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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동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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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아
작품등록일 :
2021.09.26 17:14
최근연재일 :
2021.10.14 08: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289
추천수 :
1
글자수 :
125,029

작성
21.10.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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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25화 _ 월야환담 진월희. (1)

DUMMY

[어디서 봤던 장면 같은데요?]


큐로! 네 덕분에 모두 살아남았어. 정말 고마워!


[알고 계시니 다행이네요. 다음 청문회가 어떻게 치러질지 벌써부터 두렵긴 하지만요. 하루 만에 또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은 윗분들도 몰랐겠죠?]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선택한 건데요. 책임도 제가 져야죠. 다만 이번에는 좀 이별이 길지도 모르겠어요.]


큐로?


[그럼 안녕하시길. 부디, 훌륭한 용사가 되세요.]


뭐야, 큐로.

마치 영원히 못 볼 것처럼.

큐로?

큐로베로스?


큐로는 대답이 없었다.


쩌억.


그리고 큰 소리와 함께 하늘에 균열이 갔다. 알에서 부화하려는 병아리가 쫀 듯한 가느다란 금, 이전에도 봤듯이 결계가 깨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는 성신여대 역 앞이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오고 처음 느낀 것은 따스한 햇살이었고, 그 다음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주위의 행인들이 안고 있는 동훈 선배와 서신애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

나랑 아린이는 이 때 재빨리 떨어졌었는데.

동훈 선배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지만, 서신애는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했다. 좀처럼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큼큼.


아린이와 나는 그들 옆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아린이가 내게 말을 건넸다.


“한일아,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자.”

“......그럴까?”

“응.”


휴대폰을 꺼내보니 현재 시각은 20:15.

나는 아린이와 함께 집으로 걸어가며, 동훈 선배와 서신애를 돌아봤다.

보통 사람은 평생 동안 경험하지 못할 일을 하루 만에 겪은 기분이 어떨까?

나는 이런 일을 매일 같이 겪다보니 오히려 무뎌졌는데.

아린이 그런 날 보며 물었다.


“왜?”

“아니야, 그냥. 그보다 오늘 도우러 와줘서 고마웠어. 네가 그 때 안 나타났으면 진짜 큰일 날 뻔 했지.”


아린이는 공치사를 사양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뭘 이정도로. 고마우면 맛있는 거 사 줘~”

“그래, 뭐 먹고 싶은데?”

“그럼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갈래? 이 근처에 맛있는 곳 아는데.”

“떡볶이? 매운 거 잘 먹어?”

“그런 건 아닌데, 오늘은 좀 당기네?”


나는 아린이와 떡볶이 집으로 걸어가며, 동료 상태창을 켰다.


[‘유아린’의 스킬 보유한도 ‘4개’를 넘겼습니다.]


▷ 이름 : 유아린

▷ 레벨 : 4

▷ 직업 : 카드캡터

▷ 스킬 : 조종F, 중력F, 비행D, 보호F, 소환F

▷ 상태 : 한도초과(자세히)


일단 레벨은 한 단계 올라서 4레벨.

그리고 소환 스킬을 얻었다. 그 밖의 특이사항은 상태에 한도초과라고 나오는 것.

저게 무슨 의미지?

옆에 있는 ‘자세히’라는 글자를 클릭했다.


한도초과

카드캡터가 보유할 수 있는 스킬 한도는 총 4개이다.

5개 이상의 스킬을 보유했을 시, 초과분은 스킬 북에 봉인해야한다.

한도초과 시 모든 스킬이 사용 불가능하다.


대충 어떤 말인지는 이해가 됐다.

순대를 하나 집어 들면서 아린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보유중인 5개의 카드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거지?”

“응, 상태창을 보면, 하나는 포기해야 나머지 4개의 스킬을 쓸 수 있다네.”


아무래도 조종F, 중력F, 비행D, 보호F, 소환F 중 어떤 것으로 4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강한지, 어떤 전략, 전술이 가능한지가 달라지니까.

아린이가 내게 말했다.


“아~ 그래서 아까 마법이 안 써진 거였구나. 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네. 네 생각에는 어떤 카드를 빼는 게 좋은 것 같아?”


어제부터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어서, 대답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일단 가장 등급이 높은 비행카드는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고, 네 안전을 위해 보호카드도 있어야 할 것 같고.”


나는 물을 한잔 마시며, 말을 이었다.


