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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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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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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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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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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 행복흥신소(1)

DUMMY

“너네 요즘 뭐 하고 다니냐?”


조대영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 없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국방부에서 항의가 왔다는데?”

“······.”

“군병원에 무단 침입을 하고···.”

“······.”

“영안실에 있는 시체를 들고 갔다고?”

“시체는 아니고···. 큽.”


염기태의 팔꿈치가 강준수의 옆구리를 잽싸게 치고 빠졌다. 강준수가 눈을 흘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조대영이 책상 위로 어지러이 쌓인 보고서들과 항의성 공문들을 뒤적거리며 헛웃음을 뱉었다.


“중령 협박에···. 얼씨구? 능력자 하나는 놓치고···.”


두통이 몰려온 듯 읽던 보고서를 책상 위로 툭 던지고 쉴 새 없이 구겨지는 미간을 문질렀다. 책상 위의 또 다른 손은 주먹을 움켜쥔 채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는 잡았잖아요.”


강준수가 말릴 새도 없이 입을 열었고, 입을 막지 못한 염기태가 짧은 한숨과 함께 체념하듯 고개를 숙였다.


미간을 문지르던 조대영의 손이 우뚝 멈춰졌다.

험상궂게 생긴 눈 밑의 살이 파르르 떨려왔다.


탁.


움켜쥐어졌던 주먹이 어느새 책상 위의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훅.


집어 듦과 동시에 두 사람 사이로 뭔가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강준수와 염기태가 순식간에 고개를 모로 꺾었다.


홱.


바다가 갈라지듯 양옆으로 피한 고개 사이로 플라스틱 큐브가 날아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콰지직.


묵직하게 떨어지는 소리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두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대리석 바닥이 움푹 패어 있었다.


“아니, 이 양반이! 사람 죽일 거···업! 능력을··· 흡!”


염기태가 흥분한 강준수의 입을 급히 틀어막았다. 간신히 강준수를 말린 뒤 염기태가 입을 열었다.


“문제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힌 조대영은 씩씩거리는 강준수를 애써 외면하고 염기태를 바라봤다.


“후···. 기태야 너까지 왜 그러냐? 쟤만 해도 충분하잖아?”

“아니! 내가 왜요?”

“이 섀끼가!”


조대영이 날카로운 눈으로 번뜩이자 알아서 입을 다문 강준수는 분통이 터지는 듯 푹푹 한숨을 내뱉었다.


“부장님, 표미진이 ‘일가족 살인사건’ 범인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염기태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조대영의 턱이 내려갔다. 수사기관에서도 6년 동안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기에.


무언가 떠오른 조대영이 인상을 구기며 헛움을을 뱉었다.


“하? 그래서 내일 데려간다는 거구만?”


특수능력센터에서 능력자를 잡아두면 수사기관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다 30일 기한에 맞춰 호송해 가는 게 통례였다. 그런데 표미진은 나흘 만에 연락이 왔다.


“아뇨, 수사기관엔 아직 말 안 했습니다.”


염기태의 말에 조대영의 눈빛이 일순 일렁였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얼굴에 입꼬리마저 비뚤게 올라가고 있었다.


“뭐야, 그럼. 더 수상하잖아?”



***



“으으으···.”


온몸에 긴장이 풀려 그대로 링 바닥에 까무러치듯 누워있었다. 맞을 때도 아팠지만 후폭풍처럼 밀려오는 고통은 더 끔찍했다.


고수혁은 처음 말한 대로 ‘몸통’만 공격했다. 만약 팔, 다리도 공격했다면 아마 반격도 못 하고 탈락했을 거다.


“괜찮아요?”


고수혁이 쓸데없이 부드러운 미성으로 물어왔다.


“병 주고 약주십니까?”

“아니, 정말 걱정돼서 그런 건데?”


사람을 개 패듯 후려 패 놓고 걱정이라니. 이거 당신 작품이라고요.


이렇게 속으로만 외쳐댔다. 어쨌든 합격을 줬으니까.


“테스트는 이게 끝이에요?”

“왜? 더 하고 싶어요?”


가로로 길게 눈을 뜨고 고수혁을 바라보자 그가 큭하고 짧게 웃음을 뱉었다.


“김달애 대리님이 시험관님‘들’이라고 해서 더 있을 줄 알았어요.”

“아아, 원래는 능력테스트랑 전투력테스트가 있는데···.”


고수혁이 태블릿을 다시 훑어봤다.


“흠···, 능력이···.”


뒷말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기에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부활을 어떻게 테스트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원래 이렇게 아무도 없이 해요?”


아무리 생긴 지 얼마 안 됐다지만 나름 정부기관이고 파인더가 되기 위한 테스트인데 허접해도 너무 허접했다. 테스트 신청서를 작성할 때 겁을 주는듯한 동의 문구가 뇌리에 스쳤다.


‘사고라도 나면 진짜 독박 쓰겠네···.’


못 미더워 하는 내 표정에 고수혁의 손가락이 어느새 천장 위를 가리켰다. 2층 높이보다 더 높은 훈련장의 천장 위에는 카메라가 붙어있었다.


“오···.”


얻어터지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는 생각에 걱정이 먼저 들었다. 언젠간 반드시 없애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흐으···.”


배를 움켜쥐자 고수혁이 옆에서 몸을 부축해 줬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흘겨보게 된다.


그런 눈을 한 상태로 눈이 마주쳤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눈을 휘어 보이자 그도 눈꼬리를 휘며 입을 열었다.


“근데, 혹시 복싱 배웠어요?”

