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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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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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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029

작성
21.10.0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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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DUMMY

돼지.

아니, 뚱뚱한 남학생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인사해왔다.


“나는 오동훈이라고 한다는. 쟤랑 같이 2학년 2반이고. 취미는 애니 보기랑 게임하기, 특기는 자전거.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생 애니는 천원돌파 그렌라간, 좋아하는 게임은 롤. 주 챔피언은 딱히 없고, 야스오, 티모, 베인 등 가리지 않고 한다는. 티어는 원래 오늘 브론즈로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보다시피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미친.”


그는 좋게 말하면 덩치가 컸고, 나쁘게 말하면 뚱뚱했다.

분명 가장 큰 사이즈의 체육복을 입고 있는데도, 옷이 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키는 180cm 정도 되어 보였고, 왼쪽 손목에는 나무로 된 염주를 차고 있었다. 검은 색 뿔테 안경이 그렇지 않아도 작은, 그의 눈을 더욱 작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오타쿠를 있는 그대로 형상화한 느낌이랄까?


“아,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인 강한일입니다.”

“안녕하세요, 1학년인 유아린이에요.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확실히 명작이죠.”


그 때 샬롯 선배가 어디선가 온 전화를 받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아, 지금 피자랑 떡볶이 배달 도착했다네. 받아올게, 놀고 있어.”

“어.”


동훈 선배는 대충 대답하고 다시 주섬주섬 컴퓨터를 켰다.

샬롯 선배가 자리를 비우고, 나랑 아린이는 테이블 한 편에 앉았다.

동훈 선배는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둔 채로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도 부장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거야?”

“예, 뭐. 샬롯 선배랑은 좀 다른 능력이긴 하지만요.”

“흠, 소-데스까.”

“......?”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린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마 일본어로 ‘그렇습니까’라고 말하신 거 같아.”

“......!”


아린이가 귀에 대고 속삭이니까,

뭔가가 척추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 했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샬롯 선배가 양손에 떡볶이와 피자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한손에는 피자, 한손에는 떡볶이를 들고 있는 샬롯 선배였다.

창과 방패를 든 기사처럼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때 동훈 선배도 모니터를 보며 소리 질렀다.


“끼요오옷! 역시 졌잖아! 내가 아이언이라니!”

“너 원래 아이언이었잖아, 한 번이라도 브론즈 가본 적은 있냐?”

“너 때문이잖아! 이 양아치 자식아!”

“뭐? 양아치 자식? 아니, 근데 이게 미쳤나!”


샬롯 선배는 내게 피자와 떡볶이를 넘기며 동훈 선배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퍽!


“윽! 윽! 정의는 악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나와 아린이 피자와 떡볶이를 테이블 위에 다 펼쳤을 때 쯤 샬롯 선배도 폭행을 멈췄다. 그리고 동훈 선배는 놀라운 속도로 뛰어와서 피자를 집어 들었다.

덩치만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속도였다.

샬롯 선배는 그런 그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여튼 이런 건 또 엄청 빠르지. 게임에서도 그렇게 빨리빨리 좀 해봐라.”

“님, 지금 나 아이언이라고 무시하는 거임?”


동훈 선배는 벌써 피자 한 조각을 뜯어서 자신의 입에 넣었다.

샬롯 선배도 옆에서 떡볶이 하나를 집어서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어, 그것도 그냥 무시하는 게 아니라, 졸라 무시하는 건데.”

“칙쇼! 자전거도 못 타는 게, 게임 좀 잘한다고 엄청 유세떠네! 게임 잘하니까 좋음? 응~ 다음 방구석 폐인~ 키보드 워리어 납셨죠?”

“뭐? 이 돼지가 지금 뭐라고 했냐!”


둘이서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아린이는 그런 그들을 보며 웃었다.


“선배들이 사이가 좋으시네.”

“...... 사이가 좋다고 하기엔, 주먹이 오가는 데. 이거 말려야 하지 않을까?”


여자애에게 진심으로 주먹을 날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

게다가 진심으로 싸우면서도 두들겨 맞기만 하는 사람도 처음 봤다. 동훈 선배가 둔한 편인 것도 맞지만, 언 듯 보기에도 샬롯 선배의 운동신경은 보통이 아니었다.

하긴 피에로 같은 괴물들도 학살하시던 분인데.


“동훈아, 앞으로는 누나한테 까불지 마라? 혼난다?”

“크으...... 오늘은 새 부원들을 봐서, 여기까지만 하자는. 내가 봐주겠다는.”


샬롯 선배는 그렇게 말하면서 동훈 선배의 등을 툭툭 치고는 놔줬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도 많이 먹어.”

“선배, 근데 진짜로 동아리 활동 보고서를 대충 써서 내도 돼요?”


나는 어제 물어봤던 걸 다시 물었다.

우리 학교는 매일 동아리 시간을 2시간씩이나 줄만큼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는 진심인 학교다. 근데 그렇게 성의 없는 보고서를 그냥 묵인해준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동훈 선배가 피자 한 조각을 다 먹고, 새로운 조각을 뜯어내며 말했다.


“아마 교장 샘이 힘 써주신 거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는. 아무래도 손녀가 있는 동아리니까?”

“어이, 돼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피자나 드시지?”

“음~ 고르곤졸라 피자 졸라 맛있당!”

“......지금 개그한거? 졸라 쳐 맞고 싶냐?”


둘이서 또 투닥거리고 있을 때, 내가 샬롯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진짜 교장 선생님 손녀예요?”

“아, 가능하면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또 이게 이렇게 알려지네.”

