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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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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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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1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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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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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Almost Haven (6)

DUMMY

환영합니다. 이곳부터 섀넌도어 주입니다. 칠이 다 벗겨져 가는 팻말이 평야에 세워져 있다.


”달리 주의해야 할 주법State Law은 없네. 금주령은 5년도 더 전에 폐지된 곳이고, 수인 취급도 어지간한 곳보다는 나을게야.“


루니샤는 그녀 키의 두 배는 될 법한 팻말을 조용히 올려다 보았다. 바람과 모래에 쓸려 페인트 칠이 벗겨지기는 했지만 관리의 흔적이 뚜렷하다.


”주법이요?“


”주의 법 말일세, 루퍼트. 메인 주에서는 음주가 불법이고 앨러노어 주에서는 아편이 불법이고. 그런 것들.“


”몰라서 묻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보안관님이 그런 말을 하시니까 느낌이 달라서요.“


관리가 잘 되어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고 있다. 치안은 제 13 사무국 부근과 비교가 안될 정도고, 마을마다 보안관이 서너명은 존재한다.


그런데 어째서 그만한 규모의 수인 부족이 약탈을, 심지어 무장까지 하고서 벌일 수 있지?


정기적으로 주 보안관이 순찰을 도는 이상 언젠가는 들키게 되어 있다. 제아무리 외곽이라고 해도 언제까지고 존재를 숨길 수는 없다.


”아무튼 간에, 슬슬 끝이 보이는군. 마을도 머지 않았을걸세.“


자세한 사정은 섀넌도어 주의 보안관에게 들어야 하리라. 루니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차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전역 이후로 다른 주에 오는 건 처음이었지, 루니샤 양?“


”...예.“


”원래대로라면 자네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했을 텐데. 되먹지 못한 놈들이 텃세만 심해서 말이야.“


”전역이요?“


코앞의 마부석에 앉은 보레알리스가 되물었다. 순간 아차싶은 표정이 하인리히의 얼굴에 드러난다.


”오래 전 일입니다.“


”이런. 자네가 있다는 걸 깜빡 잊었네. 늙으니 머리가 흐리멍텅해진다니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배경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루퍼트는 미묘한 표정으로 승객석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말을 모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뭐, 각자 나름 사는 거겠죠. 슬슬 보이네요.“


그의 말대로 멀리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한 크기다. 리치몬드의 서너배는 될까.


건물은 엉성한 구석 없이 도로에 맞추어 지어져 있다. 작달막한 마차도 길가에 몇 량 주차되어 있고, 시내 안쪽에는 어린아이들도 몇 보인다.


”제 11 사무국 비슷한 분위기군요.“


”확실히 그렇구만. 치안은 썩 나쁘지 않은 모양이야. 13 사무국도 이러면 좋으련만. 바랄 걸 바래야겠지.“


짐마차가 마을 가까이로 다가가자 어린아이들 몇몇이 달려온다. 드물게 오는 짐마차에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다.


하인리히는 그 모습을 보며 은근히 웃더니 마부석으로 걸어가 루퍼트에게서 고삐를 넘겨받았다.


”소매치기가 아닌 어린애는 반년만에 보는 것 같군. 이리 주게, 루퍼트.“


”어차피 거의 다 왔는데요? 여기 마차 사무국에다가 맡기기만 하면... 아.“


”마부는 왜 죽었는지, 또 왜 마차는 이 꼴이 났는지 설명해야 할 거 아닌가. 미심쩍은 중부 촌놈보다야 보안관이 말하는 편이 나을걸.“


보레알리스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마부석에서 승객칸으로 넘어온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마을의 시내로 통하는 입구에는 얼마 전에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표지판이 꽂혀 있었다.


”세이프헤이븐에 어서오세요. 인구수, 862명. 꽤나 북적이는 곳이네요.“


옆에서 루퍼트가 신기하다는 눈치로 표지에 쓰여져 있는 글귀를 읽었다. 862라는 숫자에는 페인트가 여러번 덧씌워진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것 같다.


바퀴가 비포장된 땅에서 잘 닦인 도로로 오르며 덜컹거린다. 루니샤는 무심코 밖을 바라보았다가 마차를 바라보는 구경꾼과 눈을 마주쳤다.


