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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477
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08.17 21:00
조회
139
추천
4
글자
11쪽

21화

DUMMY

“팀장님!”


입고 있던 방탄조끼를 벗어 로프를 온 몸에 둘러매고 싱크홀 내부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준명을 감지팀의 팀장이 불렀다.


“영력이.. 김태현 각성자를 전부 감쌌습니다..!”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소형 모니터를 확인하는 준명.


모니터의 화면에서 태현을 표시해주던 빨간 점은 온데간데없고 바나로브의 잔재를 나타내던 방대한 영력이 밑바닥의 중간에서 둥근 원형의 모습으로 표현 되어있었다.


“이 영력덩어리가 김태현 각성자의 주위로 구의 형태를 취해 가둬둔 모양입니다.. 덕분에 각성자의 마력 신호도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습니다..”


“큭.. 이건 또 무슨..”


꽈악-


입술을 꽉 깨물고 모니터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준명을 또 누군가가 급하게 찾는다.


“팀장님!”


준명이 다가가자 달려온 특수부대원이 급하게 준명의 귀에다 무언가를 속삭였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크윽.. 일이 점점 커지는군..”


“지금 거의 도착하셨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우선 감지팀 외 전원 관리국 국장님 방문을..”


“팀장님. 죄송합니다만 위급한 상황에 국장님의 현장 방문 환영은 군법에 위반됩니다..”


관리국의 군법 중 하나.


3급 이상의 상황에선 쓸 데 없는 방문 환영등 인사치레는 무조건 건너뛴다.


우주의 등장부터가 3급 상황으로 매겨지고, 2급 계약자인 바나로브의 등장으로 상황의 위험 수치가 2급까지 오른 후 유지되고 있는 지금. 방문 환영은 군법에 따라서 하면 안 된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준명이 잊어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이었다.


“아.. 고맙다.. 전원 위치로.”


준명을 바라보던 모두의 시선이 분주하게 자신의 임무로 돌아갔다.




···


태현이 서있는 곳은 새까만 칠흑에 금이 가고 힘없이 흘러내려 새하얗게 변했다.


“윽!”


갑작스러운 밝기의 변화에 태현의 눈은 그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잠시 빛을 잃었다.


혹시라도 공격기 날아올까, 빨리 눈에 힘을 주고 시야를 회복했다.


하지만..


휘오오오...


노력도 무색하게 태현이 서있는 곳은 잿빛의 평야였다.


몇 줄기 되지는 않지만 맞을 때마다 쓸쓸하고 스산함이 느껴지는 잿빛의 평야는..


와아아아아아!!!


곳곳에서 함성이 들리는 전장이었다.


두두두두두-!


대지가 흔들리고


츠카카칵.. 채앵-! 챙-!


휘두르는 무기의 비명이.


파앙! 슈우욱.. 펑-!


무언가를 쏘아댈 때 울려 퍼지는 파공성이.


끄아악!!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끝없는 절규가 들려오는.


“이곳은, 수천년 전의 전장이다.”


어디에선가 사념체의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태현은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혹함을 눈에 담고 있었다.


손발이 벌벌 떨렸다.


누군가가 쥐고 있는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누군가가 빛을 내는 손을 뻗을 때마다. 얻어맞은 누군가는 힘없이 쓰러져 다신 일어나지 못했다.


만약 목숨을 잃은 그들의 몸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 황금빛이나 검은 수증기가 아니라 붉은 피였다면 지켜보고 있는 태현은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이런 걸 나한테 보여주는.. 이유가 뭐야!!”


하늘이 울려라, 땅이 꺼져라 큰 소리를 내보지만..


오히려 전장의 열기와 소음에 묻혀버릴 뿐이었다.


“... 난 너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영악한 그에게 속고 있는 우매한 너에게 진실을 볼 기회를 말이다..”


“개소리 집어 치워!!!”


콰아앙-!!


생기를 잃고 잿빛의 먼지만 흩날리는 대지를 광분한 태현이 타오르는 오른손의 주먹으로 내리쳐보지만..


“소용없다.”


잿빛의 대지는 먼지 한 톨조차 미동도 없었다.


“여긴 나의 능력으로 내 기억을 바탕으로 구현해낸 곳이다. 감히 니까짓게 흠집이라도 낼 성 싶은가..!”


“... 나를 여기 가둬버린 거냐..”


태현이 흘러넘치는 울분을 겨우 참아내고 묻자 더욱 기괴해진 사념체의 목소리가 말했다.


“어떻게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이겠군. 넌 자력으로 여길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 크윽..!”


꽈드득..!


분에 못 이겨 이빨을 가는 태현.


“하지만, 겨우 감금이 목적이라면 내가 이런 힘 빠지는 일을 하겠는가. 다시 한 번 말한다만.. 난 너에게 진실을 알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건가.. 크으윽..!!’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며 닫았던 귀를 열어 사념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태현이었다.


“마신은 전쟁에 익숙하다. 물론 대상인 천신도 마찬가지이지. 인계와는 달리 천계와 마계의 접점은 서로에게 인계보다 가깝기 때문이다.”


“... 전쟁의 목적은 뭐냐.”


“목적? 인간다운 발상이군.. 그래. 굳이 생각해보자면.. 인계의 소유권 주장이 그 이유 중 하나겠지.”


“.....”


참 어이가 없는 발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태현은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천신과 마신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은 강하지 못하니까.


무력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그 이유가 대표적이긴 하다만.. 태생적으로 천신과 마신은 그런 관계다. 서로의 존재 이유,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지.”


콰왕-!


대기가 흔들린다.


그들의 전투는 조용할 일도, 식을 일도 없었다.


“참 덧없다.. 니들도 말이야..”


