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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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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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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25,029

작성
21.10.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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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DUMMY

대충 ‘ㅇㅇ’라고 보내주고선 지하철에 올라탔다.

평상시의 이 시간대라면 사람들이 우글거려서 곤란했을 텐데, 다행히 오늘은 꽤나 쾌적했다. 하긴, 일요일 이 시간에 누가 지하철을 타겠어.


미아사거리 역에서 내려서 번화가를 지나간다.

듣기로는 이곳 맥도날드 매출이 전국에서 1등이란다. 그렇게 맛있나? 이따가 사먹어 봐야지. 라고 실없는 생각을 하며 교회를 향해 걸었다.

애초에 안경원에게 교회 위치는 받아놨으므로, 따로 안내도 필요 없다.

몇몇의 횡단보도와 도로를 지났다.

교회는 역에서 가깝지는 않았다.

제법 걸은 것 같은데, 네이버 지도에는 이 공원을 통과하면 교회가 있다고 나온다.

공원에 들어서자, 비오기 전 풀과 흙의 냄새가 났다.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원 중앙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을 걸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공원을 빠져 나오자, 거대한 교회가 보였다. 생각보다 더 컸다. 나는 동네 구멍 교회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마 이 동네에서는 제일 크지 않을까 싶었다.

교회 입구에 도착하니, 안경원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내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왔다.


“한일아, 왔구나!”

“응, 진짜 오기 싫었는데. 약속은 약속이니까.”

“믿고 있었다구~”


녀석은 내게 어깨동무를 해오며 과하게 친한 척을 했다.

이곳에서 혼자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알게 모르게 위축됐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그렇게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의 모습은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형적인 교회의 모습이다. 내 생각과 차이가 있다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 정도?

내가 교회를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는데, 안경원이 내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야, 쟤야, 쟤. 혼혈인 겁나 예쁜 애.”


안경원은 목소리를 낮추고 내 귀에 속삭였다.

솔직히 굉장히 기분이 나빴지만, 한 번은 봐주기로 했다. 안경원이 고개로 가리킨 곳을 보니,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여자애가 보였다.

하얀 피부에 쌍꺼풀이 있는 눈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에, 흰색 큐빅이 박혀있는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머리 스타일이 나름대로 잘 자리 잡은 얼굴 위를 덮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황금을 갈아서 뿌리기라도 한 듯 눈부신 금발이다. 혼혈이라는 안경원의 말처럼, 서양적인 느낌과 동양적인 느낌이 동시에 났다. 내가 즐겨하는 게임의 구미호 캐릭터와 인상이 비슷했다.

흰 색 민소매 원피스에 하늘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데, 키는 큰 편이었다. 167~8cm 정도 될까?

참고로, 정서윤은 평균보다 작은 편이고, 아린이는 평균.


근데 어딘지 낯이 익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아무런 예비동작 없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경원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는 내게 속삭였다.


“야, 이쪽 본다. 빨리 고개 숙여!”


나도 그 눈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보고 있었다.

가끔 아린이나 정서윤의 예쁜 얼굴에 넋을 놓는 것과는 달랐다. 그녀는 그것과는 다른 나의 어떤 감각이 자극하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안경원이 내 옆구리를 퍽퍽 쳤다.


“아, 쪽팔리게 뭐하냐고!”

“컥.”


내가 옆구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가 들어보니, 그녀는 다시 피아노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잘못 느낀 건가?

처음 그녀를 봤을 때의 기묘한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다.

안경원이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내려 봤다.


“이 새끼, 안 그런척하면서 나보다 더 한 놈이네. 야,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초면에 그렇게 보면 어떻게 하냐? 쪽팔려 죽을 뻔 했네.”

“......”


안경원 같은 놈한테 이런 소릴 듣다니!

평생의 수치다.

그래도 방금 내가 한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잠자코 있었다.

실제로 실례되는 행동이기도 했고.

새로 온 사람들의 자기소개도 하고, 교회 행사가 끝났다.

이제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다 같이 식당으로 이동해서 교회에서 준 점심을 먹었다. 안경원은 언제 친해졌는지, 귀여운 인상의 여자애랑 웃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안경원 주제에 제법이구만.

대충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서, 집에 가려고 일어났다.

그 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까 피아노를 치던 금발 여자애.


“저기, 우리 할 말 있지 않아?”

“......네?”


그녀는 마치 나와 잘 아는 사이처럼 인사해왔다.

천천히 걸어와서, 내 왼쪽 귀에 대고 장난치듯이 속삭였다.


“마법소녀라던가?”

“......!”


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자, 그녀는 아까처럼 매혹적인 웃음을 띠었다.


“따라와.”


그렇게 홀린 듯이 교회 출구로 나왔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우산을 피고 공원 쪽으로 걸었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어떻게 내가 마법소녀 관련자인지 알았는지, 당신은 마법소녀인지, 내게 협력할 생각은 있는지.

하지만 그보다 가장 궁금한 걸 먼저 물었다.


“근데 왜 초면부터 반말이세요?”

“난 용문 고등학교 2학년. 넌?”

“......전 용문 고등학교 1학년이요.”

“너도 말 놓고 싶으면 놔. 나는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 거 신경 안 써.”

“......아니에요. 그보다 마법소녀세요?”


나는 질질 끌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이름보다 그것부터 묻는 거야? 네가 볼 땐 어떤 거 같은데?”

“마법소녀 맞는 것 같은데요. 이름이 뭐예요?”

“샬롯. 넌?”

“저는 강한일이요.”


우리는 점점 공원의 중심으로 다가갔다.

잠깐 동안 말없이 빗소리를 듣고 있다가, 샬롯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마법소녀 맞아. 근데 솔직히 당황스럽네. 다른 마법소녀를 만난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거든? 한일아, 너는 마법소녀야? 아니, 일단 소녀가 아니니까, 그럼 마법소년?”

