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59
추천수 :
117
글자수 :
195,694

작성
23.05.10 11:56
조회
326
추천
7
글자
17쪽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DUMMY

<프롤로그>


2년 전,

갑자기 떨어진 운석의 충돌은 세상을 떠들석 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일부 사람들에게 능력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끔씩 동경하는 그런 능력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깟 능력 때문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맹세컨대,

단 한순간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아들~어디야? 언제 와?]

[독서실 왜]

[어머, 오늘 아빠 생일이잖아~]

[(놀람)]

[얘 좀 봐(노려봄). 아빠한텐 비밀로 할게, 올 때 케익 좀 사 와~]

[ㅇㅇ]


“야, 뭐해? 빨리 들어와!”

“안성호! 나 간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슈우우욱. 펑.


“뭐? 한 판 더 하고 가!”

“안 돼. 오늘 아빠 생일이래!”

“아, 나 렙업 얼마 안 남았는데.”

“해봤자 쪼렙인 게, 크큭. 형 간다!”

"야! 최무강···!"


다다다다다다.


케익이···. 아 몰라. 망가지던지 말던 일단 전력 질주다!

이럴 때 순간이동능력 있으면 얼마나 좋아.


“하악 하악···.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달큰한 냄새가 코를 쏘았다.


“크흐, 소갈비찜! 다녀왔습니다!”

“오빠 이거!”


도어락 소리에 달려온 동생이 고깔모자를 쓴 채 제게도 내미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무강아 케익!”

“여기···, 으 망가졌네?”

“일단 초부터 빨리!”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준비를 끝낸 뒤 각자의 위치에 섰다. 곧 들어올 사람이 적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짝 긴장한 채 침을 꼴깍 삼켰다.


삐삐삐삐.


세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철컥.


“생신 축하드립니다! 사랑해요! 여보, 아빠, 아빠.”


매년 하는 서프라이즈라 모르는 척 하기도 힘들텐데 아빠의 왕방울만해진 눈은 금세 촉촉하게 젖어갔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순식간에 없애고 소파에 도란도란 모였다.


“또 이거 봐?”

“그래 무강아, 이제 다른 것 좀 보지?”


내 원픽 영화에 동생이 불만을 표하자 엄마가 거들었다.


“아 왜, 멋있잖아. 내가 능력만 있으면 이런 거 안 보지.”

“또 그 소리. 그냥 소문이라니까?”

“아니야! 엄마 그거 나라에서 쉬쉬하는 거래.”


내 말에 엄마의 가는 시선이 아빠에게 향했다.


“당신은 도대체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아빠한테 들은 거 아니야! 우리 길드장 아는 사람이 교통사고 나고 갑자기 능력이 생겼대. 물건을 순식간에 조립한다나?”

“···풉, 무슨 능력이 그러니?”

“아무튼 나도! 나도 능력 생기면 이런 거 안 보지···.”


시무룩한 표정을 보이며 간절히 쳐다봤지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의 구세주에게 고개를 스윽 돌렸다.


“오늘 아빠 생신이니까 아빠가 골라요.”


난감한 웃음을 지은 아빠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더니 따가운 두 모녀의 시선을 피하고 작게 읊조렸다.


“어벤···.”

“하, 아들이랑 아빠랑 아주 똑같애요, 증말.”


못 말린다는 듯 피식 웃은 엄마는 울상인 예나를 토닥이며 주말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보러가자고 약속하며 설득했다.



“‘I Can Do This All Day’ 으, 멋있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을 흉내내며 한참을 집중해서 보고 있을 때였다.



“단란한 가족이네?”


흘러나오는 스피커소리가 작지 않았음에도 낯선 목소리가 귀에 확 꽂혔다.


“누, 누구야 당신?”


소파에서 일어선 아빠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아빠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 언제 들어왔는지 한 남자가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곱상하게 생긴 남자는 어울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군지는 알 거 없고. 쟤한테 볼 일이 있어서.”


그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지며 시선이 내게 향했다.


“저, 저요···?”

“응. 너.”


탁.


그의 시선에서 나를 보호하려는 듯 아빠가 내 앞에 서서 양팔을 벌렸다.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무슨 짓입니까? 나가요! 경찰부르기 전에.”

“엄마···, 무서워···.”


평소같지 않은 아빠의 화난 목소리에 예나가 놀란 듯 울먹였다. 그 소리에 남자의 시선이 눈동자만 예나를 향해 도르륵 굴러갔다.


