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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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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41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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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집(5)

DUMMY

생토니스가 잠에 빠져들자 물 냄새가 풍겨왔다. 눈을 뜨자 늙은 현자가 나무배에 앉아 졸고 있었다. 총잡이가 헛기침하자 소리를 듣고 늙은이가 깼다.


“그래. 생각을 좀 해봤나.”


“전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냥 방법을 말해라.”


“그럴 수 없지. 내 철학은 이거야. 남이 알려준 지식과 지혜는 한순간이야. 그러나 직접 겪고 배운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그는 고뇌하는 총잡이를 보았다. 근심하고 고민하는 사내를 보자 그의 마음은 기쁨으로 고동쳤다. 그러나 절대 입꼬리를 올리지 않았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그럼 조금 도움을 주지.”


늙은 현자는 대답 대신 손뼉을 쳤다. 호숫가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로브나가 페퍼박스 리볼버를 쏜 그 순간을 보여주었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그럼 타인을 관찰하며 답을 향해 가보게.”


그는 왼손을 뻗어 물을 가리켰다. 총잡이가 일어나 현자를 노려봤다.


“내가 갑옷을 부술 수 있게 되는 날 네놈도 머릿속에서 쫓아낼 것이다.”


현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때를 기다리지.”


총잡이가 물로 뛰었다. 물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거품이 뿜어져 올라왔다. 공작은 거품에 휩쓸렸다. 온갖 색상이 맞물리고 뒤엉키며 과거의 기억을 가져왔다.


생토니스는 석재의자에 반쯤 눕혀져 은빛 갑주 입은 여자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생토니스는 그 광경을 자신의 눈으로 봤다. 코피가 흐를 정도로 맞았지만 자신은 아프지 않았다. 이번에는 철저히 관찰자의 시점이었다.


“멈춰!”


로브나가 소리쳤다. 총잡이가 그녀를 쳐다봤다. 떨리는 손. 은빛 갑주를 입은 여인이 주먹질을 멈췄다. 로브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러나 언어가 달라 알아듣지 못했다. 로브나가 말했다.


“왜 사람을 해쳐야만 하는 거야.”


로브나는 괴물의 대답을 기다렸다. 뜸을 들이자 로브나가 말했다.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지 마.”


괴물은 당당히 그녀의 앞에 서며 손을 내밀었다. 로브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 순간 석재의자에서 정신 차린 생토니스가 총을 꺼내 장전했다.


갑주의 여인에게 제지당했다. 아끼던 판초를 찢어버렸다. 로브나는 그 순간 눈을 감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기자 실린더가 돌아가며 해머가 공이를 쳤다. 페퍼박스 리볼버가 발사됐다. 무지갯빛 줄기가 괴물의 심장을 관통하며 벽을 뚫었다. 생토니스는 빛을 보며 기절했다.


로브나는 총을 내려놓고 하염없이 울었다. 목은 쉬었음에도 통곡 소리를 또렷하게 전달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점차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벽과 공간이 일그러지며 멀어졌다. 한순간 소리가 단절됐다.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빛이 쏟아졌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하루 종일 곱씹어 보시게.”


눈을 뜨자 아침이었다.


생토니스 공작은 첨탑 위에 순간을 곱씹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으나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점심을 먹고 카렌과 함께 편지를 썼다.


카렌은 골똘히 생각하는 공작의 얼굴을 쳐다봤다. 질문을 먼저 해도 될까. 주제넘은 건 아닐까? 공작의 심기 어린 표정은 그녀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쌓였던 편지의 마지막 답장을 끝내자 비로소 공작은 한숨을 쉬었다. 눈이 피로했다. 카렌은 손목이 아팠다. 손목을 가볍게 돌리자 생토니스가 말했다.


“미안하구나. 쓰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야 했거늘. 전혀 돌보지 못했구나.”


“아닙니다. 시녀로써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니, 괘념치 마세요.”


“그럼 오늘도 티 타임을 즐기고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거라.”


