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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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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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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25,029

작성
21.09.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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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DUMMY

나는 당당하게 신설동역 쪽으로 걸어갔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세계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둡다.

저번에 피에로가 만들었던 고유결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저번의 공간이 포토샵으로 성의 없이 명도만 바꿔놓은 세상이라면, 이곳은 작정하고 제작한 아포칼립스 세계관 같았다. 조금 전까지 으슥한 길이었던 장소는, 어느새 허름한 가정집 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그곳 거실 중앙에 서 있었는데, 이곳저곳에 부셔진 가구가 널려있었다. 사용한 지 오래되었는지, 가구들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으며, 대부분 부셔지거나 찢어져 있었다. 벽면에는 새빨간 액체가 한가득 묻어서 굳어 있었는데. 물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니, 그렇게 믿을 거다.


치이이이.


고장 난 TV의 화면은 일그러져서, 소음을 내고 있다.

창문 밖에서는 사람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하아, 하아.”


나도 모르게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분위기에 압도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순식간에 옷이 땀으로 젖었다.

뭐지? 여기는?


그 때 였다.


툭.


“......!”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안방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소리가 들렸다.

덜덜 떨면서, 먼저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골프채를 소환하고, 옷을 골프복으로 바꿨다.


우웅.


금빛이 일렁이며, 손에 골프채가 쥐어졌다. 이걸 쥐는 것만으로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 혹시 누구 있으세요?”


툭툭.


조금 더 분명히 들리는 소리.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서는 천천히 안방으로 걸어갔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골프채를 움켜잡으며.


“후우......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발로 뻥 찼다.

방 안에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아니, 이건 사람이 아니다.

배에서 장기가 흘러내리며, 머리가 반쯤 열린 채 살아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것은 비명 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어어!”

“으아아아!”


나는 그보다 크게 소리 지르며, 골프채를 힘껏 좀비에게 힘껏 휘둘렀다. 골프채에 금빛이 서리며,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덤벼들던 좀비는 그대로 산산조각 나며, 침대와 벽면에 흩뿌려졌다.


“하아, 하아.”


무서웠다.

지금의 이 상황 자체가,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아린이는 어디에?

그리고 나는, 나는 지금 어디 있는 거지?

힘겹게 걸어서 베란다로 다가갔다. 적어도 이곳이 어딘지는 확인하고 싶었다.


쏴아아......


밖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가 창문을 시끄럽게 두드린다.

창문에 남은 물방울에 비치는 도시 정경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지금 이곳 세계처럼.

어둠 속,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다가왔다. 고장 난 TV에서 나오는 소음과 빗소리가 어우러져 기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게 대체 뭐지?


저 멀리 고층 건물 사이로 파랗게 빛나는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20층 높이의 회사 건물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칙칙한 파란색의 몸뚱이는 발광물질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내부로부터 빛을 내고 있었다. 윤곽도 선명하지 않았다. 눈, 코, 입이라고 볼 만한 것도 없었다. 눈과 입이 있음직한 부분이 어둡다는 것 외엔 마치 달걀 같았다.

그것의 고개가 내 쪽을 향했다.


“......!”


나는 재빨리 소파 뒤에 숨었다.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소파 뒤에 숨어서 한참을 덜덜 떨었다.

제발 그것이 나를 못 봤기를 기도하며.

그렇게 숨죽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소파에서 기어 나와서 창밖을 확인했다.

다행히 거대한 괴물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좀비의 살점과 구역질나는 악취.

그리고 심연을 울리는 공포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속이 역해져, 입을 가리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우웩! 하아, 하아.”


안에 있는 것을 게워내고, 화장실 천장을 올려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너무 무섭고, 너무 역겹다.

그렇게 몇 분을 더 울던 나는 힘겹게 일어났다.

도중에 다리가 풀려서 몇 번 넘어지긴 했지만,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고는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대충 보건데, 이곳은 아파트 단지 내 가정집으로 보였다.

현재 있는 집은 5층 정도의 높이.

시선을 내려서 지상을 보니, 지상에는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마음속에 절망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던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린이가 살아있기는 할까?


짝!


손바닥으로 뺨을 쳐서 약해지려는 마음을 억눌렀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을 하자.


“그래! 휴대폰!”


화장실에서는 수돗물은 나왔고, 고장 난 TV가 켜지는 걸 보면 전기도 들어오는 것 같다.

그럼 혹시 전화는?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아린에게 전화했다.


뚜르르.


몇 번의 통화 대기음이 울리고.


“......여보세요?”


다행히 아린이가 전화를 받았다! 무언가에 겁먹은 듯 잔뜩 겁먹은 목소리였지만, 일단 전화 통화가 되긴 됐다는 게 중요하다.

