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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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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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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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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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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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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 행복흥신소(3)

DUMMY

낙원동 다원 전통 찻집.


특수능력센터로 바로 돌아가 조사 면담을 해야 했지만 에블린의 뜬금없는 제안에 찻집으로 들어왔다.


찻집 안은 한적했다.

최근 폭발로 인해 손님이라곤 이들밖에 없었다.


네 사람은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아 가지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팔짱을 낀 채 앉아있는 함미화의 얼굴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에블린의 방법은 먹혔다.


조사 내내 ‘기억나지 않는다’고만했던 주환성이 폭주한 상황에 대해 천천히 입을 열었고, 지금 막 그 이야기를 끝마친 참이다.


탁.


흥분을 참지 못한 함미화가 저도 모르게 테이블 위로 던지듯 손을 올렸다.


좌식 테이블 위 찻잔의 물이 넘실거렸다.


“미친 새끼들···.”


함미화가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욕을 내뱉었다. 옆에 앉은 염기태 또한 구겨진 미간이 펴지지 않고 있었다. 에블린은 벌어진 입을 겨우 다물고 입술을 깨물었다.


다들 침통한 가운데 오히려 주환성의 표정은 덤덤했다.


있었던 일들을 뒤죽박죽 쏟아내자 멋대로 날뛰던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제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 누군가가 안타까워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했다.


그동안 주환성의 삶에 있었던 어른들이라고 해봤자 김치수와 그의 부하들뿐이었으니.


“저···, 감옥 가게 되나요?”

“흐음···.”


에블린의 깨물어진 입을 비집고 탄식하는 숨이 새어 나왔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린채 이마를 문지르던 염기태가 손을 멈추고 주환성을 지그시 바라봤다.


“김치수란 사람···, 하. 그 새끼가 수정을 거래한다고?”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배알이 뒤틀린 염기태가 잠시 말을 멈칫하고는 이어 말했다.


“···네. 최근에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요.”

“수정을 사간다는 사람은 누군지 알고?”

“아니요, 워낙 의심이 많아서 그런 건 혼자 해요.”


‘수정을 거래한다···.’


살아있는 능력자에게서 수정을 빼앗는 김치수도 심히 거슬렸지만 수정이 거래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더 화가 치밀었다.


슬며시 옆자리의 함미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조사팀에서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이 된 것이다.


“김치수가 일하는 곳이 어디라고 했죠?”

“···행복흥신소요. 여기서 가까워요.”


‘행복흥신소’란 말에 염기태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들을 때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긴 누군가는 행복하겠네···.’


지이잉. 지이잉.


진동소리에 휴대폰으로 눈을 돌린 염기태가 화들짝 놀라며 손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속보, 망원동 아파트 폭발. 또다시 폭주능력자?]


‘뭐···?’


사진 속 까만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치고 있는 아파트가 눈에 익었다.


함께 게시된 동영상을 클릭했다.


- 망원동 소재 15층 아파트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폭발은 7층에서 일어났고요···.


동영상을 멈춘 염기태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상대편에서 받지 않는지 인상을 구기며 ‘젠장’을 연발했다.


에블린이 굳은 낯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염기태를 붙잡았다.


“왜? 뭔데?”

“여기···. 아무래도 무강이 집 같아.”


다시 틀어진 동영상에서 아나운서가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 ···9층의 주민이 연기에 놀라 첫 신고가 이뤄졌습니다. 같은 세대에 살던 주민 한 명이 2도 화상을 입고 긴급 구조되었고 다른 주민들은 무사히 대피했습니다. 하지만 화재의 영향으로 아파트가 정전되며 엘리베이터엔 현재 주민 5명이 갇혀있습니다. 폭주능력자로 오인한 신고가 몇 건 있었지만 소방당국은 도시가스 폭발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뭐?”


에블린도 휴대폰을 들어 최무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금 고객님의 사정으로 전화를···.


“하···, 뭐야? 염기태. 진짜야? 다시 잘 봐봐.”


눈썰미가 좋은 염기태가 틀렸을 리는 없겠지만 이번만큼은 틀렸길 바랐다.


