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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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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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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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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12)

DUMMY

오랫동안 주인이 없어졌으니 바트 왕이 조치를 한 걸까? 로브나의 소원 들어주기 어렵지 않았다. 더 나아가 바트에게 부탁하면 그녀에게 땅을 되돌려 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땅을 뺏긴 이에게 그만한 보상을 준비해야겠지. 생토니스가 말했다.


”그건 어렵지 않구나. 원한다면 다시 땅을 되찾아 줄 수도 있다.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주마.“


그녀는 잠깐 말을 하지 못했다. 가족이 뛰놀던 그 땅을 되찾는다면 행복할 거야. 아름답게 가꿔놓은 작은 정원과 사과나무, 오빠는 종종 나무 위로 올라가 사과를 따서 먹었는데··· 하지만 이제 얼굴도 모르고 지내던 사촌의 땅이었다. 땅을 빼앗는다면 분명 피를 봐야겠지. 로브나가 짧게 숨을 쉬고 말했다.


”전 이제 싸움은 질색입니다. 만약 그 땅을 되찾아 온다면 필시 누군가 피를 봐야겠지요.“


싸움이 질색이라···그도 머리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로브나는 공작의 제의에 자신의 결심이 흔들린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윗입술을 물며 잠시 고민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이분은 나를 구해주셨다.


그런 분에게 이런 요구를 하지 말아야 했나. 물에 빠진 이가 자신의 가방까지 찾아내라 성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던 공작이 술을 마셨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서 불안을 감지했다. 로브나가 쥔 술잔 속 붉은 술이 미세한 파동을 내며 흔들렸다.


생토니스는 그녀에게 갑작스레 많은 걸 주려고 했다. 어쩌면 그게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거라 생각했다. 받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그녀가 처음 말한 걸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시녀로써 이곳에 머물도록 해주마. 귀족인 여인을 하녀로써 하대할 수 없는 법. 2년만 지나면 혼인 서약서가 사방에서 올 것이다. 그때 잘 고민해 보거라.“


로브나는 공작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제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덕이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영광입니다.“


”그래. 내일 나의 할머니 테레시 코바에게 말해두겠다. 그럼···“


생토니스는 술을 한 입 마시고 말했다.


”준비가 되면 말해주겠나.“


그녀의 마음을 옥죄여 오던 느낌은 탑 위에서 느끼던 것과 같았다. 로브나가 눈을 감자 눈물이 흘렀다.


”붉은 총을 쥔 순간, 두려웠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저에게 총을 쏘는 법을 가르쳐 주시던 걸 떠올리자. 두려움은 누그러들었죠. 그러자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자 눈물이 쏟아졌다. 목소리도 내기 힘들었음에도 계속 말했다.


”그때, 죽어간 사람들. 구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이 또렷히 보였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밭을 갈 수 있다고 자랑하던 샘, 다른 사람에게 언제나 친절했던 트위시. 하물며 죽어가던 그때까지 그녀는 친절했습니다. 문뜩 이 모든 게 저 때문이라는 생각도 솟아났습니다.“


그녀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생토니스는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수건을 꺼내줬다. 로브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딸꾹질했다. 누그러들자 말을 이어갔다.


”은빛의 여주인 칼트라일은 종종 저에게 이야기를 보여줬습니다. 관에 든 이가 누구이며,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애틋한 한 쌍이었죠. 전쟁 속에서 그를 잃고 그를 되살리기 위해 그녀는 천년의 고독을 버텨왔습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전 그녀를 증오했지만, 한편으론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녀의 고통 어린 삶은 보상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다시 마음이 조여왔습니다.“


로브나의 눈물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뜨자 붉게 충혈되었고 눈물이 맺혀 있었다. 화장이 눈물에 번졌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훌쩍이며 말했다.


