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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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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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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2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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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올드 톰(30)

DUMMY

이스가리옷은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기사들이 다른 동네에서 가져온 물건의 개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치즈와 베이컨, 밀과 양배추, 마지막으로 귀리였다. 스몰란이 다가오자 이스가리옷이 말했다.


”광장에 있을 거야. 생토니스라는 사람이었어.“


마상 시합이 끝나고 기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연주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른들은 물건을 넣으러 창고로 향했고 아낙네들은 음식 준비를 했다.


생토니스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흥미를 보인 이야기는 그들이 기사가 되는 과정이었다.


기사가 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훈련을 받았다. 첫해에는 글쓰기와 읽기, 체력 만들기에 집중됐다. 다음 해에는 예법과 전략 전술을 추가로 익혔다.


해가 거듭날수록 어떤 병기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가르쳤다. 모든 훈련이 끝나면, 3일 동안 몸을 정갈히 하고 금식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그 뒤 정식 서품을 받은 사제의 허가를 받고 괴물을 죽이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폭풍을 부르는 자, 세상에 구멍을 내는 괴물, 디오륏소였다. 녀석들은 검은 피부에 말과 흡사하게 생겼고 목 근육은 어느 괴물보다 단단해 보였다. 머리에는 상처투성이의 뿔이 달렸다.


그 말을 듣고 생토니스는 모노케로스를 떠올렸다. 기사는 자신이 디오륏소와 마주친 얘기를 해주었다.


바닥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은은하게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무법지대였다. 그곳의 태양이 뜨지 않는 기이한 곳이었다. 일주일을 쉬지 않고 발자국을 따라다녔다. 녀석은 추적자가 있는 걸 알아채고 일부러 물가를 건너며 흔적을 지웠다.


때론 위협의 표시로 거대한 돌에 자신의 뿔을 찔러 수십 개의 구멍을 내기도 했다. 추적은 인내의 싸움이었다. 디오륏소는 참을성 있게 그의 추적을 뿌리치기 위해 더욱 위험한지대로 향했다.


바닥에서 언제 용암이 뿜어나올지 모르는 곳이었다. 발자국에 정신이 팔린 기사는 넓은 황야로 나왔다. 어느 순간 발자국이 끊겼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주변을 뒤졌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동물이었기에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뒤에서 콧김을 뿜는 소리가 들렸다.


기사가 뒤를 돌아보자 검은 피부의 괴마가 내달렸다. 뿔을 정면으로 치켜들고 입을 다문 채 매서운 속도로 달렸다. 그것의 뿔엔 수많은 흉터와 깨진 흔적들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날카로움을 유지했다.


녀석이 달릴 때마다 바닥이 진동했다. 방패를 꺼낼 시간도 없었다. 빠르게 칼을 꺼내고 뛰었다. 칼을 일직선으로 뻗자 디오륏소는 자신의 뿔로 쳐냈다. 짧은 순간 칼날에서부터 손잡이까지 전해져 오는 충격량에 손이 떨렸다. 어찌나 강하던지 검을 놓칠 뻔했다.


러나 기사가 기회라 여기고 뿔을 잡았다. 괴마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질주했다. 그가 칼을 치켜세우자 즉시 몸을 던져 굴렀다.


강렬한 충격이 배와 등으로 전달됐다. 눈앞이 아찔했다. 눈을 부릅뜨고 목을 잡고 계속해서 뒹굴었다. 한 식경 동안 구르자 괴마의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땀범벅이 되자 붙잡을 수 없었다.


녀석이 힘껏 몸을 휘두르자 기사가 목을 놓쳤다. 괴마가 거리를 벌리고 입으로 숨을 쉬었다. 숨을 뱉을 때마다 흰 연기가 보였다. 화가 난 듯 고함을 치고 다시 뿔을 겨누고 달려왔다.


