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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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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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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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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0)

DUMMY

첫눈이 내린 날 열차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공기에는 미세하게 매연이 섞여 폐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이따금 기침했다.


드넓은 평지에 공장단지가 보였다. 공장은 한창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곳에서 총을 만들고 있다고 짐작했다.


한 명의 총잡이를 자처한 생토니스는 그곳에서 한창 철을 주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멀찍이 떨어진 다른 공장에선 탄약을 만들었다.


그중 20층 높이의 길쭉한 붉은 샷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을 보자 생토니스가 얼굴을 찡그렸다. 높은 곳에서 납을 떨어뜨려 둥근 탄환을 만드는 곳이었다.


사방에 온갖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어떤 이는 시궁창에 구른 돼지 냄새보다 역겹다며 멀찍이 떨어졌다.


저걸 만든 윌리엄 왓츠는 특허를 유지했다. 모노케로스 가문과 계약한 덕에 부유한 생활을 하며 살았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생각보다 총기 제작자들은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많았다.


페퍼박스 리볼버를 만드셨던 이든 알렌도 본래 수저 제조업에 있었다. 우연히 지팡이 총을 수리하던 중 떠오른 아이디를 가지고 새로운 총기를 만들었다.


윌리엄 왓츠는 배관공이었으며, 목화에서 솜을 분리하는 기계를 만든 일라이 휘트니도 있었다. 사업 실패 후 총기 사업에 뛰어들어 큰 수익을 챙겼다. 소문에 어떤 의사가 혼자 수십 발을 난사 할 수 있는 총을 만들었단 얘기도 들려왔다.


발전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고 혁신도 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아주 조금씩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었다.


증기기관, 전기, 전보와 전화기. 한편으로 두려웠다.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면, 도태될 것이다. 그는 공작이었다. 무엇이든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이용해야 했다.


그의 머릿속 늙은 현자가 말했다.


”거참 복잡하고 쓸데없는 고민이로군. 어차피 다 알아서 적응할 텐데 말이야.“


총잡이는 늙은이에게 답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 땅을 지켜보았다. 하늘을 가득 채워가는 검은 연기를 외면하며 벌써 자신의 할머니와 만남을 걱정했다.


온갖 잔소리와 교묘한 설득이 그를 지치게 할 게 뻔했다. 그러나 이번엔 강력한 방패막이 존재했다.


그 두 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번 겨울은 귀가 아프지 않고 지나칠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그가 기지개를 켰다.


열차는 강철 벽에 가까이 세워진 철도를 따라 달리며 서서히 속도를 줄여나갔다. 도시 외곽에 철도역에 멈췄다. 온갖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멜빵으로 바지를 고정하고 셔츠 위에 직물로 짠 두껍고 질긴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많은 숫자를 차지했다. 유일한 공통점은 빵모자를 쓴 점이었다.


그다음으로 질 좋은 깨끗한 셔츠와 정장을 입은 사내들과 화려한 색상이 입혀진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내렸다. 사내들은 긴 모자를 썼고 모두 지팡이를 잊지 않았다. 여인들도 큼지막한 모자나 털이 두툼한 여우 목도리를 걸쳤다.


그들이 내리자 생토니스와 스승 블론 카발디가 열차에서 내렸다. 그들의 복장은 이질적이었다. 생토니스는 검은 판초에 청바지를 입고 카우보이모자를 썼고 스승은 추위에 이기기 위해 손수 짠 목도리와 장갑을 꼈다. 블론 카발디가 추위에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먼저 가. 나는 캐시도 데려가야 되니 좀 걸릴 거야.“


”기다리겠습니다.“


”너 테레시 할머니가 무서운 거잖아. 혼자 만날 생각이 없는 거지? 할머니가 아시면 섭섭하실걸.“


”다른 건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라며 닦달하시는 건 꽤 고역입니다. 하물며 전에 받은 편지 내용 모두가 언제 결혼할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녀는 코트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코르크 마개를 따서 한 입 마시고 답했다.


”뭐 그럴만해. 저 나이까지 쉬질 못하셨잖니. 너가 세상을 돌아다니는 동안 모든 걸 챙겨주시는 분이야. 이해하렴.“


그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술을 들이켰다. 생토니스는 스승이 말을 끌고 나올 때까지 역에서 나오지 않았다. 둘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이 마차를 잡아타기 바빴다. 그중 이목을 끄는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에 금으로 둥근 뿔 문양을 새겨넣은 마차였다. 그 앞에는 하녀 둘이 발목까지 오는 검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흰색의 천 모자를 쓴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 선 여인은 검은 피부에 얼굴의 표정 변화 없이 추위에 맞서며 우산을 쓴 채 담담히 서 있었다.


다른 하녀는 손이 시린 듯 앞에 선 여인 몰래 손을 모아 입김을 불고 있었다. 마부는 모자를 벗고 옆에 우두커니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호기심에 마차와 하녀를 쳐다봤다.


