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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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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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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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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집(9)

DUMMY

토드 트리스를 제외하고 모두가 만취했다. 토드는 그들이 술을 마시는 소릴 들으며 책을 읽었다. 책의 이름은 언어의 마법이었다.


책의 저자는 기원전 호밀리아라는 사내로 수많은 단어와 어원을 탐구한 독특한 사내였다. 그는 마법이 정말 위대하고 거룩한 것이라면 음성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 첫 번째 사내였다. 더 나아가 대화는 청자가 있어야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마법의 청자는 누구인가? 그는 자연이라 생각했다. 자연과 대화를 할 방법을 아는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대지에게 언어를 가르쳤다.


매일 흙에 같은 단어를 적고 손수 돌을 깎아 새겼다. 모두가 그를 미치광이라 손가락질했다. 그는 땅 만큼 오래 기억하려는 자가 없다며 언제나 땅을 칭찬했다.


물이란 놈은 배움을 막기 위해 써놓은 글씨를 지운다고 싫어했고 하늘은 그 어떤 가르침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악한 놈이라 욕했다.


토드 트리스가 이해할 수 없는 미치광이 늙은이라 생각했다. 다음 장을 펼치자 술 냄새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냄새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두 사내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술을 바닥에 흘렸다. 생토니스 공작의 스승이자 손님인 카발디가 넘어진 술잔을 세우며 말했다.


”못 먹을 거 같으면 말을 하라니까.“


그녀는 혀를 차며 바닥을 닦을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사내가 벗어놓은 재킷을 던져 발로 문대고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남의 집이니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중얼댔다. 토드는 무시하며 책에 집중했다.


호밀리아의 시절, 마법을 쓰기 위해선 비싼 양피지나 손수 돌을 파서 그림이나 마법진을 그렸다. 때로는 몸에 문신을 하거나, 옷에 수를 놓았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그래서 우리가 쓰는 언어에 맞춰 비슷하게 발음하지만 결코 일상생활에서 발음하기 쉽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했다.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만들기를 고심하며 그는 손수 만든 지팡이로 땅에 글씨를 적었다. 쉬기 위해 잠시 바닥에 앉아 글씨를 보며 생각이 잠겼다.


그는 글씨를 보며 졸았다. 나이를 많이 먹은 탓인지 세상이 흔들려 보이기까지 했다. 적당히 쉬었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리가 휘청였다. 앞으로 휘청이며 다시 앉았다.


그는 글씨를 깔고 앉았다. 자신에게 화를 내며 그는 뭉개진 글씨를 쳐다봤다. 쓴 글씨는 불이었다. 불을 반대로 쳐다보자 롭으로 보였다. 그 순간 그는 직결이고 간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단어를 위에서 아래로 쓰는 건 어떨까. 얼음은 렁믕이 되고 활은 뢓이 된다.


토드 트리스가 책을 덮고 자신이 무엇을 본 것인지 되새김질했다. 얼음은 렁음이 되고 불이 롭이라고? 너무 대충 만들었는데···학자로서 허무맹랑한 소리에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아래 받침이 없으면 어쩌려는 걸까. 다시 책을 펼쳐 빠르게 읽어 넘겼다. 방법은 간단했다. 단어의 첫 초성을 따서 발음하면 되는 것이다.


모노케로스를 바꾸면 이렇게 된다 뭄문멬물믓. 새로운 규칙을 만든 호밀리아는 디케팔로코락스 공의회에서 안건으로 제출했고 무시당했다. 그는 좌절했지만 금방 새로운 할 짓을 찾았다.


언어가 없는 존재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고, 자신이 만든 규칙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어 실용성이 증명되면 의회가 거부해도 사람들은 쓸 테니까.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은 용이었다. 그는 각 지방 용들의 사투리와 단어를 수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 일을 끝낸 호밀리아는 감기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의 아들 호밀리아 2세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공의회에서 직접 말로 마법을 사용했고 효율성을 입증받았다. 결국 말로 하는 자들과 옛것을 유지하자는 파로 나뉘었다.


토드는 다른 책을 읽었다. 마법의 첫 단계라는 책이었다.


마법의 재능은 없다. 피나는 노력과 뛰어난 체력이 필요할 뿐이다.

토드는 첫 글귀부터 기묘하다 생각하며 다음을 읽었다.


신화나 전설에 나온 마법사와 같이 되고 싶은가? 한 세기를 좌지우지한 왕을 보필한 마법사 멀린? 우리에겐 어림없는 이야기다.


용의 불길을 막아냈다는 뒤레오스? 마법 방어의 기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죽은 자일 뿐이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얘기부터 하겠다.


마법은 상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령 불을 막아야 한다면, 어찌해야겠는가? 물을 만들기 위해선 주위에 강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은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 명령조로 하지 마라. 자연은 당신보다 성격이 더럽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린 언제나 부탁하는 자세여야 한다.


자 그럼 첫 번째 마법을 사용해 보자. 방어막을 펼쳐보겠다. 무턱대고 압벙감이라고 하지 말자 질식해서 죽을 수 있다.


당신의 앞에 생길 벽의 높이와 길이를 생각하라. 토드는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손바닥을 덮을 정도가 좋겠지. 그가 다음 구절을 읽었다.


벽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생각했다면 눈에 잘 보이는 색을 골라라. 그렇다고 불이나 물 같은 요소를 절대 언급하지 말고 색상을 얘기하라.


나의 추천은 빨간(랍낙) 방어막(압벙감)이다. 꼭 앞을 보고 명확히 좌표를 지정하고 오롯이 상상하며 부탁해야 한다.


토드가 허공에 대고 중얼거렸다.


”랍낙 압벙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책을 봤다. 만약 아무런 일도 없다면 상상이 잘되지 않거나, 발음이 이상한 것이다. 또는 부탁하지 않았기에 그럴 땐 사과를 먼저하고 다시 해라. 잊지 마라. 자연은 당신보다 강하다.


그가 조금 더 크게 말했다.


”랍낙 압벙감.“


그가 중얼거리는 소릴 듣고 카발디가 쳐다봤다. 그녀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 불렀어?“


”아닙니다. 아가씨.“


카발디는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그를 쳐다보기 위해 눈을 찡그렸다. 토드의 머리 위로 붉은 무언가 나타났지만 금방 사라졌다. 토드가 혼자 중얼거리자 다시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것을 보며 카발디가 말했다.


”저 붉은 건 뭐야?“


토드가 자신의 위를 쳐다보자 그의 손바닥을 덮을 크기의 붉은 구체가 보였다. 신기한 광경에 그가 구체를 건드리자 갑작스레 목덜미가 당겨오는 느낌을 받았다. 왼쪽 콧구멍의 안에서 뜨거운 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가 막을 새도 없이 코피가 흘렀다. 그가 손수건을 꺼내 코를 틀어막고 책의 다음 구절을 읽었다.


만약 마법을 처음 사용했을 때 피를 쏟거나 몸이 아프다면 끝났습니다. (튺산븟긴갇)을 말하고 쉬어라. 안 그럼 일주일 내내 몸져눕다 죽을 수 있다. 잊지마라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한다.


토드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세 걸음 앞으로 걷고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기절했다. 카발디는 하녀를 불러다 그를 방까지 데려다주었다. 다음 날이 점심이 되어 겨우 정신을 차린 토드에게 의사와 생토니스가 찾아와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건강도 생각하며 일을 하거라.“


그 뒤 토드는 3일간 침대에서 책을 읽으며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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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집(0) 20.07.07 2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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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올드 톰(27) 20.07.02 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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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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