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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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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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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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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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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올드 톰(35)

DUMMY

생토니스는 주위를 보며 헤르만과 가볍게 얘기를 했다. 총잡이가 먼저 말했다.


"성탄절에 무도회를 하게 되면 자네를 꼭 부르겠네."


헤르만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즉 더 높은 직위의 이들과 교류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투자자나 정보, 투자 거리를 찾을 수 있단 소리였다. 옆에서 듣던 슈넬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생토니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뒤에 두 사내가 걸어왔다. 더치가 먼저 말했다.


"이분입니다."


거대한 체구의 휴스톤이 생토니스의 얼굴을 보고 끄덕이며 말했다.


"와, 울프랑 정말 닮았네. 잠시 이 친구와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헤르만은 생토니스를 쳐다봤다. 그가 끄덕이자 헤르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흰 먼저 자러 가보겠습니다."


붉은 콧수염의 사내와 숙녀는 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방으로 갔다. 더치와 휴스톤이 자리에 앉았다. 휴스톤이 다른 이들의 잔 보다 두 배 큰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핸드릭스와 스몰란을 위해."


세 사내가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한 입 마시고 휴스톤이 말했다.


"소문을 들었어. 울프가 못 가져간 소총을 가져갔다며. 그 친구와 무슨 관계야?"


생토니스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아버지셨습니다.”


두 사내가 휘둥그레 쳐다봤다.


더치가 말했다.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겁니까?”


“이야기를 듣고 추론해 본 결과 그렇더군요.”


휴스톤이 말했다.


“그럼,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가지고 있겠구만?”


생토니스가 놀란 표정으로 그 총을 꺼내 올려놓았다. 휴스톤이 말했다.


“그 친구는 잘 지내나.”


”결투에서 패배해서 돌아가셨습니다.“


휴스톤이 잔을 들어 올렸다.


”아쉽군. 좋은 사람이었는데“


생토니스도 잔을 들어 부딪혔다. 휴스톤이 말을 이어갔다.


”멋지고 친절했지만, 그렇게 울보인 친구도 없었지.“


”그게 무슨···“


”울프 말일세. 지금 곱씹어 봐도 괴물을 죽여놓고 꽤 후회스러웠나 봐. 흉보려는 게 아니야. 꽤나 감상적인 사람이었어.“


그는 맥주를 마시고 말했다.


”한창 놈들을 도시에서 몰아낼 때였지. 사방은 피와 화약 냄새로 점칠됐어. 거기다 달도 안 뜬 밤이었지만 사방에 지른 불 때문에 정신도 아찔했지. 누구든 그런 곳에서 서게 되면 흥분 할 거야.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이 마구 뛸 정도니까. 우린 놈들을 숲으로 몰아냈어. 광장에서 크게 이겼거든. 그런데 단 한 놈이 울프에게 달려들었어.“


그가 숨을 맥주를 마시고 이어갔다.


”녀석은 울고 있었지. 왜 우는진 알 수 없었지만 말이야. 울프는 처음에 어깨와 두 허벅지에 총을 쐈어. 그리고 총알이 떨어진 듯 리볼버를 총집에 넣었어. 그리고 그 총을 꺼냈지.“


그가 탁자 위에 올려둔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가리키며 말했다.


”둘이 뭐라 주고받았지. 울프는 총 쏘기를 주저했어. 어차피 내비둬도 출혈로 죽을 상황이었으니까. 뒤로 돌았지만,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어. 그리고 결국 총을 쐈지. 그때 갑자기 사방에 괴성과 총격이 들렸어. 총격이 끝나고 울프는 울었어. 그걸 본 사람은 나랑 샘뿐 일거야.“


생토니스는 충격에 빠졌다. 어째서 이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는지 깨닫게 됐다. 범인을 오판한, 그의 실수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그리고 다른 충격이 찾아왔다. 한평생 쏴 본 적 없다고 했던,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쏜 걸 숨기셨다.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걸까. 생토니스는 자신이 발사에 성공했던 때를 곱씹었다.


맨 처음은 사막 지하에 거대한 돌거인과의 싸움 중이었다. 그때 난 무얼 생각했지? 그는 혼자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휴스톤이 말했다.


”그만큼 남들 앞에서 운 사람도 없을 거야. 처절했지. 그런 울프를 영웅이라 떠받들었고. 뒷맛 씁쓸한 엔딩이지.“


말을 끝내고 늙은 거구의 사내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생토니스의 얼굴을 봤다. 그는 이야기에 충격받은 사람으로 보였다. 휴스톤이 술을 한잔 들이켜고 말했다.


”자네 아버지를 위해.“


휴스톤은 잔을 들었고 생토니스가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아버지를 위해.“


둘은 오랫동안 함께 술을 마셨다. 모두가 술에 곯아떨어졌다. 마을은 아침이 되자 잠잠해졌다. 그 어느 때 보다 조용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 뒤 블론 카발디는 자비르의 잡화점에 들러 매실주를 잔뜩 샀다. 일부는 자신의 고향으로, 일부는 직접 챙겼고 나머지는 생토니스의 본가로 보냈다.


