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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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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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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13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6.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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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올드 톰(20)

DUMMY

책은 스몰란을 비웃으며 말했다.


“술에 취해서 한 사과라니, 정말 최악이야. 상대가 받아주면 기적이겠지만, 너도 기억 못 하는데 상대가 기억할까?”


책은 지금이라도 낙원을 향하라고 조언했다. 스몰란은 책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구운 닭을 혼자 먹어 치우는 동안 생토니스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끝내고 방을 나섰다.

그도 계산대에 가까운 탁자에 자리를 잡고 식욕을 뽐냈다. 스몰란이 먼저 식사를 끝내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모노케로스 공작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고기를 썰어 입에 넣으려던 순간이었다. 스몰란을 쳐다보고 말했다.


“기억한다.”


“저에게 말씀하셨던 두 가지 일을 해냈습니다.”


공작의 눈썹이 들썩였다. 그는 자신의 스승이 이토록 쉽게 사과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기다려라. 내 스승님께 직접 묻겠다.”


그는 자신의 가방을 가져와 공작 옆에 앉았다. 스몰란은 자신의 대해 소개했다. 핸드릭스의 서자이자 막내아들. 공작은 얘기를 들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그 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 일들에 휘말리며 살았고, 그것을 직접 찾아냈는지 얘기했다.


스몰란이 17살 때 일이었다. 배다른 형 이자 핸드릭스의 장손 카를은 그에게 붉은 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는 그곳에서 버드 나뭇가지를 이용해 수맥을 찾을 수 있지만, 더 나아가 이상한 것들을 찾아갈 방도도 함께 알려주었다. Y 형태의 가지 사이에 그것과 연관있는 물건을 걸어두고 떨림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실제로 마을에선 일 년에 한 번 사람이 죽어서 발견되거나 사라졌다.


벌목꾼이 숲속에서 사라지는 걸 제외하더라도 촌 동네에선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스몰란은 사라진 사람을 찾아보기 위해 직접 탐방을 나섰다. 더치에게 직접 찾아가 사건 현장에서 찾은 검은 털을 받아냈다.


위험한 짓 하지 말라는 그의 더치의 말을 뒤로하고 스몰란은 털을 실 뭉텅이에 묶고 버드나뭇가지 사이에 끼웠다. 눈을 감고 양손으로 가지를 쥐고 떨림이 오길 기다렸다. 한순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는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그 짓을 반복했다. 그는 어느새 마을 북쪽 벽에 도달했다. 해가 점차 저물어가는 와중에 그는 벽 한구석을 가리고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그것을 치우자 구멍이 나타났다. 불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뭇가지의 힘이 진짜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멀찍이 떨어져서 구멍이 있는 곳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그러나 두 시간이 지나고 그를 찾으러 온 더치의 손에 끌려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점심을 먹고 그는 다시 구멍이 있는 곳으로 가봤다. 상자를 옮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날이 저물기까지 시간이 있기에 그는 직접 구멍으로 들어갔다. 뒤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제외하고 잘 보이지 않았다. 앞쪽에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에 느껴지는 것은 잎사귀였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바람이 불자 그것이 흔들렸다. 그것은 수풀이었고 그가 옆으로 치우자 손쉽게 움직였다. 밖으로 나오자 마을 바깥 검은 숲의 경계와 이어진 길이 보였다. 수풀에는 검은 털이 묻어 있었다.


그는 길을 따라 걸었다. 한 사람이 다니기엔 어렵지 않은 길이었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수록 어두워졌다. 새들이 고양이와 개의 울음소리를 반절 씩 섞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것들이 날아오를 때면 17살의 스몰란은 겁을 먹고 잠시 멈칫했다.


먼 곳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를 치는 소리가 났다. 한 시간을 더 걸어가자 길이 끝났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뒤로 돌아본 순간. 숲의 공기가 바뀌었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무언가 그의 주위를 서성였고 나뭇가지를 밟거나 수풀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두려움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하자 그것은 그를 쫓았다. 해가 저물어갔음에도 그는 길을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이따금 그의 목 뒤로 뜨거운 침과 입김이 스쳐 지나갔다. 숲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거대한 검은 늑대 한 마리가 안광을 뿜으며 이를 드러냈다.