“소환카드는 아직 안 써 본거지? 일단 써보긴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조종이나 중력카드보다는 범용성이 높을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조종이랑 중력 중에서 하나를 빼야할 거 같은데.”

“둘 중 하나를 빼야한다면 역시나......조종카드를 빼야겠지.”

“네 생각도 그렇지? 아무래도 결계 내에서 이동수단을 탈일은 많지 않으니까.”


그렇게 우리 둘이 조종카드를 봉인하고 나머지 카드들을 들고 다니기로 최종 결정을 했을 무렵,

누군가 내 어깨를 쳤다.


“......?”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귀여운 인상의 여자애가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메고 있던 검은색 핸드백이 실수로 내 어깨를 친 모양이다.

그녀가 깊이 고개를 숙이며 내게 말했다.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 때, 여자랑 같이 온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안나야, 무슨 일...... 어?”

“아, 별 거 아닙니...... 어?”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를 하다가 굳어버렸다.

잠깐의 침묵이 끝나고, 그가 먼저 나에게 말했다.


“한일아, 네가 왜 여기에?”

“그러는 경원이, 너는?”

“어, 경원이네?”


그리고 뒤에서 아는 체 하는 아린이까지.

안경원은 평소에 쓰고 다니던 검은색 뿔테 안경은 어디다 버려두고 왔는지, 안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안경원이 내 뒤에 있는 아린이를 보며 먼저 말했다.


“아린이랑 같이 온 거야?”

“어...... 너는, 그쪽 분이랑 같이?”


안경원 옆에는 전에 귀여운 인상의 여자애와 함께였다.

안경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옆에 있는 여자애를 소개해줬다.


“어, 이쪽은 우리보다 한 살 어리고 이름은 송안나. 안나야, 얘들은 내 친구 강한일이랑 유아린. 한일이는 우리랑 같은 교회 나가고 있는 데 기억나?”

“아~ 샬롯 언니랑 같이 있는 거 본 거 같아요. 반가워요, 오빠.”

“예, 반가워요. 경원이 친구, 강한일이예요.”

“안녕하세요, 유아린이예요.”


그렇게 본의 아니게, 서로에게 어색한 식사가 시작됐다.



* * *



“샬롯, 여깁니다!”


샬롯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지금 그와 함께 있는 이들은 교회의 특수 기동부인 팔라딘 대원들이다.

사건 조사와 더불어 교회 소속 마법사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포트해 주는 그들은 평소처럼 마법재앙에 대한 사전 조사를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지원으로 이곳에 온 게 바로 엑소시스트 샬롯.


“처참하네.”


사건 현장을 둘러본 샬롯의 첫 소감이었다. 그들보다 한발 먼저 출발한 팔라딘 대원들은 모두 미이라처럼 온몸의 수분을 빼앗긴 채 쓰러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인간 이상의 존재가 무언가 이능을 발휘한 결과물이었다.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었지만, 이곳 현장은 특히나 참혹했다.


“생존자는 없어요?”

“없습니다, 아무도.”


샬롯의 물음에 옆에 서 있던 팔라딘 중 한 명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의 말에 샬롯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발걸음을 놀렸다. 이곳은 내년이면 완공될 50층 빌라의 공사 현장이다. 이미 뼈대도 다 세워졌고 시멘트까지 발라놓은 상태였다.

놈은 아마도 인적이 드분 이곳으로 팔라딘들을 유인해 맘껏 그들을 유린한 모양이다. 마치 장난감을 망가뜨리며 웃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샬롯! 잠깐 이리로 와 보십시오!”


누군가가 샬롯을 다급히 불렀다. 샬롯은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 바람에 그녀가 입고 있던 교복의 깃이 거칠게 휘날렸다.

그는 모서리를 돌아 나왔다. 그곳은 벽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 막다른 장소였다.

그리고......


[For the day of vengeance was in my heart and the year of my redemption has come.]


붉은 피로 적힌 문구.

아마도 놈의 짓인 듯싶었다. 살해한 희생자의 머리가 펜이라도 되는 양, 희생자의 피가 잉크라도 되는 양 휘갈겨 놓은 모습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했다.

그 때 뒤에서 무뚝뚝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수할 날이 다가왔고, 구원의 해가 이르렀다. 이사야 서 63장 4절이군.”

“......!”


샬롯은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는 은발의 서양인 남자가 서 있었다.