그곳에서 더치와 마주쳤다. 그는 자비르에게 인사를 보내며 조심스레 계산대에 손을 올렸다. 자비르는 미소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열차로 향했다.


오후가 되자 두 총잡이는 열차에 탔다. 특등석과 3등석에 자리를 두 개씩 샀다. 블론 카발디 가라사대 진짜 재미는 사람끼리 살을 부대끼는 곳에서 나오는 법이라 했다.


어디든 자리는 넓었다. 여행객 대다수는 이미 마을을 떴다. 생토니스는 그녀에게 물었다.


”스승님 다음은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디긴 어디야. 너희 할머니 뵈러 가야지. 우리 엄마보다 나를 더 어여뻐 해주시는 데 당연히 가야지. 겨울 동안 신세도 질 겸 말이야. 너도 놀았으니 이제 그 검은 광물인지 뭔지 부숴볼 궁리도 해봐야지 되지 않겠어? 나도 최대한 도와줄 테니 걱정 붙들어 매라구.“


”도움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생토니스는 출발하는 열차에 앉아 창밖을 봤다. 검은 숲과 붉은 소를 사냥하는 카우보이들. 잊혀지지 않을 사냥꾼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그리고 뜻하지 않게 찾은 아버지의 이야기. 마음속에 새로 만든 기억을 되새기며 삶의 열정을 쏟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강도를 만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잠을 잘 때마다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현상을 겪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차 안에서 꿈을 꿨다.


그는 숨쉬기 괴로운 물속에서 눈을 떴다. 그러나 꿈속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주변은 어두웠다. 그는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갔다.


밤이었다. 달이 반쯤 뜨며 그를 지켜봤고 작은 배 하나가 떠다녔다. 검은 외투를 쓴 늙은이가 보였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생토니스의 몸이 부상했고 배 위로 떨어졌다. 그 뒤 그가 손뼉을 치자 젖은 옷이 순식간에 말랐다.


늙은이가 낮게 웃었다. 그가 천천히 외투를 걷었다. 미약한 불길이 왼쪽 눈을 대신했다. 오른쪽 눈은 감은 채 늙은이가 서 있었다. 생토니스가 침을 삼키고 늙은이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늙은이가 말했다.


”낯익지 않나?“


사막에서 들었던 늙은 현자의 목소리였다. 생토니스는 반사적으로 총을 뽑아 겨누며 말했다.


”넌 분명 그때 죽었을 텐데.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


늙은 현자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생존과 복수. 내가 갈망하는 건 오직 그뿐이야. 자네가 원하면 난 사라지지. 미르니아를 데려와도 빼낼 수 없을 거야. 누구를 음해하려는 의도가 일절 없거든.“


방아쇠를 당겼다. 해머가 몇 번이고 격발을 시도했으나 총은 발사되지 않았다. 제자리에 총을 돌려놓고 품속에서 칼을 뽑았다.


”나를 죽이고 싶나? 난 지난 반년 동안 자네의 일부가 되어 녹아들었다네. 그래서 이런 걸 보여줄 수 있지.“


그가 다시 한번 손뼉을 쳤다. 물가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은 사막 지하였다. 시야가 흐릿해 보였다. 모든 게 흔들려 보였다.


”어딘지 기억하나? 물로 뛰어들면 그 순간 겪은 고통, 생각, 모든 걸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자네도 최근에 궁금했잖는가. 처음으로 페퍼박스 리볼버를 쏜 순간말이야.“


생토니스는 그를 찔러야 할지 망설였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정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날 찌르게. 놀라서 잠에서 깰거야. 그럼 오늘 밤은 잠들기 쉽지 않겠지. 대신, 저기에 들어가면 자넨 실마리를 얻을거야. 500년 동안 숨겨진 비밀 말이야. 모노케로스의 그 누구도 찾지 못한 비밀.“


생토니스가 소리쳤다.


”나를 유혹 하지마라 이 악마야.“


그는 단호하게 현자의 가슴팍을 찔렀다. 그러자 모든 게 뒤섞였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가 떨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다시 눈을 뜨자, 고요했던 물가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쉬지 않고 달리는 엔진음과 나무, 철이 계속해서 부딪히거나 흔들리는 소리뿐이었다.


늙은 현자가 그의 머릿속에 말했다.


”내가 뭐랬나. 그래도 술을 좀 마시면 잘 수 있겠지. 천천히 얘기해 해보자구.“


목소리는 낄낄거리며 빠르게 사라졌다.


작가의말

올드 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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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집(2) 20.07.08 2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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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집(0) 20.07.07 23 0 9쪽
» 올드 톰(35) 20.07.07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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