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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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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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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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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2)

DUMMY

생토니스 공작은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집무실로 들어가 박혀 일에 몰두했다. 점심도 간소하게 먹고 저녁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일어서지 않았다.


저녁이 준비되자 비로소 그는 책상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고 오른쪽 무릎을 주물렀다. 하녀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그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레시 코바와 시녀 둘, 카발디가 들어섰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었다. 바깥에는 눈이 쌓였다. 카렌은 이른 겨울에 눈이 쌓이는 게 신비하다며 말했다.


”이제 겨울에 맞게 장식을 바꿀 때가 된 거 같죠?“


공작은 그녀의 말을 듣고 바깥의 눈이 쌓이는 걸 봤다. 테레시 코바가 말했다.


”이번 겨울은 눈이 빠르긴 하구나. 그래, 겨우살이를 구해다가 많이 장식해야겠구나. 멜린에게 시키면 일주일 안에는 끝날 거다.“


카렌은 그녀의 대답에 들뜨기 시작했다. 두 달만 기다리면 크리스마스가 올 테고, 성대한 무도회나 파티가 열릴 것이다. 많은 백작과 남작들이 찾아와 인사하기에 인맥을 넓히기 쉬웠다. 그들 중 좋은 사내가 있다면 살짝 꼬리 쳐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멋진 사내와 약혼을 하게 되면 정식으로 결혼하기 위해 공작님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그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카발디는 고기를 모두 먹고 로즈마리 위스키를 마시며 코바가 노골적으로 겨우살이를 구하려는 이유를 알아챘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청하는 입맞춤을 거부하면 불운이 닥친다는 전설이 돌았다.


생토니스가 그런 전설을 믿을지 의문이었지만, 주변의 평판을 인식하고 적당히 어울려줄지도 몰랐다. 녀석도 사내였으니 결국 여인을 원하는 남성의 욕구에 휩쓸릴 수도 있었다.


코바는 신분을 막론하고 여자랑 눈이 맞길 바라는 게 분명했다. 카발디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 술을 들이켰다.


생토니스는 고기 한 덩어리를 먹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귀찮은 귀족들이 들러붙을 구실이 늘어나 피곤했다. 빠르게 저녁을 먹고 그는 다시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가 일을 마무리했다.


보고서를 읽고 도장을 찍으며 일을 진행했다. 일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한숨을 쉬었다. 눈이 아팠다. 이러다 안경이라도 끼게 되면 목숨을 건 혈투에서 방해될 게 뻔했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즉시 침실로 돌아가 잤다.


눈을 뜨자 늙은 현자가 있는 호숫가가 펼쳐졌다. 그를 맨 처음 봤을 때 눈알은 존재하지 않았다. 양쪽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나 지금은 왼쪽에서 미약하게 타올랐다. 오른쪽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앞을 보는데 이상이 없었다. 그는 한창 배를 몰며 호수를 떠다녔다. 생토니스가 나타나자 노 젓기를 멈췄다. 그것을 보며 총잡이가 말했다.


”날 왜 이곳으로 끌어들인 게냐.“


”왜라고 생각되나. 그저 단순히 유흥을 위해?“


늙은 현자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다른 사람과 이간질을 시도했다. 그를 계속해서 경계하며 말했다.


”어떤 목적이 있겠지.“


현자가 말을 듣고 노를 호숫가에 버렸다. 나무로 만든 노는 물을 따라 떠다녔다.


”이해관계가 떨어진다고 해두지.“


생토니스가 늙은 현자를 노려봤다. 그와 떨어질 이해관계는 딱 하나 뿐이었다.


”데이슨.“


그가 중얼거렸다. 때를 놓치지 않고 늙은 현자가 말했다.


”맞아. 그놈이 날 죽였지. 세상은 작용 반작용. 나의 육신을 죽이고 없앴으니. 똑같이 갚아줘야지?“


그는 검지와 엄지를 호수에 담구며 말했다.


”마음 같아선 모두 말해주고 싶지. 광물을 어떠니 저쩌니.“


물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생토니스가 크토스 사막 지하에서 싸운 돌 거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지만, 이건 꼭 필요한 일이야. 그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지. 이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해야 돼. 그리고 난 그걸 도와줄 마음이 있지.“


총잡이는 돌 거인을 보며 선조 이든 알렌이 주조한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떠올렸다. 용의 피를 뒤집어쓰자 총이 격발 될 때마다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생토니스는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의 작동법을 알아내기 위해 16살 이후 15년간 그 총이 쏴진 곳을 직접 찾아가거나, 문헌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총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총이 돌 거인과의 마지막 사투 끝에 발동됐다. 어쩌면, 죽기 직전의 상황이 해답인가? 그러나 그것을 작동시킨 다른 사람도 있었다. 납치되어 평생 고통받던 로브나, 자신의 아버지 불 모노케로스도 쐈다.


총잡이가 일어섰다. 그러자 나룻배가 흔들리며 작은 파장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어떤 사악한 생각을 품고 있든. 조금이라도 수상하다고 생각되면, 무슨 짓을 하든 널 내 머릿속에서 없애겠다.“


”그 생각은 이미 하고 있잖은가. 이곳에서 나의 심장에 칼을 꼽은 게 누구였는지 기억 못 하나?“


늙은이가 혼자 웃었다.


”그럼 즐거운 여행 하시게.“


총잡이는 호수에 뛰어들기를 주저했다. 정말 저 늙은 구렁이를 믿어도 되는가. 과거를 되짚음으로써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의 머릿속은 고민으로 복잡했다. 그러나 한줄기의 희망도 보였다.


그가 진심으로 도우려 한다면 유용할 것이다. 지금은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그가 물속으로 뛰었다.


물이 사방의 모든 것을 그의 기억과 같이 복원했다. 공기에 모래가 스며들었다. 갑작스레 왼쪽 귀가 멎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코피가 흘렀고 눈도 흐릿했다. 그의 오른손은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들었다. 때마침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의 몸은 천천히 흐르는 시간처럼 총을 돌 거인에게 겨누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방아쇠를 부드럽고 천천히 당겼다.


무언가 소리를 질렀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었다. 그리고 온몸을 뒤로 밀어내는 엄청난 반동에 그는 날아갔다. 그리고 기억에서 튕겨 나왔다.


물속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는 나룻배 옆으로 떨어졌다. 차가움이 사방에서 그를 적셨다. 늙은 현자는 그를 나룻배에 올려주고 말했다.


”감이 좀 잡히나.“


”전혀.“


”감정이입을 전혀 못했어. 괜찮아 밤은 길고 깨달음의 과정도 길테니 말이야.“


그가 손뼉을 치자 물 위에 돌 거인의 기억이 나타났다. 총잡이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자신 때문에 죽은 아버지를 회상하고, 반동에 튕겨져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순간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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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2) 20.07.08 24 0 7쪽
98 집(1) 20.07.08 23 0 8쪽
97 집(0) 20.07.07 2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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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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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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