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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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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452
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08.23 21:00
조회
112
추천
4
글자
12쪽

26화

DUMMY

“크윽! 어떻게 되고 있나!?”


무력하게 내려다 볼 수밖에 없는 거대한 구덩이와 밑바닥의 상황을 나타내는 조그마한 소형 모니터를 조급하게 번갈아보며 소리치는 준명.


“김태현 각성자를 가두다시피 하고 있던 영력이 사라졌습니다!”


다수의 다른 장비를 확인하고 있는 소형모니터를 감지팀의 팀장이 이야기했다.


“뭐?”


“이것을 보십쇼..!”


감지팀 팀장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3개의 다리를 가진 피뢰침 형식의 감지장비였다.


접혀있던 다리를 펼쳐 땅에 고정시킨 후, 밑 부분에 달려있는 뾰족한 피뢰침이 설정한 깊이만큼을 스캔해 마력이나 영력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장비였다.


하지만..


감지팀 팀장이 가리킨 그 피뢰침은 조용했다.


분명 10초전까지만 해도 그것이 울리는 경보를 확인한 팀장이었지만, 갑작스레 울리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이것이 오작동할 확률은?”


미동도 없는 피뢰침 형식의 장비를 위 아래로 둘러보며 그에게 묻는 준명.


“어떠한 충격 같은 것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오작동을 일으킬 확률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그때였다.


삐익-! 삐익-! 삐익-!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울리지 미동도 없던 감지 장비가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건?”


놀란 준명이 침착하게 물었다.


“이건.. 김태현 각성자에게서 영력이.. 포착됩니다..!”


“... 큭..! 대체 저 아래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군..!”


준명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입가를 쓰다듬으며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했다.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지금 이 상황과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반면, 끊임없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준명.


그저 직업병의 일종이었지만 현재 같은 위기 속에서 이런 그는 믿음이 가는 든든한 존재였다.


그때..


“팀장님!”


지금 현장에는 각자 맡은 임무가 다른 팀이 여러 개 있었고, 그들을 통솔하고 지휘하는 직위가 바로 팀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팀장이란 호칭은 현장 상황 총괄 책임자이자 통솔자인 준명을 가리키는 호칭이었다.


준명을 부르며 달려오는 준명의 본래 팀, 특수부대 A(알파)팀의 팀원이었다.


“지금, 관리국 국장님이 현장에 도착하셨답니다.”


헐떡여야할 숨도 참고 바로 용건을 전달하는 팀원.


그는 똑 부러지게 일을 처리하고 공적인 부분을 넘어 사람 자체가 좋아 준명도 많이 아끼는 동생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를 칭찬할 시간도 현재로서는 모자랐다.


“바로 가지.”




···


샤아아아아아악-!!


한 순간의 끊김도 없이 태현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검은 연기.


태현에게 가까이 올수록 투명도가 올라가 얼핏 보면 그의 근처에 가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샤아아아아아아악-!!


실상은 그저 보는 것과는 달랐다.


“으으으윽!!”


태현이 내뱉는 힘없는 신음소리.


사실 그는 고통보다는 당혹스러움에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체와 목적 모를 검은 연기가 계속 자신의 몸 속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데 당황스럽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는가.


“크으으윽!”


하지만 검은 연기가 빨려 들어가는 태현의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에 태현은 신음하며 돌무더기에 쓰러져 그저 늘어가는 몸의 무게를 버텨낼 뿐이었다.


‘이 느낌은..?’


화르르륵!!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내뿜어본 오른손의 불꽃.


슈우우.. 탁.. 타닥..


아니나 다를까, 힘없이 꺼져가기 시작하더니 조그마한 불똥만 남게 되었다.


“아.. X랄 났네..!”


태현은 검은 연기가 들어올수록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고 무거워지는 느낌과 동시에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해져가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예상과 전혀 다를 것 없이 불안정해진 마력에 방출한 불꽃은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엉-!!


태현이 내지른 기합에 반응하듯 곧바로 그의 전신에서 화염이 터져 나왔다.