”아주 구경났군. 하기야 벌집 꼴이 난 마차를 볼 기회는 흔치 않지. 루니샤 양, 루퍼트. 밖에 나가지 말게. 나가는 순간 서커스라도 왔다고 착각할 테니.“


”루니샤 씨는 그렇다 쳐도 저는 왜요?“


”광대 꼴을 하고 있지 않나.“


하인리히가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보레알리스가 머리에 쓴 모자를 만지작거리더니,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 보았다.


흙먼지는 물론이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도 군데군데 튀어있다. 얼굴에는 화약 검댕이 묻은 데다가 높다란 모자에는 총알 구멍까지 하나 뚫렸다.


”좋아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요.“


”우선 그 모자부터 치우게. 자네가 그 흉물을 벗은 꼴을 한 번도 못본 것 같아.“


”안될 것 같은데요. 제가 아끼는 물건이어서.“


”아끼는 모자를 총질하는 와중에 쓰고 있다가 구멍낸겐가?“


그가 당황스럽게 머리에 얹은 모자를 만지작거리더니, 휑하게 뚫린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맙소사.“


”맙소사는 무슨 맙소사인가. 그 난리통에 멀쩡한 게 더 이상하지.“


끼익. 마차의 바퀴가 새된 소리를 내며 멈춰선다. 마차 사무국 앞이다.


”자. 도착일세. 즐겁다고 표현하기는 참 뭣한 여행이었지만, 만나서 즐거웠네. 루퍼트.“


”세이프헤이븐에 머무시는 거 아니었나요, 보안관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찾는 작자들이 있어서.“


하인리히가 마차 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는 살짝 비틀거리며 제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내 승객석의 뻥 뚫린, 한 때는 문짝이 자리했던 곳 앞에 멈춰섰다.


”문을 열어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자네가 부숴버렸군.“


“고작 발길질에 망가지는 조잡한 물건이었습니다.”


“내 생각에는 자네가 지나치게 세게 걷어찬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간에, 나는 보안관과 마차 사무국에 사정을 설명하겠네. 루니샤 양은 먼저 외과의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루니샤는 붕대로 칭칭 싸맨 어깨를 바라보았다. 출혈은 멎은 지 오래다.


다만 제대로 소독하지를 못해서 얼마든지 곪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납 파편이 아직 박혀있을 수도 있고.


”헌데... 여긴 분위기가 어떤지를 잘 모르겠군. 일단 이발소건 병원이건 찾아가보게. 자네가 어디 가서 강도당할 사람은 아니니까.“


”아, 병원에 가실 거면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보레알리스가 예상치 못했던 말을 내뱉는다.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봐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작업 거는 거 아니에요. 장의사가 시체 찾을 곳이 병원밖에 더 있어요?“


”...그렇습니까.“


루니샤는 하인리히 보안관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수인 혼혈 혼자서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일행과 다니는 편이 나았다. 옆에 있는 그는 묘하게 꺼림칙했지만 호의를 베푼다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면 8시 즈음에 이곳에서 합류하는 걸로 하지. 고맙네, 루퍼트.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


하인리히가 보레알리스에게 손을 내민다. 루니샤는 묶어둔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렸다.


그나마 다친 부위가 어깨인지라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제대로 소독한 뒤 사제에게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나으리라.


”신세 많이 졌어요, 보안관님. 일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


루퍼트가 내민 손을 붙잡더니, 이내 그녀를 뒤따라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하인리히 보안관이 마차 사무국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거리로 나오기가 무섭게 시선이 느껴진다.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보안관복을 입은 수인과 넝마꼴이 된 옷을 차려입은 애송이. 이것이 구경거리가 아니면 무엇인가.


”이 마을에 병원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꽤나 큰 곳이기는 한데, 이발소만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먼저 보이는 곳이면 됩니다.“


”그닥 현명한 선택은 아니에요. 이발소는 믿음직한 가게가 아니거든요.“


보레알리스가 느릿한 걸음걸이로 마을 깊숙한 곳을 향해 걷는다.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는 것을 보아하니 정확한 위치를 알기보다는 그저 마을 안에 있겠거니, 짐작하고서 움직이는 모양이다.


