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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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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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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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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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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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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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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 주환성(2)

DUMMY

옆구리에 칼이 박힌 채 피가 계속 새어 나왔다.


저벅. 저벅.


쓰러진 채로도 캐리어를 필사적으로 감싸 안고 있는 주환성에게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주환성은 익숙한 담배 냄새와 함께 제게 다가오는 발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X발! 김치수!’


저벅. 저벅. 탁.


눈앞에 반들반들한 구두가 멈춰 섰다.


무릎을 굽혀 앉은 김치수가 주환성의 머리칼을 쥐반들반들어 잡고 고개를 쳐올리게 했다.


“컥.”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음흉하게 웃는 눈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주환성의 얼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충분하지가 않단 말이지.”


김치수의 얼굴과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형, 형이 성인 되면 우리 도망치자!


‘환희야···, 우린 벗어날 수 없어···.’


주환성은 그대로 시야가 닫히고 정신을 잃었다.


***



얼마나 정신을 잃었을까.


주환성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렸다.


익숙한 공간이었다.

김치수가 종종 사람들을 감금하고 고문하던 곳.


“흐으···.”


들이쉬는 숨이 목구멍에 걸리듯 새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덜컹.


벨트에 묶여있어 손발을 꼼짝할 수 없었다.


주환성은 기억을 더듬었다.


‘주명이···.’


뇌리에 스치듯 홍주명의 눈빛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형제는 아니었지만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홍주명에게 옆구리를 찔린 순간에도 그가 배신했단 사실보다 배신할 수밖에 없었을 홍주명의 마음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쿠드득.


“크흐읍···.”


‘옆구리를 찔렸는데···.’


갑자기 심장이 콱 조여 왔다. 목에 힘을 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주환성의 눈가가 씰룩였다.


“뭐, 뭐야 저건!”


살색이어야 할 살갗이 거무죽죽하게 변해있었다. 그 거죽 위로 듬성듬성하게 꿰맨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주환성이 눈썹을 와락 구기며 입술을 짓씹었다.


‘털렸나? 근데 어떻게 살아있지?’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가슴을 살펴봤다.


"으읍···."


분명히 열었다 닫은 자국이 분명했다.


철컹, 철컹.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꿀꺽.


채워진 자물쇠가 풀리자 벌컥 열린 문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깼냐?”


명패로 맞은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환성을 내려보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주환성의 질문에 남자가 못마땅한 듯 인상을 구겼다.


“쯧쯧. 가만 보면 형님이 참 정이 많아. 너 같은 새끼를 아직도 살려두는 거 보면.”


그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주환성의 질문은 무시하고 들고 온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주환성도 알고 있는 약이었다.


사람의 정신을 바닥까지 몰아가는 김치수가 즐겨 사용하던 약.


주환성은 그의 행동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팔에 꽂기 전에 어떻게든···.’


콰직.


“큭···.”


풀썩.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짧게 신음을 뱉은 남자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남자 위로 덜덜덜 떨리고 있는 야구방망이가 보였다.


들고 있는 손을 쫓아 시선을 위로 올렸다.


"홍주명···?"


주환성의 눈빛을 피하며 홍주명이 서둘러 남자의 주머니를 뒤졌다.

열쇠 꾸러미를 꺼내 말없이 주환성의 손발에 묶여있는 벨트와 수갑을 풀었다.


주환성은 속박이 풀어짐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홍주명을 한 대 치고 싶었다.


“끄···흡···.”


상체를 일으키기는커녕 다시 주저 누웠다.


신음 소리에 홍주명이 고개를 돌려 주환성을 바라봤다.

주환성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었다.


"내 몸에 뭔 짓을 한 거야?"


주환성이 먼저 묻자 홍주명은 입술을 짓씹으며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미안하다 환성아. 형님이···. 김치수가 이런 짓을 할 줄 몰랐어."

"됐고, 뭔데? 후우···. 내 몸 왜 이러는데?"

"네 심장에···, 환희 수정을 이식했어."


주환성은 모든 것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뭐···?"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야 돼, 곧 올 거야."


홍주명은 멍하게 누운 주환성의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껴 넣어 일으켜 세웠다.


"윽···."


'봉합된 살갗이 아픈 걸까?'

'수정이 박혔을 심장?'

'아, 마음이 아픈 건가?'


주환성의 얼굴이 점점 비통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왜! 도대체 왜 그랬어!"


홍주명에게 소리쳤다.

힘도 들어가지 않은 주먹이 연신 저를 치고 있었지만 홍주명은 그저 맞기만 했다.


지친 주환성의 팔이 스르륵 내려갔다.

그대로 주환성을 일으켜 세워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차였다.


움찔.


홍주명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클클 거리는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내 주환성의 몸을 세게 붙들고 눈을 마주했다.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눈이었다.


"주환성! 정신 차려."


어깨를 꽉 잡는 힘에 주환성의 초점이 점점 돌아왔다.


"왜 그랬어···."


원망 섞인 그의 말에 홍주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홍주명이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키 하나를 꺼내 주환성에게 쥐여줬다.


"뒤쪽 골목에 있어. 넌 어떻게든 살아···."


나가려는 그의 모습에 주환성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슨 소리야!"

"···미안하다 정말."


끝내 얼굴을 보지 못한 홍주명은 그대로 창고를 뛰쳐나갔다.


"호, 홍주···, 크헉."


사라지는 홍주명을 제대로 부르지도 못한 채 가슴을 쥐어잡았다.


욱신.


이내 바깥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주환성부터 잡아!"


김치수의 외침에 주환성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살자.'


