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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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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975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3.04 17:59
조회
157
추천
23
글자
9쪽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DUMMY

잔 안에 담긴 진 토닉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루니샤는 그 모습을 얼마간 노려보다가 유리잔의 내용물을 홀짝였다. 알코올의 냄새가 토닉의 탄산 사이로 느껴졌다.


“빌어먹을, 내가, 히끅, 누구한테 술로 질 사람은 아닌데.”


“취하셨습니다. 결제는 제가 할테니 보안관님은 그대로 계십시오.”


“내기에서 진 건 난데, 왜, 히끅.”


그녀는 딸꾹대는 투코를 무시하고 바 테이블 위에 알텐 은화를 몇 푼 올려놓았다. 묵묵히 찬장을 정리하던 바텐더가 고개를 까딱이더니 동전을 받아든다.


사무국장에게 보고를 올리는 일은 투코 페르난데스 보안관이 직접 처리했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해주겠다는 확답까지 받은 상태다. 제 13 보안 사무국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있던 루니샤로써는 예상 밖이었다.


그녀는 바 테이블에 고개를 쳐박고 있던 투코를 들쳐메었다. 180 파운드는 족히 나갈듯한 무게였으나, 가까스로 옮길 수는 있을 정도다. 어깨에 기대고 있던 그가 술냄새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난 여기 두고 가라구, 뿔쟁이 아가- 히끅, 아가씨. 여자한테 버림받는 건 익숙해.”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 사람에게 못하는 말이 없으십니다. 몸이나 뒤척이지 마시고 가만히 계시는 게 좋을겁니다.”


“그쪽도 소치기 새끼들이 말하는 거 들었지? 나라면 수인 보안관보도 좋다고 받을거란다. 히끅, 말해두지만, 나한테 그런 취향은 없다고.”


투코의 주정을 관망하고 있던 바텐더가 옆으로 다가왔으나, 루니샤는 손을 내저었다. 취객 한 명 정도는 혼자서도 데리고 갈 수 있다.


“수인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했던 사람이 수인인 거란 말이지. 까짓거, 남녀 관계에는 사랑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 우욱.”


투코가 바닥에 엎어져서는 체내에 들어있던 혼합물들을 토해냈다. 루니샤는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바텐더에게는 미안하게 된 일이다. 주머니에서 은화 한 닢을 꺼내어 건넨 그녀는 다시 보안관을 일으키고 살롱을 나섰다.


“완전 꼴불견이구만. 술내기에서 진 것도 모자라서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저라면 지금이라도 입을 다물겠습니다, 보안관님. 운이 좋다면 내일 아침에는 이 일도 잊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러면 좋겠는데.”


그가 잠시 자리에 서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압하더니, 위태롭게 휘청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위 속의 알코올을 게워낸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된 듯했다.


“젠장맞을. 왜 딱 필요할 때 술이 깨는거야. 이래서야 까먹지도 못하겠네.”


“걸을 수 있겠습니까, 투코 보안관님?”


투코가 고개를 끄덕이고선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한눈에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서툰 걸음걸이였지만 기적적으로 보행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 토사물이 묻은 사람을 부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텅 비어있었다. 한동안 보안 사무국의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걷던 투코 페르난데스가 길가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여기서 숨 좀 돌릴 테니 그쪽은 먼저 들어가. 내가 똑바로 걷고 있는지도 헷갈릴 지경이야.”


새벽 다섯시 반이었다. 길가에 세워진 가로등을 보면 치안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주정뱅이를 밖에 두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루니샤는 그와 두어뼘 떨어진 곳에 나란히 앉았다.


묘한 침묵이다. 그녀는 벤치의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서 인적 없는 길거리를 응시했다.


“...웃기지?”


“뭘 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안관이라는 작자가 이 꼴이 날 때까지 술을 퍼마시는 게 말이야. 반나절쯤 뒤면 보호구역까지 가야하는데.”


그가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말했다. 루니샤는 조용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투코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11 사무국의 신고식이다, 새로 온 보안관보랑 친분을 쌓는다, 그쪽이랑 술 마신다고 별의별 핑계를 다 댔는데, 다 거짓말이야. 그냥 좀 취하고 싶었거든.”


“이해합니다.”


“내 아내가 수인이었어.”


잠깐의 딸꾹질 뒤에 그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부동자세로 앉아있던 그녀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다, 투코가 바닥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목장에서 카우보이들이 보안관을 보고 하던 말이나 방금 전까지도 투코가 내뱉던 주정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지만.


“좋은 사람이었지.”


“죄송하게 됐습니다.”


“죄송할 게 뭐가 있어. 혹시 오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내 아내는 멀쩡하게 살아있거든.”