“복싱요? 아뇨.”

“그래? 그럼 이런 격투는 처음?”

“네.”


고수혁이 내 대답에 고개를 잠시 갸웃했다. 그렇게 맞는 걸 봤으면서 왜 물을까 싶었다.


“합격하면 바로 입사하는 거예요?”

“나 때는 여럿이 있어서 테스트 통과하고 다 같이 훈련도 받았었는데. 이번엔 혼자여서 모르겠네요?”


‘혼자’라는 단어가 귀에 콕 박혀 괜스레 외롭게 느껴졌다.

군대도 동기가 있어서 지낼 만했는데···.


“집으로 가요? 데려다줄까?”


고수혁의 친절한 제안에 휴대폰을 흘끔 확인했다. 기태형에게 보낸 문자에는 답이 없었다.


“아뇨, 들를 데가 있어서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으윽···.”


허리를 숙이려다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지금껏 냈던 소리 중 가장 큰 소리가.


고수혁은 마지막까지 뒤끝 있는 내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니 몸통만 맞은 덕에 얼굴은 멀쩡했다.

달라진 건 땀에 좀 절어 있고, 인상을 구겨서···, 주름이 좀 생겼나?


“으으···.”


숨만 크게 내쉬어도 고통 속에 절로 신음이 흘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취업난이 극심한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이 되었으니 이깟 고통쯤이야.


인상이 구져지다가도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길 반복했다.


이 벅찬 소식을 성호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택시를 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버스정거장을 향했다.


끼이이익.


‘뭐···엇?’


느닷없이 나타난 은색 승합차 한 대가 최무강 앞에 급하게 멈춰 섰다.


드르르륵.


퍼억.


“윽···!”


언제 나타났는지 뒤에 있던 누군가가 열린 문으로 최무강을 밀어 넣었다.


“뭐, 뭐야···!”


차에 타자마자 입이 틀어 막힌 최무강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이식된 수정 말고 하나가 더 있던데···, 몰랐니?


‘내가 능력자였다고···?’


에블린에게 이곳에 오기까지의 일에 대해 들은 주환성은 아직까지도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줘야 도울 수 있어. 일단 더 자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


주환희도 홍주명도 죽은 지금, 자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주환성 씨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가요?”

“······.”

“협조하지 않으면 주환성 씨가 불리해집니다.”


말을 제대로 듣고 있기는 한 건지 주환성의 초점은 공허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조사팀장 함미화는 주환성을 찾았다. 이것저것 질문을 해댔지만 고작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 외에 소득이 없었다.


난감한 표정을 지은 함미화는 제 이마를 짚으며 연신 한숨을 쏟았다.

남인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이라 더욱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어딘지 처연해 보이는 주환성을 훑어봤다.


낙원동을 그렇게 만든 주제에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여간 속이 답답한 게 아니었다.


“쯧.”


함미화가 혀를 짧게 차며 눈썹을 구겼다.


“낙원동 일대가 파괴되고 아직 못 찾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할 겁니까?”


차분하게 눌러내린 목소리로 말하지만 뚝뚝 끊어지는 말투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탁.


참지 못한 함미화가 등을 떼고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 소리에 번득 정신이 돌아온 주환성과 짧게 눈이 마주쳤다.


“수정이식은 어디서 했습니까?”

“······.”


눈썹이 꿈틀대는 모습에 함미화의 입에서 짧게 한숨이 터졌다.


다시금 재촉하려는 함미화의 어깨 위로 에블린의 손이 슬며시 올려졌다. 그녀를 본 에블린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이내 주환성에게 시선을 보냈다.


지그시 주환성을 바라보던 에블린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번 가볼래? 낙원동?”


함미화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에블린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는데 주환성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어깨를 잘게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가고 싶지 않으면···.”

“갈래요. 가보고 싶어요.”


낮은 침음을 뱉은 함미화는 입매를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조대영의 방에서 나와 다시 표미진에게 가는 길.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강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강이 전화를 안 받네?”


염기태가 제 휴대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최무강에게 온 문자는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집에 가서 뻗었겠지.”


‘그런가?’ 하며 볼을 긁던 강준수의 눈가에 금세 호기심이 가득 찼다.


“수혁이가 살살했으려나?”

“그 녀석이? 그럴 리가 없지.”


단호한 염기태의 말에 강준수도 고개를 끄덕일 때···.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고수혁이 타고 있었다.


“오? 수혁아, 어땠냐 무강이?”


보자마자 강준수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고수혁은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뭡니까? 보자마자.”

“에이 그러지 말고.”


이내 피식 웃은 그가 테스트를 떠올리듯 제 턱을 움켜쥐었다. 불그스름하게 오른 제 팔을 흘끗 쳐다보더니 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음, 실전 경험 제로인데 그 정도 반응하는 거 보면 나쁘지 않던데요?”

“웬일이야, 네가?”


고수혁의 입에서 나온 평가에 눈을 동그랗게 뜬 강준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내리는 고수혁을 향해 강준수가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고생했다.”


염기태의 짤막한 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지이잉. 지이잉.


[함미화 팀장]


“네.”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염기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 알겠습니다. 지금 가죠.”


염기태는 곧장 1층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에 강준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뭔데 그렇게 인상을 팍 써?”

“지원 요청.”


한숨을 섞어 짧게 말한 염기태가 뒤따라 내리려는 강준수에게 손을 휘저었다.


“혼자 가도 되니까, 넌 표미진하고 더 얘기해 봐.”


걸음을 재촉하는 염기태의 모습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도 전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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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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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2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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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9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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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8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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