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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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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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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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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2.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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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hat Maketh a Good Man? (3)

DUMMY

루니샤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쥔 권총들을 만지작거렸다. 리볼버의 실린더가 돌아가며 째깍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방 안에 울렸다.


”당신은 마법사가 열 한 명을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가 말렌 형제가 탈취한 금을 꺼내는 모습까지 보았고, 남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 대가로 마법사에게 금화를 받았습니다.“


”마. 맞아.“


”말이 됩니까?“


찰칵. 한순간 금속성 소음이 잦아들었다. 파울이 그녀의 손에 쥐인 그의 총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미 두 자릿수의 사람을 살해한 작자가 돈으로 입막음을 한다니. 웃기지도 않군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목격자를 죽이는 게 아니라 돈을 줘서 말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할 거라고.“


”알텐 금화 하나면 장전된 리볼버 실린더 다섯 개를 살 수 있습니다. 목격자의 머리를 뚫어버린다면 쓸데없이 정보가 누설될 걱정도 덜었을 거고요.“


파울 한센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루니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그를 한 차례 노려본 뒤, 한센의 리볼버에서 총알을 모조리 털어내었다.


흑갈색으로 때가 잔뜩 탄 방바닥에 여섯 발의 납탄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녀는 싸구려 탄환들을 객실 구석으로 밀어버리고, 파울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됐습니다. 당신의 입이 가벼운 건 제 상관이 아니죠. 마법사의 외형에 대해 듣겠습니다. 세세하게 말고, 눈에 띄는 요소만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섯 개의 올바른 묘사보다 틀린 묘사 한 개가 더 치명적이다. 눈앞의 작자가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정보라도 듣는 것이 낫겠지.


파울 한센이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그런 걸 입고 있었다고.“


”남성이었습니까, 여성이었습니까?“


”목소리는 남자였어. 키나 나보다 머리통이 하나 더 달린 정도. 덩치는... 말도 마. 산만했지.“


그녀는 주섬주섬 종잇조각을 꺼내어 파울의 말을 기록했다. 6’3 정도의 신장. 건장한 체격. 지나치게 두꺼운 복장.


”아, 그리고 로브 후드가 불룩 튀어나왔었어. 꼭 아래에 뭐가 있는 것처럼.“


”...“


후드 부위의 팽창. 수인들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이었다.


잠시 종이 위에서 움직이던 펜이 정지했다. 사각이는 소리가 멈춘 것을 알아챈 파울이 루니샤를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으나, 그녀가 한 번 쏘아보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 그 외엔 몰라! 나보고 입다물라고 하면서 금화를 주더니, 그대로 말을 타고선 떠나버렸다고!“


”어떤 말을 타고, 어느 방향으로 갔습니까? 꼬리는 달려 있었습니까?“


”말은 비실비실해보이는 검정색이었고... 듀데일 방향으로 갔어.“


중요한 단서였다. 그녀는 듀데일이라는 단어를 휘갈기고 몇 번 씩 그 아래에 밑줄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그 작자를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나 마찬가지였다.


황금이 목적이었다면 그가 듀데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단서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다. 만일을 위해서라도 수색이 필요하다. 루니샤가 떠오르는 단어를 마구잡이로 적어내려갔다.


”또, 꼬리? 그게 갑자기 무슨... 아.“


파울 한센이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들어올렸다. 보기에 썩 좋지 않은 표정을 본 그녀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다.


"그러면 그렇지. 강도짓은 그렇다 쳐도 이따위 짓을 저지르는 놈들이 그쪽 같은 족속들 빼면 또 누가 있겠어?"


"..."


그가 루니샤의 머리 위에 달린 물체를 보며 낄낄거렸다. 그녀는 대꾸 대신 조용히 쥐고 있던 종잇조각을 접어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싸구려 종이가 부스럭거렸다.


"지금 보면 머리통이 불룩했던 것도 귀나 뿔 때문이겠네? 맞지?"


이 정도면 건질 수 있는 정보는 대강 들은 것 같았다. 도어락과 문에 걸린 체인을 풀자 문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삐걱거렸다.


"잘나신 보안관보 아가씨. 내가 궁금해서 그런데, 말이나 해보셔. 어떻게 그따위 피가 섞여 있는데도 보안관 노릇을 하는거지? 보안관한테 대주기라도 하셨나?"


"오늘 취조는 여기서 끝입니다. 파울 한센 증인."


뒤에서 쿡쿡대는 소리가 들렸다. 루니샤는 방문을 열고 여인숙의 복도를 가리켰다.


"너 같은 짐승들이 꼴에 사람 흉내를 내면서 걸어다니는 걸 보면 구역질이 올라와. 하는 짓거리만 보면 마물과 떡쳐서 낳은 족속이라는 이야기도 헛소문이 아닌 것 같다고.


"...”


“그러니까 평생 제대로 된 땅에는 발도 못붙이고 떠돌아다니기나 하지.”


쿵. 그 말과 동시에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다시 나무 문이 닫혔다. 오랜만에 강한 충격을 받은 경첩이 비명을 지르듯 삐걱댄다.


