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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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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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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029

작성
21.10.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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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_ 공룡의 시대! (1)

DUMMY

경쾌한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고, 동훈 선배는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그제 서야 작업실 내부가 전부 보였다.

먼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여자애였다.

그 애는 어딘가 눈에 익은 디자인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가슴어림까지 내려오며, 은은한 오렌지 빛을 띠고 있다.

머리 양쪽을 커다란 땡땡이 리본으로 묶었으며, 체구는 작은 편.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표정이 다양해서 그런지 건강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은 과한 화장을 하고 있었으며, 장난기 많은 고양이 같은 인상이 드는 여자애였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동훈 선배가 작업실에 어시 한 명 있다고 했었으니, 얘가 어시라는 애 일까?

일단은 동훈 선배가 소개해주기 전까지 입을 다물기로 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까무잡잡한 여자애였다.


“오빠, 이쪽은 누구?”


동훈 선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아아, 이쪽은 내 동아리 후배라는. 한일군, 이쪽은 내 어시.”

“아...... 안녕하세요. 동훈 선배 동아리 후배인 강한일이라고 합니다.”


나는 먼저 정신을 챙기고, 여자 분에게 인사했다.

여자애도 내게 마주 인사해왔다.


“동훈 오빠 후배면, 너도 1학년? 나도 1학년이니까, 그럼 우리 서로 말 놓을래?”

“어? 어, 너 편한 대로 해.”


대단한 붙임성이다.

내 대답을 듣고서,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왔다.


“만나서 반가워, 난 동훈 오빠 어시를 맡고 있는 서신애야. 성신여고 1학년.”


나도 그 손을 맞잡아 주었다.

진짜로 초면에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다시 그녀를 봤다.

어째 교복이 눈에 익다 싶더니만, 근처 여학교 교복이었나 보다.

나는 동훈 선배에게 아까부터 궁금하던 걸 물었다.


“그...... 선배. 죄송한데, 오늘 생일이셨어요?”

“그렇다는.”

“......”


오늘 적극적으로 작업실에 오라고 얘기하던 선배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선배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눈알을 굴리고 있는데,

서신애가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아니,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던 거야?”

“......흠, 흠.”


동훈 선배가 나무라지 말라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괜찮다는. 한일군은 우리 동아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었고, 내가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았었으니까.”

“......선배.”


내가 선배의 대인배스러운 면모에 감탄하고 있을 때, 선배가 덧붙였다.


“샬롯이나 아린에게는 이미 선물 받긴 했지만.”

“......”


아니, 샬롯 선배랑 아린이는 언제 선물까지 준 거야?

이러니까 나만 진짜 나쁜 놈 같잖아?

내가 동아리 부원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가 하고 반성하고 있는데,

동훈 선배가 테이블에 앉으며 말했다.


“그보다 일단 앉으라는. 그보다 케익부터 먹자는.”

“아, 옙.”


조금 여유가 생겨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훈 선배의 작업실은 넓지는 않지만, 깔끔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약간 카페 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다. 마치 저가형 스타벅스 느낌의?

이 공간에 은은하게 퍼져있는 아메리카노 향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테이블 위에는 하트 모양의 분홍색 케익 하나가 놓여있었다.

하트 모양의 분홍색 케이크......?


나는 살짝 의심의 눈으로 서신애를 봤다.


“오빠, 입 벌려 보세요. 제가 먹여드릴게요~”

“돼, 됐다는. 장난치지 말라는.”


부끄러워하며 사양하는 동훈 선배.

젓가락으로 케익을 선배에게 먹여주려고 하는 서신애.

서신애는 내 시선을 느끼고, 뭘 보냐는 듯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


에이, 설마. 아니겠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간단하게 생일 파티를 끝내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서신애랑 선배랑 처음 만난 일이던지, 작년 공모전 당시에 겪은 일이던지.

얘기하면서 느낀 건, 동훈 선배와 서신애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고 멋진 사람들이라는 거였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열정을 불태우며 둘이 얘기하는 모습은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나를 불태우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동훈 선배가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럼 오늘은 이만 끝내자는.”


그리고 우리는 작업실에서 나왔다.

현재 시각은 22:31.

늦다면 늦고, 빠르다면 빠른 시간이다.

나랑 신아 누나는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고, 동훈 선배는 우리를 바래다준다고 나왔다.

우리가 그렇게 성신여대 역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우웅.


마치 그런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응? 한일군, 왜 그러냐는?”

“......”


익숙한 느낌.

익숙한 분위기.

나는 과거에 이것과 같은 걸 경험한 적이 있다.


마치 공기가 무거운 지는 것 같은 느낌.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곳에는 분명히 ‘무언가’ 있다.

불붙기 직전의 점화선 같은 긴장감이 심장을 조여 왔다.

서신애가 몸을 움츠리며, 동훈 선배에게 말했다.


