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국가기밀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476
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09.01 21:03
조회
119
추천
4
글자
13쪽

27화

DUMMY

“후우..”


입고 있던 방탄 조끼에 와이어를 설치한 후 싱크홀 앞에 선 준명.


손에 쥔 무전기를 만지작거리다가 깊은 호흡을 마친 후 그것을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댔다.


20분 전..


“이것이..”


준명이 두 손에 정중히 받아 든 무기를 손에 쥐고 그것의 모습을 가려주던 천을 치워 정체를 확인했다.


철컥-!


준명의 손에 들려진 것은 길이 약 70cm, 날부터 등까지 두께 약 6~7cm의 숏 소드(short sword)였다.


숏 소드란 말 그 자체의 의미로 짧은 검을 말한다.


보통의 검이 80~90cm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고, 길이가 100cm가 넘어간다면 그것을 장검, 롱 소드(long sword)라고 칭하는 반면, 숏 소드는 60~70cm 정도의 길이로 단검보다는 훨씬 긴 길이를 가지고 있다.


서양의 중세시대의 병사들이 애용하던 80cm이상의 검과는 다르게 짧은 검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길이가 짧은 만큼 80cm이상의 검을 훨씬 상회하는 내구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와아..”


검을 이리 저리 둘러보는 준명이 감탄을 자아냈다.


꽂혀 있는 내용물의 형태가 짐작이 가도록 새까만 검집은 약간 넓지만 두께는 얇고, 초승달의 형태를 본 따 조금 휘어져있었다.


하지만 형태와 두께와 같은 외형에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균형이 굉장히 잘 잡혀 있는 검이었다.


스르릉-!!


준명이 검집에서 검을 뽑자 듣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예리한 소리와 함께 밝은 은빛의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준명의 손에 든 검을 지켜보고 있던 그 자리의 모두의 입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흘려 내보냈다.


파앗-!


불순한 물질이 전혀 없는 듯한 은빛 칼날은 달빛을 받아 더욱 광을 내는 것도 모자라 맑고 깨끗한 칼날엔 준명의 얼굴이 투영되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효과음이 마치 환청같이 들려오는 것 같기까지 했다.


준명이 지금 쥐고 있는 검은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오던 UNAS의 영마력 연구가 발한 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의 제련 과정부터 검의 형태를 잡고 만들어내는 것까지, 빠지지 않고 각성자에게서 얻어낸 무형의 마력을 불어넣어 만들어낸 무기.


마력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만큼 일반인이 다루는 일반 무기가 아닌 각성자에게 어울리다 못해 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현재는 마력이라곤 한 방울도 없는 일반인인 준명의 손에 쥐어져 그저 멋진 검이었지만 그 주인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제대로 그 빛을 발하리라.


“아..!”


자신의 의무를 까맣게 잊고 정신없이 검을 둘러보는 자신을 이제 와서야 발견한 준명.


준명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스르릉-! 철컥-!


하지만 그 곁에 다른 이들은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준명이 검집에 꽂아버린 검을 여운이 남은 듯 아쉽게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크흠.. 흠.”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헛기침 준명의 헛기침이 전염병처럼 퍼져 모두들 그를 뒤따라 제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


저벅.. 절그럭..!


준명의 허리와 어깨를 이어주는 와이어가 연결된 벨트가 내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과 그의 발자국 소리.


“후우..”


새까맣고 커다란 구멍에서 솟구치는 차가운 바람이 자신의 곁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깊게 호흡을 마친 준명.


텁..! 띠리리!


그는 얼마 있지 않아 호주머니 속에서 꺼낸 무전기를 쥐고 곧바로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옆면의 직사각형 버튼을 눌렀다.


“전 팀원 집중. 지금부터 김태현 각성자의 구출 작전 명령을 하달한다. 이 작전은 금일 발생한 2급 계약자 사건의 최종작전이 될 것이다.”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 속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각 잡힌 준명의 무거운 목소리가 대원들의 기강을 다잡았다.


“현재, 영력의 조사 겸 처리를 위해 싱크홀의 밑바닥에 위치하신 김태현 각성자님의 마력 신호가 3분전 끊어졌다. 모종의 이유로 정신을 잃은.. 기절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웅성.. 웅성..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마영력 감지팀과 준명을 제외하고 얼어붙은 자세로 무전에 귀를 기울이던 대원들이 조금 술렁였다.


자국의 강대한 힘이자 수준을 걷잡을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자신들을, 인간들을, 세상을 지켜줄 수 있는 인간의 편.


나약한 인간에게 태현과 같은 각성자는 그런 존재였다.


