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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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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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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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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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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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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화 - 부활

DUMMY

‘추, 춥다···. 추운데 뜨거워.’


살갗에 닿는 차가운 느낌과는 반대로 온몸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내장이 다 녹아내리고 뼈 마디마디가 분절되는 듯한 느낌. 느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끔찍하게도 고통스러웠다.


참을 수 없는 아픔에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팔도 다 펴지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웅크렸다 펴길 반복하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고통이 조금씩 잦아드는가 싶더니 이내 또 다른 느낌이 숨통을 막히게 했다. 몸속 구석구석의 핏줄들이 제 존재를 생생하게 드러내며 온몸의 피가 노도처럼 강렬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빠르게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 그만! 으아아아악!”


“허억. 헉. 헉.”


뜨거운 숨이 기다렸다는 듯 목을 타고 토해졌다.


천천히 눈이 떠졌다.

깜깜하다.


딱딱딱···.


끔찍한 고통이 지나가서인지 이곳이 추워서 인지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어두운 공간에 울리고 있었다.


철컥. 달그르르륵.


갑자기 환한 불빛이 들어왔다. 아니, 불빛이 있는 곳으로 내가 쑤욱 끌려 나갔다. 쨍한 빛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고 빛의 압박에 눈이 찡그려졌다.


따듯한 온기가 감돌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와···, 설마 했는데···, 진짜네?”


게슴츠레하게 눈을 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옅은 갈색 머리의 남자와 옆에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투블럭 컷의 남자가 나를 신기한 듯 내려 보고 있었다.


“여긴···?”

“영안실.”


‘영안실이라고?’


서둘러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조금 전까지 죽일 듯이 제 몸을 집어삼키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오히려 온몸의 감각들이 하나하나 강하게 꿈틀대는 것 같았다.


눈앞에 내가 들어가 있었을 캄캄한 냉장고 안이 보였다.

번뜩 내게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하···. 명 하사, 개새끼가···.’


재빨리 고개를 숙여 몸을 더듬었다. 멀쩡했다.


‘분명 총에 맞았는데?’


손으로 가슴을 문질러 봤지만 총알 자국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단지···, 낯선 질감의 탄탄한 근육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투블럭 컷의 남자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느끼하게 웃으며.


“근데, 누구···세요?”


내 말에 웃고 있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실망감이 역력한 얼굴로 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 기억 안 나?”


그 표정에 왠지 미안해진 나는 기억을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바쁘게 눈동자를 굴리고 있자 반대쪽에 서있던 연갈색 머리의 남자가 명함을 건네줬다.


[특수능력센터]

[파인더 염기태]


덜컹.


트레이에서 재빨리 내려와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들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능력자야?”

“워, 진정해.”


그는 양손을 가슴 앞에 들고 적이 아니라는 표시를 하면서도 어쩐지 내 시선을 회피했다.


“닥치고 대답해!”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겁이 없네?”


휘청.


“어···엇!”

“최무강!”


순간 세상이 빙빙 돌았다. 시야가 멀어지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의식이 몽롱해진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나는 누군가에 의해 목덜미를 붙잡혔다.


염기태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야···. 잡을 거면 좀 제대로 잡아 주지···.”

“이 정도 거리가 딱 좋아.”


투블럭 컷의 남자, 강준수가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말했다. 뒷덜미를 잡힌 채 정신을 잃은 최무강의 모습에 염기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웃지만 말고, 빨리 어떻게 해봐.”


강준수의 난감한 표정에 염기태가 웃음을 참으며 땅에 떨어진 하얀 천을 주웠다. 나신 상태인 최무강의 몸을 누에고치처럼 대충 휘감았다. 그제야 강준수가 최무강을 들쳐매고 영안실 밖으로 나갔다.



***



바둑판 모양의 천장이 보였다.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푸른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정신이 드니?”


연한 붉은 갈색 머리를 틀어 올린 그녀는 걱정스러움 반, 흥미로움 반을 담은 익살스러운 표정이었다. 푸른 눈동자를 껌뻑이며 나를 들여다보는 얼굴이 어딘지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둘러봤지만 낯선 공간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여긴 어디예요?”


날이 선 내 물음에도 그녀는 눈을 휘며 웃었다.


“난 에블린이야. 여긴 특능센터 회복실이고.”

“특능센터···요?”

“어제 영안실에서 갑자기 기절했다던데, 기억나?”


아···.

그대로 정신을 잃었구나···.


“거기 그대로 둘 수 없어서 일단 이리로 데려왔어. 괜찮지?”


또다시 냉장고에서 깨어난 것보다야 나았지만.

특수능력센터···. 능력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집에 가도 돼요?”


에블린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을 열었다.


“안 궁금해?”

“뭐가요?”

“네 능력.”

“···능력이요?”


그래. 그러고 보니 여기로 데려왔다는 건···.


“저 능력 발현된 거예요?”

“응, 그것도 아주 특별해!”


대단한 걸 발견한 것 마냥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맞추기를 기대하며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가 결국 못 참겠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부활했어, 너.”

“···네?”


욱신.


심장이 아려왔다.


‘부활···?’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올라오는 이 감정이 분노인지, 기쁨인지, 허탈감인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메마른 목에서 버석한 목소리가 나왔다.


“···가보겠습니다.”


황급히 문을 향해 나가려는데 들어오는 남자와 마주쳤다. 나를 보며 느끼하게 웃던 남자.


