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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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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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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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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8,127

작성
20.05.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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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열기구(0)

DUMMY

청명하고 뜨거운 사막 하늘 위로 거대한 보라색 열기구가 떠다녔다. 거대한 바구니에는 일곱 명의 사람이 탔음에도 자리는 널찍했지만,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 냄새는 최악이었다.


여섯 남정네가 더위에 계속 땀을 흘려댔고 그 중 열기구를 관리하는 두 사내는 쉴 때마다 담배를 피웠다. 그 때문이었을까. 열기구에 있던 유일한 여성인 미르니아는 구토했다. 사내들의 땀내와 담배가 어우러진 냄새는 도시 아가씨에게 버티기 괴로운 수준이었다.


담배를 연신 뿜어대는 에드몬드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에드몬드 가라사대 담배는 폐 건강에 이롭다며 계속해서 파이프 담배를 피워 냄새를 오래 남게 했다. 그의 친구 갈레이는 냄새에 괴로워하는 미르니아를 보며 담배를 자제하려 했지만,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연초에 불을 지폈다.


처음 열기구가 뜬 지 3일이 지났다. 지쳐 잠든 미르니아를 내버려 둔 채 여섯 사내는 그녀의 곁에서 떨어져 각자 자리에 앉았다. 머리를 말꼬리처럼 길게 묶은 고바야시가 눈을 감고 손으로 부채질하며 말했다.


“참 신비로운 게 뭔지 알아?”


벨리아가 얼굴도 움직이지 않고 톡 쏘아 말했다.


“뭔데”


“담배 냄새 말이야. 저 아가씨가 바깥에 토할 때마다 싹 사라져. 마치 저 친구들이 대야에

물을 부으면 아가씨가 그걸 없애는 느낌으로.”


“뭔 헛소리야. 여긴 땅에서 엄청 높다고, 바람도 생각보다 세게 불고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니야?”


“입에서 토하는 게 노란색도 아니고 은색이었어. 이상했다고.”


벨리아는 얼굴을 돌려 고바야시를 쳐다보며 얼굴을 구겼다.


“언제부터 남 토한 걸 관찰하는 고약한 취미가 생겼지?”


“나도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고. 등을 두들겨 주다 봤어. 그리고 주기도 보면 이상해. 밥 먹을 때는 별 이상 없다가도 저치들이 담배 좀 피우고 있으면 바로 토한다니까.”


“헛소리 말고 낮잠이나 자. 잘 생각해봐 여기 남자 놈들 땀 냄새 범벅이야. 그건 버텨볼 만하겠지. 그런데 거기에 담배 냄새까지 뒤섞이기 시작하니 비위가 썩어 문드러지는 거야.”


말을 끝내고 벨리아가 일어나 난간을 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앞으로 최소 일주일은 더 가야 했다. 그는 모래사막을 쳐다봤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들 사이로 바람이 불었고 빛으로 반짝였다. 지평선 근방에서 서 있는 검은색 물체가 보였다.


벨리아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다시 쳐다봤을 땐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열기구를 조정하던 에드몬드의 입에 파이프 담배가 물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갓 불을 붙인 성냥이 들려 있었다. 벨리아가 그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봐 저 아가씨도 겨우 잠들었는데 좀 참지?”


에드몬드는 개의치 않고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는 뻐끔거렸다. 회색 연기가 파이프에서 피어올랐다. 그러자 연기를 한 움큼 들이키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모두 뿜어내어 연기 우산을 만들어내고 말했다.


“그럴 맘 없는데.”


그는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위를 보며 연기를 뿜어댔다. 그는 질주하는 증기기관 열차와 같이 계속해서 뿜어댔고 냄새는 구석구석 퍼졌다. 벨리아는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열기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갈리아와 에드몬드 뿐이었기에 참았다. 바람이 부는 동쪽 난간을 부여잡고 이를 갈았다.


그사이 잠을 청하던 미르니아가 급하게 일어나 난간을 잡고 구토했다. 그녀의 행동은 빨랐지만, 정신은 비몽사몽 했다. 몸을 너무 굽혀 순간적으로 발이 떴다. 미르니아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허공에 발을 굴러댔다.


놀란 벨리아가 빠르게 발을 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바야시가 뛰어와 허벅지를 잡고 당겼다. 미르니아는 급속도로 몸이 뒤로 쏠리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숨쉬기가 괴로운 듯 콜록거렸다.


