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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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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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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0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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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올드 톰(31)

DUMMY

마을 광장에 악마의 연회가 열렸다. 큰 모닥불을 지피고 그곳에 둥글게 둘러 앉았다. 밀로 만든 빵, 귀리로 만든 오트밀, 치즈와 베이컨. 그리고 맥주 한 잔을 모두가 빠짐없이 나눴다.


생토니스는 그곳 여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몰란은 자신을 쫓아다니는 괴물 여인을 옆에 두고 잠자코 먹었다.


그들을 보며 이스가리옷은 한숨을 쉬었다. 젊은이들은 마음에 드는 처자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그중 일부는 춤을 추지 않겠냐고 물었다.


생토니스와 스몰란에 옆에 앉은 여인들도 애원하듯 그들을 쳐다봤다. 모든 이가 배부르게 먹자, 이스가리옷이 기사들에게 다가가 연주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들은 흔쾌히 경쾌한 곡조를 뽑아주었다. 젊은 남녀가 한 쌍을 이뤄 앞으로 나와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양손을 잡고 한 걸음씩 원형을 돌았다. 그들은 때로 파트너를 가볍게 한 바퀴 돌리기도 했다. 술에 취해 부딪히는 이도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춤에 집중했다. 생토니스는 누구에게도 춤을 신청하지 않고 구석으로 빠져나갔다. 스몰란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스가리옷이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와 생토니스의 뒤를 밟았다. 그가 광장에서 멀리 떨어지자 여인들은 아쉬워할 뿐 쫓지 않았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생토니스가 품속에 왼손을 넣어 총을 쥐고 돌아서며 말했다.


”왜 나를 미행하는 거지.“


이스가리옷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까 왔을 때 들었다. 아버지 이름이 모노케로스라고?“


”그건 내 성씨다.“


”그렇담 붉은 리볼버도 가지고 있겠지?“


”만약 있다면 문제인가.“


이스가리옷이 붉은 동공을 떨며 말했다.


”있다면···“


몸을 심하게 떨어댄 탓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와 친구들을 죽인 원수의 아들이라니. 이스가리옷이 낫을 들고 걸어오며 말했다.


”죽여야지.“


낫을 높이 치며 들고 뛰기 시작했다. 생토니스는 총을 꺼내 들었다. 반사적으로 대상의 머리를 조준했다.


이스가리옷이 얼굴을 들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차마 죽일 수 없던 그는 낫을 겨누고 두 발을 쐈다. 두 발은 손잡이와 쇠로 이어진 곳을 정확히 쳤다. 총성은 무르익어가던 축제를 깨뜨렸다. 기사들은 연주를 멈췄다.


모든 이의 시선이 총성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스몰란을 그 소리를 듣자 놀라서 들고 있던 그릇을 떨어뜨렸다. 기사들은 악기를 내려놓고 즉시 총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총알과 낫이 만든 충격에 무기를 놓친 이스가리옷이 이를 갈았다. 손을 타고 전해져 오는 강렬한 충격에 손이 떨렸다. 그는 왼손으로 부여잡고 소리쳤다.


”이 악마 같은 놈이!“


기사들이 빠르게 뛰어오는 소리를 듣고 이스가리옷이 외쳤다.


”모노케로스다! 모노케로스가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함께 춤추던 여인의 손을 잡고 각자 배정된 집으로 뛰었다. 스몰란이 총소리가 난 곳으로 뛰려하자 금발 괴물의 여인이 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뭐해요. 숨어야죠.“


”왜 숨어야지? 저분은···“


”모노케로스는 기사단을 학살한 괴물이라구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겠지. 난 가서 막아야겠어.“


그가 손을 떼어내기 위해 손을 힘껏 뺐다. 그러나 나고 자랄 때부터 농사에 잔뼈가 굵은 여인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좋아요. 대신 위험하면 도망치기에요.“


스몰란은 그녀와 함께 현장으로 뛰어갔다.


세 명의 기사가 둥근 방패로 몸을 가리고 창을 앞으로 뻗은 채 생토니스를 포위했다. 생토니스는 계속해서 주위를 돌아보며 총을 겨누며 말했다.


”난 싸울 생각이 없다. 무기를 거둬라.


세 기사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포위망을 좁혔다. 그사이 다른 기사 셋이 합류했다. 이스가리옷이 소리쳤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 낯짝을.”


그의 뒤편에서 스몰란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여섯 기사가 생토니스를 둥글게 둘러쌌다. 스몰란이 숨을 크게 몰아쉬며 그만두라 소리쳤다. 그의 애원은 누구에게도 소용없었다. 이스가리옷은 그에게 조용히 하라 윽박질렀다.


생토니스가 퇴로가 막히자 그들의 다리를 향해 총을 겨눴다. 그의 뒤쪽에서 빠르게 앞으로 전진하여 거리를 좁혔다. 그가 소리에 반응하며 뒤로 돌아서서 총을 겨누면 다른 이들이 거리를 좁혔다.


창의 사정거리로 들어오자 여섯 명이 동시에 창을 뒤로 빼며 찌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


“멈춰라!”


