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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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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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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6,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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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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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DUMMY

“이보게, 루니샤 양. 물론 바깥 사람을 작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자네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기는 하다만, 루퍼트에게 간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나?”

    

“꺼림칙한 인간입니다.”

    

“그렇다고 자네가 무례한 인간이 될 필요는 없지.”

    

그녀는 입을 다물고 시청 앞에 서있는 극마차를 바라보았다. 앞에 앉아있는 구경꾼 두어명을 제외하면 인적은 없다시피 하다.

    

“나도 살아서 장의사를 보고 싶지는 않네. 하지만 무례하게 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니 나중에라도 인사 정도는 해주게. 괜찮겠나?”

    

“이번 일이 끝나면 그러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하인리히 보안관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루니샤는 안장에서 내리고서 마구를 근처 난간에 묶었다. 말이 작게 콧김을 내뿜는다.

    

처음에는 만일을 위해 추가적으로 무장할 생각이었으나, 마을 안에서 권총보다 큰 화기를 들고다니는 것은 눈에 띌 터였다. 세이프헤이븐의 보안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일이 귀찮아질 것 역시 뻔하다.

    

그녀는 홀스터를 코트 자락으로 감추고서 극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공연이 끝나지 않았는지 마차 칸 안에서는 배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싸구려 커튼이 드리워진 탓에 배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볼 수 없었으나, 목소리로 보아 젊은 남성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래서 바이올라가 말하기를, 공작님, 세상의 어느 누구도 사랑에 빠지는 바를 막거나 일으킬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영애가 저를 사모하는 죄를 저에게 물으십니까?”

    

뒤따라오던 하인리히 보안관이 배우의 대사를 듣고서는 멈춰선다. 문제가 생긴 것이라 짐작한 루니샤가 리볼버의 손잡이에 오른손을 얹었으나, 그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마차를 바라볼 뿐이었다.

    

“소르니타 난파기로군. 이런 곳에서 아는 극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유명한 연극입니까?”

    

“중부에서는 그랬네. 구닥다리기는 하지만 다들 알고 있었어. 아니면 다들 알고 있었으니 구닥다리였을 수도 있고. 아무튼 거의 10년만에 듣는 것 같구만.”

    

그녀는 허벅지에 찬 홀스터를 다시 잠갔다. 하인리히가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을 의식하는지 헛기침을 하고선 극마차의 문을 두드렸다. 노크 소리가 들리자 배우가 대사를 읇기를 멈춘다.

    

“지금은 극을 하는 중이라 문을 열어드릴 수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돌아오실 수 있겠습니까?”

    

“연방 보안관 하인리히 반 할렌이네. 가능하다면 당장 이야기하고 싶군.”

    

“보안관이요? 보안관님이 이런 극단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런 건 바깥에서 말하기가 힘들지.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겠네.”

    

하인리히가 얇은 문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마차 안의 배우가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소르니타 난파기는 여기서 잠시 끊도록 하겠습니다! 돈은 따로 받지 않겠으니 내일 오셔서 계속 들어주십시오!”

    

관객석에서 불만섞인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그러나 보안관에게 대들 정도의 배짱을 가진 사람은 없는지, 마차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각자 짐을 챙겨 자리를 떴다.

    

쿵. 마차 안에서 몸뚱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인리히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보게, 괜찮나? 꽤나 요란한 소리가 들렸는데.”

    

“예, 예. 괜찮습니다. 제가 몸이 살짝 불편하거든요.”

    

뒤이어 바닥에 옷자락이 질질 끌리는 소음이 나더니 마차의 입구가 삐걱대며 열린다. 루니샤는 말없이 안에서 나온, 정확하게는 기어나온 사람을 살폈다.

    

“...그래. 그래 보이는군.”

    

하인리히 보안관이 중얼거리다시피 말했다. 문 너머의 광경은 퍽 기괴했다. 사내의 팔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뭉툭한 살덩이와 성의없이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는 손가락, 발가락 두 개만이 존재했다.

    

단면을 보아하니 잘라낸 것은 아니고, 나기를 저렇게 난 것일까. 극단에 어울리기는 했다. 배우보다는 구경거리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외형이기는 하지만.

    

루니샤는 무표정하게 마차의 내부를 살폈다. 물건들이 하나같이 낮게 배치된 것을 빼면 평범한 극마차의 모습이었다.

