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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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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628
추천수 :
311
글자수 :
291,439

작성
21.08.13 21:00
조회
187
추천
5
글자
12쪽

18화

DUMMY

“네. 다음 장소로 이동하시죠. 김태현 각성자님.”


해야 할 의무를 다 한 무전기를 품속으로 집어넣는 준명이 태현에게 이야기했다.


‘<불 총>? 아.. 이건 너무 구린데..’


이동하는 준명을 보고 발은 움직이지만 생각에 잠긴 태현.


그런 태현을 준명이 보더니 선뜻 먼저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방금 그거 기술명을 좀 지어보려고 하는데..”


“아.. 기술명이 없으십니까?”


황동타워를 나서는 둘.


태현의 혼이 자신과의 대화에 있지 않다고 느낀 준명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태현에게 물었다.


“네. 작명이라는 게 참 쉽지 않네요. 간단하면서도.. 뜻이 담긴.. 입에 담기도 어렵지 않은..”


하지만 준명의 그런 생각은 사실과 달랐다.


언뜻 보면 무게가 실리지 않은 것 같은 대화 속 태현의 언행이지지만 본인은 진심이었다.


“뭐 물론 짓는다고 막 외치면서 기술을 쓰진 않을 거지만요.”


“.....”


태현의 말을 듣고 있던 준명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 왜.. 그렇게 보십니까..?”


생각에 잠겼던 태현이 걸음을 멈춘 준명의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 보통.. 아닙니다.”


“..?”


보통 만화를 보면 힘차게 기술명을 외치고 무언가 준비동작을 하곤 한다.


그리고 준명은 그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32살을 먹은 아저씨가 되어가는 준명이지만 그에겐 남자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가지는 로망이었다.


“이동하시죠.”


순간. 자신의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낀 준명이 빨갛게 변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 먼저 걸음을 재촉했다.


“???”


영문을 알 리 없는 태현이었다.




···


각성자 한명이 협조하는 전투 후 작업은 순조롭다 못해 신속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일반 각성자들은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영력의 흐름을 지우는 것도 모자라 2급, 3급 계약자 둘이 남긴 잔재들을 모두 지우는 태현이었다.


화르르륵!!


실로 경이로운 능력과 일처리 속도였다.


화아아아악!


태현의 불꽃이 만들어내는 화마 앞에, 영력은 더는 남아나지 못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이것저것 장비를 많이 챙겨온 준명은 그저 영력의 처리가 끝난 현장에 출입금지선을 긋고 빠르게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다음 현장으로 넘어가시죠.”


빠른 일처리에 감탄하며 다음 현장으로 안내하는 준명.


“네. 알겠습니다.”


반나절 전만 해도 길거리에 멋지게 세워져있던 건축물.


소현이 등지고 숨어 있다가 환용의 몸을 가진 바나로브의 찌르기 한 번에 무참하게 부서진 그 건축물.


그 잔해에 남아있던 조그마한 영력의 조각도 태워버린 태현.


숨을 고르며 준명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갔다.


“괜찮으십니까?”


“네?”


멀쩡히 부상 없이 전투를 끝낸 것도 모자라 전투 후 작업을 돕는 것을 부탁한 준명이 태현에게 물었다.


“몸 상태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전 괜찮습니다.”


“아니요. 몸 상태가 아니라 그 불을 사용하실수록 숨이 짙어지셔서요.”


“.....”


날카로웠다.


슬슬 한계가 다가오는 태현의 마력.


그것을 마력에 일가견도 없는 일반인인 그가 태현의 커지는 숨소리만으로 알아챈 것이다.


“아직 괜찮습니다. 이제 현장의 영력 처리는 거의 마감되어가니까 거기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베테랑은 다르다 이건가. 숨소리만으로 알아채다니..’


속으로 감탄하는 태현.


역시 관리국 소속 A(알파)팀의 팀장 직을 맡을 만한 뛰어난 인재였다.


“이 일만 9년째 입니다. 실제로 교육받은 지는 11년이 지났고요.”