“동훈 오빠, 갑자기 추워진 것 같지 않아?”

“......!”


서신애도 뭔가를 느꼈나 보다.

쟤도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전에 아린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생명체는 그 공간으로 강제로 끌려가 버려.’


나는 둘에게 소리쳤다.


“빨리 이쪽으로 뛰어와요!”


파앗.


거의 내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서신애가 사라졌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동훈 선배만이라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선배도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멍 때리고 있다가는 저기에 끌려들어갈 거다.

나한테 끌려오면서, 선배는 내게 물었다.


“이, 이것도 괴담이냐는?”


아무래도 샬롯 선배랑 같이 오랫동안 일을 해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 적응도 빨랐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멀어지면서 대화를 나눴다.


“괴담이랑은 조금 다른데, 아마 알파카드 같아요.”

“알파카드?”

“네, 잠깐만요!”


동훈 선배에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서 아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르.


신호음이 두 번 정도 갔을 때,

뭔가 이상이 발생했다.

지금의 감각은 마치 폭탄의 점화선에 불이 붙어서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 같았다.

그리고......


콰앙!


마치 그런 소리가 들렸던 거 같다.

눈부신 빛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주변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장소였다.

그리고 처음 들린 건 날카로운 고음이었다.


“이, 이게 뭐야?!”


서신애는 당황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동훈 선배도 그 옆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


이곳은 초록빛 수풀이 깔려있는 무성한 우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끝도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밤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정오라도 되는 것처럼 지상에는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 X 됐다는 거다.


하늘에는 거대한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전에 봤던 비행카드 정도의 크기다.


문제는 그게 너무 많다는 것.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

아마도 저건 일반 몹 이겠지.

일반 몹이 비행카드 수준이라면, 보스 몹은 어떤 괴물 같이 존재할지 감히 상상조차 안됐다.

그 때 였다.


“저, 저기!”


서신애의 높은 고성이 들렸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키가 60cm 정도 되는 이족보행 도마뱀이 있었다.

그는 붉은 눈을 번들거리며, 서신애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골프채를 한 손으로 쥐고는 창을 던지는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E : 골프채를 잘 던질 수 있게 된다.’


“하앗!”


나는 힘차게 소리치며, 골프채를 던졌다.

로켓과 같이 발사된 골프채가 거의 직선으로 도마뱀에게 날아갔다.


후우웅- 퍽.


도마뱀에 관통한 골프채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뒤의 나무에 박혔다.

도마뱀은 마치 꼬챙이에 꽂힌 꼬치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한일군!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그와 동시에 우리 주변의 수풀들이 움직이더니, 조금 전의 도마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둘에게 소리쳤다.


“모두 도망쳐!”



* * *



우리는 간신히 도마뱀들을 따돌리고 호숫가에 도착했다.

아까부터 동훈 선배는, 저 쪽 구석에서 서신에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려는 거겠지.

‘무슨 일 생기면 소리쳐 주세요.’ 라는 말을 던지고,

나는 호숫가에서 쉬고 있는 중이다.

물을 한 모음 마시고, 간단히 세수를 하는데,

근처에서 있던 잠자리와 눈이 마주쳤다.


“......”


놈은 몸길이가 70cm 쯤은 됐는데, 몸길이가 40cm 쯤 되는 개구리를 잡아먹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잠자리는, 개구리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나무나 풀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열대우림 느낌인 것 같기는 한데. 무슨 곤충들이 이렇게 크냐?”


곤충만이 아니었다.

아까 봤던 키가 60cm가 넘고 이족 보행하는 도마뱀도 정상적인 생명체로는 보이지 않았다.


쿵. 쿵.


저 멀리서 거대한 공룡 두 마리가 머리를 부딪히며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둘 다 초식 공룡인 거 같은데 정확히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한 마리, 한 마리가 거의 20m 이상이며, 그들이 몸을 부딪힐 때 마다 지진이라도 난 듯이 땅이 흔들렸다.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점점 마음이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중 역대 급으로 위험한 고유결계에 들어온 것 같은데.

도움 받을 곳은 전무.

아니, 지켜줘야 할 사람만 두 명이다.

동훈 선배랑 신애 앞에서는 최대한 겁먹은 티를 안 냈지만, 실제로 지금 상황에 가장 절망하고 있는 건 바로 나였다.

그 때,


마치 천사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왔는데, 왜 그렇게 울상을 하고 계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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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_ 공룡의 시대! (2) 21.10.12 46 0 11쪽
» #제22화 _ 공룡의 시대! (1) 21.10.11 42 0 11쪽
21 #제21화 _ 웹툰 작가 오동훈군. 21.10.10 44 0 11쪽
20 #제20화 _ 괴담 동아리. (4) 21.10.09 42 0 11쪽
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3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2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4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3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5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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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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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2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1 0 12쪽
1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21.09.26 1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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