”마음속 깊숙이 총을 쏘지 못하게 손을 조여왔습니다. 그 순간 공작님의 기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녀는 공작님을 해하려 들었죠. 그녀를 쏘지 않으면 더욱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겠죠. 전 두려움과 슬픔 속에서 결단했습니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러자 무지개가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단 한 번밖에 본적 없던, 그 아름다운 것이 저희를 구원해준 겁니다.“


로브나는 그때와 같이 굳은 마음으로 눈물을 닦고 훌쩍였다. 말이 끝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였습니다.“


”아니다. 나의 부탁으로 흘린 눈물이다. 추태가 아닌, 너의 마음속 선함이 흘러나온 것이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생토니스는 그녀를 다독여줬다. 진정되자 그녀를 직접 방까지 안내했다. 그 뒤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었다. 증오했지만 한편으로 동질감을 느꼈다.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는 마음에 따라 쏠 수 있는 것인가? 그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런 마법 같은 총이라니.


내일 처리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술기운에 몸을 던졌다. 빠르게 눈이 감겼고 잠들었다.


늙은 현자는 호숫가 인근 선착장에 앉아 돌을 던졌다. 잠잠한 물속으로 떨어지며 소리를 냈고 주변으로 둥글게 파동을 퍼뜨렸다. 생토니스가 물 튀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그래, 아가씨를 울리면서까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감이 좀 오나?“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쏘는 것은 마음에 달렸다. 이걸 알려주고 싶었단 말이냐.“


”반만 맞았어.“


늙은 현자가 낄낄거렸다. 손에 쥔 돌을 한꺼번에 던지자 사방으로 물이 튀고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각자의 파동이 만나 부딪히고 공명하거나 사라졌다.


늙은이가 가볍게 숨을 불어넣자 호수에 새로운 장면이 피어올랐다. 그곳의 나타난 얼굴을 보자 생토니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냐.“


그곳은 어두웠다. 이따금 주변에 불길이 그곳이 어디인지 명확히 보여주었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그래, 32년 전 올드 톰이야. 자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저 총을 쏜 곳이지.“


생토니스가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울면서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쐈다. 격발되자 울고 계셨다고 했다. 그것을 곱씹으며 눈을 감고 호수를 향해 점프했다. 물이 뒤섞였다. 거품들이 엉키고 설키며 그를 32년 전으로 데려갔다.


생토니스가 숨을 들이켰다. 화약과 피비린내, 불에 그을린 냄새가 쏟아졌다. 귓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은 울부짖음과 총격이 들렸다. 이따금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눈을 떴다.


눈앞에 나무로 만든 건물이 불타올랐다. 누군가 불을 끄기 위해 콜록대며 물을 날랐다. 많은 이들이 물에 젖은 마스크를 쓰고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다. 갑작스레 세 발의 총성이 빠른 간격으로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갔다. 그곳은 광장이었다. 갈색털로 뒤덮인 괴물의 시체로 즐비했다. 생토니스의 눈은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두 인물에게 갔다. 갈색 카우모자를 쓴 사내가 보였다.


”아버지···“


그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먹먹해졌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버지. 그는 울고 있었다. 앞에 서 있는 괴물도 울었다. 괴물이 말했다.


”나다. 내가 범인이다. 사람을 내가 죽였다. 나의 친구들은 죄가 없었단 말이다!“


”알고 있다.“


울프, 불 모노케르스 공작이 앞에 선 괴물의 시선을 피했다. 괴물의 양 허벅지에서 피가 흘렀다. 그것이 대지를 물들였다. 불 모노케로스가 총을 집어넣고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꺼냈다.


불 모노케로스의 손이 떨렸다. 손가락을 방아쇠울에 걸쳤다. 도저히 총을 쏘지 못할 정도로 손이 떨렸다.


그가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갑작스레 사방의 불길이 치솟았다. 발포 소리가 들렸다. 괴물의 심장 중앙에 구멍이 뚫렸다. 불 모노케로스는 눈을 크게 뜨고 구멍을 쳐다봤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보이자 그가 어깨를 떨었다.


”안돼···안돼, 안돼!“


그는 무릎을 꿇고 총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뒤편에 선 두 사내가 그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자신은 죄인이라 외치며 슬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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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82 올드 톰(21) 20.06.29 24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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