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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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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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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
추천수 :
1
글자수 :
125,029

작성
21.09.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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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DUMMY

바닥의 산산조각난 자전거가 지옥에서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시사각각 가까워지는 지상의 모습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때 문득 아까 주머니에 챙긴 카드가 떠올랐다.


“유아린! 정신 차려!”


하지만, 정신을 잃은 그녀는 눈을 뜰 줄 몰랐다. 힐끔 지상을 내려 봤다. 이제는 정말 코앞이다. 자전거가 지옥 입구에서 킬킬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악!”


잠깐, 이 카드 내가 사용할 수는 없을까?

아까 생각해보니까 나도 용사잖아. 마력을 가지고 있잖아.

그래,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 가능성은 없다.

나는 간절히 바라며, 카드를 보고 소리쳤다.


“중력!”


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떨어지는 속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솔직히 조금은 발동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걸로 다 끝인가 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나는 아린을 꼭 껴안았다. 내가 쿠션 역할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한명이라도 살 수 있도록.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후우웅.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땅에 떨어지기 직전,

지면까지 1m도 남지 않은 곳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멈췄다.

그리고는,


쿵.


“억!”


지면에 부딪히며, 등에 충격이 왔다. 아팠다.

그래도 속도가 많이 줄어서 그런지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정도?

다행히 어찌저찌 카드가 발동하긴 한 모양이다. 하하, 살았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나에게 안겨있던 유아린이 정신을 차렸는지, 주저하며 말했다.


“......혹시, 이제 놔줄 수 있니?”

“응? 아, 미안.”


나는 유아린을 잡고 있던 팔을 풀어줬다.

유아린은 재빨리 떨어져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야! 미안하긴. 살려줘서 고마워. 아까 새 위에서 떨어졌을 때는 진짜로 죽는 줄 알았어.”

“진짜 아슬아슬하긴 했지, 하하.”

“응, 그보다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유아린은 내가 들고 있는 카드를 가리켰다. 나도 모르겠는데.

다시 해보라면 절대로 못 할 자신이 있다.

나는 카드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는데.”

“분명히 계약자은 나로 되어 있고, 카드의 소유주도 나로 되어 있는데...... 힘을 빼앗았어? 아니면 복사?”

“저기, 무슨 말을 하는 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 미안. 일단 임무부터 완수하자. 거대한 새는 땅에 떨어졌어.”


확실히 거대한 새는 지상에 떨어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걸 보니, 힘이 다 한 것 같다. 그런데 떨어지면 안 될 곳에 떨어져 있었다.

그 새는 어떤 집 위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 집은 마치 납작한 호떡처럼 짓눌려 있었다.

만약 저 집에 사람이 있었다면......?

내가 끔찍한 상상을 하며 덜덜 떨고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고유결계 안에는 한일씨와 아린씨. 그리고 비행 카드 밖에 없어요!]


비행 카드라는 새는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었다. 간간히 숨 쉬는 게 보이는 걸로 봐서,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아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이번에도 품에서 공을 꺼내며 새에게 던졌다.


“봉인!”


공은 새의 몸통에 부딪히는 순간, 반쯤 열렸다.

그리고 새는 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와, 원래 저게 저렇게 되는 거였구나.

저 거대한 새가 어떻게 주먹만 한 공에 들어갈 수 있는 건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오늘 어디 이상한 일을 한둘을 겪었던가? 이젠 그냥 그러려니 했다.

새를 흡수한 공은 곧, 카드의 형태로 변했다.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제 웬만한 일은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쩌억.


그 때 큰 소리와 함께 하늘에 균열이 갔다. 알에서 부화하려는 병아리가 쫀 듯한 가느다란 금, 균열은 거미집 모양으로 성장해갔다.

유아린이 말했다.


“이곳은 고유결계 안이야. 그 원인이 됐던 비행 카드를 봉인했으니, 이제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될 거야.”

“응, 그럼 지금 상황에 대해 다 설명해 줄 수 있어?”

“좋아, 오늘은 만나기 힘들 것 같으니 내일 알려줄게.”

“뭐? 지금 같이 있는데 만나기 힘들다니 무슨......”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균열이 세계를 뒤덮었다. 마치 거대한 금속 바구니를 뒤집어쓴 듯한 기분이다. 망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고, 새까만 포물선으로 바뀐 직후,


쿵.


나는 갑자기 무중력 상황에 처했고, 돌연 몸이 반전되는 것 같더니 다음 순간 몸 왼쪽에 끔찍한 충격이 가해졌다. 간신이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눈을 떴다가 익숙한 천장을 보고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곳은 내 방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는 침대가 있고, 나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흐트러진 이불이 반도 넘게 침대에서 미끄러져 있었으며 나는 손을 뒤로 짚고 바보처럼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능력이 부활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나는 방 중앙을 빙글빙글 돌며 걸었다.

꿈인가? 꿈이었던 거야? 큐로, 대답 좀 해줄래?

대답은 없었다.

알고 보니 마법을 쓰는 아는 여자애와 함께 이상한 새를 잡는 모험을 하는 꿈을 꾼다고.

그나마 뽀뽀나 키스는 안 해서 다행이다. 만약 그런 것 까지 했다면 정말 나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멈출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아니, 꿈인 건 그렇다고 치자. 그럼 어디서부터가 꿈 인건데?

