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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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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962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2.24 17:46
조회
204
추천
25
글자
9쪽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DUMMY

“자매님이 떠나신다니, 이것 참 아쉽게 됐군요. 교구 사람들도 전부 아쉬워하실겁니다.”


“...감사합니다, 소렐 신부님.”


“어찌 되었건 루니샤 자매님에게 가호가 함께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Hineni.”


미적지근한 성수가 머리 위에 흩뿌려졌다. 고작 기도를 올린 소금물에 특별한 효능은 없겠으나, 굳이 사제가 축복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 역시 없었다. 루니샤는 오른쪽 뺨으로 흘러내리는 성수를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단순히 인사차 교회에 들린 것은 아니었다. 소렐 신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반듯하게 웃어보였다.


“다른 분들은 여기 안 계시니 마음 놓고 말씀하셔도 괜찮답니다.”


“요나스 콜론이 추가적으로 실토한 건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자매님이 심문하셔서 찾지 못한 걸 저같은 사제한테 털어놓지는 않겠지요.”


당연한 말이었으나, 루니샤는 대답하지 않고선 소렐 신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였다.


“하지만 루니샤 자매님이 알아두셔야 할 건 있더군요. 요나스 콜론의 가슴팍에 있던 문신, 보셨나요?”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존재는 알고 있었다. 신체상의 특징이라면 빠짐없이 보고받았으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소렐 신부에게 되물었다.


“거기에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모종의 마법이 걸려있었답니다. 술식은 제 전문이 아니라 파훼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용도인지는 숨길 생각조차 없더군요.”


“입막음이군요.”


“상당한 고등 술식이었죠. 단순히 의사를 표현할 때 고통을 주거나 마나를 역류시키는 게 아니라, 사고 자체를 통제하는 것 같았거든요.”


단순하게 조직의 소속을 증명하는 문신이라 짐작했는데, 마법적 처리가 되어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애초에 마법이라는 기술이 범죄 사건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처음 겪는 일이다. 이렇게 정보가 모자란 상태로는 제대로 된 추적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


“자매님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랍니다. 저도 서부 교구에 파견된 뒤로 처음 보는 마법 장치니까요.”


“마법을 해제할 수는 없습니까?”


소렐 신부가 미간을 좁히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기본적으로 술식을 부수려면 마법을 사용해야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곳에서는 그게 힘들잖아요? 결국은 죄인을 동쪽으로 이송하는 수 밖에 없답니다. 또 술식을 역설계할 수 있는 유능한 마법사도 필요하고요.”


루니샤는 가만히 서서 제 13 보안 사무국의 지위를 떠올렸다. 요나스 콜론을 호송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대체 어느 사무국에서 3 서클 급의 마법사를 곧이곧이 수용한단 말인가. 교수형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마법사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그것보다도 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손이 모자라 수인 혼혈까지 보안관보로 고용하는 곳에서 마법사를 원하다니. 결국 답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실적을 세워야겠습니다.”


“흐음...”


발령된 사무국에서 충분한 실적을 세운다. 그 뒤 요나스 콜론의 호송과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듣기에는 단순하고 명쾌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소렐 신부는 미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자매님도 알고 계실 테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그분께서는 당신의 종을 굽어살피시니, 검과 천칭이 앞길을 인도하길. Hineni.”


* * * *


어릴 적, 루니샤는 폐품 더미 안에서 실톱을 찾아냈다. 날에는 금속의 광택보다 적갈색 녹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고, 손잡이는 부러져 너덜너덜해졌지만 가까스로 사용할 수는 있는 상태였다.


그 길로 그녀는 냇가로 걸어갔다. 톱날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뒤 톱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루니샤는 뿔의 3할도 채 자르지 못하고 동작을 멈춰야 했다. 톱니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피가 점차 새어나오더니, 끝내는 얼굴을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흘러나왔다. 그 키틴질 덩어리 안에 신경이 있다는 사실은 뼈저리도록 잘 알고 있었지만 혈관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머리 위에 달린 것이 누군가가 떠안긴 낙인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라는 사실이 역겨웠다. 그때 그은 오른쪽 뿔이 쓰라렸다.


“루니샤 웨스트. 서부전선에서 3년 복무. 후안 페트로 보안관, 그리고 하인리히 반 할렌 보안관 밑에서 일하던 보안관보. 수인 혼혈. 맞나?”