기사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검을 한 손으로 잡고 기다렸다. 괴마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가 먼저 검으로 찌르자 뿔로 튕겨냈다. 한 손은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칼이 멀리 튕겨 나갔다. 그는 개의치 않고 녀석에 목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그러나 칼날이 박히기도 전에 디오륏소가 그를 밀어내고 전진했다. 칼이 날아가 바닥에 꽂혔다. 그것은 바닥에 꽂힌 채로 격렬하게 진동했다.


검을 집으러 가기엔 너무 멀었다. 디오륏소가 바닥을 긁으며 재빠르게 돌았다. 쉬지 않고 바로 돌진해왔다. 기사도 마지막이라 여기며 뛰었다.


뿔과 몸이 맞닿으려는 순간 몸을 숙이며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단검을 괴마의 가슴팍을 찔렀다. 괴마는 괴성을 질렀다.


속도가 줄어들자 기사가 달려가 칼을 뽑자 가슴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렇게 그는 디오륏소를 죽이고 뿔을 가져갔다.


다음 얘기를 해주는 동안 스몰란이 생토니스를 찾아와 먼저 말을 걸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생토니스가 그를 쳐다봤다. 그는 처음 만날 때와 바뀐 게 별로 없었다. 그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주며 말했다.


”가져가라.“


스몰란이 책을 보자 침을 삼켰다. 녀석은 피를 마시고 더욱 붉어져 있었다. 스몰란은 책을 만지길 주저했다. 공작이 자신의 옆에 책을 두고 말했다.


”자네 아버지가 나를 보냈다. 걱정이 심하시더군.“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자넨 이곳이 마음에 드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돌아갈 생각은 있나.“


그는 잠시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러자 책이 말했다.


”돌아가면 마을에서 추방되는 거 말고 있겠어?“


스몰란은 책을 무시했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전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전 죄인입니다.“


생토니스는 스몰란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듯이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엔 어느새 노을빛이 스며들었다.

검은색 도화지 위에 또렷하게 그려지는 풍경은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것을 보며 스몰란은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아버지 비호 아래에서 살아가며 떵떵거리던 멍청이죠. 쫓겨나는 게 두려워 부모에게 칼을 겨눴습니다. 그리고 그 죄가 두려워 도망쳤습니다. 이런 멍청이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 말을 듣고 생토니스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불 모노케로스, 어머니를 만나고 결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사내.


다른 이들은 그를 겁쟁이라 욕했다. 그리고 결투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어릴 적 생토니스의 생각도 그러했다. 철없는 아이는 타인의 상처에 무지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난···아버지를 사지로 몰아세웠다.“


노을을 보던 스몰란이 생토니스를 쳐다봤다. 그는 말을 하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끝을 맺기 위해 말했다.


”아버지 불 모노케로스께선 결투를 포기하셨다. 난 그것을 알게 되고 그분을 비난했다. 겁쟁이, 치욕스러운 자라고. 다른 이들의 비난은 모두 감내하셨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버티지 못하셨다. 그렇게 결투를 위해 떠나셨다.“


죄책감이 생토니스의 목을 부여잡았다.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스몰란은 전에 읽은 신문을 떠올렸다.


총의 공작 결투에 패하다. 그의 아들 생토니스가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계승했다. 생토니스가 천천히 말했다.


”나 또한 죄인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무릎을 꿇고 사죄드리고 싶구나. 그러나···“


그가 눈을 감자 눈물이 떨어졌다.


”이제는 무덤에 묻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는구나.“


그는 슬픔에 떨면서 숨을 들이켰다. 생토니스가 허리춤에서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꺼내며 말했다.


”어릴 적엔 하루빨리 이것이 내 것이길 원했다. 그러나 이것이 내 손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나 자신이 원망스럽구나.“


이스가리옷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가지고 광장으로 왔다. 생토니스는 천천히 리볼버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나와 같은 짓을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생토니스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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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톰(30) 20.07.03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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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올드 톰(28) 20.07.02 21 0 7쪽
88 올드 톰(27) 20.07.02 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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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82 올드 톰(21) 20.06.29 23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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