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우무문어입니다.

무인서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우무문어
작품등록일 :
2021.02.16 23:20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095
추천수 :
449
글자수 :
116,372

작성
21.02.20 19:28
조회
238
추천
26
글자
9쪽

What Maketh a Good Man? (5)

DUMMY

“세상에, 무리 좀 하지 말라고 내가 누누이 말했잖나...!”


총성을 듣고 뒤쫓아온 하인리히가 정강이의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루니샤는 굳이 변명하는 대신 어렴풋하게 보이는 갱도의 출구를 가리켰다.


“빠져나갔습니다. 다리에 납탄을 맞았으니 그렇게 빨리 달리지는 못할겁니다.”


벽을 짚으며 걷던 루니샤를 하인리히가 들쳐맸다. 여기다 두고 갈 수도 있었으나, 만약 용의자가 도주 대신 끝까지 저항하기를 선택한다면 그 홀로 상대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그녀는 하인리히가 맨 가방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내 정강이에 내용물을 주입했다. 희석한 진통제였다. 루니샤는 고통이 약물의 효과에 가려지는 것을 느끼며 그의 품에서 몸을 뺐다.


“걸을 수 있- 빌어먹을, 루니샤 양! 또 그 짓인가!”


“뛸 수도 있습니다.”


“농짓거리 하는 게 아니야! 진통제를 그렇게 남발하다가는 인생을 시궁창에 쳐박을걸세!”


모르핀이 혈관을 타고 뇌로 흘러들어간다. 루니샤는 고래고래 소리치는 하인리히를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점차 경사가 가팔라지는 갱도의 출구 때문에 숨이 찼으나, 뇌는 몸이 보내는 어떠한 고통의 신호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통증 따위는 없었다. 그녀가 눈을 가린 채 반쯤 열린 갱도의 출구를 걷어찼다.


손바닥 너머로 정오의 뙤약볕이 쏟아진다. 평소라면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었겠지만, 눈을 가린 덕에 외부의 광량에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루니샤는 눈살을 찌푸리며 권총을 들어올렸다.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용의자가 말에 올라탄 채 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도주하는 것도 미리 계획했다는 뜻이었다.


총에 여러 발 얻어맞았는지 말이 달릴 때마다 몸이 맥없이 흔들리고 있었으나, 치명상은 아니다. 달아나게 둘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루니샤가 중얼거렸다.


“라이플이 필요합니다. 가지고 있습니까?”


“그런 건 없네! 추가적인 추격은 다른 보안관들에게 맡겨! 그리고 모르핀 남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뒤따라온 하인리히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쏘아붙혔다. 그녀는 귀를 닫고 질주하는 말과 그 위의 기수를 겨냥했다.


300 야드 남짓한 거리. 육중한 말 한 마리가 주먹만한 크기로 보일 간격이다.


손에 쥔 것은 권총이다. 100 야드 떨어진 곳에서 발사한다 쳐도 명중률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루니샤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약물 덕에 머리가 맑았다. 손에는 총 한자루가 쥐여져 있고, 눈에는 과녁 하나가 들어온다. 그녀는 폐 깊숙한 곳까지 산소를 밀어 넣고 겨냥했다.


탕. 방아쇠가 당겨짐과 동시에 .44 매그넘의 반동이 손목을 타고 올라온다. 리볼버의 실린더가 시곗바늘처럼 회전한다.


노리는 것은 기수가 아닌 말. 총성에 놀랐는지 총탄에 맞았는지, 내달리던 짐승이 목을 길게 빼고 운다.


망설임 없이 또 한 번 공이치기를 당긴다. 이번에는 말의 뒷다리가 형편없이 꺾인다. 적중이다.


말이 엎어지는데 기수가 멀쩡할 리가 없다. 용의자가 안장 위에서 우스꽝스럽게 튀어나가더니, 이내 땅에 몸을 쳐박는다.


“...자네, 지금 뭘 한건가?”


“제압했습니다.”


루니샤는 들이마셨던 공기를 내쉬며 대꾸했다.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순차적으로 뇌에서 빠져나가며 피로가 몰려왔다.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치명상이 아니라지만 출혈은 상당합니다. 낙마까지 했으니 꼴이 볼만할겁니다.”


“루니샤 양, 정말... 정말 무모한 짓이었네.”


“무모하지라도 않으면 잡을 수 없는 놈이었습니다. 이곳에 말까지 대기시켜 두고 있던 걸 보면 도주 경로까지 전부 짜놓았을 게 분명합니다.”


저 멀리서 바닥에 쓰러진 남성이 움찔거렸다. 뒤집어 쓰고 있던 후드가 벗겨지며 외형이 선명히 드러났다. 증언대로 건장한 체격. 로브 너머로 보일 정도의 근육질 체형. 그리고 머리에 달린 짐승의 귀.


하인리히는 자신의 발로 걸어가려는 루니샤를 반강제로 업고 용의자를 향해 다가갔다. 비정상적으로 움푹 들어간 늑골.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인 오른팔. 가까워질수록 낙마의 처참한 후유증이 드러났다.


“보안관 하인리히 반 할렌이네. 자네는 연방 보안관 살해 혐의와 11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고, 곧 보안 사무국으로 이송될걸세. 할 말 있나?”


그가 보안관 뱃지를 내보이며 말했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대답은커녕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그동안 루니샤는 바닥에 쓰러진 말의 숨통을 끊었다. 구른 탓에 다리가 두 개는 부러진 것이 확실했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말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대고선 발포했다. 경련도 없이 말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 뒤에는 가방에서 재갈을 꺼내 용의자의 입에 물렸다. 마나가 남지 않았더라도 마법사에게 재갈을 채우지 않는 것은 범죄자에게 총기를 빼앗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곳은 듀데일의 외곽에 위치한 광산에서도 몇 마일은 떨어져 있는 곳. 유일한 이동수단인 말이 죽은 이상 걷는 수밖에 없었다.