    

“미안하게 됐네. 귀찮게 굴 작정은 아니었어. 마차에 다른 사람은 없나?”

    

“원래는 형이 있는데, 지금은 잠시 바깥에 나갔습니다.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고 계시렵니까?”

    

“그러겠네. 협조해줘서 고맙군.”


하인리히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내를 도와 옮기는 것이 적절할지, 혹은 무시하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남자가 무어라 입을 열기 전에 사내를 집어들어 의자에 올려놓았다. 그가 얼떨떨하게 루니샤의 얼굴과 의자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 혼자서도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호의를 베푼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루니샤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만 담아둔 채 끄덕였다.

    

“이렇게 몸이 좀... 불편하기는 해도 모자라거나 한 건 아닙니다. 정말요.”

    

“그거 다행이군. 질문 몇 개를 하고 싶은데, 대답해줄 수 있겠나?”

    

“아는 건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인리히가 그 말을 듣고선 루니샤를 바라본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연필과 노트를 꺼내어 의자에 걸터앉았다.

    

마음같아서는 취조와 기록 둘 모두를 그녀가 맡고 싶었으나, 병자를 취조하다가는 그닥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하인리히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연다.

    

”이쪽은 연방 보안관 하인리히 반 할렌이라고 하네. 이쪽은 내 부사수, 웨스트 양이고.“

    

”저는 조비 본코프입니다. 편하게 본코프라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본코프라. 드문 성씨구만. 세이프헤이븐에 도착한 날짜는 언제인가?“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극마차 한 구석에 걸려있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열흘 정도 전의 날짜에 흑연으로 십자가가 그어져있었다.


"좋아. 말하지 않아도 알겠네. 루니샤 양, 준비해온 물건 보여줄 수 있겠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품 안을 뒤적거렸다. 종이 봉투로 포장한, 두꺼운 책 한 권이다.


마야의 것이었던 책을 꺼내며 루니샤는 본코프의 안색을 살폈으나, 그의 얼굴에서 의아함 이외의 감정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책, 본 적 있나?"


하인리히가 물었다. 루니샤는 의자에 앉아서 몸을 비트는 그 앞에 책을 보였다. 저런 몸이라면 책장을 넘기는 것도 버거울 터였다.


"극 대본입니까? 표지에 제목도 없고, 전에 본 것 같지는 않은데..."


페이지를 느릿한 속도로 넘기자 본코프의 시선이 종이 위에 못박힌다. 한 장을 다 읽을 즈음이 되자 그가 루니샤를 바라보았다. 구체적으로는 그녀의 뿔을 힐끗거렸다. 루니샤는 말없이 책을 넘겼다.


그렇게 책의 스무 페이지 정도가 넘어가자, 본코프가 종이에서 눈을 떼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불온서적이군요. 원본은 아니고, 손으로 옮겨 쓴 것 같은데."


"맞네. 수인 보호 구역에서 찾은 물건이지."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저는 수인도 아니고 사상이나 정치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을 제게 보여주시는 이유도 잘 모르겠군요."


하인리히 보안관은 대답 대신 본코프의 안색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당황했는지 본코프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정말입니다! 애초에 제가 책을 베낄 수나 있겠습니까?"


"자네 말은 믿네. 그럴 수 있는가는 둘째치고 필사하는 수고를 들일 이유가 없잖나."


"그러면..."


"자네 형은 언제 돌아오나?"


때맞춰 마차 밖에서 뚜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묵직하고 갈팡지팡하는 것처럼 불규칙한 발걸음이다.


루니샤는 보안관의 등을 톡톡 두드리고선 문에서 슬쩍 떨어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극마차의 문짝이 열린다.


"어이, 임마! 하라는 일은 안하고 뭘 나자빠져있어!"


"연방 보안관 하인리히 반 할렌이네. 이쪽은 내 부사수고. 그쪽이 조비 본코프의 형제 되는 사람 맞나?"


싸구려 술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남자가 문간에 서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의 마차 안에 들어온 두 외부인을 신기하다는 듯 훑더니, 이내 의자 위의 조비 본코프를 쏘아보았다.


"대체 뭔 놈의 사고를 친거냐? 살다살다 연방 보안관을 불러와?"


"아, 아니. 난 정말 아무 짓도 안했는데, 형."


