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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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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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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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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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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DUMMY

아연한 표정의 조대영의 얼굴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꼴이 왜 그러냐?”


남도하를 만나러 간다던 염기태와 강준수가 얼굴과 몸 여기저기 가느다란 상처를 가득 달고 복귀했다.


그의 책상 앞에 선 두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바짝 마른 입술만 깨물었다.


“남도하 만나고 오랬더니, 싸우기라도 했어?”

“아니요.”

“그럼 뭔데?”


또다시 둘이 우물쭈물 거리자 조대영의 손이 책상을 더듬었다.


“아 부장님 쫌!”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 강준수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지난번 큐브 투척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큐브는 강준수가 끙끙 거리며 겨우 들어야 할 만큼 무게가 실려있었다. 어떻게 부하에게 그런 무기를 던질 수 있었는지···.


그 생각을 하자 강준수는 악마 같은 조대영의 모습에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복귀 중에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무슨 지원?”

“몬스터 포획이요.”


가늘게 뜬 눈이 그들의 꾀죄죄한 모습을 꼼꼼히 훑어내렸다. 한쪽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A급?”

“······.”

“B급?”

“······.”

“설마하니···, C급한테 그 꼴이 된 건 아닐 거 아니야?”


조대영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C그으읍?!”

“그···, 은하수 부장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염기태의 말에 얼마 전 긴급회의에서 몬스터들의 행태 변화에 대해 얘기한 은하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도 특수능력센터에서 나름 이름값하고 있다는 두 사람이 고작 C급 몬스터 따위에 저 꼴이 되었다니···.


조대영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그래서 지금, C급한테 당했다고?”

“당한 건 아니고···, 잠깐 방심을···.”


강준수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괴성을 지르는 쥬르칸을 발견했을 때, 이미 흥분이 막바지에 달아있었다. 바늘처럼 날카롭게 빳빳해진 털이 방어태세를 갖출 새도 없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이상한 점은?”


깍지를 낀 손에 턱을 괸 조대영이 눈을 지그시 감고 나오는 한숨을 애써 삼키며 물었다.


“그동안 쥬르칸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던 공격 패턴이었습니다. 흥분한 상태에서 털을 세우거나, 그 상태로 돌진하는 경우는 기존에도 사례가 있었는데. 산에서 발견한 쥬르칸은 방어 공격이 아닌 직접 공격을 시도했어요.”

“직접 공격?”


염기태의 설명에 날카로운 눈매가 떠졌다.


“네. 털을···, 날렸습니다.”


조대영이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지금 쥬르칸 털에···. 하아···, 아니다.”


조대영은 울컥 올라오는 화를 꾹 누르며 손을 휘휘 저었다.


“부장님, 그냥 털이 아니라···, 으큭.”


염기태가 짧고 강하게 강준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일단 연구팀에 넘겼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남도하는 어떻게 됐지?”



***



키이이이이.

키이이이.


“흐으···. 심멎.”


쥬르칸을 바라보는 에블린의 파란 눈동자는 어느새 하트 모양 되었다. 케이지 안에서 앙칼지게 경계하는 모습도 마냥 귀여운 모양이다.


에블린이 쥬르칸에게 푹 빠져있는 동안 연구실 내부를 둘러봤다.


몬스터 연구실.

특수능력센터에서 가장 궁금했던 곳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TV에서 보던 여느 연구실과 비슷했다. 쇠로 된 케이지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 외엔.


키르륵.

키르르르륵.


쉬지 않고 울어대는 쥬르칸은 강준수와 염기태가 잡아온 C급 몬스터였다.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수술실로 들어간 쥬르칸의 새끼.


“크크크, 쪼끄만 게 성격 있구나?”


에블린이 턱을 괴고 바라보는 케이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철컹. 철컹.


조그만 몸이 케이지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몸을 부딪쳤다.


“인터넷에서 몇 번 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작네요?”

