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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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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24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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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7)

DUMMY

생토니스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여인이 그의 얼굴을 알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주인을 부르러 갔다.


주인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얼굴을 보자 생토니스가 먼저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장사는 잘되느냐. 크리놀린 케로스.”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생토니스에게 다가와 뺨을 두 번 맞대고 말했다.


“2년 만이지. 집에 돌아왔단 소식은 들었어. 테레시 할머니께서 편지를 보내주셨거든. 이바라, 바바라, 어서 공작님께 드릴 차를 준비해주겠어요?”


“차는 괜찮다. 선물을 사러 왔다.”


크리놀린은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미소를 보였다.


“이번엔 어떤 아가씨의 마음을 홀리시려고. 자 이쪽으로.”


크리놀린은 그를 편안해 보이는 소파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 크리놀린은 자신의 긴 금발 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말했다.


“선물이라, 자 말해봐.”


“별거 없다. 팔목까지 오는 긴 장갑을 사러 왔다.”


“어머, 공작이나 되는 사람이 장갑만 선물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


“알고 있다. 그러나 레인 메이데이 때문에 여자들과 좀 더 거리를 둘 생각이다.”


그의 말을 듣자 크리놀린의 입술은 조금 늘어졌다.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몸매도 뛰어나서 옷을 만들어 주는 즐거움이 있던 아이였는데.”


크리놀린의 말이 끝나자, 바바라와 이바라가 차와 다과를 내왔다. 두 여인은 프릴과 일일이 수놓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치마에는 한 폭의 그림이 보였다. 사방은 어두웠으나 달빛에 주변이 보였다. 나무 위에 새가 앉았고 호수가 보였다. 그림을 보며 공작이 말했다.


“저걸 전부 손으로 새겨 넣은 건가. 이제 보니 드레스의 디자인이 다른 것들과 다르구나.”


크리놀린이 말했다.


“저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바바라가 이바라한테 준 선물이지. 바느질도 대단한데, 치마에 그림을 넣을 생각을 하고 그걸 실천했지. 대단하지 않아? 대신 안에 드레스에 들어가는 뼈대는 최소화 했어. 장갑이라···어떤 디자인을 원하는데?”


“그건 생각하지 않았다. 적당히, 쓸만한 걸로 부탁하마.”


“음, 그건 너무 성의 없잖아. 어떤 아가씬데, 일단 묘사를 해봐.”


생토니스가 차를 한 입 마시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민했다.


“카렌 바로메츠라고 알고 있나.”


크리놀린은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생토니스를 골려먹기 위해 말했다.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공작은 고민한 끝에 눈을 감고 말했다.


“머리카락이 풍성해 보였다. 태양 빛에 닮은 금발이고, 입술은 붉어서 매력적이다. 손은 가늘었지. 다른 건 생각나지 않는구나.”


“금색과 빨강이라···”


크리놀린이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지하로 내려갔다. 생토니스는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크리놀린 케로스는 계승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침묵한 소수의 친척 중 하나였다.


총기보다 옷에 관심이 많은 탓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호기심을 가진 아이들이 창문 근처를 서성였다. 공작이 이따금 창문을 쳐다보면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그의 시선이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시선에 따라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머리에 쓴 빵모자가 보였다. 그것을 보고 그는 나지막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바라와 바바라가 당황했다.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사라질쯤 크리놀린이 드레스와 그에 맞춰 비단으로 만든 스타킹과 손수 만든 신발, 속바지까지 가져왔다. 그것을 보고 생토니스가 말했다.


“모두 팔아 치울 셈이구나.”


“무슨 소리야. 숙녀한테 이 정도는 해줘야지. 비싸 보이면 장갑값만 받을게.”


“돈이 아까울 리 있겠나. 그저 이 선물 하나로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걱정 마. 정상적인 사람이면, 공작님이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좋아하고 말지. 입이 좀 촐싹 맞으면 자랑하고 다니는 정도겠지.”


공작은 돈을 지불하고 옷이 든 상자를 받았다. 창문 옆에 서서 기다리던 마부가 고개를 연신 숙이며 들어와 상자를 받았다. 마부의 손에 은색 결혼반지가 보였다. 그는 주방장 아브고와 결혼한 사내였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대신 들어줘서 고맙구나.”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그는 큰 미소를 보이며 상자를 마차의 뒤편에 실었다. 생토니스와 크리놀린은 악수하며 잘 지내라 말했다. 공작은 집으로 돌아갔다.


생토니스는 카렌을 집무실로 불러 선물을 주었다. 서둘러 입어봐야겠다며 방을 나갔다. 한 시간이 지나고 카렌이 돌아왔다.


분홍빛 배경에 양과 강아지가 뛰노는 광경이 새겨진 드레스였다. 흰색 프릴은 양모를 연상시켰다.


흰색에 장갑의 끝부분에 털이 달렸다. 머리를 모아서 묶고 지탱하는 거대한 머리핀의 끝에 줄로 연결된 흰 구체가 찰랑였다.


아름답고 고향 생각이 나서 감사하다 말하곤 자신의 치마를 슬쩍 들쳐 보였다. 공작이 놀라서 얼굴을 돌렸다.


“무엇을 하는 게냐.”


그녀의 치마와 어우러진 속치마는 손수 한 땀씩 새긴 화려한 색채와 글귀가 보였다. 반쯤 치켜올린 치마를 깨닫곤 카렌은 황급히 내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속치마도 마음에 들어서 그만···”


“잘 어울리는구나 이만 가보거라.”


카렌은 붉어진 얼굴로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테레시 코바의 말을 떠올렸다.


촐싹거리는 걸 고치면 교양 찬 숙녀가 되겠죠. 생토니스가 보기엔 촐싹이기 보다 덜렁이었다. 생각보다 행동이 반 박자 빨랐다. 그런 그녀를 옆에 두고 테레시 코바는 분명 맞는 짝을 찾아 줄 것이다. 할머니의 몇 안 되는 취미였으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학자들을 찾아갔다. 마침 소금물을 채운 솥에 검은 광물을 담그고 가열하고 있었다.


실험장 구석에 있는 벽난로에 다섯 사내와 한 명의 여인이 몰려 있었다. 한 화학자가 부지깽이를 이용해 애꿎은 재를 찔렀다. 생토니스가 헛기침하며 다가오자 모두가 돌아봤다. 히바바 시토라가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잠시 화학자분들의 실험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공작님께서도 구경하러 오신 건가요?"


"그렇다. 진척은 어떠하느냐."


토드 트리스가 말했다.


"슬프게도 아무런 진척이 없습니다. 문헌을 찾아보고 있지만, 결코 존재한 적 없는 물건입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루카리엔이 나에게 주었다. 그도 어디서 구했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크토스와 연관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 멸망한 왕국 말입니까? 거긴 과학보다 마법에 더 의존했다고 들었습니다. 마법과 연관이 있다면 저희로는 부족할지 모르겠군요."


일곱 명의 관찰자는 차분하게 소금물이 끓는 걸 지켜봤다.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결국 가볍게 티타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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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올드 톰(25) 20.07.01 26 0 8쪽
85 올드 톰(24) 20.06.30 24 0 7쪽
84 올드 톰(23) 20.06.30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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