무의식적으로 루니샤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눈치챈 파울 한센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방금 전에 문을 연 행동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그녀가 묵묵히 잠금장치를 잠그고 있었다.


열쇠가 다시 돌아가고 체인이 걸린다. 루니샤는 파울의 것이었던 권총을 들고, 느릿한 동작으로 실린더를 잡아당겼다. 간단한 동작에 육각 기둥 모양의 약실이 튀어나온다.


“...이봐?”


루니샤가 자신의 총에서 탄환을 세 발 꺼냈다. 그녀는 그것을 다른 총의 실린더에 띄엄띄엄 장전한 뒤, 능숙한 손놀림으로 약실에 탄환을 끼워넣었다.


“사람들은 보안관을 판단하고는 합니다. 정의롭지 않다.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범죄자라고 해도 의인을 체포했다. 혈관에 더러운 피가 흐른다.”


가벼운 마찰음을 내며 실린더가 돌아간다. 경품 추첨용 회전판을 돌릴 때 나는 경쾌한 소리였지만 파울 한센은 기쁘지 않았다. 전혀.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루니샤가 뒤돌아서며 그의 이마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보안관은 판단의 대상이 아닙니다, 파울 한센 피고. 보안관은 여신께서 내리신 명령을 이행할 뿐입니다. 보안관은 법을 집행하는 하수인이지, 법이 아닙니다.”


무감정한 얼굴이 그렇게 소름 끼칠 수가 없었다. 파울 한센은 떨리는 몸을 애써 붙잡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실린더에는 여섯 발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의 총에 보안관보가 집어넣은 총알은 세 개. 확률은 반반이었다. 파울이 눈을 으스러져라 감고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당신의 죄목은 공무 집행 방해 및 보안관 습격 미수이며, 본 보안관보의 손에 들린 권총이 그 증거물입니다.”


“진정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 대낮부터 술을 마셨더니...”


“하인리히 반 할렌 보안관에게 집행권을 임시 양도받은 루니샤 웨스트 보안관보가 선고합니다.”


“제발! 살려줘! 용서해달라고!”


그의 비명이 무색하게 루니샤는 방아쇠를 당겼다. 딱. 공허하게 충격음이 울려퍼졌다.


파울 한센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녀가 손에 들린 총과 울고 있는 그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곧 말을 이어갔다.


“...일주일 이내로 보안 사무국에 벌금 은화 세 닢을 납부해야 합니다. 용의자에게 받은 금화는 사건의 증거품으로 압류하겠습니다. 이를 미이행 시 수배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루니샤는 천장을 향해 겨누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아까 전과 달리 공이치기를 당긴 채였다.


쾅. 요란한 총성이 방 안에 울리고, 회반죽이 위에서 후두둑 떨어졌다.


“안전장치를 해제한다는 걸 깜빡했군요. 좋은 하루 되시길.”


그녀는 객실 문의 잠금을 풀고 여인숙을 걸어나왔다. 총성을 들은 주인이 허둥지둥 달려와 무슨 일인지를 캐물었으나, 은화를 하나 더 던져주자 금새 조용해졌다.


해가 중천에 떠있어 그림자가 짧았다. 루니샤는 뿔에 걸리지 않도록 모자를 대강 눌러 쓰고 리치몬드의 외곽으로 걸어나갔다. 여전히 거리는 비어있었다. 이번에는 정오의 열기도 한산함에 한몫 거들었겠지.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입가에 천을 둘렀다. 폐로 파고드는 흙먼지 섞인 건조한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얼굴에 표정이 묻어나오는 것도.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었다. 어제 오늘 저지르는 짓이 아니기도 했고. 보안관이 돌아오면 틀림없이 쓴소리를 듣겠지. 그래도 이왕 맞는 매라면 일찍 맞는 편이 나았다.


마침 하인리히가 말을 타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지랑이 때문에 검은 점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보안관님.”


“마중까지 나온 걸 보니 또 뭔가 저질렀군? 리치몬드에서 당장 도망쳐야 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닐거라 믿겠네, 루니샤 양.”


루니샤는 대꾸 대신 주머니에 욱여넣었던 종이 뭉텅이를 그에게 던졌다. 하인리히는 그것을 한 손으로 받아들고선 빠르게 훑어나갔다.


“이건 또 무슨 문자인가?”


“서부 공용어입니다.”


“내가 까막눈인 줄은 나도 몰랐군. 아무리 봐도 의미를 모르겠어. 악필도 이런 악필이 있나, 나중에 글자를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네. 지금은 이 마을을 뜨지.”


예상치 못한 명령이었다. 그녀는 보안관에게 자신은 그저 범죄 미수자를 협박했을 뿐이라 항변하고자 했으나, 곧 이어지는 설명에 입을 다물고선 말을 맡겨둔 마구간을 향해 걸어갔다.


듀데일에서 보안관이 죽었다. 관자놀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작가의말

김우무문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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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3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69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5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3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4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0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57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0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56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04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34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03 26 11쪽
5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1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1 25 10쪽
»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4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2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095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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