“샬롯이 볼 때는 어떤 거 같은데요?”

“샬롯 선배라고 해야지. 내가 한 학년 높은데.”

“......”


아까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하고선.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다시 말했다.


“샬롯 선배가 볼 때는 어떤 거 같은데요?”

“후후, 아까 내가 물어본 거 그대로 돌려주는 거야? 귀엽네.”

“......”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서윤과는 다른 의미로 기가 빨리는 상대였다.

잠깐 생각하다가 샬롯 선배가 입을 열었다.


“마법소년 맞는 거 같아. 생각해보니 꼭 마법소녀가 나 하나여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럼 넌 마법소년으로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정확히는 마법소년은 아니구요.”


나는 샬롯 선배에게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들을 설명했다.

지난 생에 마왕을 만난 얘기, 세상이 멸망한 얘기, 회귀한 얘기, 그리고 지금 보이는 상태창과, 앞으로 해내가야 할 일들까지.

그래도 아린이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샬롯 선배가 말했다.


“재밌네. 그렇게까지 강한 존재라고? 회귀라는 것도 흥미롭고. 어? 그럼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실제로는 나보다 오빠인 거잖아. 오빠라고 불러줄까? 한일 오빠?”


그녀는 장난기 가득담은 웃음을 지었다.

나는 질색을 하며 답했다.


“윽, 소름 돋으니까 그만둬주세요.”

“하하, 그럼 네가 겪은 일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는 거야? 네가 혼자 망상하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

“......네. 지금 당장은 증명할 방법이 없긴 해요. 상태창도 저한테만 보이고, 제 기억을 꺼내서 보여줄 수도 없으니까요.”

“흐응~ 그렇구나. 그럼 내가 마법소녀인 걸 먼저 증명해보일게. 또,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마법소녀인지도. 궁금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샬롯 선배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건넸다.


“번호 찍어봐. 내일 어디 좀 같이 가자. 마침 처리해야할 일이 있거든.”

“처리해야할 일이요?”


나는 되물으며 그녀의 휴대폰에 내 번호를 찍었다.

샬롯 선배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웃음만 지었다.


“그럼 이따 연락할게. 이제 교회에 돌아가 봐야 해서.”

“네, 연락주세요.”


샬롯 선배는 라일락 같은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다.

이렇게 폭풍처럼 주말이 흘러갔구나.

한숨을 돌리며 집으로 가는데, 안경원한테 전화가 왔다.


“어, 경원아. 무슨 일이야?”

“야! 나 교회에서 엄청 귀여운 애 번호 땄어!”

“어, 아까 봤어. 잘 어울리더라. 안경원 능력 있구만~”

“하하하, 역시 내가 할 땐 하는 남자라니까.”

“응, 그거 자랑하려고 전화한 거?”

“아니, 그거 말고 할 얘기 있는데. 너 지금 어디야?”

“나? 교회 옆에 있는 공원. 왜?”


그리고 저 멀리서 뛰어오는 안경원이 보였다.

우산을 들고,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는데, 거의 비를 다 맞는 수준이었다.

저럴 거면 뭐하러 우산은 쓰는 거야?

안녕원은 내 앞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하아, 하아...... 우리, 어디 좀 같이 가자.”

“어딜?”

“너 오늘이 며칠인지 알아?”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액정을 확인했다.


“3월 13일 일요일이잖아.”

“응, 그럼 내일이 3월 14일이지?”

“그야 당연히...... 아!”


안경원은 날 보며 씨익 웃었다.


“그래, 화이트 데이지. 안나한테 사탕 사 줄 거야.”

“야, 그래도 오늘 안 사이인데. 사탕 주는 건 오버 아니냐? 부담스러워 할 거 같은데.”

“모쏠 주제에 누구한테 조언하려는 거야?”

“......”


순간 발끈했지만, 이 시기에 나는 연애 경험이 없었긴 했지.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린이에게도 사탕을 사주긴 해야 할 거 같다. 목숨을 건 전쟁터에서 돌아온 전우에게 그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


“자, 자. 갑시다. 가요!”


거의 안경원에게 끌려가듯이 이동했다.

그러면서 궁금한 걸 물었다.


“경원아, 근데 화이트 데이면 사탕 주는 날이잖아? 그냥 편의점에서 사주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병신을 보았나. 사탕 주는 건 당연한 거고 선물도 사줘야지! 지금은 선물 사러 가는 거야. 이 근처에 백화점이나 쇼핑몰 많으니까 한 번 돌아보자.”

“아니, 너는 오늘 처음 본 애한테 선물을 사주겠다는 거야? 나 같으면 엄청 부담스러울 거 같은데.”

“아, 모쏠은 조용히 하라니까~”

“너도 모쏠이잖아!”

“나는 같은 모쏠이어도 애니메이션을 워낙 많이 봐서 간접 경험이 많아, 인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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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_ 공룡의 시대! (1) 21.10.11 41 0 11쪽
21 #제21화 _ 웹툰 작가 오동훈군. 21.10.10 43 0 11쪽
20 #제20화 _ 괴담 동아리. (4) 21.10.09 42 0 11쪽
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2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1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3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2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4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21.10.02 57 0 11쪽
12 #제12화 _ 두근두근 첫 데이트! 21.10.01 43 0 11쪽
11 #제11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4) 21.10.01 43 0 11쪽
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5 0 11쪽
9 #제09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2) 21.09.30 44 0 11쪽
8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21.09.29 46 0 11쪽
7 #제07화 _ 각성! ???F 스킬. 21.09.29 51 0 13쪽
6 #제06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2) 21.09.28 54 0 11쪽
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4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2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0 0 12쪽
1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21.09.26 1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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