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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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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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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3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5.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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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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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Almost Haven (5)

DUMMY

쾅. 루니샤는 발뒷꿈치로 마차의 문을 걷어찼다. 어설픈 경첩에 의존해 마차에 매달려 있던 문짝이 떨어져 나간다.


나무 합판의 질량 뿐만 아니라 묵직한 무언가의 무게가 느껴진다. 마차 옆에서 말을 몰던 수인 한 명이 문짝에 강타당해, 안장에서 떨어진다.


당혹스러운 눈빛이다. 그것이 마차의 문이 날아올 줄을 몰라서였는지, 그녀의 머릿가에 돋은 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엄호 부탁드립니다.”


세 발의 탄환이 낙마한 작자의 몸뚱아리에 꽂힌다. 두 번은 가슴팍에, 한 번은 정확히 미간에.


루니샤는 찰칵거리며 회전하는 실린더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탄피를 빼냈다. 권총탄이라면 스무 발 가까이 남았다. 탄환을 아낄 필요는 없다.


“진정하게, 루니샤 양! 이런 상황에서 열불내봤자-”


휑하게 뚫린 마차의 문턱에 서서 상체를 내민다. 빠르게 수를 센다. 수인 여덟. 잔탄은 셋.


미처 상황 파악이 끝나기 전에 한 명이 말 위에서 나자빠진다. 이어서 기수를 잃은 말 역시 눈가에 총탄을 맞고 바닥을 구른다.


“제발 머리 좀 식히게! 그렇게 무작정 달려들어서 어쩌자는 겐가!”


어느새 마부석으로 넘어가 고삐를 쥔 보안관의 호통을 무시하고서, 루니샤는 비어버린 약실에 탄환을 집어넣었다. 마차의 외벽에 납탄이 쳐박히는 소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실린더의 장탄 수는 여섯인 반면 마차 밖의 작자들은 일곱이다. 천운이 따라주어도 한 명이 남는다.


“하인리히 보안관님, 권총을 빌리겠습니다.”


그녀는 마부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으나, 정작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은 보안관의 리볼버가 아니었다.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루퍼트가 자신의 권총을 건넸다.


“...뭐하시는 겁니까?”


질문보다는 추궁에 가까운 말이었다. 옆에서 거들어도 부족할 판에 무기를 맡기다니.


“저보다는 루니샤 씨가 쓰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걸요. 어차피 탄환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그럼 자네는 손 놓고 지켜만 보겠다고?”


“음, 라이플 정도는 들 수 있죠. 저는 자칫하면 머리가 터져나갈 곳에 몸을 들이밀고 싶지는 않아서요.”


피잉. 총탄이 공기를 찢는 높은 소음과 함께 마차의 벽에 구멍이 뚫린다. 그녀는 자세를 낮추고서 양 손에 리볼버를 쥐었다.


“됐습니다. 엄호 사격이나 부탁드립니다.”


순간 쉴 새 없이 쏟아지던 화약의 폭발음이 잦아든다. 말발굽 소리 사이로 금속 약실 덮개가 닫히는, 탄창이 비었다는 의미의 신호가 귀에 들어온다.


루니샤는 망설이지 않고 마부석 위로 몸을 던졌다. 나무 의자에 몸이 떨어지고, 신속히 마차 밖으로 상체를 내민다.


방금 전까지 승객칸에 있던 그녀가 마부석에서 튀어나올 것을 예상치 못한 수인들의 몸이 굳는다. 손에 들린 권총들의 공이치기가 연달아 튕겨나간다.


조준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아진 총알은 족족 말 위의 기수를 꿰뚫는다.


대부분 탄창이 비었을 순간이라 판단해 몸을 노출시켰으나, 한꺼번에 모든 적의 총탄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도박이다. 딸 것은 없고, 오직 잃을 것만이 있는 도박.


“Consequeto kain...!”


안장에 올라탄 한 명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소총의 총부리를 들이민다. 그리고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총구에서 불꽃이 터져나온다.


누군가 밀친 듯이 어깨가 뒤로 밀린다. 왼쪽 어깻죽지를 관통한 탄환이 마차의 벽에 틀어박힌다.


“빌어먹을, 루니샤 양!”


