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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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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34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6.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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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올드 톰(21)

DUMMY

카발디가 보안관 사무소로 향했다. 더치의 수하 둘이 총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카발디는 그들에게 더치가 어딨는지 묻자 부하 한 명이 볼을 긁으며 말했다.


“옆집 아가씨랑 데이트 중인데. 뭔 일인데 그러쇼.”


그녀는 술집에서 있던 얘기를 했다.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있던 사내가 말했다.


“나한테 대가릴 세게 맞아서 허깨비가 보이나 부지. 냅둬. 어차피 병신이었어.”


다른 사내도 끄덕이며 동의했다. 카발디는 어차피 남인데, 자신에게 욕을 한 놈을 챙겨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녀는 더치에게 말만 전하고 신경을 끊기로 작정했다. 사내들을 닦달하자 옆 건물을 가리켰다. 카발디는 즉시 잡화점으로 향했다. 카발디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비르는 기지개를 켜고 있었고 더치는 상자를 들고 있었다. 자비르가 먼저 카발디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카발디가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안녕. 더치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그는 상자를 계산대 뒤편에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자비르는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다. 연인 사이도 아닌데 주제넘은 짓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접객을 위한 미소를 지었다. 더치가 상자를 가져다 놓고 자비르와 계산대를 지나쳐 나와 말했다.


“무슨 일이죠.”


“어, 당신 조카 때문에 그러는데.”


“또 사고 쳤습니까? 열차를 타기로 되어 있었는데···”


카발디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얘기를 듣는 동안 더치는 입술을 힘껏 다물고 진지하게 임했다. 카발디가 말을 끝내자 더치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말했다.


“제가 직접 가봐야겠군요.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바로 온 거라 모르겠어.”


더치가 자비르에게 말했다.


“잠깐 녀석 좀 보고 올게요.”


자비르는 늦지 말라 화답했다. 더치와 카발디가 그곳을 나서자 그녀는 한숨을 쉬고 계산대를 두드렸다.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카발디가 연애를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곤 다시 나갔다.


더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 끝에 집으로 돌아갔단 소리에 핸드릭스의 집으로 향했다. 더치는 먼저 핸드릭스을 찾아가 왜 아직도 도시에 남아 있는지 따졌다. 핸드릭스는 열차는 내일 출발한다며 그때까지 참으라 했다. 아침에 자신이 직접 배웅하여 도시에서 보내겠다며 약속했다.


더치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지 말라 화를 내려 했으나 늙은이의 눈물 맺은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 사이 스몰란은 자신의 방에 틀어막혀 믿을 놈은 없다며 혼자 화를 냈다. 붉은 책이 말했다.


“너의 말을 들어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약속컨데 거기서 너는 한 사람의 몫을 해낼 거야.”


“닥쳐.”


스몰란은 책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너의 진가를 알아봐 줄 사람들이 있다니까? 겉모습은 조금 달라도 말이야.”


책은 계속해서 스몰란을 유혹하며 세 사람이 그를 보던 눈빛을 상기시켰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는 눈, 당황스러운 표정. 스몰란은 책을 내동댕이치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책은 멈추지 않았다. 그와 오랫동안 있으며 들었던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그대로 읊었다.


멍청이, 아둔한 놈. 헛물 들이키는 놈. 책의 조롱이 멈추지 않자 스몰란이 총을 꺼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쏴댔다. 총성이 퍼지는 동안 책은 말을 멈췄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책은 한 발도 맞지 않았다며 그의 사격술을 무시했다. 총성에 놀라 크라수스와 더치가 뛰어와 문을 열었다.


스몰란이 혼자 숨을 몰아쉬며 책상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크라수스가 먼저 큰소리로 외쳤다.


“뭐 하는 거냐 멍청아?”


“닥쳐!”


스몰란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놀란 크라수스는 급히 왼쪽으로, 총구를 늦게 본 더치도 오른편으로 뛰었다.


마지막 남은 총알이 화약의 힘을 받아 힘차게 뻗어 나왔다. 손톱 크기의 납이 무심하게 날아갔다. 누군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크라수스가 말했다.


“총 내려놔!”


그가 옆에 쓰러진 사내에게 말했다.


“살아있어?”


스몰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은 허공에 쐈다고 생각했다. 더치가 힘들게 호흡하며 말했다.


“급소는 피한 거 같은데···”


책은 조용했다. 스몰란이 총을 내려놓았다. 크라수스가 그것을 확인하고 더치를 데리고 의사에게 갔다. 스몰란이 방을 나와 그들을 쫓으려 했다. 더치가 낮고 조용히 스몰란을 노려보며 말했다.


“제발 방에 처박혀서 조용히 있다가 떠나라.”


스몰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하녀들이 바닥에 피를 닦아냈고 스몰란은 방으로 돌아갔다. 책이 말했다.


“그 상황에 맞춰? 대단한데.”


스몰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깥의 소란이 진정되자 핸드릭스가 찾아왔다. 내일 아침 배웅해줄 터이니. 사건에 대해선 깊게 생각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스몰란은 아비의 얼굴 한 번 쳐다보지 않았다. 핸드릭스는 차마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없었다. 지금 말해버리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폭발해 버릴 거 같았다. 핸드릭스는 내일 아침까지 참기 위해 술에 의존했다.


스몰란이 혼자가 되자 책이 말했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쫓겨나게 생겼구만. 태생이 높으신 분께서 보시면 얼마나 우스울까.”


“뭐?”


“집안 잘 만나서 부자에 높으신 분이라고 옆에서 엄청나게 치켜세울 텐데. 널 봐. 뭐하나 이룩하지 못하고 쫓겨나게 생겼잖아. 차라리 광대 짓을 해보지 그랬어. 어쩌면 기가 막히게 먹혀들었을지도 모를 텐데.”


“닥쳐. 그 주둥아릴 다물라고. 니가 나에 대해 뭘 알아.”


책은 입이 근질거렸지만 참았다. 모를 리가 있나. 성인 이후로 쭉 지켜봤는데. 책이 대답하지 않자 그가 벌떡 일어나 책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도움 하나 주지도 못하는 쓰레기 같은 게.”


책이 말했다.


“난 책으로써 너에게 정보를 전달했지. 넌 그걸 매우 슬기롭게 습득했고.”


스몰란이 책상에 도달하자 서랍을 열자 칼이 보였다. 나무로 만든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곡선 형태의 날이 시퍼렇게 서렸다. 갈색 나무 손잡이도 곡선으로 이뤄져 S와 같은 형태를 이뤘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계속 그 말이 나오자 보자.”


그가 칼로 책의 표지를 찔렀다.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며 책이 말했다.


“제발, 그만둬.”


칼날이 가죽 표지를 찢고 천천히 종이를 뚫으며 파고들었다. 책은 숨쉬기 괴로워하며 애원했다. 스몰란은 말을 무시하고 나무판자가 느껴질 때까지 온몸으로 칼날을 눌렀다. 스몰란은 아무것도 제대로 된 내용이 없는 쓰레기라며 조롱했다.


끝내 책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은 그는 칼을 뽑아 몇 번이고 찌르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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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83 올드 톰(22) 20.06.29 23 0 7쪽
» 올드 톰(21) 20.06.29 24 0 7쪽
81 올드 톰(20) 20.06.27 26 0 7쪽
80 올드 톰(19) 20.06.2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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