시선의 끝에는 울고 있는 예나를 껴안은 엄마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면서도 무섭게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큭···. 설명하긴 귀찮으니까.”


- 따악!


카가가가가각.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소름 끼치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어둠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자 현관의 센서등이 켜졌다. 까맣고 큰···. 마치 거대한 송충이처럼 생긴 까만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각.


모니터만큼 커다란 몸통이 괴성을 내며 엄마와 예나를 향해 스멀스멀 기어갔다.


“흐익···.”


움직임조차 소름끼치는 것이 다가오자 엄마의 얼굴이 희게 질린채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퍼억.


카가가가가가각.


아빠가 달려가 발로 하나를 찼다. 까뒤집어진 몸통을 바로세우려 몸부림쳤다. 다른 하나가 갑자기 몸통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이내 아빠를 향해 튕겨져 올랐다.


“흐어억!”

“아빠아!”

“여보!”


갑작스러운 충격에 뒤로 쓰러진 아빠의 배 위에 그것이 올려져 있었다.


쯔거거거거걱.


“아···, 안, 안돼!!!!!!!”


온통 까만 몸통의 중간부분이 빨갛게 벌어졌다. 그 안에 톱니같이 날카로운 이빨들이 수십, 아니 수백개가 있었다.


순식간에 다물어진 입이 아빠의 배를 움푹 베어 먹었다.


“크아아아아악!!!!!”

“아빠!!!!!!”


눈 앞에 보이는 처참한 상황에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공포에 질려 그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카가가가가각.


“쿨럭. 크···흡.”


그것이 아빠를 갉아먹고 있었다.


“너 이름이 뭐니?”


그가 굳어있는 내게 물었다. 대답이 없자 자리에서 일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푸슉.


“읔···, 끄아아아악.”

"묻잖아, 이름."


날카로운 통증에 팔을 보니 길고 날카로운 송곳이 팔을 찌르곤 쑤욱 빠져나오고 있었다.


“무강아!”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뒤집어져 있던 까만 송충이가 위협적으로 엄마에게 기어갔다.


“도, 돈 드릴게요. 있는 거 다 드릴게요!”

“크큭. 아니 돈 말고 다른 거요.”


엄마의 말이 재밌다는 듯 웃은 그는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송곳이 내 심장을 툭툭 건드렸다.


“여기 있는 거. 네 능력 주면 돼, 무강아.”

“느, 능력이라니!!!”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그를 한 손으로 확 밀쳐내고 엄마에게 달려가려는 데.


푸욱.

쿵.


“아아악!”


허벅지를 관통당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왜 발현이 안 되지? 뭐 이상한 느낌 없어?”


푹. 푹. 푹.


“크헉···.”

“무강아! 제발 제발···.”

“오, 오빠···!”


팔 다리 몸통을 차례로 찌르던 그가 곤란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 나도 이 방법은 싫은데···.”


따악!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카가가가가각.


이미 처참하게 죽어 움직임조차 없는 아빠를 갉아먹던 것이 엄마와 예나를 향해 기어갔다.


희게 질린 엄마가 예나를 밀쳐내자 순식간에 그것들은 엄마에게 달려들었다.


“엄마!!!!! 하지 마!!!!!”

“끄으으읍···. 으아아악!!!!”


고통을 참으려던 엄마의 입에서 벼락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엄마! 엄마···.”


화분 뒤에 숨어 울고 있는 예나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독하네? 재능이 없는 건가? 이래도 발현이 안 돼?”


그가 한쪽 발로 내 얼굴을 짓이겼다. 고개를 돌려 엄마를 도륙하는 장면을 보게 만들었다. 그는 난데없이 우리 가족을 찾아와 능력을 내놓으라며 내 가족을 처참하게 죽이고 있었다.


“으으···.”


엄마의 신음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카가가가가가각.


“그만둬어어어어!”

“오해하지 마, 나도 그만하고 싶어.”


그는 이런 짓을 벌이고도 능청스러운 얼굴로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쿨럭···. 아무 능력도 없다고!”

“그럴 리가, 아직 발현이 안 된 것 뿐이야.”


짓누른 발에 힘이 들어갔다. 허리를 숙여 내 얼굴을 마주한 그가 뱀 같은 눈을 휘며 속삭이듯 말했다.


“뭐, 두고 보면 알겠지.”

“크윽···.”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마음에 몸을 들썩였지만 으스러진 팔은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흐으···, 으윽.”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다음은···.”