"안하기는 시팔! 아무것도 안했으면 그짝 인간들이 여길 왜 와?"


그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의자 위의 조비 본코프가 하인리히와 루니샤를 난처하게 쳐다보았으나, 사내는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일단 앉게. 아무도 잘못한 건 없네. 적어도 내가 알기론 말이야."


"그럼 당신은 여기 왜 온 거요? 어디 촌구석 지키는 놈도 아니고, 연방 보안관이 시 읽는 거나 구경하러 이까지 오진 않았을 거 아니오."


"앉는 게 좋다고 말했네."


짜증 섞인 하인리히의 권고에 남자가 못마땅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의자 다리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삐걱거린다.


"자. 이젠 됐소? 거 영감님이 기만 더럽게 세구만."


"훨씬 낫군. 묻지 않을 때는 입도 다물어주면 더 좋겠네만."


"참 나, 싹바가지 하고는. 그래서 용건이 뭐요?"


하인리히 보안관이 루니샤를 힐끗거린다. 그녀는 코트의 주머니 안에서 종이와 연필을 꺼내며 기록을 준비했다.


"자네 이름과 직업부터 듣고 싶네. 지난 한 달간 뭘했는지도 말이야."


"알렌 본코프요. 이 마차 주인이고, 돈 불리는 일도 좀 하고 있고, 지난 몇 주는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동생놈이랑 먹고 자고 하면서 지냈지."


"'돈 불리는 일'은 뭐고, 구체적으로 어디를 갔다온 겐가?"


알렌 본코프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루니샤는 종이에 그가 말하는 것들을 적어가며 알렌의 안색을 살폈다. 취기가 돌아 불그스름하기는 하지만 긴장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카드 친다고! 돈 불릴 건덕지가 그것 말고 더 있나?"


"노름은 돈을 불리는 게 아니지. 직업도 아니고 말이야."


무직. 노름꾼. 떠돌이. 그녀는 알렌 본코프를 표현할만한 단어들을 휘갈겨 적고선 연필촉을 뗐다.


정오로부터 겨우 두어시간 지난 시각에 태연히 주정을 부리며 온 것도 그렇고. 이 자는 사는 방식을 숨길 생각이 없다고 표현하는 편이 알맞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야기를 길게 끌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최근 수인 보호 구역을 들린 적이 있나?"


하인리히의 질문을 듣고서 알렌 본코프가 한쪽 눈꼬리를 일그러뜨렸다. 그는 힘겹게 지난 몇 주의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돌려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그랬었나?"


"갔다 왔었어. 거기서도 소르니타 난파기랑 정오의 잠 공연했었잖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구만. 맞아. 그런 곳에도 갔었지."


이제야 떠올랐다는 듯이 알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인리히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그에게 책을 보였다.


"답변은 직접 하게. 동생에게 묻지 말고. 제 11 수인 보호 구역에서 이 책을 두고 간 게 자네인가?"


그가 성의없이 책의 페이지를 넘겨댄다. 그리고 양피지에 잔뜩 쓰인 글자를 대충 훑어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금 끄덕거렸다.


"두기만 했을까. 쓴 것도 난데."


"...그런가?"


보안관이 루니샤를 힐끗 곁눈질한다. 저렇게 순순히 털어놓을지는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아, 오해하진 마쇼. 여기 적힌 건 죄다 개잡소리니까. 난 수인들이라면 질색이야. 허구한 날 소매치기나 해대지, 카드 칠 때는 수작질이나 부려대지. 그쪽 보안관보한테 하는 말은 아니긴 한데, 수인들은 십중팔구가 쓰레기야."


"그러면 이 책은 왜 쓴 겐가?"


"당연히 돈 때문이지. 맨 입으로 이런 헛소리를 몇만자나 써재꼈을까."


대필이라. 기묘한 일이다.


자금을 써가며까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 데에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터였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던가, 혹은 글을 쓸 줄 모른다던가.


그러나 의뢰자가 조직을 숨기고자 했다면 필사본에 표식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고, 이 정도 규모의 단체가 문맹으로만 가득할 리도 없다.


"꽤나 쏠쏠하기는 했어. 열 단어마다 500 알텐 정도였던가? 어디서 쌔볐는지 개놈의 자식이 주머니만 두둑해서는."


"비유적인 의미입니까?"


"엉? 무슨 비유?"