“아직 애기니까. 어미가 수술이 잘돼야 할 텐데···.”

“많이 다쳤어요?”

“응. 아빠 쥬르칸한테 물린 것 같대.”

“···몬스터들도 새끼를 낳는구나.”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를 사실이 조금은 충격이었다.


“모든 몬스터가 그런 것 같진 않고, 쥬르칸이 특히 그런 것 같아. 발견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개체 수가 많이 늘었어.”


에블린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하며 새끼 쥬르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몬스터에 대해선 잘 알려진 게 없기에 에블린의 설명을 들으며 나도 새끼 쥬르칸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인간들하고도 가장 친화적이고. 쮸쮸쮸.”


에블린 말대로 어느새 새끼 쥬르칸의 몸부림이 잦아들어있었다.


엄마, 아빠를 잃고 낯선 곳에 잡혀와 잔뜩 웅크린 모습은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 다 나지도 않은 작은 이를 드러내는 가소로운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크큭. 귀엽네요.”

“그치? 안 귀여운데가 없어.”

“눈이 하나라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눈동자 색도 되게···.”


보면 볼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눈동자였다. 청명한 밤하늘 색의 눈동자에 무수히 많은 황금색 별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치, 나보다 무강이 네가 더 흠뻑 빠졌는데?”

“하하하, 원래 동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문득 지난번 염기태에게 듣지 못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누나, 이렇게 잡아온 몬스터들은 어떻게 돼요?”


말실수를 한 걸까?


내내 벙글거리던 에블린의 얼굴이 일순 어둡게 내려앉았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바르작 거리던 입술이 힘겹게 떨어졌다.


“사람을 공격한 몬스터는 바로 소각돼. 주민들 민원신고로 잡혀온 애들은 보호소로 보내고···.”


말끝을 흐린 에블린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말하기 힘든 듯 일그러진 얼굴로 깊게 탄식을 내뱉었다.


“흠···. 말이 보호소지···, 금방 연구소로 보내져. 운이 좋으면 살고, 아니면···.”


저 말 끝에 무슨 말이 나올지는 표정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입을 한 대 치고 싶었다.


“죄송해요···. 괜히 물어봐서···.”

“아니야···.”


드르르륵.


난감함에 어쩔 줄 모르는 차에 강준수와 염기태가 구세주처럼 들어왔다.


“오래 기다렸지?”


아까 잠깐 봤을 때도 느꼈지만 여기저기 난 상처가 꽤 많이 보였다.


“형 많이 다쳤어요?”

“아니 보이기만 이래. 다 얕게 스친 정도야.”


강준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천천히 케이지 안의 새끼 쥬르칸에게 고개가 돌아갔다. 여전히 큰 눈을 끔뻑이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얼른 가자. 범진이 또 삐질라.”

“형, 저 며칠은 여기 빈 회복실에서 자려구요. 부장님께 허락도 받았어요.”

“뭐? 왜?”


매일 아침 6시까지 오려면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조대영 부장의 특별훈련 얘기에 염기태와 강준수의 입가에는 한동안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



다음 날.


또다시 소집된 긴급회의.


모여앉은 모두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특히 제일 끝자리의 조대영은 모여있는 그 누구보다도 불쾌함이 역력했다.


벌컥.


남인철의 등장에 몇몇이 엉덩이를 떼자 남인철은 손을 저으며 만류했다.


“앉지.”


냉랭한 분위기는 싸늘함이 한층 더해졌다.


“어떻게 된 건가?”

“국정원에서 이송해 간 표미진이 어제 오후 4시경 도주했습니다.”


남인철의 날카로운 눈빛이 조대영을 향했다.


“지금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예민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조대영은 책상 아래 둔 주먹을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이동 경로와 상관없는 곳에서 이송차량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차 안에서 요원 세 명 모두 사망, 사인은 독살입니다. 표미진은 이미 도주한 후였습니다.”