“맞습니다.”


“노망난 것도 정도가 있지.”


중년의 사무국장이 혀를 찼다. 루니샤는 으스러져라 쥔 주먹이 보이지 않도록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제 11 사무국은 제 13 사무국에서 동쪽으로 300 마일 가량 떨어져 있다. 여전히 서부의 가장자리에 걸쳐 있기는 하나, 이제는 중부의 입김이 닿는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목줄을 찬 수인과 만나는 일도 아주 드물지는 않다.


“내가 진 빚 때문에 노친네 요청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우리 사무국 안에서는 내가 돌아버렸다고 소문이 자자한 상태야. 왜겠나?”


그녀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국장 역시 답변을 바라고 물은 것은 아니었는지 책상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대놓고 머리통에 뿔 달린 년을 기어코 보안관보 자리에 앉혔으니까! 지금 내 부하들 사이에서는 어느 보안관이 부사수로 수인을 받을지 내기가 도는 중이야!”


“...”


“내가 당 보안관보를 싫어해서 이따위로 군다고 생각하나? 아니야. 물론 싫지. 하지만 난 싫어하는 사람을 굳이 찾아가서 좆같이 구는 취미는 없어. 하지만 그런 작자가 아득바득 내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내가 참아야 할 이유라도 있나?”


사무국장이 핏기가 몰린 얼굴로 소리쳤다. 루니샤는 옷 소매로 턱가에 묻은 타액을 닦고선 입을 열었다.


“끝나셨습니까?”


담담한 어조의 물음에 이번에는 국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그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올 듯이 몸을 들썩였으나, 루니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발령서 뒤에 첨부된 진술서를 확인해주십시오. 무장강도 2인조 뉴헤이븐 은행 습격 사건에서 캐닌이라는 조직까지, 전부 기록해뒀습니다. 전보로 타 사무국에 전달하지 않았던 정보까지 제 11 보안 사무국에 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3 서클 마법사가 소속되어 있던 조직입니다. 범죄 교사까지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은행에서 탈취한 물품을 자금으로 운용하려고 했습니다. 평범한 잡범 뭉치와는 다릅니다.”


단어가 차례차례 나열될수록 사무국장의 눈빛 역시 변해갔다. 흥미보다는 탐욕에 가까운 방향이었으나 처음의 짜증과 흥분이 가신 것만은 분명했다.


군침이 돌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결국은 이곳 또한 중앙에서 밀려난 자에게 주어진 개평에 불과하다. 실적이 눈 앞에 있다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제 13 보안 사무국이 어떤 장소인지는 국장님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하인리히 보안관님과 제가 모은 정보입니다.”


“...당 보안관보의 유능함을 말하고 싶은거라면 발령서로도 충분했네. 그 작자가 정신나갔기는 했어도 허풍선이는 아니니까.”


“시내에서 한직을 담당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서쪽 방면 순찰을 맡고 싶습니다.”


“순찰을?”


국장이 숨기지도 않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기껏 취급이 나은 곳으로 와서는 잡무나 다름없는 순찰을 담당하겠다니. 그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쪽 씹창난 무법지대에 비하겠냐만은, 여기도 만만치 않게 엉망인 곳이야. 수배범이랑 마주치는 일은 예사고 노상강도들도 빌빌 싸돌아다니지.”


“더 좋습니다. 치안이 좋은 장소에서 순찰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완전히 미쳤군. 그래서 그거면 되나? 순찰 돌게 해달라고?”


“하나 더 있습니다.”


루니샤는 미리 챙겨두었던 서류철을 코트 안에서 꺼냈다. 두툼한 종이 봉투가 흔들릴 때마다 국장의 시선이 좌우로 따라 움직였다.


“캐닌 추적에 배정해주십시오. 담당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보안관보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사무국장의 튀어나온 목젖이 움찔거렸다. 그는 한차례 마른 침을 삼키는가 싶더니, 루니샤의 손에서 서류철을 낚아채갔다.


작가의말

하루 사이에 선작이 엄청 늘었다 했더니,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 글의 리뷰가 올라갔던 것 같네요!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우무문어에요!


+++


잘못된 조사를 수정했습니다.


2021. 03. 12, 지적해주신 맞춤법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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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4 21.08.14 50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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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Almost Haven (5) +8 21.05.18 59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59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87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3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69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5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0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1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5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5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2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3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7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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