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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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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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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029

작성
21.10.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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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3화 _ 공룡의 시대! (2)

DUMMY

“큐로!”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겨주실 줄은 몰랐는데요?]


상태창에 보이는 글자에서 웃음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울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소리쳤다.


“얌마,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


라고 하기엔 솔직히 방금 전까지 완벽히 잊고 있었지만.

큐로가 정말 좋은 타이밍임에 나타났음은 분명하다.

전에 거인을 쓰러뜨렸던 냉기 공격이라면, 아무리 강력한 공룡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다. 물론, 5분간 도망 다녀야 한다는 점이나, 여러 공룡들에게 둘러싸이면 위험하다는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요한 건, 조금 전까지 살아나갈 확률이 0%였다면, 이제는 적어도 가능성이라도 생겼다는 것!


[아아, 청문회...... 정말 끔찍했습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큐로, 저번에 썼던 기술 다시 쓸 수 있냐?”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두 번 다시 청문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 무리한 부탁이라는 거 아는데, 한 번만 도와줘. 지금 진짜로 심각한 상황이거든?”


나는 큐로에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가만히 모든 설명을 들은, 큐로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도와드릴게요. 그래도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6레벨은 되셔야...... 으잉? 벌써 6레벨이시네요? 아니, 마지막에 봤을 때가 4레벨이었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2레벨을 올리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


샬롯 선배와 처음 만나기 전쯤에 큐로가 떠났었으니까,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천사 석고상’과 ‘붉은 눈의 여자’를 쓰러뜨렸다.

할 말을 잃고 있는 큐로에게 다시 말했다.


“그럼 도와주는 거다?”


그 때, 서로 얘기가 끝난 건지 동훈 선배와 서신애가 다가왔다.

둘 다 아까보다는 한결 진정된 듯한 모습이다.

우리는 말 없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였다.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야자나무들을 통째로 박살내며 뭔가가 이쪽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오오오오-!”


우림 사이로 등장한 거대 파충류의 주둥이가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까 우리를 추격하던 도마뱀들이 그 파충류의 입속에 들어 있었다.

너무나 유명한 공룡.

공룡에 대해 문외한이 나도 저것의 이름 정도는 안다.


“티라노 사우르스!”


동훈 선배가 내 마음을 대변해서 소리쳐줬다.

근데 티라노가 저렇게 컸나? 내가 알기로는 13m 정도 되는 체고를 가지고 있는 데.

내 눈에 비치고 있는 놈은 못해도 30m가 넘었다.

단단한 갑피에, 전신을 장악하는 폭력적인 근육. 중생대 최강의 포식자가 눈앞에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티렉스의 거구를 보며,


나는 골프복을 소환하고 소리쳤다.


“모두 도망쳐요! 큐로! 지금 당장 마법 발동시킬 수 있어?”


[네! 업로드 시작합니다!]


우웅.


큐로의 메시지와 동시에, 내 앞의 땅이 치솟아 올랐다.

그곳에는 하얀색 새의 알이 있었다.

나는 그걸 집어서 동훈 선배에게 넘겼다.


“선배! 이 알을 가지고 도망쳐요! 5분! 5분만 버티면 살 수 있어요!”


동훈 선배는 모든 말인지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았지만, 일단 알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신애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05:00]

[04:59]

[04:58]


우리는 무작정 티렉스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곳은 우림이며, 나무들은 제법 두껍고 견고하다.

상식적으로 키가 2m도 안 되는 인간들이, 30m가 넘는 파충류에게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수많은 장애물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는 일행의 가장 후미에서 뛰었다. 그리고 티렉스가 우리를 따라잡을 때 마다, 골프채를 던져서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겨줬다.

데미지는 거의 없는 수준.

그래도 놈이 우리에게 거리를 좁히는 걸 방지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티렉스는 몇 번 그렇게 머리를 얻어맞자, 뿔이 났는지, 샛노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귀청을 찢을 정도로 포효했다.


“그오오오오-!”


솜털이 오싹 곤두섰다.

그리고 달리던 동훈 선배와 서신애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선배! 서신애!”


나는 더 가까이에 있던 서신애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서신애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다, 다리가 안 움직여!”

“......”


내가 오싹할 정도의 포효였으니, 이들이 못 움직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티렉스는 그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도 미친 듯이 나무를 부수며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


[04:00]

[03:59]

[03:58]


나는 골프채를 티렉스의 머리에게 힘껏 던지고는 서신애를 등에 업었다.

동훈 선배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선배! 뛸 수 있겠어요!”

“어, 할 수 있다는.”

“선배, 그 알은 서신애에게 줘요. 제가 서신애를 업고 뛸게요!”


그리고 우리의 추격전은 다시 계속됐다.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우림의 나무들이 줄어들고, 탁 트인 정경이 보였다.

그건 마치 그랜드 캐니언처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길게 늘어져 있는 지대였다.

더 이상은 티렉스를 막아낼 장애물이 없다.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X 됐네.”


그 때 티렉스가 옆에 있던 바위를 이빨로 뽑았다.

설마...... 저걸 던질 셈인가?

나는 재빨리 서신애를 바닥에다 집어 던지고는, 골프채를 소환했다.


“꺄악!”


서신애의 비명과 바위가 날아온 건 거의 동시였다


“하앗!”


나는 짧게 기함을 지르며, 바위를 향해 골프채를 휘둘렀다.