남인철은 조대영의 보고를 받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표미진의 서류를 훑어봤다.


“이때 놓친 능력자는 그 후 어떻게 됐지? 그가 조력했을 가능성은?”

“···그 후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서류를 내려놓은 남인철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동안 1부에 일이 너무 몰렸나?”

“아닙니다.”


남인철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제 목을 주무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흠···. 아직 발표는 안 났지만 어제 인사위원회에서 홍근식 부장의 조기 복귀가 결정 났네.”


우드드득.


조대영은 턱 근육이 불끈 튀어나올 정도로 이를 악 물었다. 튀어나올 뻔한 욕을 가까스로 삼켰다.


“국정원에서 표미진 추적 지원 요청이 왔어. 이번 건은 3부에 맡기도록 하지.”

“이사님···!”


조대영 답지 않게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뭔가?”

“홍근식 부장의 조기 복귀 사유가 뭡니까?”

“그건 인사위에서 결장한 사안인데···, 월권이라도 하려는 건가?”

“홍근식 부장인 무슨 짓을···.”


옆에 앉은 은하수가 조대영의 허벅지를 꾸욱 눌렀다. 더 이상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듯 작게 도리질을 쳤다.


남인철은 그런 모습을 모른 채 하며 조대영을 끝까지 바라봤다.

숨을 깊게 내쉰 조대영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흠. 됐네. 어제 포획한 몬스터는? 새로운 게 있나?”


몬스터 연구부 장한주 부장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뭐지?”


장한주가 흰 가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실드캡?”


수정을 보관하는 안전 유리관이었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말을 더듬으며 실드캡을 가리켰다.


“자, 자세히 보셔야 보입니다.”


그의 말에 회의실 모두가 고개를 쭈욱 내밀어 실드캡을 쳐다봤다.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몇몇의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저건···, 설마 수정조각이예요?”


은하수의 말에 남인철은 다급히 실드캡을 들어 올렸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호오···.’


실드캡 안에 쌀알만 한 수정조각을 본 남인철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이게···, 몬스터에게서 나왔다는 말인가?”

“네···. 다만 심장이 아닌 뇌에서 나왔습니다.”

“흐음, 어떻게 이런 일이···.”


남인철의 얼굴엔 당혹감과 호기심이 짙게 드러났다. 그의 모습과는 반대로 몇몇의 얼굴은 불안함이 스쳐졌다.


“몬스터들도 능력이 발현된다는 건가···?”


남인철은 주변의 시선은 상관없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수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



철컥.


자박. 자박.


“도하야.”


남인철은 집으로 오자마자 2층까지 울릴 정도로 애타게 제 아들 남도하를 불렀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서둘러 나무계단 벽면의 책장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책장에 손을 대려는데 책장이 먼저 스르르 옆으로 밀렸다. 제 앞에 서있는 남도하가 물끄러미 남인철을 내려다봤다. 표정 없는 얼굴이 제 아들인지 루베인 인지 알 수가 없었다.


“특능센터에서 왔다 갔어.”


‘루베인···’


남인철은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누구?”

“강준수, 염기태.”


남인철은 놀란 기색도 없이 제 목을 주물렀다.


“도대체 애새끼들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상사 아들한테 불쑥 찾아 와?”

“···그러니까 몬스터로 사람 죽이는 짓, 당분간 멈추라고 했잖나.”


남인철의 말에 그의 한쪽 입꼬리가 확 당겨졌다.

불길함을 느낀 남인철은 재빨리 고개를 틀었지만 루베인의 손끝이 턱 끝을 잡고 올렸다.


코앞에 제 아들의 얼굴이 보였다. 이미 변해버린 싸늘한 눈빛이 저를 깔아보고 있었지만 아들의 얼굴은 남인철의 심장을 아직도 저릿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 내가 제대로 일러두마.”

“···큭. 그래요 아버지.”


남도하는 쿡쿡 웃으며 남인철을 지나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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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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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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