“일단 난 집으로 가볼게. 이제 지원 없어도 되겠죠?”


주환성을 한번 훑어본 함미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염기태는 곧바로 찻집을 나갔다.


“흐음···, 저희도 일단 센터로 돌아가죠.”


함미화의 말에 에블린과 주환성도 찻집을 나섰다. 에블린이 불안한 얼굴로 연신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 하길 반복하자 함미화가 조심스레 물었다.


“최무강이···, 그 애지?”

“네···. 왜 자꾸 걔한테 그런 일이 생기는 건지···.”


큰길을 향해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던 중 갑자기 앞서가던 함미화가 걸음을 멈췄다. 뒤따르던 에블린은 휴대폰을 보다가 그녀의 등에 이마를 살짝 부딪혔다.


“왜···.”


함미화가 뒤에 따라오는 에블린과 주환성을 보호하듯 한쪽 팔을 뒤로 감쌌다. 그녀는 시선을 정면을 주시한 채 다른 한 손으로 수신기를 꺼내 들었다.


수신기를 누르는 손동작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에블린이 재빨리 주환성을 돌아봤다. 작게 입모양으로 그를 진정시키고 눈을 살짝 휘어 보였다.


‘괜찮아.’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와 함께 골목 입구에 어두운 인영들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



“이번엔 왜 이렇게 빨리 나오셨습니까?”


예정보다 빨리 온 국정원 탓에 표미진과의 면담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못마땅함이 가득한 말에 서류를 들고 있던 남자가 거슬린다는 듯 가늘게 뜬 눈으로 강준수를 바라봤다.


“문제 있습니까?”

“그건 아니고···, 별일이라 좀 궁금해서요?”


대답 없는 남자에게 능청스레 목을 스트레칭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되물았다.


“아니, 내일 온다고 안 했습니까?”

“하아-, 빨리 처리를 해도 욕을 먹는군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짜증 섞인 한숨을 뱉은 남자는 훑어보던 서류에 서명을 했다. 강준수도 들고 있던 서류에 서명을 한 뒤 주고받으며 유심히 그의 표정을 살폈다.


‘무슨 생각이지···?’


이윽고 구속복을 입은 표미진이 방에서 나왔다. 강준수를 향해 치켜뜬 눈에는 여전히 독기가 어려 있었다.


“쯧,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너도 참 고생이겠다.”

“난! 진짜 모르는···. 합.”


강준수의 비아냥에 뭔가 말을 하려던 표미진의 입이 ‘합’하고 다물어졌다. 제 의지로 다물린 게 아닌 듯 표미진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쓸데없는 소리 마시죠.”


표미진을 인계받은 국정원 소속의 남자는 강준수에게 못마땅한 눈빛을 보내고는 바로 뒤돌아섰다. 점점 멀어지는 둘의 모습을 강준수는 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쓰읍···. 분명 뭐가 있는데···.”


제턱을 쥐어잡은 강준수는 찝찝한 마음이 영 가시질 않았다.


지이잉. 지이잉.


답답한 마음에 머리만 긁적이다 진동음에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제길!”



*** 



“아저씨.”


찰싹.


“아저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찰싹.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라는 의대생의 말에 피가 가장 적게 묻은 이마를 쳐봤지만 도무지 정신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누워있던 철제 테이블에 뱁새눈을 눕히고 의대생이 떨어트린 쇠사슬로 몸을 묶었다.


한쪽에 벗겨진 내 옷가지들이 보였다. 주머니를 뒤졌지만 역시나 휴대폰은 없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여전히 얼어있는 의대생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요, 핸드폰 있어요?”

“아, 네···. 여기.”


끼이익.

콰당.


건네받은 휴대폰을 들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데 계단 위쪽에서 요란한 문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쿵. 쿵. 쿵. 쿵.


“큰 형님이 지금 이쪽으로···.”


묵직한 소리를 울리며 계단을 내려온 육중한 남자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멈칫했다. 휘둥그레진 눈이 쇠사슬에 묶인 뱁새눈을 보더니 이내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이 썅! 뭔···, 커헙.”