각오한 일이다. 단번에 두개골이 날아가지 않았으니 되려 행운이다.


그녀는 충격으로 손에서 미끄러지려는 리볼버를 붙잡고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가늠쇠 위에 수인의 가슴팍이 오르기 무섭게 방아쇠를 당기지만, 빗나간다.


옆에서 하인리히가 고삐를 쥐지 않은 손으로 권총을 겨누고 쏜다. 수인의 허벅지에서 피안개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부족하다.


“Mo, mortes...!”


다시 잃을 차례다. 팔, 얼굴, 배. 어디든 좋으니 머리만 아니면 괜찮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총구는 시커멓다. 아무리 흔들리는 말 위라 해도 빗나가기가 더 힘든 거리다. 등골을 타고 불길한 감각이 흘러내린다.


“M̶͙͓̂̇̐a̷͚̯̯̘̿̓̕t̴̟̟̺͙̒̂̃͗e̴̢̹̬͗ͅr̶̢̭͋͑ ̷̖̠͇̔̈́̔̿͜S̴̝̼͓̤̎͆ę̵̣͊p̴̢̙̮̼̓t̶̼̱͉̎͗̇͠ë̵́ͅn̸̗͒t̴̛̯̫͈̭͐͐̿r̸̝̗̼̀̊͗̑ͅi̸͙̖̭̠̓o̸͇̯̕n̷͎͈̣͆̍͒a̷̢̖̤̥̋͛̚͝l̵̮̑̽ì̶̹̤̜́̐͠s̸͓̈́̔͘͜͝.̴̼̲̉ ̷͔̄À̵̧͕́̅v̵͖̆e̷̼̟̾r̶̰̗̓̅̾̒͜t̸̨̼̻͑̓e̵̱̪̬̓ ̸̛̺͇f̸̞̺̊͛̽͌l̵̢̼̊̓͑a̴̖͆̕ͅm̸̮͙̽̂̓̆m̴̜̈̓͝a̷̰͐.̶̯̩͋̓͐͝“


방아쇠가 당겨진다. 그리고 마차 뒤에서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수인의 손에 들린 소총은 잠잠하다.


불발.


노리쇠가 장탄을 때리는 소리가 허무하게 울린다.


”Incrediolla-“


찰나의 시간에 대여섯 발은 될즉한 탄환이 그를 관통한다. 루니샤는 망설이지 않고 리볼버를 다음 수인에게 겨누었다.


찰칵. 찰칵. 산탄총을 든 남자가 연거푸 방아쇠와 레버를 눌러댄다. 비어버린 총은 침묵한다.


리볼버 탄이 그의 얼굴을 뚫고 살점을 흩뿌리자, 그는 총을 놓고 허우적대더니 말에서 떨어져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삽시간에 동료가 죽어나가는 모습을 본 수인들이 얼어붙는다. 몇몇이 말을 돌려 도망치려고 하지만 마차의 벽을 관통해 쏘아진 납탄은 족족 말과 기수의 몸뚱아리를 꿰뚫는다.


그렇게 몇 차례의 총성이 더 울리고, 몇 구의 시체가 더 늘어난다. 결국은 셋만이 남는다.



* * * *



루니샤는 금방이라도 새어나올 것 같은 신음을 붙들고서 핀셋을 쑤셔넣었다. 검붉은 정맥혈이 상처에서 흘러넘친다.


”제가 도울 수 있다니까요. 외과의는 아니라지만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괜찮습니다.“


족집게 끝에 납덩이가 와닿는 촉감이 느껴진다. 핀셋의 손잡이를 누르며 잡아당기자 고통이 한층 더 강렬해진다.


”-빌어먹을.“


고통에 손가락이 덜덜 떨린다. 풀린 힘 탓에 핀셋에서 총알이 미끄러진다.


”놓쳤군. 루니샤 양, 내 생각에는 루퍼트에게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네.“


”괜찮습니다.“


다시 쇠 막대를 어깨에 뚫린 구멍에 꽂아넣는다. 사뭇 신경질적인 동작이었던 탓에 오히려 납 덩어리가 안으로 파고든다.


집어내기보다는 파낸다는 느낌으로, 핀셋의 다리를 이물질 밑에 쑤신다. 그리고 끌어올린다. 살점 조금과 함께 찌그러진 탄환이 빠져나온다.