전신을 둘러싼 검은 코트 안쪽에 얼핏 비치는 복장은 틀림없는 가톨릭 사제복이다.


“환영 인사가 거칠군.”

“길베스 스승님!”


은발의 남자는 샬롯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인 뒤, 피칠갑이 된 벽으로 걸어갔다.

그는 벽 앞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내뿜으면서 그는 화가 난 듯이 웃었다.


“버러지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이빨을 들이대는 거야?”

“스승님, 아는 녀석의 짓 인가요?”


샬롯이 은발 남자의 옆에 서면서 물었다.

은발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샬롯의 옆에 서있던 팔라딘의 가슴을 쐈다.


탕!


일련의 동작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가슴에 구멍이 난 팔라딘은 피분수를 뿜어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샬롯이 놀라서 소리쳤다.


“스승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잘 봐라.”


길베스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가슴에 구멍이 난 남자는 아직도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심장에 구멍이 난 사람이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고?

샬롯이 의문을 품을 즈음에, 팔라딘이 붉은 눈으로 길베스를 노려봤다.

길게 자란 송곳니와 창백해진 얼굴은, 누가 봐도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크으...... 어떻게 알았지?”

“몰랐나? 너희들한테는 아주 구역질나는 냄새가 나. 특히 네 주인한테서는 말이야.”

“뭐라고?! 이런 개자......!”


퍼억!


길베스는 구둣발로 놈의 머리를 밟아서 터트려버렸다.

그리고는 차가운 밤바람이 스며드는 창가로 걸어갔다. 이런 참극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듯 도시의 네온사인은 휘황찬란했다.


“샬롯, 너는 이 일에서 빠져.”

“......스승님이라고 해도 더 이상 저한테 명령할 권한은 없을 텐데요.”

“이 앞의 일은 네가 감당할 수 없어. 나도 널 지켜줄 수 없다.”

“저를 예전의 철없던 꼬마로 생각하지 마시죠? 전 누구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샬롯은 당당하게 말하며 남자를 노려봤다.

은발의 남자는 샬롯의 당돌한 대답에 피식 웃었다.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 있었다.

그리고 만월은 앞으로의 일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진한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피라고 섞인 듯 진하고 음산하기까지 한 노란빛이었다.

그 아래에서 달빛을 받으며 길베스가 웃었다.


“미친 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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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5화 _ 월야환담 진월희. (1) 21.10.14 43 0 11쪽
24 #제24화 _ 공룡의 시대! (3) 21.10.13 41 0 13쪽
23 #제23화 _ 공룡의 시대! (2) 21.10.12 45 0 11쪽
22 #제22화 _ 공룡의 시대! (1) 21.10.11 41 0 11쪽
21 #제21화 _ 웹툰 작가 오동훈군. 21.10.10 43 0 11쪽
20 #제20화 _ 괴담 동아리. (4) 21.10.09 42 0 11쪽
19 #제19화 _ 괴담 동아리. (3) 21.10.08 51 0 11쪽
18 #제18화 _ 괴담 동아리. (2) 21.10.07 41 0 11쪽
17 #제17화 _ 괴담 동아리. (1) 21.10.06 42 0 11쪽
16 #제16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3) 21.10.05 41 0 11쪽
15 #제15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2) 21.10.04 44 0 11쪽
14 #제14화 _ 금발의 엑소시스트! (1) 21.10.03 41 0 11쪽
13 #제13화 _ 비 오는 날, 교회에서. 21.10.02 55 0 11쪽
12 #제12화 _ 두근두근 첫 데이트! 21.10.01 43 0 11쪽
11 #제11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4) 21.10.01 42 0 11쪽
10 #제10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3) +2 21.09.30 45 0 11쪽
9 #제09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2) 21.09.30 43 0 11쪽
8 #제08화 _ 살아있는 시체들의 세계! (1) 21.09.29 45 0 11쪽
7 #제07화 _ 각성! ???F 스킬. 21.09.29 51 0 13쪽
6 #제06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2) 21.09.28 54 0 11쪽
5 #제05화 _ 데이지 향이 나는 방. (1) 21.09.28 67 0 11쪽
4 #제04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3) 21.09.27 59 0 11쪽
3 #제03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2) 21.09.27 61 0 11쪽
2 #제02화 _ 마법과 미소녀와 신비한 밤! (1) +2 21.09.26 80 0 12쪽
1 #제01화 _ 용사는 안 되냐? 21.09.26 1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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