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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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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958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2.28 14:43
조회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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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DUMMY

침상에 누워있던 빌이 신음을 토해냈다. 제아무리 강인하다 자신하는 카우보이라도 돌을 깎아 만든 화살촉이 살점을 헤집는 감각은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


루니샤는 혈액이 울컥거리며 새어나오는 상처에 헝겊을 꾹 누르며, 갓 뽑아낸 화살대를 바닥에 내던졌다.


“상처가 붓지 않았습니다. 독같은 건 발려 있지 않군요.”


“개같은 짐승 새끼들...!”


통증에 이를 악물고 있던 빅 빌이 중얼거렸다. 누런 섬유 재질의 헝겊이 붉게 물들었으나, 주요 장기에 파고들지는 않았는지 출혈은 심하지 않았다. 루니샤는 보안관의 가방에서 위스키 한 병을 꺼내었다.


“투코 보안관님, 이건 독한 술입니까?”


“독하지. 라이터만 가져다대면 불도 붙을 놈이니까.”


그 정도면 소독에는 충분한 도수였다. 그녀는 유리병의 병목을 빅 빌의 입 안에 쑤셔넣었다. 갑작스럽게 독한 술이 목을 넘어가는 느낌에 빌이 컥컥댔다.


“뱉지 말고 삼키십시오. 맨정신으로 견디기 버거울 테니까.”


말의 의도를 깨닫기도 전에 그가 비명을 질렀다. 옆구리를 시뻘겋게 달아오른 인두로 지지는 것만 같았다. 루니샤가 상처 부위에 덧댄 헝겊에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애초에 죽일 생각이 없었구만. 가슴도 아니고, 배때지를 노리고 쏜거야.”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저희까지 노렸을 겁니다.”


고통에 경련하던 그가 헉헉대며 상처를 부여잡았다. 그녀는 꿇고 있던 무릎을 피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뒤에서 마룻바닥이 힘겹게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루니샤가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보안관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것만으로도 재량에 따라 발포할 수 있습니다.”


어느샌가 다가온 카우보이가 뒤에 서있었다. 루니샤의 배는 되는 몸집에 코 밑으로는 덥수룩한 수염이 가득했으나, 그 덩치가 무색하게 얼굴에는 겁에 질린 기색이 만연했다.


겨눠진 산탄총의 총구가 덜덜 떨린다. 그는 루니샤와 침상에 누운 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투코 페르난데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보안관은 목장에 들어오지 않기로 약속했을 텐데.”


“손에 든 것부터 내려놓으셔. 그러고 난 뒤에 설명해줄 테니까. 뿔쟁이 아가씨도 진정하고.”


잠깐의 망설임 끝에 카우보이가 산탄총의 공이치기를 밀어넣었다. 루니샤 역시 권총을 수납하고선 홀스터의 단추를 잠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입가의 금발 수염에서 갈색 액체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빅 빌의 복부에 댄 헝겊을 이제야 발견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선 들고 있던 산탄총조차 던져버리고 침상 옆으로 달려갔다.


“염병할! 또 빌어쳐먹을 반짐승 새끼들 짓이구만. 괜찮나?”


말투를 보아하니 그 역시 어떤 상황인지는 알아챈 듯했다. 빅 빌이 안간힘을 쓰며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위스키와 피 때문에 적갈색으로 변색된 헝겊이 덜렁거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제 죽는구나 싶었는데, 지혈까지 하고 나니까 나아졌어. 블론디, 저쪽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걸.”


“...제 11 보안 사무국 소속 보안관보, 루니샤 웨스트입니다.”


“뿔은 무시해. 수인 혼혈이라던데, 덕분에 뒈지는 일은 면했으니 고마운 일이지.”


블론디라 불린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빅 빌은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가로챘다. 들으나마나 그녀의 머리통 위에 달린 것과 보안관보 뱃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루니샤는 조용히 홀스터를 만지작거리면서 그 둘을 바라보았다. 블론디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보안관보인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투코 페르난데스, 저놈이라면 그럴 만하지.”


“말 조심하라고. 누누이 말하지만 여자 이야기는 민감한 부분이거든.”


투코가 바닥에 떨어진 쌍열 산탄총을 주워들며 말했다. 그는 총신 옆에 달려있던 버튼을 잠깐 찰칵대더니, 이내 그 안에서 삿건 쉘Shell을 빼내어 블론디에게 던졌다.


“일단 술 꼬라마시고 총질할 생각은 집어치우셔. 뭣 때문에 수인들이 화살을 쐈는지도 설명해보고.”


블론디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근처의 의자를 질질 끌어왔다. 그는 엉성한 목조 의자에 육중한 엉덩이를 걸치더니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놈들이 목장의 가축들을 노리고 있어. 처음에는 소를 몰 때 얼쩡거리는 정도로 끝나더니, 지난 달부터는 은근슬쩍 축사에 들어오려고 하고, 오늘은-”


“‘그놈들’이라는 건 누구입니까?”


자신의 말을 끊은 그녀의 질문에 블론디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정작 물음에 대답한 것은 투코였다.


“당연히 방금 전에 화살을 쏜 놈들이지. 여기에서 또 150 마일 정도 서쪽으로 가면 수인 보호 구역이 있거든.”


“...”


수인 보호 구역. 그 단어를 듣자 대강이나마 사건의 윤곽이 잡혔다. 루니샤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았다.


“입주한 지 2년 정도 된 곳이야. 워낙 잘 보이지도 않는 놈들이라 자기들끼리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 이거지.”


