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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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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950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2.26 21:58
조회
255
추천
20
글자
11쪽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DUMMY

중앙에서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토양은 점차 붉어진다. 동시에 초목은 자취를 감추고, 일광과 바람은 거세진다. 결과적으로 시뻘건 흙먼지가 휘날린다.


루니샤는 판초를 치켜올려 얼굴을 가렸다. 조잡한 옷가지라도 안면에 두르지 않으면 시야 확보는 고사하고 숨도 쉬기 어려울 판이었다.


“아하...! 평소에는 이 정도로 날씨가 엉망이지는 않은데 말이지! 신고식 한번 요란하게 하는구만!”


말의 목덜미에 몸을 밀착시키고 있던 투코 보안관이 소리쳤다. 어쩌면 투코가 아니라 코헨이었을 수도 있다. 이름을 들은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삐를 휘어잡으며 말을 몰았다. 이름이 투코이든 무엇이든, 그게 대수가 아니었다.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였다.


“어이! 뿔쟁이 아가씨. 그쪽으로 가면 목장이야! 나도 얼씬거리다가 머리통에 구멍날 뻔 했으니까 외곽 쪽으로만 돌자고!”


“거기는 순찰 루트가 아닙니까?”


“뭐라고?! 쥐새끼 기어들어가는 것같이 말하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 좀 해봐!”


루니샤는 이를 악물고서 타고 있던 말을 보안관 옆으로 붙였다. 가뜩이나 시야가 좁아진 말이 푸르륵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목장이라는 곳도 순찰 루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거기 카우보이 새끼들은 술에 안 꼴아있을 때가 없다고!”


그러면 더더욱 그곳을 들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고삐를 부여잡고선 그것을 당겼다. 말이 고개를 치켜올리더니 뜀걸음을 멈춘다.


때맞추어 난폭하던 바람이 잦아들었다. 그제야 숨을 돌린 루니샤는 모자와 부츠 속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내고, 보안관을 향해 말했다.


“오늘이 순찰 첫날이지 않습니까. 적어도 어떤 곳인지는 알아보고 싶습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융통성을 최대한 긁어모아 꺼낸 말이었다. 보안관은 곤란하다는 듯이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턱을 긁적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혹시 모르지, 오늘은 그 망나니들이 단체로 제정신으로 깨어있을지도. 살다보면 재수가 끝내주게 좋은 날도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투코 보안관님.”


“카우보이들 머리통 안에 들은 건 다리 사이에 달린 것만큼이나 형편없단 건 알아두셔. 높은 확률로 뿔쟁이 아가씨한테 같잖은 소리부터 할거라고.”


루니샤는 꿍얼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박차를 가했다. 적어도 이름이 투코란 것만은 맞는 듯했다. 옆구리를 찌르는 박차에 놀란 말이 서둘러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녀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 배정된 보안관은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우호적이다. 어떻게 수인 혼혈이 보안관보가 되었는지 의아해하기는 했으나, 당장 눈앞에서 꺼지라며 총을 뽑아들지는 않았으니까.


입이 가볍기는 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홀로 매일같이 300 마일을 순찰하다보면 말을 할 기회조차 얼마 없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날씨가 참 뭣같지? 방금 전까지는 말 한 마리를 통째로 날려버릴 것처럼 바람이 불어대더니, 이젠 모자 없이 걸었다가는 바싹 구워질 만큼 내리쬐니.”


“그렇군요.”


뒤따라 오던 그가 말했다. 짧게 대답했으나 루니샤 역시 느끼는 바였다. 제 13 보안 사무국 근처도 장난으로라도 ‘온화하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한결같이 뜨겁고 건조하다는 일관성이라도 있었다.


“금방 익숙해질 거야. 방금 전 같은 일은 나도 한달에 한 번 겪을까 말까하니까 너무 쫄지는 말고.”


“다행입니다.”


“그쪽은 친구 별로 없지?”


그녀는 웃음기 섞인 질문을 듣고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미묘한 말투여서 순간 타박하는건가 싶었으나, 투코 보안관은 악의없이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하! 그거 잘됐구만. 나랑 같이 다니다 보면 친구만큼은 저절로 늘 테니까. 이래뵈도 11 사무국 안에서는 한 끗발 날린다고.”


투코 보안관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루니샤는 대답 대신 고삐를 가볍게 흔들어 말을 재촉했다. 주변에서 점차 풀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었다. 목장이 가깝다는 신호다.


다른 건 몰라도 녹지綠地만큼은 제 13 보안 사무국 근처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 무더위와 건조함 속에서 명줄이나마 붙들 수 있는 식물이라고는 선인장과 회전초가 고작이다.


“거의 도착해가는구만. 이건 부탁에 가까운데, 소몰이꾼 자식들이 지랄을 좀 떨더라도 참아줘. 사실은 ‘떨더라도’가 아니라 ‘떨 테니’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팅. 루니샤의 귀에 경쾌한 금속음이 들렸다. 스코필드 라이플의 볼트가 당겨지는 소리다.


그녀는 조건반사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몸을 던졌다. 바닥에 등이 닿기가 무섭게 바닥의 파편이 튀어오른다. 동시에 총성이 들리고, 놀란 말이 몸을 뒤흔들어 투코 보안관을 안장에서 떨어뜨린다.


“빌어먹을!”


“엄폐물부터 찾겠습니다! 라이플을 건네주십시오!”