-콰앙!


바위가 박살이 나면서 파편이 요란하게 튀었다.

서신애에게 날아오는 파편들을 대신 맞아주면서 소리쳤다.


“서신애! 뛸 수 있겠어?”

“으, 응! 이제 괜찮아!”

“그럼 하얀 알 챙겨서 빨리 도망가!”


동훈 선배의 부축을 받은 서신애가 일어나고, 그들은 알을 주워서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본 티렉스가 달려들었지만,


퍼억!


나는 놈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골프채로 갈겼다.

놈은 화가 잔뜩 난 노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입 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놈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네 상대는 나 아니냐?”


[03:30]

[03:29]

[03:28]


“그오오오오-!”


티렉스가 정면으로 내게 달려왔다.

이 뒤는 동훈 선배와 서신애, 그리고 절벽 뿐.

나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하아압!”


온몸에 흐르는 마력을 폭파시킨다.

몸 안의 마력회로가 과열되어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멈출 수는 없다!


콰앙!


드드드득.


소로 밭고랑을 파듯이, 내가 딛고 있는 땅에 긴 자국이 생겨났다.

나는 그 와중에도 더 많은 마력을 끌어내었다.


회로, 회로. 회로!


“우, 우오오오!”


쿠웅.


나는 놈의 머리를 짖눌러서, 전진을 멈췄다.

결과적으로 티렉스의 무릎을 꿇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지 당황한 듯이 보였다.

놈은 순식간에 내게서 거리를 벌리며 뒤로 물러났다.

티렉스를 만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처럼 피식자를 보는 눈이 아니다.

놈은 나를 호적수로 인정한 듯 했다.

사실 대부분의 마력을 소모해서 거의 운으로 한 일이긴 하지만, 놈이 날 과대평가 해준다면 나도 좋다.


[03:02]

[03:01]

[03:00]


시간은 내 편이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동훈 선배와 서신애도 이곳에서 제법 떨어진 절벽 근처까지 달아나 있었다.

하늘에는 흰 색의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예전에 들어본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히 상당한 거리가 있고, 큰 목소리가 아님에도, 이상하게 귀에 뚜렷하게 들렸다.


“저 너머에서 오라. 겨우살이의 가지.”


그것은 마치 거룩한 책임을 가진 기사 같기도, 식민지를 내려다보는 제왕 같기도, 불쌍한 자를 가엽게 여기는 신관 같기도 했다.

그래도 그것과 가장 가까운 표현을 찾는다면,

그것은 마치 고대의 여신 같았다.


고오오오.


마나가 요동치고, 대기가 울부짖는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는 서서히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주위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게 평형상태를 이루고 있던 티렉스와 나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티렉스는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그오오오오-!”


티라노가 발작하듯이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수풀이 흔들리며, 숲 속에서 세 마리의 공룡들이 나타났다.

아까 봤던 키가 60cm쯤 되는 이족 보행하는 도마뱀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훈 선배와 서신애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훈 선배!”


내가 소리 지르며 달려가려고 하자,


“그오-!


티렉스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내 걸음을 막았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시간은 공룡들의 편이다.


[02:00]

[01:59]

[01:58]


“흐읍!”


나는 작은 공룡들을 향해 골프채를 던졌다.

한 마리는 골프채의 클럽헤드에 맞고 머리가 터져나가고, 한 마리는 골프채의 샤프트에 걸려서 몸이 상체와 하체로 쪼개졌다.

그래도 한 마리가 남는다!


“젠장!”


공룡은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서신애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꺄악!”


서신애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새의 알을 떨어뜨렸다.

새의 알이 천천히 절벽 쪽으로 굴러간다.

마지막 작은 공룡은 서신애를 향해 이빨을 들이대며 달려들었다.

그 때 동훈 선배가 그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 오......”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로,

그의 팔다리는 사시나무 떨 듯 떨리고 있었다.

검은 색의 뿔테 안경 속에서는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두려움을 딛고, 도마뱀을 막아섰다.


“오레가! 마모루!”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무슨 의미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 스스로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는 것만큼은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전달됐다.

본인이 비록 약할지라도, 언제나, 어떤 문제에나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그곳에는 오타쿠 속성을 가진 선배도, ‘작가의 세계’의 웹툰 작가도 아닌,

인간 오동훈이 있었다.


[‘오동훈’과 ‘유대 쌓기’를 완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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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24화 _ 공룡의 시대! (3) 21.10.13 41 0 13쪽
» #제23화 _ 공룡의 시대! (2) 21.10.12 46 0 11쪽
22 #제22화 _ 공룡의 시대! (1) 21.10.11 41 0 11쪽
21 #제21화 _ 웹툰 작가 오동훈군. 21.10.10 43 0 11쪽
20 #제20화 _ 괴담 동아리. (4) 21.10.09 42 0 11쪽
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1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1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3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1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4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13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21.10.02 55 0 11쪽
12 #제12화 _ 두근두근 첫 데이트! 21.10.01 43 0 11쪽
11 #제11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4) 21.10.01 42 0 11쪽
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5 0 11쪽
9 #제09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2) 21.09.30 43 0 11쪽
8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21.09.29 45 0 11쪽
7 #제07화 _ 각성! ???F 스킬. 21.09.29 51 0 13쪽
6 #제06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2) 21.09.28 54 0 11쪽
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4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1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0 0 12쪽
1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21.09.26 1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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