”충분히 살 사람도 이상한 짓거리를 해대다가 제 일거리만 늘려주죠. 피를 집어넣거나, 피를 더 뽑거나. 이발사들이 할 줄 아는 아는 건 그게 다에요. 심지어 그것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고요.“


”저는 소독만 하면 충분합니다.“


”소독이라고 제대로 할까봐요. 지난번에는 술을 소독약이랍시고 상처에 부어대는 머저리도 봤다니까요.“


”...“


루니샤는 입을 다물고서 그를 뒤따라 걸었다. 묘하게 굼뜨게 걷는 탓에 보폭을 적잖이 줄여야만 했다.


걸어갈수록 느껴지는 시선이 늘어난다.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올렸다가 2층 목조 주택의 창문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홱. 아이가 제자리에서 얼어붙더니 잽싸게 커튼을 친다.


”구경거리가 되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남 훔쳐보는 게 무슨 재미가 있다고.“


”모자를 벗으면 당신을 구경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사라질 겁니다.“


루퍼트가 높다란 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결국 결정을 내린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냥 쓰고 있을래요.“


”그렇습니까. 그러십시오.“


더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아예 관심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고.


동행은 고마우나, 도통 종잡을 수가 없는 인간이다. 루니샤는 은근히 웃고 있는 보레알리스를 무시하고 건물 중 하나를 바라보았다. 세이프헤이븐 의원.


”아, 마침 딱 보이네요. 그것도 제대로 된 병원인 모양이고.“


문을 열자 풍경이 어그러진 음을 내며 흔들린다. 병원 안으로 들어선 루니샤는 소독약과 모르핀의 냄새에 제자리에서 멈춰섰다.


”응급 환자가 아니라면 저쪽으로- 누구시죠?“


경계심 섞인 반응이 돌아온다. 그녀는 카운터에 앉은 직원을 향해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가능한 덜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연방 보안관보 루니샤 웨스트입니다. 진찰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직 미숙해보이는 카운터의 직원이 혼란스럽게 그녀의 뿔, 어깨의 상처와 뱃지를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턱. 루니샤는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안전장치를 건 권총을 뽑아 카운터 위에 올렸다. 무기를 본 직원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다.


”저, 저희는, 그러니까, 이런 일은 잘 없어서...“


”기본적인 처치면 충분합니다.“


”의사 선생님께 여, 여쭤보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카운터 앞에 앉아있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정신없이 달려나간다. 루니샤는 가만히 서서 주변을 살폈다.


처음 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끔히 정돈된 병원이다. 코를 찌르는 약물 냄새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 또한 병원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다.


”생각했던 반응은 아닌데요.“


”그러면 뭘 바랬습니까?“


”당장 나가라고 하던가 바로 진료실로 부를 줄 알았죠. 서부 사람들이면 수인들은 많이 보는 거 아니었나요?“


”서부는 넓습니다.“


루니샤는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서 입을 다물었다. 곧 호출종 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홀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늙수그레한 의사는 나름 전문적인 자세를 취한 채로 펑퍼짐한 의자에 앉아있었으나, 안경알 밑으로 보이는 눈동자는 그녀의 뿔에 못박혀 있었다.


”크흠, 그러니까. 어디가 불편해서 오신거요?“


신기하단 듯이 바라보던 의사가 어색한 헛기침을 내뱉는다. 루니샤는 묵묵히 보안관복 코트의 어깨가를 젖혔다. 원래의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붉게 변색된 붕대가 드러났다.


”저런. 총상이로군. 출혈량을 봐서는 깊숙이 맞은 것 같은데. 탄환 제거는 하셨고?“


”빼냈습니다. 상처를 꿰메지는 않았습니다.“


”잘하셨구만. 총알 뽑는 거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지만 서툴게 봉합했다가는 큰일이야.“


가운을 걸친 의사가 서랍에서 실과 바늘, 주사기를 꺼낸다. 그리고 진료실 구석의 약병에서 약물을 뽑아올린다.


루니샤는 무심코 주사기의 실린더 안에서 찰랑이는 투명한 액체를 바라보았다.


”환자들 신상 캐묻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그 상처는 어쩌다가 생긴 거요?“


”...총에 맞았습니다.“


모르핀에 정신이 팔려 답변이 늦었다. 의사는 한 차례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주사기의 실린더에서 공깃방울을 빼냈다. 바늘 끝에서 투명한 약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그렇겠지. 총상이니까. 내 말은 어쩌다가 총에 맞았나, 그 뜻이야.“


루니샤는 초조하게 진료실의 책상을 두드렸다. 그녀의 동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늙은 의사가 연거푸 헛기침을 터뜨린다.