가까스로 얼굴을 바닥에 쳐박는 것을 면한 그가 가방을 던졌다. 루니샤는 급한대로 근처의 바위 뒤에 몸을 숨긴 뒤, 잡동사니들을 바닥에 쏟아버리고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은 소총을 쥐었다


발포한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다음 총성이 들리기 전에 바위그늘로 숨어든 투코 보안관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노리쇠가 당겨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거리입니다. 응사하겠습니다.”


“뭐? 잠깐만! 잠깐만!”


그녀는 라이플의 총신을 발포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겨누었다. 은폐한 위치를 알 수 없어 위협 정도밖에 되지 않겠으나, 잠깐의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루니샤는 장총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옆에 웅크려 있던 투코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이내 숨은 채로 소리쳤다.


“이 망나니 개자식들! 하다하다 술에 꼴으니까 보안관 뱃지도 안보이냐?!”


“투코?”


바위 너머로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시름 놓았다 생각했는지 투코가 바위 위로 중지를 치켜올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보안관한테 총질이라니. 목 매달리기 딱 좋은 건수구만.”


“난- 난 옆에 뿔 달린 년이 있길래 개짓거리 하러 온 짐승새낀줄 알았지. 알고 쏜 건 아니었어.”


“그러시겠지. 손 들고 나가니까 쏘지 말라고.”


투코는 방금 전 총을 쏜 남자와 안면식이 있는 듯했다. 그는 루니샤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천천히 바위 그늘 밖으로 걸어나갔다.


다행히도 발포가 실수였다는 남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더 이상의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그녀 역시 장총을 내려놓고 권총 한 자루만을 숨긴 채 머리를 내밀었다. 투코가 험상궂게 생긴 남자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랫도리 잘못 놀리다가 그렇게 데였으면서 또 계집질이라니. 너도 어지간히 멍청한 놈이야.”


“입 조심하셔. 뿔쟁이 아가씨, 이쪽은 카우보이 빅 빌. 간단하게 빌이라 불러. 그리고 이쪽은 내 보안관보 루니샤 웨스트.”


보안관보라는 단어를 들은 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투코 역시 빌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봤는지 재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사무국장이 직접 배치한 분이야. 여기보다도 서쪽 사무국에서 왔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저건 수인이잖아. 머리에 머저리같이 양 뿔이라도 잘라내서 붙인 것도 아니고,”


“혼혈이야. 그리고 내 부사수 앞에서는 말 곱게 쓰시지.”


“짐승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여있으면 그게 짐승새끼...”


자신이 말하면서도 아차 싶었는지, 빅 빌의 말은 끝으로 갈수록 기어들어갔다. 루니샤는 굳이 입을 열거나 움직이는 대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저쪽이 정상적인 자세다. 투코 보안관이나 하인리히 보안관이 유별난 편이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인이 보안관 뱃지를 달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에 300 피트만큼 떨어져서도 보일 정도로 큰 뿔을 달고 있다면 더더욱.


“아무튼, 이쪽도 진짜로 쏴 맞출 생각은 없었어. 요즘에 저쪽 황무지에 사는 것들이 난리도 아니라고. 평소에는 얼씬도 안하던 게 뿔 달린 것하고 보이니까 쫓아내려고 했을 뿐이야.”


“정상적인 사고 방식이라면 수인이라도 말로 해결하지 않나? 총을 쏴대는 게 아니라?”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이야기하려고 몇 시간이고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꽥꽥 해대는데, 총알 몇 발만 쏘면 사라지거든. 이 편이 훨씬 나아.”


빅 빌은 루니샤의 뿔을 힐끔거리더니, 어색하게 돌멩이를 툭툭 걷어찼다. 투코는 그 모습을 보고 성의없이 고개를 주억거리고선 땅에 떨어진 자신의 모자를 주워 썼다.


“봤지? 카우보이들은 총이 있는데 보안관 손을 빌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기본적이라고. 그나마 빅 빌도 이야기가 통하는 편이야. 적어도 취하지 않았을 때는.”


“거 참... 아무튼 미안하게 됐어. 이쪽 사무국에는 처음 왔다고 했으니 말해주는 건데, 여기에 총은 충분히 있으니까 들릴 필요는 없다고.”


그녀 역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목장 안을 직접 둘러보지는 못했으나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고도 남았다. 그 말대로 어지간히 중요한 사건이 없는 이상 들리지 않는 편이 낫겠지.


총성에 놀라 도망친 말을 찾으려면 얼마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서둘러 이동한다고 해도 아슬아슬하게 해가 지기 전에야 도착할 수 있을 판이었다.


“이만 가보자고, 뿔쟁이 아가씨. 나도 저 자식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첫날부터 험한 꼴을 볼 필요는 없지. 안 그래?”


“...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빅 빌.”


루니샤에게서 인사를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빌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선 발걸음을 옮겼다.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순간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탄환의 발사음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그녀의 몸이 움직였을 테니까.


훨씬 부드럽고 조용하다. 화약이 점화되는 소음도, 탄환이 약실에서 튕겨져 나가는 소리도 없다. 루니샤는 마대자루를 손으로 두드리는 듯한 충격음을 듣고선 뒤돌아섰다.


“...아?”


빅 빌이 얼빠진 날숨을 흘린다. 화살이 옆구리에 박혀있었다.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김우무문어입니다.

요즘 날씨가 쌀쌀해졌네요. 다들 몸 조심하시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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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2) +3 21.08.19 62 6 13쪽
22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4 21.08.14 50 7 16쪽
21 Almost Haven (6) +6 21.06.01 90 6 16쪽
20 Almost Haven (5) +8 21.05.18 58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59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86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3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69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4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0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0 24 11쪽
»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4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4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1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3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2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5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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