에드몬드를 제외한 그 셋의 등줄기에 서늘한 땀이 흘렀다. 고바야시와 벨리아가 서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 이마에 땀을 닦았다. 그리고 벨리아는 에드몬드를 노려봤다. 그의 얼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우, 떨어질 뻔했는데 형씨들 순발력이 끝내주는군.”


에드몬드가 말을 하며 윗니가 보일 만큼 웃었다. 사색이 됐던 벨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뭐라고? 지금 이 모든 게 장난으로 보이나.”


“아니, 난 이 멋들어진 미소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것뿐이야. 미소 짓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은 없다잖아?”


그는 아랫니도 보일 정도로 크게 미소를 보였다. 그러자 벨리아가 손가락질하며 다가갔다.


“그 빌어먹을 담배질만 깰 때까지 참아줬더라면 이딴 일은 없었어.”


에드몬드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양손 손바닥을 보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벨리아는 자신의 눈을 중지와 검지로 가리켰다. 그리고 에드몬드에게 다시 손가락질했다. 너를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다. 행동을 끝낸 벨리아는 다시 난간으로 돌아갔고, 에드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들은 늦은 점심으로 통조림을 먹었다. 고바야시는 자신의 단검으로 캔을 따서 다른 이들에게 나눠줬다. 붉은 소스로 절인 콩이었다. 그들은 식욕이 사라진 배를 탄 선원들처럼 꾸역꾸역 먹었다. 후식으로 말린 대추야자 열매를 먹었다. 갈리아와 에드몬드를 제외하고 모두 입에 물려 한 입 먹고 손을 털었다.


그리고 저녁이 찾아왔다. 해가 떨어지자 추위가 엄습했다. 다들 열기구 중심에 가까이 앉았고 모포를 두르고 기댔다. 벨리아는 바트 왕이 자신들에게 내린 명령을 곱씹었다.


동쪽의 도시로 가라, 그곳에서 미르니아라는 여성을 데려와라. 절대 열차를 타선 아니 되고 사막을 넘어 악켄하르트를 지나쳐와라.


그는 바트 왕에게 그것은 자살행위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필요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들 모두 왕의 사병이었기에 그의 말을 따랐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바트가 그들을 저버린 줄 알았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열기구를 보고 어떤 큰 뜻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대체 미르니아는 어떤 능력이 있는 걸까. 벨리아는 졸고 있는 그녀를 쳐다봤다. 흑발에 머리카락은 자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우 어깨 근처에서 살랑거렸다. 그녀는 자신을 저주를 먹는 사람이라 소개했다.


그녀 자신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경우라 자세한 건 잘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저 자신의 주위에 있으면 악귀가 사람에게 들러붙지 못하고, 마법의 작용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고바야시는 비효율적인 파괴자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것은 은색의 물질을 구토하는 게 전부였다. 정말 이 일에 의미가 있는 건가? 왕은 그저 사병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쇼를 하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갈리아를 제외하고 모두 잠이 들었다. 그는 밤새 열기구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율했다. 새벽녘이 되어서 손이 떨렸다.


숨을 뱉자 흰 연기가 보이자 침을 삼켰다. 자는 미르니아의 눈치를 보며 난간으로 다가가 수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성냥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 연기를 모두 삼키다 동이 떠오를 동안 고요한 사막을 쳐다봤다.


생명이 존재하긴 할까? 툭하면 거센 모래바람이 불고,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극심한 땅에 뿌리를 내린 존재란 인간을 제외하면 없다.


인간은 어떤 불합리한 조건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해가 길어지면 당당히 옷을 벗었고 서리가 낄 때면 내일을 꿈꾸며 옷을 껴입었다.갈리아가 연기를 빨아들였다. 담배가 붉게 타오르며 점을 만들었다.


인간들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물건을 만드는데 천부적이었다. 그중 단연코 최고라 불릴 물건이라 생각하며 그는 권총집에 든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을 뒤바꿔 놓은 괴물이 인간의 손에서 탄생했다.


불을 토해내는 용들을 옥좌에서 끌어내렸고 벽 안에서 살던 이들을 광활한 서부로 진격하도록 이끌었다. 더는 어떤 괴물도 인간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서서히 담배의 붉은 점과 같이 타오르는 형상으로 바뀌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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