”만약에 자네가 저기 동쪽에서 도망쳐나온... 그, 농장 출신이라면, 함부로 치료하는 것도 우리로서는 난처한 일이네. 시비가 걸릴 수도 있으니까.“


”서부 태생이고 미시시피 라인을 넘어가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연방 보안관보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가 잠깐 눈을 깜빡인다. 그제서야 그녀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늙은 의사는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신기하다는 기색을 얼굴에 드러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선 책상 서랍에서 솜 뭉텅이를 꺼냈다.


”그럼 됐네. 실례했구만. 난생 수인 보안관은 처음 보는 것 같기는 한데, 환자 사정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바램직한 일은 아니지.“


”혼혈입니다.“


”수인 피가 섞여있으면 다 수인 아닌가. 이제 마취할 텐데, 혹시 이전에 모르핀 맞아본 적은 있으신가?“


그녀는 잠깐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솜을 알코올에 적시던 의사가 그 말을 듣고는 루니샤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


그가 언짢은 기색으로 주사기를 톡톡 두드렸다. 루니샤는 얼마간의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모르핀은 됐습니다. 마취없이 꿰메주십시오.“


”그렇지. 이런 건 안 쓰는 편이 백배 낫지. 아픈 건 잠깐이지만 중독은 평생 가거든.“


의사가 실린더에 가득 찬 내용물을 폐기물 통 안에 부어버린다. 텅 빈 유리 실린더를 내려놓은 그가 얇은 바늘귀에 실을 가져다 대었다.


”보안관이 약을 한다는 건, 일하다가 필요한 상황에 썼다는 거겠지?“


”...“


”그래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을거네. 살면서 요놈 몇 방울 때문에 인생 망치는 사람들 여럿 봤으니.“


”조언 감사합니다.“


하인리히에게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언제 탄환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당장 머리통이 날아갈 판국에 미래를 걱정하다니.


늙은 의사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는 아닌지, 그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내가 백번 말해서 뭐하겠냐만은... 어쨌건, 환부나 보여주게.“


붕대를 풀고 상처를 보이자 의사가 알콜솜을 문질렀다. 그가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선 바늘을 살갗에 가져다댄다.


”그래서 보안관보가 이런 곳에는 무슨 용무요? 세이프헤이븐에서 일이 났다고는 못 들었는데.“


따끔한 감각에 이어 바늘이 피부를 관통한다. 루니샤는 공기를 천천히 들이키며 눈을 감았다.


”...혹시 유랑극단이 지나갔던 적이 있습니까?“


”그, 발라로카인가 뭔가 하는 사람의 극단?


“맞습니다. 발라로카 박사의 별종 극단.”


바늘이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자 실밥에 피가 묻어나온다. 루니샤는 묵묵히 늙은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박사로써 꼴불견인 이름이다만, 아무튼 저기 시청 쪽으로 가면 있을 거야. 왜, 그 사람들이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


”세이프헤이븐에 남아 있습니까.”


“시청에 있다니까? 벌이가 쏠쏠한지 여기에 사나흘은 더 있을 모양이던데. 원체 그런 걸 왜 좋다고 보는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그녀는 입을 다물고선 의사가 봉합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알텐 은화를 책상에 반 줌 가량 쏟아붇고, 진료실을 박차고 나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김우무문어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6월인지라 불청객이 하나 둘 늘고 있네요. 더위, 모기, 기말고사...


기말고사...


제 글을 즐거이 보아주시는 독자님께 백 번 사과드려도 모자라겠지만, 당분간 또 연재주기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기말고사는 6월 28일 - 30일 간 치뤄질 예정입니다. 아마 이번 주가 지나고 나면 글을 올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정말 송구스러운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연재를 중단할 생각은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약속드립니다.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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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4 21.08.14 50 7 16쪽
» Almost Haven (6) +6 21.06.01 91 6 16쪽
20 Almost Haven (5) +8 21.05.18 59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59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87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3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69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5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0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1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4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5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2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3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7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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