“지랄. 학기 초부터 교실에서 그렇게 떠들어 놓고선.”

“...... 뒤지실?”

“......”


동훈 선배는 샬롯 선배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샬롯 선배가 입을 열었다.


“내 아버지가 할아버지. 그러니까,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고, 회사에서 미국으로 파견 나간 동안 어머니를 만나셨어. 그래서 난 어렸을 때는 미국에서 살았었고, 한국에서 산지는...... 이제 4년쯤 됐나?”


샬롯 선배는 간단히 말하고는 다시 떡볶이 먹기에 집중했다.

한국에서 4년 밖에 안살은 것 치고는 한국말을 엄청 잘하시는 것 같은데.

발음이나 표현들을 들어봐도 거의 원어민 수준이다.

묵묵히 피자를 먹고 있던 동훈 선배가 말했다.


“부장, 어제 내가 조사했던 거 있잖아. 2학년 3반 얘들 4명이 실종된 거.”

“응, 어디까지 조사됐어?”


동훈 선배는 안경을 쓸어 올렸다.


“지난 주말에, 걔들은 재개발 예정 지역의 아무도 안사는 빌라에 담력체험 하러 갔었다 함. 그리고 지금까지 집에도 안 들어오고, 연락도 없고.”


샬롯 선배는 손으로 턱을 괴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확실히 뭔가 냄새가 나는데?”

“그치? 그 빌라에 대해서도 조사해봤는데, 이상한 소문이 너무 많더라고. 연쇄 살인이 벌어졌었다느니, 매년 몇 명씩 실종이 됐다느니.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음.”


샬롯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학교 끝나고 한 번 가보긴 해야겠네.”

“그럴 거 같아서, 빌라 위치랑 자세한 정보들은 카톡으로 보내둠.”

“캬, 역시~ 우리 동훈이, 게임은 못해도 일처리 하나는 확실하다니까.”

“......그건 칭찬임? 아니면, 욕임?”

“당연히 둘 다 지~”

“......”


* * *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와 샬롯 선배는 문제의 빌라로 향했다.


“여긴 무슨 분위기가......”


동훈 선배가 보내준 주소의 빌라 앞에 도착해서, 내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아린이는 안 데리고 오길 잘했다.

원래 귀신이나 괴담 같은 거에 겁이 없는 편인 나조차 위축될 정도의 분위기였다. 차리리 공동묘지가 여기보단 덜 무서울 것 같았다.


“확실히 강하고 부정한 기운이 느껴지네.”


옆에 서 있던 샬롯 선배가 말했다. 그녀는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선배의 듬직한 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건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선배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아, 아니요. 그보다 여기 사람 안 산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동훈이가 보내준 정보에 의하면 반년 동안은 아무도 안 살았다는데.”

“그, 근데 왜 차들이 주차되어 있죠?”


빌라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반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곳에 왜 이렇게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을까?

샬롯 선배는 빌라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말했다.


“괴담이니까 그렇겠지, 뭐. 알파카드나, 쥬얼시드를 상대할 때처럼 깊이 생각하지 마. 이해하려 하지도 말고. 네 정신만 병들 테니까.”


낡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공현관 보안 문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그냥 평범한 중산층 빌라.

빌라에 들어섬과 동시에 샬롯 선배는 수녀 복을 소환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 골프채와 골프복을 소환했다.


“부정한 기운은 위층에서 더 강하게 느껴져. 올라가 보자.”


그리고 우리는 최상층인 4층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틱- 틱-


층을 오를 때마다 하나씩 켜지는 비상등.

그 불빛조차도 이곳의 음침한 분위기를 지우지는 못했다.


[404호]


“여기서 가장 강한 기운이 느껴지네.”

“......”


확실히.

이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건 명확했다.

동훈 선배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한 달 이상 머물고도 살아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고.


가슴이 조마조마해 오는 것을 두 손을 쥐었다 폈다.

일단 밖에서 창문을 봤을 때도 그렇고 현관문의 렌즈를 봤을 때도 그렇고, 집 안에 불은 꺼져 있었다.

역시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인가.


[띵~ 동~]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샬롯 선배가 초인종을 눌렀다.

문 건너편에서 초인종이 울리는 순간 다시 가슴이 섬찟했지만.

나는 죽기밖에 더하겠냐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자신을 위로했다.


[띵~ 동~]


다다다다!


순간 불이 꺼진 집으로부터 누군가 다다다 정신없이 문까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내가 가슴이 철렁해 뒷걸음질 칠 새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허, 허억......”

“......”


살짝 열린 안전 고리 사이로 원망을 가득담은 여성의 붉은 눈동자가 보인다.

이윽고 여성의 눈동자가 우리에게로 향하고, 그녀가 활짝 미소 짓는다.


“......!”


순간 소름이 쫙 돋아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 했다.


쿵, 안전고리를 풀려는지 문이 세게 닫힌다.

하지만 기다려도 문은 열리지 않고.

불이 꺼진 집에서는 다시 정적만이 흐른다.


“......와 씨, 방금은 나도 쫄았네.”


샬롯 선배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에 호응할 기력조차 없었다.


“......”


악몽인가.

나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가.

어두운 빌라 복도 속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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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_ 공룡의 시대! (1) 21.10.11 41 0 11쪽
21 #제21화 _ 웹툰 작가 오동훈군. 21.10.10 44 0 11쪽
20 #제20화 _ 괴담 동아리. (4) 21.10.09 42 0 11쪽
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2 0 11쪽
»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2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3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2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5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13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21.10.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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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5 0 11쪽
9 #제09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2) 21.09.30 4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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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4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2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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