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모노케로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49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04 18:10
조회
23
추천
1
글자
11쪽

올드 톰(32)

DUMMY

폴카가 이야기를 끝내자 스몰란이 말했다.


“저 실례지만, 당신은 누구시죠.”


“나? 이 동네 영주야. 기사단장이기도 하고. 교차로에서 녀석들을 기다렸지.”


“그렇다면 한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젊은이.”


“마지막으로 올드 톰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거기에 환멸을 느끼고 온 거 아니야?”


“속죄할 일이 있습니다.”


폴카가 끄덕이고 생토니스를 보며 말했다.


“그래, 자넨 어떤가. 이런 사건을 겪고도 남아 있겠다면. 존중하겠지만···”


“아니다. 난 저 친구 아버지의 부탁으로 온 것이다.”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되겠네. 짠!”


그들은 흑맥주에 잠식되었다. 완전히 취한 그를 금발 여인이 데려갔다. 그것을 보며 폴카가 말했다.


“좋은 사랑 나누라고.”


그녀는 미소를 짓고 빈집으로 향했다. 생토니스와 폴카는 취해서 잠들 때까지 마셨다. 아침이 되어 이스가리옷이 그들을 깨웠다.


생토니스에게 사과하고 자신이 마을까지 데려다주겠다 말했다. 폴카도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돕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폴카가 앞장섰고 스몰란과 생토니스가 그 뒤를 이어갔다. 이스가리옷은 허리에 검을 차고 그들의 뒤를 지켜주었다.


폴카가 있는 동안 어떤 동물도 공격해오지 않았다. 그는 왼손의 창을 휘둘러 나뭇가지들을 쳐냈다. 점심이 되자 언덕길이 나타났다. 언덕 위에 둥글고 흰 건물이 보였다. 폴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잣말했다.


“이상한데, 여기도 기사들이 있을 텐데. 보초 제대로 안 서나?”


그들이 흰 건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누군가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언덕을 오르자 세 명의 괴물이 잠에 취해 누워있었다.


다섯 개의 나무통과 탁자가 엎어져 있었다. 그 옆에 낯익은 레버 액션 소총이 보였다. 그 옆에 의자와 한 여인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스몰란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생토니스에게 말했다.


“당신 스승입니다.”


“스승님이라고?”


그가 대열을 이탈해 빠른 걸음으로 잠자는 괴물들을 지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짧은 잔디 위에 모자를 베개 삼았다.


그녀가 공기를 씹으며 몸을 뒤척이자, 목에 걸린 금색의 사슬 목걸이와 은색 로켓이 그녀의 왼쪽 쇄골에서 흘러내렸다. 흰 셔츠를 반쯤 풀어 헤쳐 가슴과 허리를 받쳐주는 흰 코르셋이 훤히 보였다. 셔츠가 올라가 배꼽이 보였다. 그녀가 배를 긁었다.


세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폴카와 이스가리옷은 괴물을 깨웠다. 생토니스는 어릴 적 스승과 여행하던 때를 떠올렸다. 해이한 몸가짐을 가리기 위해 아무 말도 없이, 셔츠에 손을 댔다가 맞은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스승님 일어나시죠. 그리고 셔츠가 풀어져 정리해드릴 테니 주먹을 날리면 안 됩니다.”


그녀가 실눈을 뜨고 생토니스의 얼굴을 보고 하품을 했다. 상단의 단추를 채워주고 그녀의 상체를 일으키며 그가 계속해서 깨웠다.


모두를 깨우고 난장판을 정리하는 데 한 시간이 흘렀다. 물로 대충 세수를 한 카발디와 시케라가 기지개를 켰다. 정리가 끝나고 나서 생토니스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어쩌다가 이곳까지 오시게 된 겁니까. 스승님.”


“그건 이따 가면서 얘기해줄게. 술 잘 마셨어. 나만큼 마시는 놈은 또 처음봤네. 사제양반.”


시케라가 웃으며 말했다.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아참, 어제 부탁하신 레시피 말입니다.”


“내가 그런 걸 부탁했던가?”


“예. 술맛이 좋다고 하시면서 내일 꼭 알려달라고 하셨죠. 이거 맥아를 볶은 겁니다. 초콜릿과 같은 색이 될 때까지 볶아준 녀석을 조금 넣고 만들면 이런 환상적인 맛이 나죠.”