그에게 달려드는 순간 총성이 들렸다. 더치가 늑대 뒤에서 산탄총을 쏘며 접근했다. 확인 사살을 하고 스몰란을 데리러 왔다. 그들은 마을 입구까지 걸어갔다. 스몰란이 더치에게 물었다.


“어떻게 절 찾으셨어요?”


“점심 이후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어제 널 찾은 곳으로 가봤단다. 그곳에 구멍이 있더구나.”


구멍을 메꾼 뒤로 마을에선 더 이상 누군가 사라지는 일이 없어졌다. 그 탓에 사람들은 숲에 사는 늑대들이 범인이라 생각했다. 그 사건 이후로 스몰란은 붉은 책의 내용에 빠져들었다. 때론 비싼 금이나 탄생석 따위를 필요로 했기에 돈을 빌려 필요한 물품을 사서 의식을 치르기도 했는데, 그 탓에 마을 전체를 뒤덮는 거미 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 소릴 듣고 붉은 책이 말했지만 두 사람은 대화에 집중한 탓에 듣지 못했다. 어느새 점심이 되었다. 생토니스와 스몰란은 탁자에 앉아 밥을 먹었고 블론 카발디가 찾아왔다.


스몰란을 보자 얼굴을 찡그렸다. 생토니스는 어제 사과를 받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스몰란을 책을 꺼내 보이며 어젯밤 이 녀석이 자신들의 얘기를 들었다며 말했다. 그러자 책이 말했다.


“너 뭔가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카발디가 책을 보며 말했다.


“이 책이 뭔데.”


“말을 하는 책이라고. 어제 내가 멍청이라고 답하는 걸 들었어.”


책이 말했다.


“맞아, 근데 문제가 있어.”


생토니스와 카발디는 책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스몰란이 말했다.


“말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책은 스몰란을 멍청이라 조롱했다. 화를 내며 책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말해!”


책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날 열심히 탐독한 건 이 자리에 너뿐이잖아. 내 말이 들릴 리가 있나. 주위 사람들 표정이나 잘 봐두라고.”


카발디는 눈살을 찌푸렸다. 존은 그가 단단히 미쳤다 생각했다. 생토니스는 갑자기 혼자 중얼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몰란은 그럴 리 없다며 중얼댔다. 그는 충격에 휩싸여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저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그렇다.”


생토니스는 그가 던진 책을 주워 들었다. 책은 계속해서 웃었다. 스몰란을 제외하고 듣지 못했다. 존이 술을 한잔 내주며 말했다.


“심신이 지친 거 같은데 먹으면서 진정해보라구.”


그의 눈동자는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을 내고 있었다. 스몰란이 그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쳐다 보지마.”


“뭐? 난 그냥―”


“그따위로 쳐다보지 말라고!”


그는 잔을 강제로 밀어내고 책과 가방을 쥐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갑작스레 술에 몸이 젖은 존은 한숨을 쉬었다. 카발디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보안관한테 말해두는 게 좋겠지?”


두 사내가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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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집(2) 20.07.08 23 0 7쪽
98 집(1) 20.07.08 22 0 8쪽
97 집(0) 20.07.07 22 0 9쪽
96 올드 톰(35) 20.07.07 23 0 9쪽
95 올드 톰(34) 20.07.06 21 0 7쪽
94 올드 톰(33) 20.07.06 22 0 8쪽
93 올드 톰(32) 20.07.04 23 1 11쪽
92 올드 톰(31) 20.07.04 21 0 9쪽
91 올드 톰(30) 20.07.03 20 0 8쪽
90 올드 톰(29) 20.07.03 25 0 8쪽
89 올드 톰(28) 20.07.02 20 0 7쪽
88 올드 톰(27) 20.07.02 23 0 8쪽
87 올드 톰(26) 20.07.01 25 0 7쪽
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82 올드 톰(21) 20.06.29 23 0 7쪽
»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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