나 또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됐다. 그녀 또한 그랬는지, 조금은 더 밝아진 목소리로 물어왔다.


“......한일이야? 여긴 어떻게?”

“갑자기 전화가 끊겼잖아. 걱정돼서 찾아왔어. 그보다 몸은 괜찮아?”

“......응, 괜찮아. 엄청 무섭고 기분 나쁘다는 것만 빼면.”


다행히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는 재빨리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거기로 갈게. 혹시 거기가 어딘지 알아?”

“일단 아파트 내부 가정집 같기는 한데...... 잠깐만.”


아린이는 그렇게 말하고 잠깐의 시간이 후에 답했다.


“105동 301호야.”


다행이다.

그래도 가정집 안에 있다면 아린이가 당장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 거다. 좀비들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올 수는 없을 테니까.

나는 베란다에서 옆의 아파트 단지들의 동을 확인했다.

106동, 104동, 103동......

다행히 내가 지금 있는 곳도 105동이었다.


“아린아, 나도 지금 105동이거든? 내가 301호로 갈게. 그 때까지만 버텨줘. 화장실에서 물은 나오니까 필요하면 쓰고, 전기도 들어오긴 하는 거 같은데, 괴물들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까 불은 키지 마.”

“응, 근데 내가 그쪽으로 날아가는 게 낫지 않아?”

“아니, 여기는 좀비만 있는 세계가 아닌 것 같아. 괜히 더 위험한 것들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좀비들을 뚫고 갈게.”

“더 위험한 것?”

“응, 자세한 건 이따가 설명해줄게. 일단은 거기서 기다려 줘.”

“응, 알겠어.”

“그럼 조금 이따가 보자.”


나는 전화를 끊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에 써져 있는 이곳의 호수는 601호.


쾅쾅쾅!


“아, 씨. 놀랐......”


방금까지 방을 점령하고 있던 침묵이 거짓이라도 되듯, 현관문을 타고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그그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현관문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댔다.

문 앞에는 좀비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면 해볼 만한데.”


나는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발로 뻥 찼다. 좀비가 문에 부딪혀서 튕겨져 나갔다.

그가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어어!”

“핫”


나는 최대한 힘을 억제하고 골프채를 좀비에게 휘둘렀다.

좀비의 상체가 터져 나갔다.

복도로 나왔지만, 비상등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휴대폰 플래시라이트의 미미한 불빛에 의존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통과한 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하지만 버튼 위에 떠 있는 홀로그램이 움직이질 않았다. 버튼을 몇 번이고 눌러 봤지만 공허한 삑, 삑 소리만 울려 퍼질 뿐 홀로그램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14’를 표시하고 있던 홀로그램이 노이즈를 일으키더니 파직 꺼져 버렸다.

옆에 있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눌러보려다가 멈췄다. 생각해보니, 이런 이상한 세상에서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막상 엘리베이터에 탔더니 멈춰버리거나 추락해버릴 수도 있고.


“그래도 3층만 내려가면 되니까......”


침을 꿀꺽 삼키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봤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계단의 비쥬얼은 공포영화 이상이었다.

플래쉬 라이트를 한손에, 골프채를 한손에 쥐고서 잔뜩 긴장한 채로 계단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멈춰요!]


응? 큐로 왜?


라고 생각했을 때, 위층 계단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ㅂㅐㄱㅗㅍㅏ.”


오싹.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좀비 따위가 아니다.

그리고 아까 봤던 거대한 괴물 따위도 아니다.

그런 것들 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

확실한 건 한 발자국 더 내딛었다가는 죽는다.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저것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뒤로 물러나요. 당장!]


“......”


식은땀이 겨드랑이를 타고 흘렀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시 뒷걸음질 쳐서 집까지 들어왔다.

다행히 계단에 들어서지 않으면 추격해오거나,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아, 하아...... 큐로, 방금 그건 뭐야?”


[본래는 이 정도 수준의 결계에서 나올 수 없는 존재요.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저건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계단은 이용할 수 없고, 엘리베이터를 타기엔 너무 위험하다.


그 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601호고, 아린이가 301호에 있으니까. 그냥 아래층으로 뚫고 가면 되지 않나?”


[바닥을 뚫고 간다고요?]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골프채를 높게 들었다.

골프채가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


쿵.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며, 안방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

혹시나 하고 해봤는데 진짜 될 줄이야!

아래층에 있던 좀비가 새롭게 뚫린 구멍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이게 진짜 된다는 게 놀랍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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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1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1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3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1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4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13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21.10.02 55 0 11쪽
12 #제12화 _ 두근두근 첫 데이트! 21.10.01 43 0 11쪽
11 #제11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4) 21.10.01 43 0 11쪽
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5 0 11쪽
9 #제09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2) 21.09.30 43 0 11쪽
»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21.09.29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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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4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2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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