스승과 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치즈와 베이컨으로 배불리 먹고 올드 톰으로 출발했다. 생토니스 옆에서 스승이 걸으며 얘기했다.


“사냥 준비 다 끝내고 한 시간이나 기다리는데 안 와서 찾으러 갔지. 존이 얘기해줘서, 더치한테 갔다가 그 늙은이랑 얘기 좀 했지. 하루만 기다려달라 해서 일단 그날은 사냥에 나섰어. 그리고 다음 날 안 온걸 확인하고 나도 출발했지. 그리고 저기까진 수월하게 왔는데···”


파리 꼬이는 소리가 났고 모두가 역한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냄새가 멀어지는 동안 카발디를 말을 아꼈다. 냄새에서 해방되자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좋은 술이 있다길래 안 마실 순 없잖아? 직접 마셔보니 이렇게 기가 막힐 줄 누가 알았겠어. 덕분에 엄청 마셨지. 밤이 되니까 숲에서 다른 두 녀석도 나오길래 그냥 같이 마셨지.”


생토니스도 커피와 초콜릿 향의 맥주를 떠올리자 군침이 돌았다.


“이해합니다.”


“여튼 엄청 걱정 했다구! 오른손은 어쩌다가 다친 거야.”


생토니스가 옅은 미소를 보였다. 말을 하려는 순간, 왼편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고 모두가 발걸음을 멈췄다. 생토니스가 왼손으로 총을 꺼내 들었다. 꺼져가는 푸른빛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이스가리옷이 칼을 뽑았다.


누군가 숨을 헐떡이며 수풀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눈은 충혈됐고 옷가지는 무리하게 뜯은 흔적이 역력했다. 그가 다가올수록 악취가 코를 찔렀다. 푸른 빛이 총잡이의 뒤로 날아가자, 너덜너덜해진 사내가 외쳤다.


“요정이야!”


그는 들이민 총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잡이에게 힘껏 밀쳤다. 그 탓에 생토니스는 왼편으로 넘어졌다. 그 순간 허리 뒤편에 건 총집의 단추가 느슨해졌다.


이스가리옷이 푸른 불빛을 찌르자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스가리옷 앞에서 사라지는 푸른 불을 보며, 사내가 입을 벌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중얼거렸다.


“요정이 없어졌어.”


말을 끝내고 사내가 기절했다. 엎어진 생토니스에게 스승이 손을 뻗었다. 이스가리옷과 폴카는 기절한 사내를 보며 말했다.


“그냥 두고 갈 수도 없고, 내가 가서 들것을 가져올 테니 기다리고 있게.”


폴카는 신전으로 되돌아갔고 생토니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몰란과 이스가리옷이 그를 들것에 실었다. 이스가리옷이 들것을 쥐려고 하자 카발디가 대신 나서며 말했다.


“망이나 잘 봐줘. 어차피 마을까진 금방이잖아.”


그들은 남쪽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숲을 빠져나오자 흙길과 나무 밑동의 벌판이 보였다. 폴카는 그것을 보며 말했다.


“30년 만에 이만큼이나 들어온 걸 보면 참 놀랍단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비탈길이 나올 때까지 걸어갔다. 비탈길이 끝나고 나무 성벽이 보일쯤 기절한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일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상태가 불안정했다. 푸른 불길이 그의 머리 위에서 서서히 되살아났다. 이스가리옷이 칼을 뽑기 위해 손잡이를 잡자 사내가 그에게 요정을 살려내라며 달려들었다.


막을 새도 없이 이스가리옷을 넘어뜨리고 그의 얼굴에 소리쳤다. 생토니스와 카발디가 그를 억지로 떼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폴카는 자신의 왼손에 달린 창을 보며 씁쓸히 혀를 찼다.


스몰란도 그들을 도우려 했으나 악취에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힘들게 떼어내자 이번엔 두 사람을 밀어내고는 숲을 향해 뛰며 소리쳤다.


“요정을 찾아야 해!”


그것을 쫓으려 하자 폴카가 말했다.


“내가 잡으러 갈게. 먼저 가고 있어.”


폴카가 미치광이를 잡으러 뛰었다. 총잡이의 허리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생토니스가 돌아봤다.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였다. 스몰란이 이스가리옷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생토니스가 황급히 그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이스가리옷은 그 총을 보자 일순간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붉은 총이 또 있잖아?”


생토니스가 말릴 새도 없이 카발디가 말했다.


“저 친구 집 가보지.”