무덤덤하게 말을 끝낸 준명을 쳐다보는 태현.


“이 일..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겁니까.”


조심스럽게 준명에게 묻는다.


“.....”


그러자 밝아 보이던 준명의 표정이 약간 굳어지고 3초간 침묵을 유지하다 입을 열었다.


“... 제가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것도 제 눈앞에서요.”


“.....”


저벅.. 저벅..


준명의 멈추지 않는 걸음과는 다르게 그의 말은 그만한 속력을 내지 못 했다.


“... 학교를 다녀오는 하굣길에 한 손엔 저에게 주실 컵 떡볶이를 들고 다른 손은 저에게 손을 흔들어주시던 어머니의 가슴에 황금빛 칼이 꽂히더군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준명.


하지만 노력도 무색하게 아픈 기억을 꺼내면 꺼낼수록 그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온다.


“어렸던 저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10m는 족히 되는 거리를 넘어 어머니의 피가 저의 얼굴에 튀고 20초 정도 있어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준명의 떨리는 목소리는 기감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니, 기감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인이더라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옆에 걸어 다니던 행인들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그 좁아터진 골목을 지나가던 몇몇 안 되는 사람들 모두를 노리고 날아오는 황금빛 검들에 저는 도망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은 무엇에 당한지도, 누구에게 당한지도 모르시면서 저에게 도망가라고 힘없이 손짓하시던 어머니를 두고요.”


턱.


준명은 걸음을 멈추고 태현을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천신의 계약자가 내는 것뿐만이 아닌 괜한 봉변을 당한 행인들 그리고 어머니가 내는 끔찍한 비명소리만이 등 뒤를 메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뛸 때마다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뒤에선 칼이 쏟아져 내리더군요.”


아련하지만 어쩔 줄 몰라 하는 동공.


걸음을 멈춘 그를 따라 멈춰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준명의 눈빛을 보게 되자, 걸음을 재촉하는 태현이었다.


저벅. 저벅.


전보다 속도를 내서 걷기 시작하자 준명이 다시 말했다.


“전 그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소름끼치는 비명소리들을 듣고도 혼자 도망간 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인간 외의 존재에게 인간이, 그것도 모자라 초등학교를 이제 들어간 꼬마 아이가 뭘 할 수 있었겠나.’ 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저에게 어머니와 그 무고한 행인들에게 명복을 빌어줄 자격도 없겠지요.”


“아닙니다.. 인간이..”


극치로 떨리는 준명의 목소리에 그를 위로하려는 태현의 말을 뚝 자르며 준명이 입을 열었다.


“불가능한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대신에 그들에게 명복을 빌어줄 자격을 갖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금도 말입니다.”


태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십시오.. 위로가 될지 모르겠으나 거대한 용 앞의 아기 고양이는 무력하다 못해 존재 자체를 무시당할 겁니다. 그리고 1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 동안 자격도 충분히 얻으셨고요.”


“아직 멀었죠. 위로는 감사합니다.”


숨쉬기 힘들 만큼 무거웠던 분위기가 천천히 가벼워졌다.


“제가 아직 경험이 많이 없어서 혹시 좀 뜬금없는 질문 괜찮을까요?”


그것을 느낀 태현이 틈새를 타 준명에게 물었다.


“네. 당연하죠.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인외의 존재 모두가 국제 기밀의 대상이잖아요? 근데 팀장님 같은 피해자나 목격자는 어떻게 되나요?”


태현의 궁금증은 이 상황 속에선 의외였지만 꽤 예리했다.


“차소현 각성자님의 교육이 아직 덜 끝난 모양이군요. 보통 관리국이 사건과 연루된 일반인들을 모두 조사하여 피해자들에겐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목격자에게는 목숨을 거는 기밀 유지 서약서를 쓰게 합니다. 하지만 저희 차소현 각성자님같은 정신계 각성자가 존재하는 나라라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능력을 십분 활용합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태현.


태현의 표정을 본 준명이 설명을 이어갔다.