특히나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도, 어떠한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 미지의 존재들에 맞서는 특수부대원들에겐 더욱 더 각성자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준명.


“그 모종의 이유는 현재 상황 상 확인이 불가. 그리고 각성자님의 현 상황 또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하여.. 이 사건과 현장의 책임자인 본 팀장이 싱크홀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려 한다.”


무전의 수신이 끝났음을 알리는 음을 내자..


“팀장님! 너무 위험합니다!”


“저 아래가 무엇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범인을 넘어선 초인까지 혼절 상태라고 판단되는데.. 팀장님께서 혼자 책임지실 필요 없습니다!”


준명의 무전이 끝날 때까지를 기다렸다는 듯 잠자코 듣고 있던 팀원들의 언성이 빠르게 높아졌다.


하지만 준명은 그들의 말을 듣는 시늉도 하지도 않고 무전기를 들어올렸다.


“김태현 각성자는 각성자이기 전에 인간이다. 본 팀장은 지금부터 인간, 자국의 국민의 구출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 성인도 아닌 미성년자의 신분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한민국의 각성자를 구출하는 것이 아닌 한 명의 인간을 구하는 것.


그것이 준명이 옳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작전에 임하는 현장의 이들 중 적어도 자신만큼은 지녀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다.


“.....”


풀이 죽은 듯 높아졌던 모두의 언성이 준명의 무전 한 번에 사그라들었다.


준명은 이것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계속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재난 현장에서 구조 대상을 구조하려는 것인데..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되지?”


“... 알겠습니다..”


A(알파)팀의 부 팀장 차범도였다.


싱크홀을 내려다보며 무전을 통해 작전 명령을 내리는 준명의 뒤에 서서 누구보다 거센 반발의 목소리를 내던 범도가 꼬리를 내리자..


“예.. 알겠습니다..!”


하나 둘씩 상급자의 명령을 받들겠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 무전과 공기를 타고 현장을 메웠다.


준명은 그들의 힘찬 대답에 준명이 말했다.


“너무 걱정들 하지 않아도 된다. 니들 말 맞다나 일반인인 내가 도우러 간들 무슨 진전이 있겠나. 진짜 각성자님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준비되었으니 그것을 가져다 드리는 것뿐이다.”


아무도 보진 않지만 애써 지어본 딱딱한 미소는 그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각성자님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몰라도, 이 후속 작업의 협조를 부탁한 나에게만큼은 역으로 그를 구할 의무가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그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팀장님.”


준명을 부르는 이는 저 멀리서 질질 끌려오는 검은 줄을 들고 걸어오는 범도였다.


“팀장님과 함께 나간 작전이 셀 수도 없이 많은 만큼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만.. 깊이가 깊이인 만큼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수단이 이것밖에 없을 뿐더러..”


깊이가 11m로 추정되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도구답게 범도가 건넨 단단하고 두꺼워 보이는 검은 줄의 끝.


똬리를 튼 검은 뱀처럼 저 멀리에 원형으로 묶여있는 줄은 절반도 채 풀려있지 않았다.


한편 그것의 끝에 달린 철제 버클을 내민 범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위험합니다. 저 밑바닥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안전장비 없이 줄 하나 매달고 내려가기는..”


범도의 말이 멈춘 것은 그가 더 이상 할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슥-!


준명이 버클을 허리춤에 채우기 무섭게 등 뒤의 범도에게 ‘그만해도 됐다’ 라는 뜻의 손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 범도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범도야.”


한 순간도 싱크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준명이 뒤를 돌아보며 범도를 불렀다.


“예.. 상사! 최범도!”


10년이 넘는 세월을 군인으로 살아온 범도의 관등성명은 항상 각이 졌지만 금방 전 그의 관등성명은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졌다.


텁-!


그리고 그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는 준명이 범도의 어깨에 따뜻한 손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 하지마라. 정확한 상황 판단과 각성자님께 무기 전달뿐인 간단한 임무에 임하는 것뿐이야.”


“... 알겠습니다..”


마지못한 범도의 대답을 듣고 준명이 그의 어깨를 여러 번 두드리며 다시 자신 앞의 거대한 구멍을 마주했다.


“그럼 다녀오마. 위의 상황 통제 부탁한다. 뭔 일 있으면 바로 무전 치고.”


“예. 알겠습니다!”


범도가 힘차게 답하자 온 몸을 감싸는 벨트에 걸린 버클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준명.


“후우..”


깊은 호흡과 함께 거대한 칠흑의 구멍을 내려다본다.


휘오오오-!!


솟구쳐 오르는 스산한 바람에 나부끼는 흑발이 그가 헬멧을 착용하자 잠잠해졌다.