넋이 나간 목소리의 태현이 말했다.


“큭큭.. 인간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사념체의 목소리는 갈수록 인간이 듣기에 거북하고 기괴해져만 갔다.


“그렇지만 모든 전쟁에 전력을 쏟아 붇진 않는다. 최소한의 선이라고 해야 할까? 전쟁은 끝이 없어도 각자의 친우나, 부모를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지.”


“큭큭큭.. 그건 조금 인간과 비슷하군. 안 그래?”


“...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지금 니가 보고있는 이 전쟁에서 천신은 그들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전투에 임했다.”


“... 왜지?”


“우리가 그들의 왕을 포로로서 구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 태현이 어두운 허공을 쳐다보았다.


“왕..?”


“그래. 왕 말이다. 모든 천신들의 위에 군림하는 왕. 천계를 지배하는 왕..”


화아아악-!


사념체가 말을 끝내자 광활한 잿빛의 전장과 전쟁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소음이 모두 사라졌다.


태현이 주저앉아있던 장소는 잿빛 먼지가 흩날리는 어두운 평야가 아닌 온통 검은색인 칠흑의 성 내부로 바꿔져있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영겁의 시간 동안 천계를 지배해오던 왕.. 그는 미쳐있었다.”


저벅.. 저벅..


이리 저리 성 내부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태현.


태현이 아무리 발걸음을 옮겨도 사념체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탈출도 불가능한 곳에서 기괴하긴 해도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와중에 그의 목소리를 피하려는 의도는 물론 아니었다.


“천신들의 왕과 마신들의 왕은 날 때부터 왕좌에 앉아있었다. 물론 인계의 것들처럼 수명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태초부터 각자의 족속들을 이끌고 서로를 공격했다.”


“그러니까. 난 그게 이상한 거야. 왜 가만히 있지 못해서 이 X랄들일까.. 아무리 상반된 존재들이라지만 내가 왕이라면 필요성을 못 느꼈을 텐데 말이야.”


“... 사실은 나도 그랬다.”


“뭐?”


여전히 듣기 거북하지만 뭔가 공허해진 목소리를 낸 사념체.


태현은 그 말의 내용을 보고 놀란 것만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의 공허함을 듣고도 놀랐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다.. 과거를 살았었던, 현재를 살고 있는, 미래를 살아갈 모든 천신과 마신이 그리 생각할 것이다..”


“.....”


검은색 원형의 계단에서 걸음을 멈춰 허공을 올려다보는 태현.


사념체가 하는 말에 더욱 귀 기울였다.


“그저 왕명이라서.. 그 이유 없는 왕명에 잃은 것들, 잃어갈 것들이 너무 많다..”


어울리지 않는 푸념이지만 태현에겐 그 진심이 느껴졌다.


“그걸 알면서.. 왜..?”


“말했잖은가. 왕명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지배자가 피지배자에게 내리는 명령. 우린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


태현이 계단에서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그가 끝맺은 말끝이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수백년 전, 두 왕은 영겁의 세월동안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던 전쟁에 관심을 가졌다.”


“뭐라고?”


“두 왕은 마치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전쟁 속 전장 한복판에 행차한 것이다. 전장의 모두가 놀랐다. 영겁의 세월 동안 한 번도 있지 않았던 일이었으니까.”


“,,, 그래서..?”


여전히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태현 이번엔 직접 다음 에 이어질 이야기를 물었다.


“보통의 전쟁은 지원 병력 없이, 전장의 인원만으로 인간의 시간으로 7,8년 정도면 끝을 맺는다. 하지만, 두 왕이 직접 행차한 그 전쟁은 무려 백수십년동안 끝날 줄을 몰랐다. 두 세력의 힘이 비등비등해서가 아니다. 두 왕의 힘이 비등비등해서였다.”


꿀꺽..


태현이 마른침을 힘겹게 삼켜냈다.


이야기를 하는 사념체의 기괴한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고 있음을 느껴서이다.


“두 왕의 싸움은 한 합에 수십이 나가떨어졌다. 백수십년동안 당연히 서있지 못하게 되는 전장을 몇 번이나 바꾸며 두 왕의 전투는 계속 되었다. 이미 두 세력의 군단은 전멸한지 오래, 각자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겨둔 채 전쟁에 투입이 가능한 개체는 전부 전장에서 목숨을 잃어 소멸해버렸다.”


계단을 내려가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현이 무언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럼.. 왕들끼리의 싸움만이..”


“그래.. 겨우 둘의 싸움만이 상상할 수 없는 시간 동안 계속되었지.”


‘만약에 저런 왕이 인간의 몸에 계약을 성사시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꿀꺽..!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오싹했다.


“그렇게 100년하고도 수십년이 지난 후, 그제 서야 결착이 난 것이다.”


사념체가 말을 마치자 계단으로 갈 수 있는 최하층에 도착한 태현.


최하층은 원형의 감옥이었다.


주변에 투옥된 다양한 죄수들이 보였지만 원형의 중앙에 또 하나의 계단이 태현의 시선을 끌었다.


저벅.. 저벅..


그곳을 내려가자.. 바로 위층의 감옥보다 3배는 더 커다란 감옥이 있었다.


독보적인 설계와 내부의 크기.


모든 것을 빼놓고 본다면 커다란 공터였지만 위층과는 질 자체가 다른 창살들이 빼곡히 큰 공간을 메웠다.


그리고 그 칠흑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무언가.


새하얗게 빛을 내는 피부, 피부와는 다르게 걸레짝이 되어버린 새하얀 옷가지. 그와 대비되는 색상의 사슬이 사지를 아니, 전신을 옭아매고 있고, 얼굴엔 검은 안대를 차고 있었다.


“천계의 지배자가 마신들의 왕에게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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