는 건 꽤 급하다는 신호였다. 물론 조태진과 같은 부류라면 별거 아닌 금액이겠지만. 먼저 부른 가격에 김치수는 내심 놀랐지만 태연한 척 기억을 재촉했다.


‘최무강이 누구길래···?’


순간 김치수의 머릿속에 음성 하나가 맴돌았다.


‘병장 최무강.’


SNS에서 난리가 난 음성 파일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스쳤다.


‘진짜 죽은 게 아니란 거지···?’


“흠···. 일반적이지 않으면 보수는 거기에 두 배는 받아야죠.”


김치수는 명일호를 슬쩍 떠보는 질문을 했다. 명일호의 눈썹이 꿈틀대는 것이 뭔가 있는 게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죠. 그럼 이틀 이내로 처리해 주시죠.”


컥.


김치수의 목으로 넘어가던 물이 거꾸로 나왔다.


“크흠. 흔적 안 남게 작업하려면 일주일은 걸립니다.”

“3일. 못 하겠으면 다른 데로 가고.”


짧은 말이 거슬렸지만 김치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입금 확인 되면 바로 시작하죠.”



***



성호에게 또 오겠노라 인사를 한 뒤 다시 특수능력센터로 돌아왔다.


정식으로 테스트 신청을 하기 위해.


- 띵동. 문이 열립니다.


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염기태가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를 스쳤다.


"박사님-!"


반갑게 달려가 내 뒤의 에블린에게 풀썩 안겼다. 머리를 쓰다듬는 에블린의 표정이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송주야, 잘 지냈지? 미안해. 갑자기 부탁하게 돼서."


어린애한테 저렇게나 미안해하는 얼굴로 부탁할게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에블린 답지 앉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호기심을 자아냈다.


송주라는 아이는 활짝 웃어 보이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아니에요! 박사님 빨리 볼 수 있어서 전 좋아요···."


송주라는 아이가 갑자기 내가 의식된 듯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슬며시 보고 있었다.


“아, 얘는 최무강이야. 곧 파인더가 될 거야.”

“안녕하세요.”


시선을 곧게 마주치지 못하고 눈치 보는 모습에 나는 살짝 오버하며 활짝 웃었다.


“안녕? 너도 여기 파인더야? 선배님이네?”

“저, 저는 아니에요.”

“그래? 그럼 그냥 송주라고 부르면 될까?”

“···네, 유송주입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게 낯을 많이 가리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에 놀랐는지 동그랗게 뜬 눈이 어딘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 띵동. 3층입니다.


"내가 송주랑 갈게. 너도 들어가."

"왜? 나도 갈 거야."


에블린의 말에 염기태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저 먼저 내려요. 송주야 나중에 또 보자!"

"안녕히 가세요."


- 땅동. 문이 닫힙니다.


닫히는 문 사이로 송주는 여전히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귀엽네.'


복도를 지나 강준수가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마에 두툼한 반창고를 붙이고 의자를 뒤로 한껏 젖혀 등을 기댄 채 깊게 잠이···. 생각 중인 걸로 하자.


"형."


게슴츠레한 눈이 서서히 떠지고 허공을 잠시 보던 그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을 했다.


"흐아아암! 왔어? 너 성호 병원 간다지 않았어?"

"갔다가 다시 왔어요."

"왜?"

“테스트 받는 거 서류작성하려고요.”


강준수는 한 번 더 하품을 하고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두 손을 모아 잡고 기지개를 폈다, 팔뚝 여기저기 붙어있는 밴드가 눈에 띄었다. 어제 보지 못했던 부상에 놀란 내가 물었다.


"형, 어제 다친 거예요?"


내 시선에 제 팔뚝을 슬쩍 보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웃는다.

나를 보호하며 들어 올린 팔뚝이 떠올랐다.


"죄송해요, 제가 괜···."

"최무강."


내 말을 끊고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게 파인더인, 우리가 할 일이야.“


이내 강준수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한 거지?”


나도 그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23.07.02 22 0 -
공지 수정 안내(1, 2화) 23.06.04 29 0 -
36 36화 - 크랙(4) 23.06.28 24 0 13쪽
35 35화 - 크랙(3) 23.06.27 23 1 12쪽
34 34화 - 크랙(2) 23.06.26 21 0 12쪽
33 33화 - 크랙(1) 23.06.23 18 0 12쪽
32 32화 - 운석 충돌의 날(5) 23.06.22 21 1 12쪽
31 31화 - 운석 충돌의 날(4) 23.06.18 22 2 13쪽
30 30화 - 운석 충돌의 날(3) 23.06.15 24 2 12쪽
29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23.06.13 27 2 12쪽
28 28화 - 운석 충돌의 날(1) 23.06.11 33 2 13쪽
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4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5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20 20화 - 행복흥신소(5) +2 23.05.30 41 1 12쪽
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1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0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8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3 03화 -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1 23.05.10 178 9 12쪽
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6 7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