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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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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29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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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집(11)

DUMMY

붉은 염산이 검은 광물을 두드리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으로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 폭발음이 들려왔다. 검은 광물이 반으로 쪼개지며 하늘로 치솟았다. 도시 전체에 울릴 정도로 거대한 폭발음이었다.


그 뒤를 따라 괴성과 비명이 온 도시를 장악했다. 시민들은 선전포고도 없이 다른 귀족이 대포를 쏜 거라 생각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상한 일이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생토니스가 있던 파티장에 강렬한 폭발 소리와 충격이 전해져 성 전체가 흔들렸다. 두려움을 느낀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생토니스가 그들을 진정시키고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하녀들도 일을 멈추고 구석에 웅크려서 귀를 틀어막았다. 폭발음이 끝나기 무섭게 통곡과 비명 소리가 성을 장악했다.


생토니스는 첨탑 위에 들었던 은빛 기사의 비명보다 더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귀를 틀어막은 덕에 주변이 흔들리는 걸 느낄 뿐이었다.


파티장을 나와 2층 계단으로 향했다. 다섯 명의 화학자가 도망치라 소리쳤다. 그들이 계단에 나타나자 생토니스가 호통쳤다.


”대체 무엇을 하는 게냐!“


그들이 대답도 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기 바빴다. 그들 뒤로 회색 연기를 뿜어내며 무언가 나타났다. 본 적 없는 검은 괴물이 나타났다. 불에 그을리고 눌어붙은 은색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흐물거리며 기어 다녔다. 자신이 지나온 길에 모든 것을 녹였다. 검은 살점이 떨어질 때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통로를 모두 채운 그것은 생토니스와 대면하자 잠시 그를 응시했다.


솥을 뒤집어쓴 그것의 몸은 계속해서 질척이며 녹아내렸다. 거대한 덩어리는 물처럼 녹아내리며 연기를 뿜어냈다. 화학자 한 명이 소리쳤다.


”저건 염산입니다. 절대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생토니스는 침을 삼켰다. 그것은 뒤편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아냈다. 어떤 빛도 그것을 밝게 비추지 못했다. 어둡고 눅눅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생토니스가 중얼거렸다.


”광석과 같은 색깔.“


솥의 깨진 틈 사이로 붉은 덩어리 이리저리 움직였다. 괴물은 생토니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화학자들은 계단에서 내려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늙은 현자가 머릿속에서 말했다.


”이건 뭐지? 나도 처음 보는 건데. 어서 저 학도들에게 물어보게.“


그러나 생토니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힘겹게 가늘고 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허공에서 힘을 잃고 바닥으로 물들이 쏟아졌다. 생토니스는 그것이 다가온 만큼 뒤로 물러섰다.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에 검은 물이 쏟아지자 연기가 피어오르며 녹았다. 괴물은 그것을 보고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같은 일이 벌어졌다.


솥 안에서 붉은 덩어리가 흔들렸다. 안에서 무언가 중얼거렸다. 검은 물이 솥을 감쌌다. 그것이 절규했다. 성 전체에 수십 명의 울음소리가 뒤섞이고 엉켰다.


단 하나의 음성만이 남아 계속해서 소리쳤다. 귀가 따갑지 않았다. 그저 애처롭고 슬픈 울음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울기만을 반복했다. 뒤늦게 병사들이 나타나 총을 겨눴다. 그것을 보고 생토니스가 외쳤다.


”총을 거두고 거리를 둬라. 내가 얘기를 해보겠다.“


강철 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생토니스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걸으며 말했다.


”두려워 마라. 너를 해치지 않겠다.“


그것의 붉은 덩어리가 다시 총잡이를 쳐다봤다. 그것이 말했다. 그러나 처음듣는 언어였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저건, 크토스의 언어인데? 내가 해석해주지. 여긴 어디고 난 왜 이렇게 된 거요? 이제 내 말대로 따라 하게.“


그는 처음 듣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강하게 혓바닥을 내리치듯 말했고 뒤이어 혓바닥을 떨 듯 말했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해치지 않을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네. 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것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무슨 단어지.“


”죽여줘.“


”그게 무슨 소리냐. 정체가 무엇인지 물어봐라.“


현자는 그의 말을 다른 언어로 바꾸어 발음해줬다. 생토니스는 버벅대며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열하며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늙은 현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생토니스가 병사들에게 말했다.


”총을 들어라. 붉은 곳을 향해 쏴라.“


그들은 소총을 들고 정확히 붉게 빛나는 덩어리를 조준하고 쐈다. 총알은 그것을 뚫고 지나가 벽에 박혔다. 생토니스가 화학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게 아까 염산이라고 했느냐. 그걸 처리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젖지 않은 흙을 덮는 겁니다.“


생토니스는 즉시 흙을 가져오라 병사들을 시켰고 괴물에게도 그 말을 전달했다. 흙을 가져와 뿌리자 흙이 물기를 머금었다. 괴물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생토니스는 하우스 키퍼 멜린을 데려와 말했다.


”난 손님들을 달랠 테니 이곳의 뒤처리를 부탁하마. 주의사항은 저 학자들에게 듣고 그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공작님.“


멜린은 그의 말을 따랐다. 달이 뜰 때까지 흙을 붓자 그것이 사라졌다. 반으로 쪼개진 검은 광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생토니스는 파티장으로 돌아가 안심시키고 연회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유별난 공작의 기이한 취미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그는 틈틈이 일의 진척 상황을 보고 받았다. 파티가 어서 끝나고 어떤 반응을 이끈 건지 묻고 싶었다. 염산과 붉은 무언가에 반응하는 것일까? 만약 데이슨의 갑옷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는 흥분을 애써 감췄다.


파티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여인은 카렌 이었다. 그녀는 공작이 자신에게 준 드레스를 자랑했다. 여인들은 부러워하며 속으로 질투했다.


몇 명의 사내는 테레시 코바에게 부탁해 자신의 딸을 시녀로 데려가길 청하기도 했다. 생토니스는 공식적으로 헤르만을 만나 생명의 은인이라고 치켜세워주었다. 덕분에 그에게 흥미를 가진 다른 백작들과 쉽사리 안면을 텄다.


저녁 시간을 넘겨서야 파티가 끝이 났다. 손님들을 마중 보내고, 로브나를 불렀다. 그녀가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보잘것없는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되어 있었다.


그들은 베란다가 보이는 창문 옆에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생토니스가 먼저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그래. 살이 좀 붙었구나.“


”네. 이제야 겨우 사람다운 삶을 다시 살 게 됐으니까요. 저를 따로 부르신 이유는 편지에 쓰신 일 때문이시죠?“


”그렇다. 마음 준비가 안 됐다면, 그만 들어가서 쉬어도 좋다.“


”아닙니다. 마음의 준비는 이곳으로 오는 동안 끝냈습니다. 그저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그녀는 소리가 나게 침을 삼키고 말했다.


”전 남작의 후예이지만, 저의 고향은 이미 다른 이에게 유산이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되니 더이상 돌아갈 곳도, 집도 없습니다. 식객으로 받아달라 청하지 않겠습니다. 제 삶이 끝날 때까지만 이곳에 일하며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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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올드 톰(21) 20.06.29 2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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