고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그가 뭐라 더 내뱉기 전 손날로 그의 울대를 강하게 찍어쳤다. 시뻘게진 얼굴로 목을 움켜쥐며 켁켁거리는 남자의 관자놀이에 냅다 주먹을 꽂아 넣었다.


“끄르···윽.”


쿠웅.


“후우···, 후우···.”


긴장된 숨을 고른 뒤 휴대폰을 집어 다시 112를 눌렀다.


“제가 납치를 당해서요···. 여기가 어디냐면···.”


정신을 잃은 채 끌려와 어디인지 몰랐다. 저 양반 상태로는 물어보기 좀 그렇고···.


“위치 추적 안 돼요? 네, 얼른 와 주세요. 무서워요.”


타다다닥.


“저, 잠깐만요!”


신고를 끝내고 계단을 오르는데 의대생이 나를 불러 세웠다. 뒷걸음으로 계단을 몇 개 내려가자 그 상태 그대로 서있는 의대생이 보였다.


“왜요?”

“그냥 가시게요?”

“그럼요?”

“신고했잖아요···, 경찰들이 오면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긴 했지만, 아니 일단 도망쳐야 할 것 아닌가? 납치당한 사람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도 이상한데.


“전 무서워서 여기 더 못 있겠어요. 도망칠래요.”

“···네?”


의대생의 시선이 철제 테이블 위의 피떡이 된 뱁새눈과 바닥에 눈이 까뒤집힌 채 고꾸라진 육중한 사내를 훑었다.


“음···. 사람들이 더 올지도 모르잖아요···.”

“···네.”

“그쪽은 여기 있어도 안전한 거예요? 같이 나가요.”

“···사정이 있어서요.”


멋쩍은 웃음을 띠려는 듯 광대가 살짝 올라갔지만 여전히 겁을 먹은 채였다. 사정이 있다고 하니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무언가 할 말이 남은 것처럼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부러 천천히 계단을 올랐지만 끝내 더 이상 잡지 않았다.


끼이이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을 살피니 다행히 남은 무리는 없었다. 서둘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도대체 어디야?



***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어.”

- 형님, 주환성이 이동합니다.

“아직도 파인더랑 있어?”

- 남자 한 명은 먼저 갔고, 지금 여자 둘 있어요.

“흐음···, 우리 애들 바로 모을 수 있는 게 몇이야?”

- 예? 그, 그게···.

“너 말고 새끼야.”


조수석의 남자가 급히 휴대폰을 확인한 후 고개를 돌렸다.


“지금 바로는 10명 조금 안 됩니다.”


김치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정 부장한테 위치 바로 보내.”

- 넵.


전화를 끊은 김치수가 조수석을 향해 손을 뻗어 까딱했다. 그새 무언가를 알아챈 정 부장이 준비해둔 케이스를 건넸다.


“내가···, 내 물건 쉽게 안 뺏기지···. 클클클.”


김치수는 받아든 케이스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으며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덜컥.


금세 도착한 곳에 김치수의 부하가 나와 있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어디야?”

“저쪽 골목 입구 막아뒀습니다.”


성큼. 성큼.


평소답지 않게 걸음을 서둘렀다. 이윽고 골목 입구를 막아선 무리들이 보이자 걸음 속도를 조절했다.


저벅. 저벅.


“오셨습니까, 형님.”

“쉬···.”


다갑이 합창하려는 듯한 자세에 인상을 구긴 김치수가 서둘러 손을 휘저었다.


‘꼴통 같은 새끼들, 소문낼 일 있나···.’


골목 입구를 에워싼 무리들이 길을 빗겨 서고 김치수는 그 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좁은 골목 안쪽으로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노려보는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일렬로 서있는 바람에 주환성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꼭 붙어있는 그들에게 조금씩 다가가자 끝쪽으로 주환성의 모습이 슬쩍 보였다.


“클클···.”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 김치수는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한 채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환성아···, 클클클.”


흠칫.


주환성의 귀에 다신 듣고 싶지 않았던 웃음소리가 박히듯 들려왔다. 그의 몸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우리 인연이 질기긴 한 가보다.”


그리고 함미화와 에블린은 지금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이 남자가 주환성이 말한 ‘김치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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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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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2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1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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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8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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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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