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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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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12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0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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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올드 톰(29)

DUMMY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볏짚으로 만든 천장이 그를 반겼다. 앞에는 머리를 꾸벅이며 조는 갈색 물체가 보였다.


가방을 챙기고 그의 옆에 섰다.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앞에 보리밭이 보였다. 사람과 괴물이 섞인 채로 낫을 들고 보리를 베어내고 있었다. 양옆으로 이어진 흙길을 따라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광장에선 아이들이 뒤섞여 나뭇가지를 들고 검처럼 휘두르며 놀았다. 그는 스몰란을 찾기 위해 길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마을 북쪽에 물이 흐르는 강가에 도달하자 그는 가방에서 컵을 꺼내 물을 마셨다. 뒤에서 자갈 밟는 소리가 나자 그는 컵을 떨어뜨리고 즉시 총을 꺼냈다.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검은 머리에 눈은 약간의 붉은색이 석인 검은색이었다. 옷은 목이 훤히 보였고 흰 블라우스에 코르셋이 달린 조끼를 입었다. 치마는 길게 내려와 정강이를 스쳤다.


총을 보자 놀라서 머리에 이고 온 광주리를 떨어뜨렸다. 그곳에서 옷가지가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생토니스가 총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그가 다가가 떨어진 옷들을 줍자 여인이 광주리를 바로 세우고 옷들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처음 보는 분인데. 누구시죠?“


”난 생토니스라고 한다.“


”전 덱시에요.“


그녀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혹시 새로 오신 분인가요?“


”그렇다.“


”그럼 광장에서 가장 큰 집에 가보세요. 거기에서 환대해 줄 거에요.“


광주리에 옷을 모두 담은 덱시는 강가에 앉아 빨래하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생토니스는 떨어뜨린 컵을 씻고 가방에 집어넣고 말했다.


”혹시 스몰란이란 사내를 아느냐.“


”글쎄요. 엊그제 누가 왔단 얘기는 들었는데. 그것도 광장에 큰 집에 가면 알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생토니스는 마을로 돌아갔다. 그를 기분으로 오른쪽 길에서 한 괴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뛰는 녀석이 보였다. 졸고 있던 괴물이었다. 녀석을 무시하고 마을 광장으로 갔다.


아이들은 놀다가 처음 보는 사내가 나타나자 그의 뒤를 멀찍이서 쫓아다녔다. 광장에서 2층 크기의 흙집이 보였고 그가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십 명이 들어서도 충분한 공간이 보였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가 돌아서자 계단 위에서 구시렁거리며 내려왔다.


한 괴물이 생토니스를 보곤 내려오며 말했다.


”누구요. 마을에선 처음 보는데.“


생토니스가 돌아서며 말했다.


”방문객이다.“


괴물은 그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보초스던 놈은 어디 갔길래 여기 있는 거요.“


”그는 졸고 있더군.“


괴물이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스가리옷이라 불러주쇼.“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생토니스다. 간단히 용건만 말하겠다. 스몰란이란 사내를 봤나.“



”어제인가 왔지. 지금쯤 밖에서 일하고 있을 건데. 그놈 친구요?“


”그의 아버지가 안부를 걱정해서 나를 보냈다.“


그 말을 듣고 이스가리옷이 손을 놓으며 말했다.


”설마 데려가려는 거 아니겠지?“


”그럴 의도는 없다. 나도 그가 무사한지 확인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다.“


”뭐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안 막는 우리 교파 특징이니. 오늘은 묶고 가쇼. 마침 잔칫날이요.“


그는 생토니스를 2층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창문을 크게 뚫어 아래보다 밝았고 의자와 식탁이 보였다. 그리고 어제 본 나무통도 있었다.


이스가리옷이 밝은 곳에 섰다. 그의 다리와 팔은 사람에 가까웠다. 손가락도 다섯 개였고 몸집도 다른 괴물들보다 왜소했다. 전신을 덮은 털도 없었다.


머리카락은 갈색이었고 짧게 자르고 오른쪽으로 가르마를 탔다. 얼굴의 피부도 사람에 가까웠다. 그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맥주 좋아하오?“


생토니스가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맥주잔을 채웠다. 생토니스에게 가져다주고 말했다.