그가 발끝으로 내 턱을 밀었다. 바들바들 떨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고 있는 동생이 보였다.


“저 꼬맹이 차례니까.”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아아아아아!”

“그래 그렇게 흥분해. 그게 발현되기 쉽거든. 크크큭.”


변태 같은 게 희번덕거리며 흥분하는 내 모습을 보며 몹시 흡족해하며 웃고 있었다. 그가 까만 송충이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오···빠···.”


까만 송충이들이 스멀스멀 내 동생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아아아!!!!!!”

“쟤는 조그매서 금방 끝나겠···.”

“하, 하지 마!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흐으윽.”

“걱정 마, 넌 안 죽일 거야.”


카가가각.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직 멀었니?”


대체 뭐가 멀었냐는 거야? 이 씹새끼야!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눈에 동생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 보통 가족이 이 지경이 되면 바로 나타나던데. 이상하네.”


혼자서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금 허리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마치 동생에겐 비밀이란 듯이.


“혹시, 너···. 동생 안 사랑하냐?”

“크으윽···. 왜···, 도대체, 왜애애애애애애!”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동생의 신음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무서워서 눈조차 뜰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를 지르는 것 밖에.


그가 말한 대로 그는 날 죽이지 않았다.

결국 나에겐 어떤 능력도 나타나지 않았다.




***



어수선한 인기척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들러붙은 눈곱에 눈꺼풀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겨우 벌어진 시야로 산만하게 휘젓는 손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난 건가···?”


낯선 목소리에 끔뻑끔뻑 눈꺼풀을 떨어트리려 안간힘을 썼다. 겨우 트인 시야는 뜨나 마나 이물질이 낀 것처럼 뿌옇게 보였다.

눈앞에 들이민 얼굴이 남자이고, 이목구비가 제대로 있구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누구···, 세요?”


유심히 나를 살펴보던 그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도.


간신히 정신을 차려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윽···.”

“왜? 일어나고 싶어?”

“네···.”


깁스가 되어있는 양팔은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되어 있었다.


상체가 스르르 세워지며 그와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눈을 벅벅 비비고 싶은 마음을 담아 좀 세게 눈을 꿈뻑거려봤지만 소용없었다.


아마도 여긴 병원이고, 이 사람은···. 경찰인가?


“배는? 안 고파?”

“네?”


초면에 첫 질문이 배는 안 고프냐니.


꾸르르르르르륵.


역시 경찰이라 정확하게 파악한 건가.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 오겠다고 말한 그가 병실을 나가고 나니 적막이 흘렀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어디를 봐도 뿌옇지만.


마치 꿈인 것처럼 천천히 기억이 떠오르고 있을 즘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간단하지 않네요···.”


작은 테이블이 음식으로 가득 찼다.


“한참 먹을 나이에 3주나 못 먹었잖아.”

“···3주요?”

“······.”


그 일이 있고 3주가 지났다고 한다.


‘일가족 살인사건’이라 불리게 된 이 일의 범인은 행적조차 찾지 못했다고 한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말을 전하는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눈만 감아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숨이 막혀왔다.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나를 그는 천천히 기다려줬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들려준 얘기를 그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기운 내라’, ‘힘내라’라는 진부한 얘기 따윈 하지 않았다.


그가 떠나고 올라오는 눈물을 꾸역 눌러 내렸다.

내가 울 자격이 있을까?


가장 화가 나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이었다.



***


1년 후.


여전히 내겐 어떤 능력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몇몇 사건이 있었다.


‘일가족 살인사건’은 우리 가족 말고도 몇 차례 더 일어났고, 각종 매체에서 종종 찾는 소재가 되어 있었다. 능력자의 소행이라던가 거대송충이의 존재라던가 그들이 왜,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내 증언은 처참히 묵살된 것이다.


정부는 이상능력들이 발현되고 있는 현상과 대기권에 생긴 크랙이 운석 충돌로 인한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종종 돌연변이로 발견됐던 기괴한 동물들이 크랙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친화적이었지만 공격성이 있는 것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들은 몬스터라고 불렀다.


거대 송충이가 몬스터였다는 건 그때 알았다.


능력자가 늘어나면서 능력을 이용하는 범죄자들도 늘었다.

