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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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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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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029

작성
21.09.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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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DUMMY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도 제법 만들었고,

짧은 연애도 한두 번 해봤으며,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었다.

나름 알찬 학창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제 내일이면 내 학창시절도 끝이구나.

싱숭생숭한 마음을 품고서, 어느새 잠이 들었다.


[마왕이 부활했습니다.]


삐---

한밤중, 갑자기 휴대폰에서 나는 재난 경보 문자 소리에 잠이 깼다.


[안전 안내 문자 : 03시 45분 수도권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주민들께서는 추후 대피 권고 시에, 대피 바랍니다.]


야심한 밤. 어둡고 조용한 집 안.

깜빡이는 휴대폰 액정 화면 속 담담한 말투의 문자.

뭐지.

무슨 상황인 거지.

지진이라도 난 걸까.

가슴이 쿵쾅거린다.

가끔씩 자연재해 때 이런 안내 문자가 날아오기는 하던데, 이렇게 심각한 내용은 처음 본다. 나는 휴대폰을 든 김에 자주 접속하는 SNS에 들어가 봤다.


[지금 서울 사는 놈들에게 경고한다.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마라.]

[신림동 근처에서 움직이는 중임. 크가. 정말 크다. 아파트보다 훨씬 커.]

[수도권 사시는 분들, 명복을 빕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호흡이 거칠어진다.


“후우, 후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웅성웅성.


곧 빌라 근처가 소란스러워 졌다. 사람들이 상황을 깨닫고 일어난 것이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엄마가 방문을 열고 나오셨다.


“아들, 무슨 일이니......”

“모르겠어. 나도 방금 일어났어.”


우리는 소란스런 소리를 확인하러 베란다로 나갔다.

늦은 시간인데도 빌라 곳곳의 집들이 실시간으로 불이 켜지는 게 보였다.

베란다에 얼굴을 내밀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총각! 저, 저기! 하늘을 봐!”


옆집 베란다에서 아줌마가 나를 보며 다급히 외쳤다.

옆집뿐만이 아니다.

윗집, 아랫집...... 빌라에 사는 대다수의 주민들이 한밤중 베란다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웅성거리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공포에 질린 채 비명을 내뱉기도 했다.


“세, 세상에......”

“저게 대체 뭐야......?”


도대체 무엇이 있다는 걸까.

나는 아줌마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따라 저 멀리 보이는 빌딩 숲을 살폈다.

도시의 네온이 반짝이는 빌딩의 숲.

그 위쪽의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것’은 보름달 아래에 달빛을 받으며 공중에 떠 있었다.

크다.

정말 크다.

그것은 마치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거꾸로 뒤집힌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눈에는 기묘한 문양의 안대를 하고, 희미하게 웃고 있는 모양새다.

저게...... 대체 뭐야?


쿠아아!


그 때, 하늘 어딘가에서 날아온 전투기 몇 대가 나타났다.

이렇게 저공비행하는 비행기는 처음 봤다. 그리고 전투기가 비행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생각보다 컸다. 엄마랑 내가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을 때,

전투기들은 어떤 경고도 없이, ‘그것’에게 미사일을 쏴댔다.


슈우우. 콰앙! 콰앙!


“으아악!”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일어나는 격렬한 소음과 빛에, 나랑 엄마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엄마가 덜덜 떨면서 내게 말했다.


“괘, 괜찮아. 괜찮을 거야.”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부들부들 떨며 지금의 상황이 끝나기를 기도했다.

수 십 발쯤 쐈을까? 그리고 폭격이 멈췄다.

......해치웠나?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말도 안 돼.”


멀쩡했다.

거꾸로 뒤집힌 여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희미하게 웃고 있을 뿐이다.

전투기들도 당황했는지, 아니면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지.

그 근처를 빙빙 돌면서 ‘그것’에게 접근하지도, 물러나지도 않고 있었다.

괴물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전투기 들을 향해 천천히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전투기들이 사라졌다.