”여기서 쉬고 계쇼. 난 보초 서다 자는 놈은···“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비상! 어제 데려온 사람이 읎어!“


”여기 있다 이놈아!“


이스가리옷이 맞받아쳤다. 그는 일어나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 후 보초를 선 자를 크게 훈계했다.


”너가 그러니까. 기사 서임을 못 받는 거야.“


그가 맞받아쳤다.


”넌 사제 그만뒀잖아.“


둘은 말로 싸웠다. 생토니스는 맥주를 천천히 음미했다. 어제는 맛에 홀려 취했지만 다시는 그럴 일이 없도록 자신을 조절했다.


그가 쉬는 동안 스몰란은 땡볕에서 생전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느라 죽을상이었다. 어떤 미친놈이 노동은 신성하다 했는가. 짜증 나고 덥고 귀찮고 힘만 드는 일이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일. 차라리 책을 더 읽고 말지. 스몰란은 혼자 중얼거리며 서투르게 낫으로 보리를 벴다.


이따금 긴 금발 머리의 괴물이 나타나 그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스리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가져다 댔다. 그럴 때마다 스몰란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는 다른 여인들처럼 옷을 제대로 입고 조신하게 행동했다. 스몰란은 턱이 반으로 쪼개지며 움직이는 탓에 두렵게 느껴졌다.


일을 알려주고 나서 윙크를 하고 사라졌다. 스몰란은 어깨를 살짝 떨었다. 저것보다 차라리 일이 낫지. 그는 처음으로 일의 장점을 찾아냈다. 그다음 다른 장점도 떠올렸다.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많은 시간을 내주었다. 금발 괴물이 먼저 몸을 비비러 오지 않을 때는 아버지를 찌를 뻔했던 자신을 되새김질했다.


나는 멍청이다. 아무리 자식을 버리려 했어도 나의 아버지인데··· 그분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다. 차라리 여기에 숨어 있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다. 그는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그가 골똘히 생각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점심이 됐다. 마을에 핏빛 기사단이 찾아왔다. 그들 모두 건장한 체격에 왼손은 날카로운 창과 같았다. 다리는 훌륭한 전투마와 필적할 만큼 튼실했다.


이스가리옷이 그들을 환대했고 광장은 금방 마상 시합장으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은 재배한 보리를 수레를 이용해 창고에 넣었다. 사람과 괴물이 맥주를 한잔 씩 쥐고 그들이 대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은 철로 만든 갑주를 입었다. 오른손에 달린 둥근 것에 힘을 주자 팔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방패와 흡사했다. 그곳엔 긁힌 상처들이 역력했다.


쌍방향에서 두 괴물 기사가 뛰었다. 달릴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생토니스는 말 만큼 달린다고 생각했다. 두 괴물이 격돌했다. 대부분 방패로 창을 막아내거나 튕겨냈지만, 미숙한 녀석은 어깨를 찔러 관통시켰다. 다들 눈살을 찌푸리며 탄식을 뱉었다.


수레를 가장 늦게 가져다 놓고 돌아온 스몰란이 그 광경을 보고 기이하게 여겼다. 금발 괴물이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맥주를 건네며 말했다.


”이스가리옷한테 들었는데 너한테 손님이 왔데.“


그는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말했다.


”나한테? 올 사람이 없는데···“


그녀가 말했다.


”그래? 생 뭐라고 했어. 가봐.“


그 말을 듣고 스몰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설마 생토니스 공작? 그가 자신을 찾을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을 죽이려고 보낸 걸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는 즉시 마을에서 도망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도망갈 곳이 없었다. 자신의 죄와 마주 봐야했다. 그는 침을 술을 한잔 더 마시고 이스가리옷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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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올드 톰(30) 20.07.03 20 0 8쪽
» 올드 톰(29) 20.07.03 25 0 8쪽
89 올드 톰(28) 20.07.02 20 0 7쪽
88 올드 톰(27) 20.07.02 2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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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82 올드 톰(21) 20.06.29 23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5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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