바닥에 떨어진 야구방망이를 쥐어 잡았다.


'같이.'


이내 주환성은 홍주명이 달려 나간 곳으로 달려나갔다.


“이야, 살아났구나, 역시.”


김치수의 뒤로 벽에 기대앉은 홍주명이 보였다.


“주명아!”


또깡.


손에 힘이 풀리며 야구방망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쿨럭···.”


홍주명의 입에서 한 움큼 피가 쏟아져 나왔다.


“크크큭. 우리 주명이는 참···. 남자가 지조가 없어. 노선을, 확실히, 했어야지!”


푸욱.


서슬 퍼런 칼날이 홍주명의 배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김치수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내게 돌렸다.


김치수의 눈빛이 음흉하게 물들고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씰룩거리는 광대는 그가 지금 상황을 상당히 흡족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크크큭···.”


김치수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 퍼지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쿵쾅. 쿵쾅.


“윽···.”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주환성을 덮쳐왔다.


쿵쾅. 쿵쾅.


“크흣···.”


주환성의 고개가 핵 뒤로 젖혀졌다. 그의 거뭇한 가슴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피, 피하십쇼! 형님!”


주환성을 둘러싸고 있던 부하들이 다급한 외쳤지만 김치수는 주환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희미하던 빛이 어느새 금방이라도 터질 듯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이게···.”

“형님!!!”



“으아아아아아!”


구오오오오오.

퍼어엉!



***



타다다다닥.

타다다다닥.

탁.


분노가 담긴 타자질을 끝내고 잠시 망설였다.


“제목을 어떻게 하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려면 어그로를 끌 필요가 있었다.


[명XX 하사의 실체]


“흠···. 너무 마녀사냥인가?”


[최 병장의 억울한 죽음. feat.부활맨]


“아니야···, 주작 같잖아.”


잠시 고민하던 나는 깔끔하게 사실만을 담은 제목을 작성하고 업로드 버튼에 커서를 올려뒀다.


사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제대로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딸깍.


[파주시 제X대대 총기 사망사고의 전말]


“흐흐···, 명일호. 넌 이제 끝났어.”









띵동- 띵동-.


“으···.”


띵동- 띵동-.


“아···, 흠···. 누구야···.”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니 겨우 아침 여섯 시였다.


쿵쿵쿵.


“최무강!”


헛. 크게 부르는 목소리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띠리리링. 철컥.


“형? 여긴···? 이 시간에 왜?”


염기태였다.

내 얼굴을 확인한 그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이내 눈썹을 찌푸렸다.


“전화는 왜 안 받아?”


그는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비행 모드로 해놔서요. 무슨 일이에요?”


혹시 새벽 내내 명일호가 전화할까 봐 비행 모드로 켜둔 게 생각났다.


“사고를 쳐놓고 연락이 안 되면···, 으휴. 됐다. 물 좀 줘.”


물 한 컵을 벌컥 마신 그가 가느다랗게 나를 쳐다봤다.


“왜, 왜요?”

“흐음. 원래 그래? 강준수랑 다녀서 그런 거야?”

“뭐가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안 좋은 말인 건 알 것 같았다.


“대책 없이 일 저지르는 거.”

“음···.”


특별히 사고를 쳤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염기태의 표정에 말을 잘 골라야만 할 것 같았다. 어쨌든 곧 직장 상사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대책 있었습니다.”


나의 또박또박한 대답에도 콧방귀를 뀐 염기태의 얼굴에 나를 업신여기는 표정이 스쳐갔다.


“밖에 벌써 사람 붙어있던데? 알고는 있고?”

“사람이요?”

“명성에서 벌써 움직였어.”

“뭘요? 왜요?”


염기태는 대답 대신 TV를 켰다.

마침 나오는 6시 뉴스에서는 새벽에 올린 내 영상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시작하고 있었다.


- 간밤에 SNS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뉴스입니다. ‘[파주시 XX대대 총사 사고의 전말]’이라는 제목의 음성파일이 익명게시판에 올라왔는데요. 지난주 총기 사고로 죽은 최 모 병장. 기억하시죠? 당시의 상황이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박 기자?

- 네, 다들 깜짝 놀라셨죠?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XX부대의 내부 관계자에게 확인 결과 최 모 병장이 살아있다고 합니다. 나흘 전 부대에서 목격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고 합니다.

- 살아있다고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 아직까지 XX부대는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SNS에 올라온 게시글은 현재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내린 상태입니다. 불법 녹음파일 유포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명목인데요, 내리기 전까지는 조회 수가 20만을 넘긴 상태였습니다.


“내렸다고?”


흐뭇하게 뉴스를 보고 있다가 내렸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그냥 둘 줄 알았냐?”


염기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 댓글 내용도 상당했다고 하는데···?

- 네, 녹음에 나오는 ‘명 하사’가 일방적으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실명을 공개하라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간혹 최 모 병장의 폭력은 명백한 하극상이란 댓글도 있었고요.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명 하사’가 명성그룹의 3세라는 추측성 댓글이었습니다.

- 이전 기사에서 ‘명 하사’는 언급되지 않았었죠?

- 네, 이에 대해 명성그룹은 아직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역시 대한민국. 인터넷 강국.’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뉴스를 키워줬다. 대번에 명성그룹까지 끌어내줄 줄은 몰랐지만.


입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입술만 씰룩이고 있었다.


“이제 좀 실감 나?”


낮게 한숨을 뱉고 나를 돌아본 염기태가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차 싶었다.


염기태는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더 깊은 한숨을 뱉었다.


‘강준수보다 더 한 게 나타났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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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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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0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7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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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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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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