서쪽으로 150 마일. 목장 근처에서 처음으로 식물같은 식물을 본 게 서방향으로 20 마일 정도 되는 지점이었으니 농경지가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결국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을 보호 구역이랍시고 지정한 것이다.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혹시 물을까봐 이야기하는 건데, 뿔쟁이 아가씨. 거긴 우리 순찰 루트에서 빠져있어. 이유 정도는 말 안해도 알겠지?”


투코가 자신의 보안관 뱃지를 툭툭 치며 말했다. 공권력에 의해 고향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보안관들이 환대받을 리가. 가서 돌이나 맞고 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루니샤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지금까지 수인들과의 마찰이 있었음에도 카우보이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목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목장이 당하고 있는 것은 고작 도둑질이나 사유지 침범이 아니라 습격이니까.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뻔했다. 목장에 거주하는 카우보이의 수가 늘고. 여전히 보호 구역 안의 사람들은 굶주리고. 목장은 계속 습격당하겠지. 그리고 그 때는 부상자가 끝이 아닐 터였다.


“부족의 명칭을 알 수 있겠습니까?”


튀어나온 질문을 들은 블론디가 인상을 찌푸렸다. 부족의 이름이라니, 이상한 물음이었다. 서로 이야기도 통할까 말까하는 작자들의 부족명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칸노캐... 뭐시기였어. 머리에는 그쪽 보안관보님이랑 비슷한 뿔이 달려있는데, 더 작기고 휘어진 것도 덜해. 피부는 갈색이고.”


침상에 누워있던 빅 빌의 말이었다. 그가 부족에 대한 무언가를 알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지, 투코와 블론디가 동시에 빅 빌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그냥 어쩌다가 알게된 거야. 생김새야, 눈만 달려 있다면 알 수 있는 거고.”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면 충분히 들은 것 같군요.”


다행히도 육식을 즐겨하는 수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루니샤는 대충 목례를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히 계십시오. 내일부로 이 일은 보안 사무국 쪽에서 담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어디 가는거야? 밖에 아직 그 자식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빅 빌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으나, 그녀는 그의 외침을 들은 체조차 하지 않고 목장의 문을 열어젖혔다. 투코 역시 자신의 물품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루니샤의 뒤를 따랐다.


“이젠 다 물러갔을겁니다. 용무를 끝내고도 남는 시간이니까.”


그녀는 문턱 앞에 선 채로 목장의 축사를 바라보았다. 빗장이 풀려있었다. 본디 축사 가득히 북적거리던 가축들 역시 3할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깔쌈하게 쌔벼갔구만. 목장주 꼭지가 돌아버리겠어.”


옆에 서있던 투코가 휘파람까지 불며 말했다. 그 말처럼 목장주에게는 치명적인 손해다. 도난당한 가축을 찾지 못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루니샤는 축사로 걸어가 문을 걸어잠그고선, 무릎을 꿇고 바닥을 살폈다. 진창에는 소들의 발굽 자국이 난잡하게 찍혀있었다. 수십마리의 가축이 한꺼번에 이동한 흔적이다.


“수인 보호 구역까지 소들을 몰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150 마일이라는 거리는 결코 짧지 않다. 말을 타고서도 나절은 족히 걸린다. 만일 소까지 데리고서 이동한다면 숙련된 카우보이라도 하루를 통째로 쏟아부어야겠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투코가 고개를 저었다.


“장담하는데 거기까지는 하루만에 못 가. 경유지를 거치거나 아예 보호 구역으로 갈 생각이 아닌거겠지.”


“그렇군요.”


무릎께에 묻은 흙탕물과 진흙을 털어내고서, 루니샤는 몸을 일으켰다. 결국은 수인 보호 구역을 찾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곳에서 습격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거나 습격 당시 없었던 사람들을 조사하면 될 테니까.


결국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사실을 모를 만큼 그 작자들도 우둔하지는 않다. 다만 그들에게는 어리석은 선택지밖에 남지 않은 것이겠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지평선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어두워지는군요. 제 11 보안 사무국에 들려 보고를 올린 뒤에 추격을 재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외네. 뿔쟁이 아가씨는 잡고 나서 보고하는 스타일일줄 알았는데.”


평소라면 그랬을 터였다. 그러나 이곳은 13 보안 사무국이 아니었으며, 루니샤의 파트너 역시 하인리히 보안관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 자식들은 잡히면 바로 매달리겠어.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 목장을 털 생각을 하다니. 목장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교수대에 올릴걸.”


투코가 양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싸쥐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특수 절도, 특수 상해, 사유지 침범까지 저지른 수인에게 가벼운 형 따위가 내려질 리 없다. 굳이 목장주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중형이 구형될 것은 불보듯이 뻔한 일이었다.


“가축에 손을 대는 일 없이 돌려준다고 해도 말입니까?”


“왜 이러실까. 보안관보 짬밥 3년이면 알 만큼 알고 있잖아.”


루니샤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말없이 서쪽을 응시할 뿐.


“...갑시다. 첫날이어서 그런지, 길게 느껴지는 하루였군요.”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우무문어입니다.



+++++

2021. 03. 12, 지적해주신 맞춤법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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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2) +3 21.08.19 62 6 13쪽
22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4 21.08.14 50 7 16쪽
21 Almost Haven (6) +6 21.06.01 90 6 16쪽
20 Almost Haven (5) +8 21.05.18 59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59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87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3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69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5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0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1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4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5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1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3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6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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