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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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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50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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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집(8)

DUMMY

화학자들은 말하기보다 듣는 쪽을 택했다. 생토니스만 얘기를 하다 입이 지쳐 홍차를 한 입 마셨다. 그것을 보며 시토라가 말했다.


”공작님은 정말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셨군요. 몇 년 동안을 다니신 거죠?“


그는 입안에 홍차를 삼키고 말했다.


”16년이구나. 그전까진 단 한 번도 그렇게 멀리 나간 적은 없다.“



토드 트리스가 말했다.


”16년이라. 제가 대학에서 고생한 시기와 같군요. 스무 살에 대학에 입학할 땐 이렇게 오랫동안 배울 거라곤 생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를 배우면 두 가지의 질문과 세 가지의 호기심이 떠오르더군요.“


두 사내는 16년이 어디로 갔는지 찾기 위해 기억을 뒤적였다. 토드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강의를 듣고 도서관에 파묻혔다.


그렇게 4년이 지나자 대학원생이 되었다.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했지만, 공부는 그를 더욱 노골적으로 괴롭혔다. 배움에 즐거움이 있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길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생토니스는 피의 계승식을 먼저 떠올렸다. 매일같이 사방에서 본가로 올라와 자신에게 명예가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인 사촌과 친척들. 블론 카발디가 도착하여 유언장을 읽어줄 때 모두가 말을 잊지 못했다.


도시 모노케로스의 남쪽으로 일주일을 가면 나오는 숲에 중심에 검은 판초를 감춰뒀다. 그것을 가지고 카발디에게 오는 자가 작위를 모두 계승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숲에서 자생하여 살아남은 한 사람이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모두가 반발하며 뒤에선 착실히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공작의 자리를 탐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어이없게도 아무도 살아남을 준비를 하지 않고 총을 준비했다.


숲에 들어가자 자기들끼리 총으로 쏴댔다. 생토니스도 그 싸움에 합류했다. 일주일이 넘긴 사투 끝에 마지막에 선 이는 생토니스 뿐이었다. 일이 끝나고 사람들은 그 일을 피의 계승식이라 불렀다.


16년이 지나고 뒤로 자신의 길을 돌아보자 보이는 건 오직 피뿐이었다. 두 사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시토라가 말했다.


”16년 전이라면 전 아직 아버지 품에서 자랄 때네요. 9살이었으니.“


”그때가 그립나.“


”언제나 과거는 그리운 법이잖아요?“


두 사내가 끄덕였다. 세 사람은 그리운 과거를 떠올렸다. 생토니스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토드는 처음으로 논문을 기고할 때를, 시토라는 요드고르 백작이 자신은 삶의 축복이라며 하늘 높이 치켜세우던 것을 떠올리며 휴식을 즐겼다.


차를 모두 마시고 화학자들이 일하는 사이 헤르만의 편지가 도달했다. 파티에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사방에서 공작이 보낸 편지에 답하는 편지들이 쏟아졌다.


2주가 지나고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시로 모여들었다. 각자 공작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다. 운석으로 만든 검과 총, 문양을 넣은 소총을 가져왔다. 공작은 정중히 그것들을 받아 창고에 넣었다.


테레시 코바는 성의 구석구석을 겨우살이로 장식했다. 공작이 겨우살이 주위를 지나칠 때마다 손님으로 온 다른 귀족의 딸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녀들은 절대 먼저 입을 맞춰달라 애원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아름다움과 견식을 뽐냈다. 그러던 중 한 아가씨가 담대히 앞으로 나와 볼을 붉히고 말했다.


”뺨에 입을 맞춰주실 순 없나요?“


다른 여인들은 그 말을 듣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 볼에 입을 맞추고 겨우살이의 잎을 하나 땄다.


다른 여인은 자신의 손등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각자 자신 있는 부위를 들이민 탓에 겨우살이의 잎은 금세 사라졌다. 멀리서 그것을 보며 테레시 코바는 그녀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생토니스는 일과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는 탓에 그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레인 메이데이를 떠올리면 싫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들은 선을 지켰다.


가볍게 한바탕 기싸움을 치른 여인들이 공작의 눈에 띄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메이크업을 하고 세련미 넘치는 옷을 입었다.


버슬을 이용해 드레스의 뒷부분을 부풀렸다. 코르셋을 조여 가슴의 크기를 키우고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었다. 향수를 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단색의 드레스에 층층이 수놓은 문양과 리본이 흔들렸다. 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려한 채색과 장식들로 채워졌다. 가장 무난한 것은 꽃 모양을 본 따 만든 모자였다.


손님이 올 때마다 공작은 직접 나가서 그들을 환대해줬다. 이름을 까먹거나 처음 보는 이들의 이름은 코바와 시녀들이 뒤에서 슬쩍 알려줬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공장도 일을 멈췄다. 도시 전체가 휴식을 시작했다. 모두가 진심 어린 정성과 마음을 나눴다. 도시에 축제가 열렸다.


오후가 되자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도시를 행군했다. 시민들은 그것을 구경했고 병사들은 성 앞에 새롭게 진형을 짜고 단상을 호위했다. 단상으로 생토니스 공작이 걸어 올라왔다. 그는 도시의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케로스의 시민들이여 듣거라. 올해가 끝나간다. 겨울이 시작됐다. 내년을 위해 맹수와 같이 눈 속에서 힘을 비축하라.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각자의 가정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 이 도시에서 각자의 행복을 찾아내길 바란다. 이상이다.“


간결한 축사가 끝나자 시민들은 박수쳤다. 도시 곳곳에 술과 노래가 퍼져나갔고 연극단들이 곳곳에서 연극을 보여줬다. 가장 유행한 것은 생토니스 공작이 열차 강도를 쫓아내는 일이었다.


생토니스의 역할을 맞은 사내가 긴 코트를 펄력이며 두 자루의 총을 뽑아 들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강도들은 준비해둔 가짜 피를 몸에서 쏟으며 쓰러졌다. 사람들은 진짜 같다며 좋아했다. 좀 더 연기가 많이 나길 원하는 이들은 흑색화약을 이용했다. 큰 무대일수록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좋아했다.


성에서 거주하던 화학자들은 밤낮없이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마법과 관련된 서적을 읽기까지했다.


케로스 성의 하녀들도 정신없이 바빴다. 늘어난 사람 수 만큼 음식과 일거리가 늘었다. 귀족들 눈에 최대한 뛰지 않게 일해야 했고, 반대로 귀족들 앞에 서는 하녀들도 정신이 없었다.


종종 당돌한 사내들은 블론 카발디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녀도 호기심을 느끼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나 그녀만큼 마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는 사람이 없자 성내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냥감을 찾았다. 그러던 중 열심히 일하는 화학자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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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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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올드 톰(21) 20.06.29 24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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