나는 침대에 쓰러져 휴대폰을 확인했다.

역시나 우리 반 퀸카와의 통화 기록 같은 건 없었다.


“......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재 시간은 3시 13분.

......자자.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맑게 갠 두뇌에 수면을 요구했다.

한숨도 못 잤지만.

잠도 안 오는데 침대에 누워있기도 괴로워서, 그냥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 아마 학교에 30분은 빨리 도착할 거다. 집에서 나가려는데, 빌라 옆에 고이 모셔져 있는 자전거가 보였다.

어제 꿈에서는 버려서 미안. 앞으로 더 잘해보자.

괜히 자전거를 툭툭 쳐주고는 학교로 향했다. 어제 거대한 새와 추격전을 벌였던 길을 잠깐 돌아보고는 피식 웃고 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어제 새가 떨어졌던 집도, 아주 멀쩡했다. 이건 다행이긴 하네. 맥없이 언덕길을 오르는데, 뛰어다니는 길 고양이들이 보였다.

역시나 30분 일찍 나오니까,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금 등교하는 녀석들은 주번이거나, 정말 부지런한 녀석들 정도겠지. 나는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므로,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1학년 1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와 있는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긴 생머리의 단아한 이미지의 우리 반 퀸카.

그 뒷모습을 보고 반가움에 인사하려다가 멈칫했다.

꿈속에서의 일은 나만의 망상이었으니까.

어제 집에 가는 동안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었지? 내가 얘를 어떻게 대했더라?

잠깐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그래, 원래 이정도의 거리였다. 괜히 선 넘는 짓 하지 말자.

내가 돌아서 내 자리로 가려고 하는 데,


“어? 한일아 일찍 왔네?”

“응, 어제 이상한 꿈을 꿨는데 그 다음에 잠이 안 와서. 아, 너도 악몽 꾼다고 했었지. 괜찮아?”

“어제는 오랜만에 정말 푹 잤어. 고마워.”

“고마울 게 뭐 있어. 내가 딱히 도와준 것도 없는데.”

“응? 무슨 말이야? 어제 날 그렇게 도와줘 주고선.”

“......어?”


전혀 의외의 말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창문에서 시원한 바람이 교실로 들어왔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제 밤에 내 일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린에게 어제의 꿈.

아니, 어제 밤의 일에 대해 대충 들었다.

그녀가 말하기로는 내가 전화를 받기 전부터, 이미 나는 고유결계 안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통화기록도 안 남아있는 거고.

그에 대해 좀 더 이것저것 캐묻자, 여기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학교가 끝나고, 같이 아린이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원래 인싸들은 이렇게 이성 친구의 집에 방문하기도 하고 그런 건가? 친구 집이라고는 몇몇 손꼽을 정도로 적은 남자애들 집에 방문해 본 게 전부였던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로 돌아오자, 뒷자리의 정서윤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방과 후에 여자애의 집에 놀러간다는 거에 설레서였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서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근데 왜 하필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야?”


정서윤은 로봇 같은 동작으로 목을 돌리고선 언제나 그렇듯 웃음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조금 무섭네.


“무슨 뜻이야?”


정서윤은 길거리에 있는 나무에 말을 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아니, 신비하고 재밌는 존재를 찾는다면 용사나 마법소녀도 있잖아. 왜 하필 그것들인가 해서.”

“아, 그래.”


정서윤은 귀찮다는 듯 턱을 괴고는 말했다.


“용사나 마법소녀가 어디 있냐. 난 내가 본 거 아니면 안 믿어.”

“그럼 다른 것들은 실제로 본 적이 있다는 거야?”


정서윤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찡그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잠깐의 시간을 흘려보낸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는 있어.”

“동아리들 이곳저곳에 기웃거리는 것도 걔네들을 찾기 위해서고?”

“어. 동아리부터 다 돌아보고, 그 다음에는 모든 교실을 돌아볼 생각이야.”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는 건데?”

“넌 몰라도 돼.”


그 말을 끝으로 대화가 끝났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정서윤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이, 한일아.”


다음 쉬는 시간에 안경원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니 정말 바보 같이 보인다, 안경원.


“신경 끄셔. 그보다 너 어떤 마법을 쓴 거냐?”

“마법이라니 무슨 소리야?”


마법이라면 어제 질리도록 보긴 했는데.

그걸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안경원은 수업이 끝나면 항상 교실에서 모습을 감추는 정서윤의 자리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정서윤이 사람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거 처음 봤다고. 너 뭐라고 했냐?”

“글쎄, 대충 아무거나 물어본 거 같은데.”

“놀라고 팔짝 뛸 일일세.”


지나치게 과장하며 놀랐다는 감정을 표명하는 안경원.


“나는 정서윤을 상대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하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도 궁금한데.”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쾌한 소프라노.

올려다보자 아린이가 미소를 띤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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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0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1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2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1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4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13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21.10.02 55 0 11쪽
12 #제12화 _ 두근두근 첫 데이트! 21.10.01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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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4 0 11쪽
9 #제09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2) 21.09.30 43 0 11쪽
8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21.09.29 45 0 11쪽
7 #제07화 _ 각성! ???F 스킬. 21.09.29 51 0 13쪽
6 #제06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2) 21.09.28 54 0 11쪽
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1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79 0 12쪽
1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21.09.26 1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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