”...후우.“


”어지간한 고집이 아니네요. 붕대 드릴까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루니샤는 짧게 목례한 뒤, 보레알리스의 손에서 헝겊 붕대를 건네받았다. 피가 흘러내리는 어깨를 단단히 동여매니 그나마 통증이 잦아든다.


베이지색 붕대가 시뻘겋게 물든다. 가능한 단단히 묶어놓았으니 지혈까지는 문제없이 되겠으나, 근육은 물론이고 뼈까지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동맥을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루니샤 양. 섀넌도어에 도착하는 대로 사제를 찾지. 쇠독이 오르지 말야야 할 텐데.“


하인리히 보안관이 손에 지도를 들고서 말했다. 가능한 빠르게 반나절 가량을 달렸으니 대략 7할 정도는 오지 않았을까.


그녀는 문짝이 사라진 마차의 입구 너머로 왔던 방향을 노려보았다. 지평선은 그저 잠잠하다. 연기가 오르지도 않고 땅에 귀를 가져다 대어도 조용할 뿐이다.


”그 자들이 쫓아오는 것 같습니까?“


”미치지 않은 이상 계속 뒤쫓지는 않을걸세. 물론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혔다면야 노략질을 하면서 살지는 않겠다만.“


하인리히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마부석을 바라보았다. 발반과 좌석 부분에 말라붙어가는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애초에 몇 명이 죽어나갔을 때 내빼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지. 보통 수인- 그러니까, 이런 족속들은, 무장 상태가 빈약한 마차를 노리거든.“


루니샤 역시 총탄으로 인한 곰보자국이 가득한 마부석을 살폈다. 새끼 손톱만한 홈이 수십개 씩 패여있었다.


단순한 총알 자국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작다. 그녀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핀셋으로 움푹 패인 곳에서 납 조각을 빼냈다. 산탄 알갱이다. 그놈의 산탄총.


”...시체를 수습해야 합니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좋으나 싫으나, 이런 곳에서 사람을 썩어두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네.“

”저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만히 앉아있던 루퍼트가 입을 연다. 루니샤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는 말아주실래요? 표정을 보니 제가 이렇게 말할 줄 알고 계셨잖아요.“


”...“


”루니샤 씨가 말해주신 대로 머릿가죽을 벗길지 뭘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네 패거리 시체 정도는 줍고 있을 거예요. 기껏 빠져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건 말도 안되죠.“


”그렇습니까.“


”물론 가시겠다면야 제가 말릴 도리는 없죠. 방금 전에는 루니샤 씨에게 빚을 졌으니까요. 하지만 그 정도로 감정적이신 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옆에 서있던 하인리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은 정당한 말이다. 듣기 싫을지는 몰라도.


”...알겠습니다. 움직입시다.“


”말은 제가 몰게요. 그동안 한숨 주무시고 계세요.“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여 목례했다. 지쳤다. 부상 때문인지 오랜만에 총을 쏴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무겁다.


잠들었다가 깨어날 때 즈음에는 섀넌도어 부근이겠지. 루니샤는 살짝 비틀거리며 좌석칸으로 넘어갔다가, 무심코 짐칸과 승객석 사이에 뚫린 주먹만한 구멍을 보았다. 어지간히 갈겨댄 모양이다.


나무 벽 너머로 보이는 짐칸은 이상하리만치 휑했다. 잠시 위화감의 근원을 찾기 위해 그녀는 칸 안을 살피다가, 관의 뚜껑이 반쯤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텅 비었다.


마부가 떨어진 것을 알고 난 뒤에 시체를 버렸다. 루니샤는 묵묵히 마부석에 앉은 루퍼트를 응시했다.


”...“


”왜 그러세요, 루니샤 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객칸의 의자에 몸을 걸쳤다.


어딘가 고장난 인간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우무문어입니다! 


드디어 완전히 여름이 왔네요. 곧 장마도 오고 날도 무더워지겠지만, 지금은 해가 쨍쨍한 게 무척 기쁘네요. 독자님들도 행복한 여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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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Almost Haven (3) +6 21.05.06 87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3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69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4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0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0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4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4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1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2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5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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