공작은 어제처럼 하녀를 불러 차를 준비시켰다. 그동안 생토니스는 신세를 졌던 헤르만에게 편지를 썼다. 직접 쓰는 모습을 카렌이 묵묵히 지켜봤다.


그의 필체는 매우 깔끔했고 한 번의 쉼도 없이 순식간에 썼다. 직접 편지지를 봉투에 담고 붉은 밀랍을 부었다. 봉인을 찍자 둥근 뿔이 보였다.. 카렌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엄청 중요한 편지인가요?”


“가을에 신세를 졌던 붉은 콧수염가의 헤르만에게 보내는 것이다.”


헤르만,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투자의 귀재란 소리가 있었지. 카렌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 열차에서 구하셨다고 하셨죠? 첫날 얘기해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맞다. 그러나 나도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올드 톰에 도착할 수 있었고 간호를 받았으니 이 정도 호의는 괜찮겠지.”


공작의 눈은 봉투에서 카렌의 손목으로 향했다. 오늘도 흰 장갑을 끼고 있었다. 어제와는 문양이 다른 물건이었다.


후에 수고한 카렌에게 선물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헛기침하자 하녀들이 수레에 차를 가져왔다. 두 사람은 함께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휴식을 즐겼다.


시간이 끝나고 카렌이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2층으로 내려와 길을 가던 중 히바바를 만났다.


카렌이 먼저 이틀이나 공작님과 다과 시간을 즐겼다고 자랑했다. 히바바는 어서 이곳의 글에 익숙해져야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둘은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저녁 시간이 되어 생토니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고기를 씹어먹었다. 그 광경을 보고 테레시 코바가 말했다.


“왜 이렇게 표정이 언짢으십니까.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생토니스 공작은 뒤늦게 자신의 표정 관리를 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고민할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겁니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수치스런운 비밀이라면 조용히 묻으시죠. 아니라면 이 할매에게 말씀해 보시죠.”


코바의 말을 듣고 블론 카발디는 그녀가 최대한 상냥하게 묻고 있다는 사실에 히죽거렸다. 생토니스가 야채를 하나 씹어먹고 말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 여쭙겠습니다.”


코바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도 식사에 집중했다. 코바는 늙었음에도 고기 한 덩이와 광주리에 든 빵과 야채를 모두 먹었다.


생토니스는 두 배로 먹어 치웠고 속도는 비슷했다. 배불리 먹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토니스는 와인 한 병을 가지고 베란다로 올라갔다.


그 광경을 포착한 코바가 잠시 고민했다.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몸. 어서 어여쁜 후대를 보고 손자와 결혼한 아가씨에게 자신의 모든 걸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나 16년째 진전이 없었다. 적극적으로 들이밀던 레인은 결국 엇나갔다.


손자가 여자를 멀리할 수록 할머니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자신은 장수하는 축복을 받아 상상치 못할 정도로 오래 살았다. 눈은 침침했고 무릎도 성하지 않았다. 자신이 너무 집착하는 걸까?


식사 때 손자의 심각했던 표정을 떠올렸다. 할미에게도 말하지 않는 걸 보면, 분명 결투와 관련된 게 분명했다. 어쩌면 아비를 사지로 몰았다며 혼자 고독을 씹는 걸지도···오늘은 그만두자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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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집(6) 20.07.10 24 1 7쪽
» 집(5) 20.07.10 21 0 7쪽
101 집(4) 20.07.09 22 0 8쪽
100 집(3) 20.07.09 23 0 8쪽
99 집(2) 20.07.08 23 0 7쪽
98 집(1) 20.07.08 23 0 8쪽
97 집(0) 20.07.07 23 0 9쪽
96 올드 톰(35) 20.07.07 24 0 9쪽
95 올드 톰(34) 20.07.06 23 0 7쪽
94 올드 톰(33) 20.07.06 22 0 8쪽
93 올드 톰(32) 20.07.04 23 1 11쪽
92 올드 톰(31) 20.07.04 22 0 9쪽
91 올드 톰(30) 20.07.03 21 0 8쪽
90 올드 톰(29) 20.07.03 2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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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82 올드 톰(21) 20.06.29 24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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