루니샤의 질문에 알렌 본코프가 되물었다. 그녀는 필기구와 메모지를 마차 구석자리에 치워두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놈의 자식이라는 부분 말입니다. 비유적인 표현입니까, 아니면 개과 수인이었습니까."


"아, 그거 말이지. 진짜 개였을걸. 꼴에 옷인지 넝마주이인지 모를 걸레짝을 뒤집어쓰고 있기는 했는데."


"...그렇군요."


개과라면 요나스 콜론과 같은 수인이다. 하인리히 역시 그 사실을 떠올렸는지 코트 안쪽을 뒤적거려 몽타주 한 장을 꺼냈다. 요나스 콜론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지였다.


"혹시 의뢰자가 이 사람인가?"


"내 말 못 들었수? 이 날씨에 머리 끝까지 꽁꽁 싸매고 있었다니까. 머리통이 불룩한 게 귀 비스무리한 거 달린 것 같긴 했는데."


"키는 6피트 정도에 북부 방언을 섞어서 쓰네. 목소리는 굵고 말이야."


"그럼 맞겠지. 그 말 들으니 생각난 건데, 억양이 이상하더라고. 그게 저기 북쪽 못배워처먹은 것들 말투인지는 모르겠지만."


육백장 정도의 두께를 가진 책을 필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한 달. 극단이 열흘 전에 세이프헤이븐에 도착했고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까지 감안하면, 본코프에게 필사 의뢰가 들어온 시기는 요나스 콜론의 행적이 불분명했던 때와 겹친다.


하인리히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온 이유는 캐닌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 아니던가.


이미 붙잡은 요나스에 대한 정보는 취조만으로도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다. 어쩌면 헛걸음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군. 말해줘서 고맙네."


"볼 일 다 보셨으면 썩 나가슈. 남 장사하는 곳에 들어와서 죽치고 앉아있지 말고."


"안그래도 그럴 참-"


쿵쿵. 마차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인리히의 말을 끊었다. 알렌이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문간 앞에 서서는 양껏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몇 명이나 끌고 온 거요? 참 내, 여기 있는 사람이라고는 나랑 병신 한 명밖에 없는데."


"우리 일행은 아닐 것 같네만."


"잘도 그러시겠다."


덜컥. 그가 걸린 빗장을 풀고선 문을 슬쩍 열었다. 앳된 청년의 얼굴이 문 틈새로 드러난다.


루퍼트다. 옆에서는 하인리히가 루니샤에게만 들릴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만 그녀 역시 비슷한 감상이었다. 대체 이곳은 어떻게 찾아온 건지 알 수도 없었다.


"또 뵙네요?"


"..."


열린 틈 사이로 그가 발치를 밀어넣더니 반강제로 문을 열어젖혔다. 루니샤는 짜증스러움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


시선이 마주치자 루퍼트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녀가 여기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눈치다.


"너 이새끼, 무슨..."


그렇다면 방금 전에 건넨 인사는 누구에게 한 것이란 말인가.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알렌이 루퍼트에게 달려든다. 


루니샤는 망설이지 않고 알렌의 목덜미를 낚아채어 바닥에 메다꽂았다. 바닥이 삐걱거릴 정도로 거세게 자빠진 그가 고통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허윽, 저 개자식이야! 저 개새끼가 의뢰한 거라고!"


그녀는 알렌의 몸뚱이를 꾹 누른 채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루퍼트는 웃고 있었다.


"...당신도 잘 설명하는 게 좋을 겁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김우무문어입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까닭은 지난 두 달 반 동안 일언반구도 없이 글을 올리지 않은 것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죄송합니다. 유구무언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학생이라는 신분을 위안삼아서 스스로에게 변명했건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지 하나 올리지 않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학업도 그렇고 이것저것 바쁘기야 했다만, 그렇다고 글을 쓸 시간이 조금도 없었냐 묻는다면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성인이 되기까지 461일이 남았습니다. 그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의미없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인다면 글을 쓸 틈도 분명 나오겠죠. 그러니 감사히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을 위해서, 이 글은 언제까지고 계속 써나갈 계획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김우무문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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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Almost Haven (6) +6 21.06.01 91 6 16쪽
20 Almost Haven (5) +8 21.05.18 59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59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87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4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70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5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1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1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5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5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2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3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8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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