생토니스가 자신의 가방을 들고 인파를 헤집고 하녀에게 다가갔다. 묵묵히 서 있던 하녀가 먼저 그를 알아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노케로스 공작님.“


하녀가 서둘러 그에게 우산을 대자 공작이 말했다.


”그래.“


인사가 끝나자 그녀는 생토니스의 가방을 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


”내가 할 테니 둘 다 내 스승님을 도와드리거라.“


”난 캐시가 다 들어줄 거라 괜찮아.“


그녀의 말이 자신의 이름을 듣고 머리를 끄덕였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서둘러 출발하자.“


그는 가방을 마차 뒤쪽에 직접 실었다. 마부도 그를 도우려 했으나 생토니스는 거절하며 어서 마차를 몰 준비를 하라 일렀다. 스승은 캐시에 올라타며 말했다.


”난 먼저 간다.“


”예. 성에서 뵙죠.“


말을 끝내고 스승은 먼저 떠났고 공작이 마차에 타자 비로소 하녀들이 탔다. 마부가 마차를 몰기 시작하자 생토니스가 말했다.


”먼저 묘지로 가자.“


마부가 알겠습니다. 공작님이라 말하고 방향을 잡았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그래. 켈은 작년에 본 걸 기억한다만, 붉은 머리는 처음 보는구나.“


검은 피부 켈이 말했다.


”예. 공작님. 올봄에 새로 채용한 레이디스 메이드입니다. 엘리는 올해 카발디님께서 오신다는 연락을 받으신 테레시 섭정께서 그분을 위해 고용하셨죠.“


”스승께서 알면 화내시겠군. 그래, 어디 출신이지.“


잠자코 있던 붉은 머리 엘리가 말했다.


”서부에 카발디라는 도시에서 왔습니다.“


그녀는 말을 끝내고 침을 삼켰다. 그 말을 듣고 공작은 끄덕였다. 켈이 말했다.


”여행은 어떠셨습니까?“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최대한 한마디로 모든 걸 담아보려 애썼다. 마차는 계속해서 눈을 밟으며 걸어갔다. 마차가 한 번 덜컹거렸다. 마부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고 계속 길을 따라갔다.


눈발은 약해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눈을 보며 공작이 말했다.


”수확이 좋았다.“


켈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공작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던 탓에 침묵을 유지했다. 생토니스는 계속해서 바깥을 구경했다. 도시는 그가 없어도 계속 번영을 이뤘다.


마차가 도시의 외곽의 공동묘지로 찾아갔다. 생토니스는 어버이의 무덤을 방문했다. 무덤은 잡초 하나 없이 깔끔했고 비석도 눈이 쌓인 걸 제외하고 말끔했다. 생토니스가 무릎 꿇으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왔습니다.“


지난 9개월 남짓의 여행을 간략히 전달했다. 그동안 켈이 뒤에 서서 우산으로 머리를 가려주었다. 올드 톰의 얘기를 끝으로 생토니스가 말했다.


”날이 좋아지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는 고개 숙여 무덤에 예를 표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로 돌아갔다. 마차는 눈 때문에 점차 속도를 줄였다. 두 시간을 쉼 없이 간 덕에 성문을 지나쳤다. 이후 두 개의 문을 지나치자 마차가 멈췄다.


켈이 서둘러 문을 열고 붉은 카펫을 깔았다. 거대한 문 앞에 그의 할머니 테레시 코바와 두 명의 시녀와 한 명의 하우스 키퍼, 하녀들이 일렬로 서서 그를 맞이했다. 그것을 보자 생토니스는 기침 소릴 내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회색빛을 뽐내는 머리카락을 머리 위로 올리고, 루비를 박은 핀으로 고정한 늙은 여인이 다가왔다. 그녀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공작이 마차에서 내리자 모두가 함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테레시 코바가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작님. 어서 집으로 드시죠.“


공작은 테레시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두 명의 시녀가 그들을 따라갔고 다른 하녀들은 그들이 사라지자 각자 할 일을 하러 돌아갔다. 켈도 일을 하러 갔다.


하우스 키퍼를 맡은 여인이 엘리를 불렀다. 그녀 이마에 주름이 보였고 오른쪽 눈에 단 안경을 끼고 있었다.


”엘리, 공작님의 스승님도 함께 오신다고 하셨을 텐데. 어디 가셨니?“


”따로 말을 데리고 오셔서 먼저 가라고 하셨습니다. 멜린 부인.“


”그럼 밖에서 그분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려무나. 오시면 접객실로 안내해 드리고. 잘 할 수 있겠지?“


”네. 부인.“


멜린은 말을 끝내고 그녀의 손이 붉은 걸 봤다.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그녀에게 주었다. 엘리는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멜린은 대답하지 않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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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집(2) 20.07.08 2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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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올드 톰(29) 20.07.03 2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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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올드 톰(27) 20.07.02 2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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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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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올드 톰(21) 20.06.29 23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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