그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투코는 한참을 웃다가 사레가 들려 기침을 몇 번 하고서는, 거리의 한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에 살았어. 보안관이 받는 돈으로 이 마을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땅이지. 우물도 멀지 않고, 시내랑도 가까우니까. 에스메랄다가 도망치기 전까지는 그랬단 얘기야.”


“...”


“잘 이해가 안된단 말이야. 차라리 돈을 가지고 도망쳤거나 다른 남자를 만나서 떠났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내 지갑은 손도 안댔고, 마을에서 사라진 남자는 한 명도 없었지. 보호 구역도 뒤져봤지만 온데간데 없더라고.”


투코 페르난데스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루니샤는 조용히 발을 까닥이며 의자에 기대었다.


“그냥 물어보는 건데, 혹시 수인들에게는 사랑이란 게 우리랑 다르나? 더 가볍게 느껴지는 편이야?”


“물어보셔도 모릅니다. 저는 그런 관계가 있었던 적도 없었고, 주변에 다른 수인은 없었으니까요.”


퉁명스러운 감이 없잖아 있는 대답에 그의 표정이 굳었다. 투코가 사과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으나 루니샤는 그가 단어를 내뱉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


“담당 보안관이 청혼했던 적은 있습니다. 도박이나 약물, 여자에는 손에 대지도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부에서는 꽤나 건실한 축에 드는 남자네. 그래도 그쪽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그만한 짝을 찾진 못한 모양인데.”


그녀는 꽤나 오랫동안 머릿속의 변두리로 치워두었던 이름을 떠올렸다. 후안 페트로. 하인리히 이전의 사수였다. 처음으로 만난 담당 보안관이기도 했고.


“대답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전역 직후에 얻은 일자리라 보안관보직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답을 미뤘고, 그 사이에 죽었습니다.”


“...아, 젠장.”


옆에 앉아있던 투코 페르난데스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루니샤는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선 검지 끝을 자신의 복부에 겨누었다.


산탄총이었다.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후안의 전체적인 형상은 예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뱃속의 내용물이 반 정도 튀어나왔을 뿐이었다.


“그쪽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개자식이 되잖아. 고작 실연 때문에 이 난리를 치다니.”


“시간이 더 있었더라도 청혼을 받지는 않았을겁니다. 직장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머리를 어색하게 긁적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벤치의 등받이에 몸을 늘어뜨리고서는 얼굴 윗부분을 손으로 가렸다.


“그래서, 이건 왜 말해주는거야? 나는 아내 이야기, 뿔쟁이 아가씨는 보안관 이야기, 이렇게 하나씩 교환한 셈 치자고?”


“아니요. 당시에는 괜찮은 기분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루니샤가 자신의 머리칼을 배배 꼬며 말했다. 하인리히를 제외하면, 후안 페트로에 대한 이야기는 남에게는 처음 말하는 것이었다.


“호의는 받기 쉬운 종류의 감정이 아닙니다, 투코 보안관님. 특히 저나 아내분 같은 사람에게는 더.”


“...그쪽은 남자 여럿 울리고 다니게 생겼구만, 뭘.”


“돌아오는 게 호의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아시지 않습니까.”


그녀는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고선 투코를 부축했다. 일어설 때 잠시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앉아있는 동안 정신을 차렸는지 그가 이내 중심을 다잡았다.


투코가 제자리에 서서 몇 번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행위를 반복했다. 루니샤는 옆에서 그 모습을 얼마간 바라보다 입고 있던 재킷을 젖혔다. 은으로 코팅된 보안관보 뱃지가 가슴팍에 달려 있었다.


“그런 종류의 감정은 저희에게 더 가치있다면 가치있지, 결코 가볍지는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내분은 단지 보안관님의 호의보다도 값진 무언가를 찾은 겁니다.”


루니샤에게는 보안관직이 그런 존재였고, 투코의 아내에게는 그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터였다.


“그 사실이 당신이 가진 감정을 가치없게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누구라도 저를 연모해준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뿔쟁이 아가씨는 말을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가 어설프게 발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루니샤는 그 뒤를 조용히 따르며 재킷의 단추를 잠갔다. 투코는 마굿간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후딱 일이나 끝내고 또 퍼마시러 가자고. 이번에는 내가 살 테니까.”


작가의말

말씀드렸던 대로, 한 편 더 올라옵니다!


+++++


2020. 03. 15, 지적해주신 맞춤법을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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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4 21.08.14 51 7 16쪽
21 Almost Haven (6) +6 21.06.01 91 6 16쪽
20 Almost Haven (5) +8 21.05.18 59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60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87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4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70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4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5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1 20 10쪽
»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8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2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5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5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5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2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2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3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8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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