이스가리옷이 칼을 뽑으며 그들이 자신을 속였다고 확신했다. 카발디가 총으로 겨누려 했으나 스몰란 탓에 조준하지 못했다.


그 사이 폴카는 사내를 따라잡았다. 창을 들고 푸른 불빛을 찔렀다. 그러자 그가 다시 쓰러졌다. 이스가리옷이 소리쳤다.


“이 거짓말쟁이!”


폴카가 소리에 놀라 뒤로 돌아봤다. 그가 생토니스를 향해 뛰며 칼을 위로 들어올렸다. 스몰란이 끼어들며 그를 제지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카발디가 뒤늦게 그를 조준했다. 이스가리옷이 스몰란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칼날이 스몰란의 목을 그었다. 카발디가 소총을 난사했다.


스몰란과 이스가리옷의 피가 뒤섞였다. 생토니스가 뒤로 쓰러지는 스몰란을 받았다. 폴카가 안된다 소리 질렀으나 때는 늦었다.


스몰란이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목을 양손으로 부여잡았으나 피가 쏟아졌다. 이스가리옷은 칼을 바닥에 꽂으며 쓰러지지 않으려 했다.


폴카는 모든 게 늦었음을 자각하고 한숨을 쉬었다. 카발디는 폴카가 공격해올 수 있기에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그를 보고 총을 내려놓았다.


스몰란은 무언가 말하기 위해 혓바닥과 입술이 허우적거렸다. 생토니스가 버티라고 소리쳤다. 그는 힘겹게 한마디를 남겼다.


“죄송···”


말을 끝으로 그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폴카는 오른손으로 기절한 사내를 끌고 왔다.


“이 녀석이 오는 걸 말렸어야 했는데.”


폴카는 자신을 자책했다. 이스가리옷이 칼을 놓고 쓰러지며 소리쳤다.


“당신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저 사람이 그 자식 아들이라는 거!”


이스가리옷이 피를 토하고 다시 일어서려 했으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랬다면 결코 마을로 보내주지 않았겠지.”


폴카가 이스가리옷의 목에 창을 겨누고 말했다.


“마지막 말은 없냐.”


“개자식.”


그가 더욱 힘차게 소리쳤다.


“개자식!”


폴카는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그의 목을 찔렀다. 한 번에 치명상을 입은 이스가리옷은 죽었다. 폴카가 혀를 차고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유감이야.”


생토니스가 씁쓸히 답했다.


“내가 할 소리다.”


총성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폴카는 죽은 이스가리옷의 시체를 짊어지며 말했다.


“그럼 잘 있어. 다신 숲으로 오지 말고.”


폴카는 말을 끝내고 온 길을 되돌아갔다. 정찰대가 그들을 발견했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왔다. 카를은 스몰란이 죽었단 소식을 듣고 좋아했다. 즉시 핸드릭스에게 전했다.


서재 의자에 앉아 그는 고개를 두 번 끄덕이고 기절했다.


작가의말

올드 톰도 끝나가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노케로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집(12) 20.07.14 21 0 8쪽
108 집(11) 20.07.14 27 0 8쪽
107 집(10) 20.07.13 23 0 7쪽
106 집(9) 20.07.13 23 0 7쪽
105 집(8) 20.07.11 21 1 7쪽
104 집(7) 20.07.11 22 0 7쪽
103 집(6) 20.07.10 24 1 7쪽
102 집(5) 20.07.10 21 0 7쪽
101 집(4) 20.07.09 22 0 8쪽
100 집(3) 20.07.09 23 0 8쪽
99 집(2) 20.07.08 24 0 7쪽
98 집(1) 20.07.08 23 0 8쪽
97 집(0) 20.07.07 23 0 9쪽
96 올드 톰(35) 20.07.07 24 0 9쪽
95 올드 톰(34) 20.07.06 24 0 7쪽
94 올드 톰(33) 20.07.06 22 0 8쪽
» 올드 톰(32) 20.07.04 24 1 11쪽
92 올드 톰(31) 20.07.04 22 0 9쪽
91 올드 톰(30) 20.07.03 21 0 8쪽
90 올드 톰(29) 20.07.03 25 0 8쪽
89 올드 톰(28) 20.07.02 21 0 7쪽
88 올드 톰(27) 20.07.02 25 0 8쪽
87 올드 톰(26) 20.07.01 25 0 7쪽
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5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82 올드 톰(21) 20.06.29 24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2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