폴카의 음성이었다. 기사들은 즉시 행동을 멈추고 생토니스를 겨눴다. 길을 따라 폴카가 뛰어오며 소리쳤다.


“이것들아 손님한테 뭔 짓이냐!”


이스가리옷이 말했다.


“이놈은, 아버지를 죽인 모노케로스의 자식입니다.”


그는 생토니스가 주었던 검은 늑대 가죽을 들쳐 매고 나타났다. 폴카가 생토니스를 보며 말했다.


“사실이오?”


“무엇이 말이지.”


“성이 모노케로스라고.”


“그건 맞다.”


폴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스가리옷이 말했다.


“그놈의 자식이라는 증거인 총도 있을 겁니다. 붉은 총 말입니다.”


“기다려 봐라. 이놈아. 가지고 있는 게 뭔지 명확히 봐 놓고 이러는 거지?”


이스가리옷이 폴카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저 이방인을 감싸주려는 겁니까?”


“뭘 감싸줘. 일은 공명정대해야 하는 거 몰라? 너희들 세 발자국 물러나.”


그가 명령하자 기사들은 정확히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붉은 총이 있으면 꺼내 보쇼. 전에 봤을 때 가방에 넣어뒀었나. 그랬을 텐데.”


생토니스는 왼손으로 쥔 리볼버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폴카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생토니스는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고 그곳에서 피 칠갑이 된 리볼버를 한 자루 꺼냈다. 폴카가 그 리볼버를 유심히 쳐다보고 말했다.


“에이 뭐야 그 총이 아니네. 다들 물러나라.”


기사들이 방패의 크기를 줄이고 허리를 세운 채 섰다. 이스가리옷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모노케로스라고 밝혔습니다. 이건 거부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폴카는 처음 보는 스몰란에게 물었다.


”거기 친구 이름이 뭐요.“


”저 말입니까?


“그래.”


“스몰란이라고 합니다.”


폴카는 스몰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스몰란, 모노케로스 라는 성씨가 흔한 거요? 우리는 인간들 성씨라는 걸 잘 모르거든.”


그는 주위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 꽤 회귀하지만, 있을 겁니다. 가령 전 톰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죠. 원래는 이름으로 많이 쓰는데, 어쩌다 보니 성씨가 됐습니다.”


이스가리옷이 거칠게 숨을 뱉었다. 정말 나 혼자만 착각일까? 폴카가 말했다.


“아그들아, 가서 밥 준비나 시켜둬라. 요 녀석은 내가 달래고 갈 테니.”


기사들이 끄덕이고 마을로 돌아갔다. 폴카가 이스가리옷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상처가 메워지지 않았나보구나.”


이스가리옷은 고개를 숙이고 끄덕였다. 부끄럽지 않았다. 그저, 사라진 이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폴카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이 고달픔이 어디 가겠냐. 사랑과 맥주로 달래는 수밖에.”


그들은 다시 마을 광장으로 돌아갔다. 밖으로 나온 이들은 얼마 없었다. 기사 한 명은 씁쓸한 연주를 시작했다. 밖에 나온 이들은 폴카에게 다가와 그의 방패에 입을 맞추고 음식을 접대했다.


폴카는 밥을 먹어 치우고 흑맥주에 취한 채 조용히 예전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이스가리옷의 아버지 유다는 발가락이 세 개인 점을 제외하고 사람과 모든 부분이 똑같았다. 인간들의 지식과 문화를 가르치고, 세상으로 나가 그들과 같은 종교를 믿게 된 이들을 데려오는 역활을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사람을 죽였다. 이유를 물어볼 새도 없이 일이 진행됐다. 어떤 총잡이가 냄새를 맡고, 마을 외곽에 신전까지 걸어와 성직자와 두 기사를 참살했다.


유다는 새로운 신도들을 데려왔지만, 그가 본 것은 친구들의 죽음이었다. 겨우 숨만 붙은 친구가 그에게 모노케로스라 이름 댄 자가 죽였다 말했다. 이스가리옷은 그날 비번인 덕에 살았다.


유다는 충격에 휩싸였고 성전이 다가왔다며 제물을 받치고 기사단을 소환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올드 톰을 습격했다. 폴카는 가장 맨 앞에서 싸웠으나 총상을 입어 뒤에서 지휘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에 승산이 났다고 여겼으나, 괴물 같은 사내가 나타났다. 폭탄을 터뜨려 사기를 진작시키고, 일장의 연설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인간들에게 밀려났다. 어쩔 수 없이 후퇴를 명령한 폴카는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부상자를 데리고 마지막으로 빠져나올 때 그 사내의 얼굴을 얼핏 봤다. 어두운 탓에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의 얼굴을 본 유다가 갑작스레 달려들었다.


그는 능숙하게 총으로 제압했으나, 총알을 다 쏜 듯 다른 총을 꺼내 들었다. 붉은 총이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포효가 사방으로 퍼졌고, 유다는 총에 맞아 쓰러졌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이스가리옷은 충격에 휩싸였다.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에 매달렸으나 신은 침묵했다. 그는 믿음을 잃고 사제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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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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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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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올드 톰(21) 20.06.29 2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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