“일어났네?”


활짝 웃는 그의 인사를 무시하고 열린 문으로 재빨리 뛰어나갔다.

이런 얼굴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딘지도 모를 길게 나있는 복도를 무작정 뛰었다.


사라지는 최무강을 본 강준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멀뚱히 서있는 에블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 쓸데없는 소리 한 건 아니지?”

“능력 발현됐다고만 했는데? 부활이라고?”


에블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강준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서둘러 최무강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최무강의 표정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무강은 복잡한 건물을 뛰쳐나와 발길이 닿는 대로 뛰고 있었다. 눈가의 눈물은 맺히자마자 바람에 날려갔다.


‘부활···?’

‘내가···, 죽었어야 알 수 있었다고?’


한때는 간절히 바랬었던 능력이 고작 이런 거였다니.

이깟 능력 때문에···.


얼마나 달렸을까?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몸이 멈춰졌다.


“하악, 하악···.”


잠시 올라온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있을 때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와장창. 쨍그랑.


쾅!


“저 새끼 잡아!”


위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그림자가 점점 커지며 시야를 천천히 덮어오고 있었다. 몸을 살짝 틀어 피했다.


쿵.

누군가가 바닥에 착지하며 굴렀다.


“크윽!”


곧바로 시선을 올린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랑 비슷한 또래였다. 얼굴에서 온전한 곳이라곤 눈밖에 없었다. 번득이는 눈빛은 분노로 일렁였지만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다다다다닥.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이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발···!”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가 멀뚱히 서있던 나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썅! 비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내 어깨를 밀치고 한쪽 발을 절룩이며 사라지는 그를 쳐다봤다.


“넌 뭐야!”


나도 모르게 그를 뒤쫓는 무리를 막아서는 모양새가 됐다.


“저 자식이랑 한 패야?”

“아, 아니요.”


노려보는 눈빛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빗겨 섰지만 그는 이미 골목을 벗어난 후였다.


그들이 화풀이를 하듯 내게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중 한 남자가 제일 앞장 서 나오며 소리쳤다. 뱁새 같은 눈이었지만 인상을 와락 구기자 위협적으로 보였다. 내 어깨를 홱 붙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손을 잡고 꺾었다.


우드득.


“끄어억!”


그의 돼지같은 비명소리에 나도 놀라 그대로 손을 놓쳐버렸다.


덜렁.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와 함께 맥없이 덜렁거리는 그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어···? 아니, 그게 아니라.”


‘뭐지? 살짝 꺾은 건데···.’


“끄으···. 너 이 새끼···! 뭐해! 잡아!”


뒷걸음치던 등 뒤에 어느새 차가운 벽이 닿았다. 건장한 사내들이 흏흉한 기세로 성큼 다가왔다.


“거기 스톱.”


남자들의 뒤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골목 입구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왔다.


“야, 애 데리고 뭐 하는 거지?”


그 남자다. 느끼남.


팔을 부여잡은 뱁새눈의 남자가 눈썹 한쪽을 올리며 경고했다.


“상관 말고 가던 길 가라.”

“곤란한데? 여기가 내가 가던 길이거든.”

“뭐···?”


느끼남은 내가 있는 쪽까지 단걸음에 거리를 좁혀왔다. 순식간에 세 명의 남자들을 제친 그의 넓은 등판이 내 눈앞을 가렸다.


어느새 저들 뒤에 서있는 남자를 향해 몸을 돌린 그들은 이를 갈았다. 다부진 몸을 한 노란머리 남자가 먼저 소리쳤다.


“비켜! 그 새끼한테 볼 일이 있으니까.”


우둑. 우두둑.


깍지 낀 손을 쭉 펴며 스트레칭 한 느끼남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굳이 피를 봐야겠다면···”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웃고 있는 듯한 같은 목소리였다.

그때 마주 서있던 또다른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님···, 저기···.”


그가 뱁새눈의 남자를 툭툭 치며 느끼남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무언가 확인한 뱁새눈의 미간이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카악. 퉤. 재수가 없으려니까.”


뱁새눈의 남자가 느끼남을 아래위로 흘기고는 가래침을 뱉었다. 고개를 꺾어 느끼남 뒤에 서있는 나와 눈을 맞췄다.


“너, 내가 기억했다.”


그들이 떠나고도 나는 몸이 굳어있었다. 정신없이 몰아친 상황에 얼이 빠져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 느끼남은 여전히 내 옆에 서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내 표정이 퍽 난감했는지 짧은 한숨을 뱉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배는, 안고파?”


···어?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 목소리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피식 웃으며 여전히 느끼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런 얼굴이었구나···.


“이제 기억이 나?”


화색이 도는 그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가 앞장 서서 걸어갔지만 내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얼음처럼 굳어있는 나를 말없이 기다렸다. 그때처럼.


“저···, 부활했대요···. 하, 이미 알겠구나···”


투둑, 툭.


숙여진 고개에 턱에 고인 눈물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천히 다가온 그의 두꺼비 같은 손이 어깨에 올려졌다. 부드러운 토닥거림에 악물고 있던 입술이 벌어졌다.


“끄흑···.”


어린애가 울 듯 끅끅거리며 나오는 목소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제가···, 가족들을···. 흐끅.”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눈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 너 동생 안 사랑하냐?


“안 사랑한 게···,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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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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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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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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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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