“사무국에 도착할 때까지 숨이 붙어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안관님께서 듀데일에서 역마차라도 몰고 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루니샤가 물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뚱이를 밧줄에 매달아 질질 끌고 다니기는 힘들었다. 더군다나 그 남자의 숨을 붙여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러나 하인리히는 단호하게 그 제안을 거절했다.


“아니. 평소처럼 강도 잡범이라면 그랬겠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네.”


그가 가방에서 신호탄을 터뜨리며 말했다. 어디에서나 보일법한 규모의 주홍색 연기가 위로 치솟았다. 듀데일은 물론이고 리치몬드, 더 나아가 보안 사무국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알아차릴 크기였다.


“곧 사무국에서 마차가 올 게야. 이런 짓거리를 저지른 중범죄자를 단순히 줄 몇 개로 포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만큼 사무국이 무능하지는 않지.”


“그것 참 놀랍군요. 인력 지원도 해줬다면 일이 더 쉬워졌을 텐데.”


“나한테 따지지 말게. 저기 책상물림들이 결정한 일이니까.”


그 말대로 얼마 가지 않아 보안 사무국 방향에서 마차 한 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치장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오직 실용성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마차.


하인리히가 일어나 용의자를 마차에 실으려는 루니샤를 마차에 앉히더니, 마부석에 있던 사내에게 말했다.


“마력 구속구가 필요하네. 적어도 3 서클은 되는 마법사야.”


“3 서클? 꽤나 거물인데요. 둘이서 잡은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시시콜콜한 것까지 묻지 말게. 그래서 구속구는 줄 건가, 말 건가?”


마부가 좌석 밑을 뒤적거리더니 육중한 사슬을 꺼내어 건넸다. 하인리히는 그것을 받아들고서 쓰러져 있던 남자의 목에 채웠다. 다른 지역에서라면 2 서클 마법사도 간신히 붙들만 한 도구였지만, 서부라면 4 서클 마법사도 무리없이 억누를 수 있다.


그렇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사내를 호송칸에 밀어넣자, 마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니샤는 감기는 눈꺼풀을 애써 붙잡으며 기절한 남자를 노려보았다.


11명이나 되는 인원을 살해한 것만 해도 교수형이 내려질 것은 불보듯 뻔했다. 더군다나 보안관까지 죽인 수인이라면, 종신형이라도 받는 게 기적이다.


하지만 목을 매달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물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말렌 형제에게서 탈취한 금의 행방. 보안관을 살해한 이유. 이곳에 온 목적.


“...감이 안 좋습니다.”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으나, 하인리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루니샤에게 되물었다.


“약물 이야기는 나중에 할 테니 자네는 눈이나 감고 잠이나 자게. 그리고 다 잡아놓고선 하는 말이란게 ‘감이 안 좋다’라니, 무슨 소린가?”


“그냥 감이 좋지 않습니다.”


근거라고는 전혀 없는 위화감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불안했다.


“빌어먹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나까지 불길한 기분이 들잖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건은... 이상합니다. 뭔가 더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죄송할 건 또 뭔가, 사실상 자네가 혼자서 검거한 놈인데. 이런 짓거리를 저지른 이유야 천천히 캐내면 될거고. 숨이나 좀 돌리게. 나도 한숨 잘테니까.”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차의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루니샤는 다시 얼마간 경련하는 남자를 노려보다, 결국은 수마에 몸을 맡겼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우무문어입니다.


수영하고 돌아다니다가 기관지염에 걸렸네요. 다들 따뜻하게 지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


2021. 03. 11. 지적해주신 맞춤법을 수정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인서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시험이 끝났습니다! +1 21.07.05 63 0 -
공지 시험이 끝났습니다!!! +10 21.04.29 132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21.03.13 107 0 -
공지 여러분! 저 김우무문어가 팬아트 받았습니다!!!!! +3 21.03.01 495 0 -
23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2) +3 21.08.19 69 6 13쪽
22 Taking Pleasure in a Man's Pain (1) +4 21.08.14 60 7 16쪽
21 Almost Haven (6) +6 21.06.01 95 6 16쪽
20 Almost Haven (5) +8 21.05.18 64 10 11쪽
19 Almost Haven (4) +9 21.05.13 63 10 11쪽
18 Almost Haven (3) +6 21.05.06 93 7 8쪽
17 Almost Haven (2) +11 21.05.04 109 12 20쪽
16 Almost Haven (1) +11 21.03.30 174 16 11쪽
15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8) +12 21.03.15 196 19 8쪽
14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7) +5 21.03.12 168 21 17쪽
13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6) +11 21.03.08 168 20 7쪽
12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5) +2 21.03.04 166 20 10쪽
11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4) +4 21.03.04 163 23 9쪽
10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3) +9 21.02.28 196 24 11쪽
9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2) +6 21.02.26 261 20 11쪽
8 Lord, I Ain't Coming Home With You (1) +8 21.02.24 216 25 9쪽
7 What Maketh a Good Man? (7) +9 21.02.22 241 32 9쪽
6 What Maketh a Good Man? (6) +7 21.02.21 210 26 11쪽
» What Maketh a Good Man? (5) +7 21.02.20 239 26 9쪽
4 What Maketh a Good Man? (4) +9 21.02.19 277 25 10쪽
3 What Maketh a Good Man? (3) +4 21.02.18 298 28 10쪽
2 What Maketh a Good Man? (2) +4 21.02.16 425 30 14쪽
1 What Maketh a Good Man? (1) +14 21.02.16 1,109 3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