정부에서는 능력과 몬스터에 관한 일을 전두 지휘할 특수능력센터를 만들었다. 특수능력센터는 운석과 크랙의 연구, 능력범죄 수사지원, 몬스터 제압 등의 일을 했고, 이곳에서 일하는 능력자들을 '파인더'라 불렀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동안에도 나에겐 어떤 능력도 나타날 기미는 없었다.


전역을 3개월 앞둔 날, 총기 사고로 죽기 전까지는.



***



“야.”

“병장 최무강.”


행정반 문을 벌컥 연 명일호가 문도 닫지 않고 기대섰다.


하···. 저 또라이. 이번엔 또 무슨 시비를 털러 왔을까.


“너 또 떨어졌다며?”

“······.”


명일호 하사. 징계 후 이곳으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기선제압한답시고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닌다.


“대답 안 하냐?”

“네 그렇습니다.”

“크크큭.”


명일호가 무반응으로 대응하는 내 모습에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특급전사도 못 되는 게 특전사는 무슨, 니 애비가 웃겠다.”

“······.”

“아, 쏴리. 그럼 니 애미.”


우드득.


꽉 깨문 어금니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맞다. 진짜 미안. 다 죽었댔지? 그렇다고···.”


말끝을 흐리며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와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표정관리를 이따위로 하면 쓰나. 가정교육 못 받으면 이런다니까.”


드르륵. 덜컹.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독기를 품고 올려다보는 내 시선을 가소롭다는 내려다본다. 비열한 웃음이 가득 담긴 입이 열렸다.


“뭐야···. 성깔이 있었네? 하극상이라도 하려고?”


당장이라도 욕이 튀어나갈 것 같아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뚫을 만큼 세게 쥔 주먹이 떨려왔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와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명 하사가 위험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해명하고 가야지. 어딜 내빼.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 커헉.”


끝내 참지 못한 주먹이 명 하사의 얼굴로 날아갔다.


‘하, 시X 후련해.’


내 주먹 따위에 몸이 휘청거리지도 않은 명 하사는 고개만 돌아간 채로 멈춰있었다.


“크크큭.”


그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헤까닥 돌아간 눈동자가 총기함을 향했다.


‘X됐다.’


위험을 감지한 나는 그에게서 떨어져 뒷걸음질 쳤다.


벼락같은 손이 내 멱살을 틀어잡았다.


“크흡···!”


그대로 끌고 가 총기함 앞에 멈춰 섰다. 막무가내로 주머니를 뒤지는 그를 다급하게 말렸다.


“며, 명 하사님! 진성하십시오.”

“나 흥분 안 했는데?”


웃기고 있네 이 미친놈이. 네 눈빛을 보고 말해라.


어느새 열쇠를 꺼내들었다.


탄피가 든 총은 없겠지? 설마···?

손끝에 힘을 주고 명 하사의 목젖 아래 기도를 향해 찔러 넣었다.


“컥···. 콜록, 콜록. 크헉. 이 씨··· 커헙.”


시뻘게진 얼굴로 목을 부여잡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명 하사를 피해 재빨리 행정반을 뛰쳐나왔다.


타앙-! 타앙-!


뛰쳐나오기 무색하게 뒤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누구야···. 탄피 반납 안 한 새끼.’


털썩.


무릎이 땅에 떨어졌다. 그대로 상체가 기울어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점점 의식이 ㅎ려지는 가운데 그 새끼가 생각났다.


'다시 온다고 했는데···. 죽여버려야 하는데···. '


그렇게 난 죽었다.





<다시 살고 싶나?>


희미하게 들리는 낯선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뭔가가 지금 내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23.07.02 22 0 -
공지 수정 안내(1, 2화) 23.06.04 29 0 -
36 36화 - 크랙(4) 23.06.28 24 0 13쪽
35 35화 - 크랙(3) 23.06.27 24 1 12쪽
34 34화 - 크랙(2) 23.06.26 21 0 12쪽
33 33화 - 크랙(1) 23.06.23 18 0 12쪽
32 32화 - 운석 충돌의 날(5) 23.06.22 21 1 12쪽
31 31화 - 운석 충돌의 날(4) 23.06.18 22 2 13쪽
30 30화 - 운석 충돌의 날(3) 23.06.15 24 2 12쪽
29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23.06.13 27 2 12쪽
28 28화 - 운석 충돌의 날(1) 23.06.11 33 2 13쪽
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4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5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20 20화 - 행복흥신소(5) +2 23.05.30 41 1 12쪽
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2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1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8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3 03화 -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1 23.05.10 178 9 12쪽
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7 7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