“차소현 각성자께서 해당하는 일반인들의 기억을 지웁니다. <이레이징 메모리>라고 부르셨던 것 같습니다.”


“멋있다..”


“네?”


한창 기술명을 고민하는 태현이 소현의 기술명을 듣고 혼잣말을 했다.


“아.. 크흠.! 아닙니다. 그럼 팀장님 같은 경우는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리는 태현.


“저 같은 경우는 좀 특이한 케이스죠. 기밀 유지 서약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네? 그게 가능합니까?”


“네. 어린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느낀 것인지 국가가 저에게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태현이 그게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 뻔히 보였는지 준명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국가는 저에게 어머니의 복수를 제안했습니다.”


“네? 복수요?”


“네. 학비, 식비, 생활비를 모두 지원받고 관리국 소속의 특수부대원이 되어 어머니와 이름 모를 행인들에게 속죄할 기회를 받았습니다. 물론 그 비용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따로 지급받았고요.”


“아하..”


이제야 궁금증이 풀린 것 같은 태현의 표정과 추임새였다.


“굉장히 드문 경우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 설마..”


준명의 말을 듣자마자 한 사람이 생각난 태현,


“네. 환용이입니다.”


역시였다.


“환용이 뿐만 아니라 3개의 특수부대 팀은 대부분의 인원이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복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목표인 대원들도 있을 겁니다. 차소현 각성자님처럼요.”


“... 그렇군요..”


“... 하지만 그가 그렇게 타락한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같은 B(베타)팀 팀원도, 관리국의 상사도, 심지어 저도 말입니다..”


약 10년 가까이 세상을 위협하는 타겟에 대비하고, 상대하고, 처리하는 일을 하던 자가 오히려 타겟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을 일이다.


“최환용씨가 힘을 속삭여온 바나로브라는 이름의 마신과 영혼을 담보로 거짓 없는 계약을 진행하고, 또 육체를 넘겨 국민에게, 나라에게, 세상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태현이 분노를 꾹꾹 누르며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이는 최환용씨가 어떠한 사정이 있었던 간에 용서받지 못할 일입니다. 물론 이제 최환용씨는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벌을 이미 받은 것 같지만요.”


“명예롭지 못한 군인이자 인간답지 못한 인간의 최후입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로서 참 착잡하고 안타깝네요.. 이제 그 얘긴 그만 하시죠.”


가장 친했던 친구의 안타까웠던 선택과 최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원망스럽고 가슴 아팠다.


준명은 군인으로서의 명예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심지어 시신도.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친구가 받은 적절한 형벌이라고 생각했다.


“황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천신의 계약자. 각성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용해졌던 준명이 다시 입을 열어 태현에게 물었다.


“속을 모르겠지만 언행을 본다면 인간에게 악의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만약 악의적이라면 오늘 A(알파)팀은 전원 사망했을 수도 있겠죠.”


틀린 말이 없었다.


손짓도 하지 않고 사방에서 총을 겨누고 경계하던 특수부대원들을 한 번에 기절시켰던 것뿐만이 아니라 바나로브와의 전투에서 보여준 헤아릴 수 없는 힘.


“그의 대상이 바로 우리. 인간이었다면, 오늘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재판에선 각성자님께서 도움을 받으셨던 것만 떠올리시고 객관적인 시선을 잃으실까봐 드렸던 질문입니다.”


신중한 생각과 객관적인 시선이 올바른 재판의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생각하는 준명이었다.


“물론입니다. 저는 냉정한 사람이니까요.”


물론 태현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각성자님을 믿습니다. 자, 도착했네요.”


큰 원을 그리며 쳐져있는 접근금지선, 커다란 중장비들, 준명과 태현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자 동시에 경례를 하는 십수명의 특수부대원들.


접근금지선 너머는 거대한 싱크홀이 있었다.


작가의말

다시 한 번 공지합니다. 개인사정으로 인해 이번 화부터 오전 2시가 아닌 저녁 9시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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