철컥-!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쥐고 있는 검을 슬쩍 뽑아 보았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굳건하게 버텨주십시오.. 금방 이 검을 전달하겠습니다.’


검은 검집에 삐져나온 은빛의 검날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준명..


휘이이이이이잉-!!!


그는 이내 끝이 없어 보이는 거대한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


쉬익.. 쉬익..


바닥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태현의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흩날렸다.


“끄으으으으으..!!”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갈색빛깔의 오른쪽 동공의 윗부분은 이미 검은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서서히 크기를 늘려가는 중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신음만을 내뱉던 그가 갑작스레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자..


쉬이이이이이이익-!!!


몸을 푸는 준비동작을 하는 것 마냥 양쪽의 날개뼈가 닿도록 양 팔을 내밀고 하늘을 쳐다보며 비명을 지르는 그의 왼쪽 가슴에서 검은 연기의 줄기가 뻗어 나왔다.


슈아아아아아악-!!


검은 연기 줄기의 끝이 다른 부분과는 다르게 점점 두꺼워지더니 동그란 모양을 잡아가는 와중..


“저항이 거세구나.”


척 들어도 인간이 낼 수 없을 듯한 동굴처럼 깊고 걸걸한 목소리가 연기 기둥의 동그란 끄트머리에서 들려왔다.


태현은 그 목소리에서 극도의 혐오감과 공포를 느끼고 힘겹게 이를 갈았다.


“크윽.. 이.. 이런..”


태현의 걸쭉한 육두문자가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슈화아아아아악-!!!


검은 연기의 동그란 끄트머리가 동공이 없는 갈기갈기 찢어진 커다란 눈,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지 않는 코와 불길하고 커다란 입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뒤늦게 이마라고 예상되는 부분에서 솟아오른 2개의 뿔을 보지 않아도 악마의 얼굴이라는 것을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던 쪽 찢어진 커다란 입이 열렸다.


“크흐흐흐흐..! 무의미한 저항을 멈추고 나를..”


“닥쳐!!”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태현이 소리치며 자신의 왼쪽 가슴과 연결 되어있는 검은 연기를 잡고 힘껏 당겨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풀럭이는 검은 연기는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큭!!”


슈아아아악-!!


지금 이 순간에도 태현의 오른쪽 동공은 점점 검은 보랏빛이 잠식해가는 중이었다.


“소용없다! 네가 하는 그 어떤 저항도 내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다.. 순순히 나를 받아들이고 잠들어라.. 네 곁에 모든 것을 가루도 남기지 않고 파괴하리라!”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악마의 얼굴은 섬뜩하다 못해 태현의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X발.. 아무 방법이 없는 건가..!?’


더 이상 다급해 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태현이었지만 조급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 혐오스러운 마신에 의해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또 저 위의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자신이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위기에 빠질 것 같았다.


절망적인 순간..


“각성자님!!!”


태현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온다는 것을 깨닫고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작가의말

이번 주부터 매주 수, 토, 일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9 동지세미
    작성일
    21.09.04 22:02
    No. 1

    실감나는 액션이 압권이네요. 환타지 일색인 작품을 읽다가 신선하게 읽었습니다. 건필하시길^^ 추천 쿡!

    찬성: 2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가기밀 초능력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28화 21.09.04 104 3 11쪽
» 27화 +1 21.09.01 120 4 13쪽
26 26화 21.08.23 114 4 12쪽
25 25화 21.08.21 130 5 13쪽
24 24화 21.08.20 121 6 12쪽
23 23화 21.08.19 134 5 12쪽
22 22화 21.08.18 140 5 12쪽
21 21화 21.08.17 139 4 11쪽
20 20화 21.08.16 157 5 12쪽
19 19화 21.08.14 175 5 13쪽
18 18화 21.08.13 185 5 12쪽
17 17화 21.08.12 190 6 12쪽
16 16화 21.08.11 215 6 11쪽
15 15화 21.08.10 241 7 11쪽
14 14화 +1 21.08.09 256 9 11쪽
13 13화 21.08.07 261 9 13쪽
12 12화 21.08.06 285 8 12쪽
11 11화 +1 21.08.05 310 10 12쪽
10 10화 +1 21.08.04 330 8 12쪽
9 9화 21.08.03 325 8 11쪽
8 8화 +1 21.08.02 356 9 13쪽
7 7화 21.08.01 398 9 11쪽
6 6화 21.07.31 456 11 12쪽
5 5화 21.07.30 522 13 13쪽
4 4화 +1 21.07.29 609 14 12쪽
3 3화 21.07.28 820 22 13쪽
2 2화 +1 21.07.27 1,357 30 13쪽
1 1화 21.07.26 2,403 3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