“......?”


차라리 파괴되었다면 이해가 됐을 거다. 근데 이거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그냥 ‘사라졌다.’

시끄럽던 전투기의 비행소리도, 화려한 비행을 보여주던 전투기들도 모두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장난꾸러기 꼬마가 지우개로 낙서를 지워버리는 것처럼.

그리고 괴물은 빌딩 숲 쪽으로 왼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빌딩 숲이 사라졌다.

역시 이건 파괴라기보다는, 삭제에 가까웠다.

어떤 전조도, 소음도, 빛과 열도 발생시키지 않으며,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것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웃으며, 세상을 향해 양팔을 휘둘렀다.

그렇게 세상은 멸망했다.



[당신의 세상은 멸망했습니다.]

[정보통합사념체가 당신을 선택합니다.]

[시공관리국장이 당신을 선택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어떤 신이 당신을 선택합니다.]


“으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숨이 끊기기 직전의 기묘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식은 땀을 흘리며,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 때 주위에서 킥킥 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반 친구들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친구들......?

조금 진정하고 살펴보니 이곳은 3년간 다녔던 용문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많이 피곤했었나보구나?”


주변 애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목소리의 주인을 보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자 영어 과목의 장화은 선생님이었다. 예쁜 외모만큼이나 상냥한 성격 때문에 애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었지.


“피곤하면 잠깐 서 있어.”

“아, 아니요.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나는 대충 대답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도무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자, 하나하나 정리해보자.


나는 자다가 새벽에 문자를 받고 깼다.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 나타난 이상한 괴물을 보고, 이해가 안 되는 형태로 죽었다.

근데 왜 지금 학교에 있는 거지? 악몽이라도 꾼 건가?

꿈이 그렇게까지 생생할 수 있다고?

아니, 악몽이었다면 언제부터?

온통 이해가 안 되는 일 뿐이다.


그 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용사로 선택됐습니다! 함께할 동료들을 수집해서 ‘동료 도감’을 완성하고, 능력을 키워서 졸업하기 전까지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세요. 세상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


게임에서나 볼 법한 메시지 창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놀란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이쪽을 신경 쓰진 않았다.

이게 뭔가 싶어서 다시 한 번 글자들을 다시 읽어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쓰여 있지만, 특히나 신경 쓰이는 단어가 있었다.


용사?


[네, 당신은 용사로 선택되어 멸망한 세계에서 회귀하셨어요!]


“......!”


하마터면 또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그랬다면 아무리 온화한 장화은 선생님이라도 그냥은 안 넘어가셨겠지.

조금 진정 한 후, 마음속으로 물었다.


넌 뭐야? 지금 내 생각을 읽은 거야?


[아,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정보통합사념체에 의해 만들어진 용사용 인터페이스 큐로베로스라고 해요! 편하게, 큐로라고 부르세요.]


내가 진짜 회귀...... 라는 걸 했다고?


[네, 높으신 분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항이에요! 이대로 지구가 멸망하는 건 아깝다고 판단하셨거든요. 아, 두 번째 기회는 없으니 참고하세요!]


그래, 네 말이 다 맞다고 치자.

내가 용사로 선택됐고, 회귀했다고.

근데 왜 하필 나야?

나는 그냥 평범하고,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인데.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몰라요. 하지만 확실한 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세 분 모두가 용사로 당신을 선택했다는 거예요. 분명히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어쨌든 회귀는 용문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을 기점으로 이루어졌어요. 부디 이번 세상은 지켜내 보세요!]


내가? 무슨 수로?


[당신은 선택받은 인간이기 때문에 특별한 능력을 가졌어요. 상태창이라고 한 번 생각해보실래요?]


솔직히 믿기지 않는 일 뿐이었지만, 속은 셈치고 일단 그 말대로 해봤다.


상태창.


▷ 이름 : 강한일

▷ 레벨 : 1

▷ 직업 : 수집가

▷ 스킬 : 수집F


▷ 스킬 수집 효과

F : 동료의 수에 따라 능력치가 변한다.

E : 동료를 만날 확률이 증가한다.


“......?”


이게 끝이라고? 내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거 맞냐?

솔직히 밑에 몇 개 더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서 꼼꼼히 훑어봤지만 정말로 저게 끝이다.

꼴랑 저거 하나.

야, 그래도 직업이 용사인데,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예 없냐?

이거 제대로 된 스킬은 맞아?


[원래 F등급의 스킬은 효과가 좋지 않아요! 스킬 등급이 상승하면서 점점 쓸 만해질 거예요!]


“......”


뭐라고 더 따져 묻고 싶었지만, 장화은 선생님이 말씀을 시작하셔서 일단 참았다.

선생님은 명랑하고 건강한 느낌의 30대 중반의 여자 교사인데, 쾌활한 미소를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자신의 이름은 장화은이며, 영어 과목을 맡고 있으며, 담임은 처음이니 잘 부탁한다느니, 혼자 지내는 게 편해서 남자를 안 만나고 있지만, 괜찮은 삼촌 있으면 소개 받을 생각은 있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다들 자기소개를 해볼까?”


라는 말을 꺼냈다.

아, 역시 내 기억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 날 평생 잊지 못할 황당한 자기소개를 들었었지 아마.

왼쪽 끝에서부터 한 명씩 일어나 이름, 출신 초등학교 등을 소개했다. 몇몇 녀석들은 넉살 좋게 자기소개를 했지만, 대부분은 완전히 긴장하여,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힘겹게 자기소개를 해냈다. 점점 내 차례가 가까워졌다.

최소한의 자기소개를 더듬거리지 않고 겨우겨우 마치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뒷자리에 앉은 녀석이 일어났다.


“종암 중학교 출신 정서윤.”


그래,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오히려 스피치 학원에 2년 정도는 다닌 것처럼, 듣기 좋은 울림의 발음과 목소리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평범한 인간에겐 관심 없습니다. 이중에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가 있으면 제게 오십시오. 이상.”


역시.


나는 방금 전의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봤다.

그 애는 어깨 너머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노란색 리본 머리끈으로 포니테일로 묶고, 모두의 시선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집이 세어 보이는 크고 검은 눈을 가지고, 연분홍색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여자아이. 엄청난 미인이다.

순간 정적에 쌓인 교실.

정서윤은 싸움이라도 거는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교실을 돌아보고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에, 선생님이 ‘재미있는 자기소개네~’라고 받아줘서 훈훈하게 넘어갔다.

정서윤이 자기소개를 한 이후, 반 애들이 좀 더 편하게 자기소개를 해댔다. 아무리 본인이 이상한 소리를 해대도 정서윤보다 더 이상한 소리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지난 생에는 저 자기소개를 듣고서 처음부터 정서윤과는 거리를 두고 지냈었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나타난 이 글자들. 그리고 내가 겪은 일들은 정상인가?

혹시 정서윤이 내가 모아야 할 동료 중 한 명은 아닐까?

실제로는 막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내 추리가 어떠냐, 큐로?


[알려드릴 수 없어요. 금지사항입니다!]


세상을 구하는 일인데? 동료가 누군지도 안 알려줘?


[RPG 게임도 안 해보셨어요? 원래 동료를 모으는 건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야 해요. 먼저 상대방과 호감도를 쌓고,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다음 문제를......]


뭐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큐로의 말을 무시했다.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리고 모두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짧게 주어진 쉬는 시간에,


“야.”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고, 정서윤에게 툭 던지듯이 물었다.


“용사는 안 되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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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2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1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3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2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4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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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21.09.29 46 0 11쪽
7 #제07화 _ 각성! ???F 스킬. 21.09.29 51 0 13쪽
6 #제06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2) 21.09.28 54 0 11쪽
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4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2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0 0 12쪽
»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21.09.26 1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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