그때였다.


‘소용없다,’


슈우우우우우-!!


태현의 전신에서 터져 나오던 화마가 빠르게 기세가 죽어 더 이상 불꽃이 방출되지 못했다.


‘니가 하는 그 어떤 발악도 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니라.’


태현의 귓가 아니, 머릿속에서 동굴처럼 울리는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린..!”


태현은 더 듣지 않아도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태현이 낮은 목소리로 바나로브에게 물었다.


태현의 목에 선 핏대는 그의 터질 듯한 분노를 잘 보여주는 예시였다.


그리고 그런 태현을 약 올리듯 태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바나로브의 목소리.


‘크크큭큭큭큭!! 과연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미천한 인간. 네가 말이다!!’


슈아아아아아악-!!


태현의 몸이 검은 연기가 흡수되도록 허락할수록 태현의 몸은 힘을 잃어갔다.


반면, 태현의 머릿속에 울리는 바나로브의 목소리는 검은 연기를 흡수할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선명해져갔다.


“크으으으으윽!!!”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육두문자들을 입 밖으로 내뱉을 힘도 없는 태현.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바나로브가 태현을 대신해 이야기했다.


‘크하하하하하!! 벌레처럼 웅크리고 개처럼 낑낑대는 꼴이 보기 흉하구나.. 인간..!’


“입 닥쳐!!”


태현이 바나로브의 도발에 발끈해서 마력의 방출을 시도하자..


‘소용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스멀.. 스멀..


바나로브가 소리치자 방출되어야 할 타오르는 불꽃 대신 태현의 몸속에 흡수되어 있던 검은 연기가 그의 몸 밖으로 피어올랐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기운에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태현이 바나로브에게 물었다.


“목적이 뭐냐..! 나에겐 무슨 짓을 했냐.. 대답해!!!”


태현이 힘겹게 소리치던 그 순간..


“커헉-!”


외마디 신음과 함께 풀썩 쓰러지는 태현.


바나로브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태현에게 말했다.


‘내 목적이 무엇이냐고? 말했을 텐데? 천신들의 왕과 너, 그리고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 그 은발의 여자를 가루도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리는 것이다!!’


“크흑!”


울분이 치밀지만 이젠 움직이기도 힘든 몸뚱어리로는 그 어떤 저항도 하기 힘들었다.


슈화아아아아아악-!!


정신 사납게 눈앞에서 나부끼던 검은 연기가 마침내 태현의 몸속에 전부 스며들었다.


그러자 쓰러졌던 태현이 눈을 번쩍 떴다.


키이이잉-!!!


태현이 부릅뜬 두 눈은 뭔가 이상했다.


왼쪽 눈은 본래의 부드러운 갈색 동공을 가지고 있는 반면, 오른쪽 눈의 동공은 일렁일렁 거리며 빛을 내는 어두운 보랏빛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 동공의 검은 보랏빛은 조금씩.. 조금씩.. 크기를 키워갔고 결국 그의 오른쪽 눈을 전부 집어삼키리라.


“끄아아아아아악-!!!”


동공의 변화를 느껴지는 고통으로서 알아차린 태현은 오른쪽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크흐으으윽!!!”


쾅-!!


태현이 애꿎은 돌무더기를 연신 내려치며 느껴지는 고통과 분노를 표출해보지만 바나로브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종국의 나는 인계의 몰락을 바라며,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겠지. 그 발걸음의 시작이 너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나를 받아들여라.. 나의 정신에 잠식당하는 그 순간..’


태현의 머릿속에 깊이 울리는 바나로브의 목소리가 멈추자, 곧바로 태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을 열었다.


“스스로가 자신의 덧없는 생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되리라..!”




···


“국장님! 도착하셨습니까!”


대한민국의 각성자 관리국의 국장은 대대로 당대의 비서실장이 맡는다.


준명이 대영에게 소리치듯 말하며 빠르게 경례를 하자.


준명과 함께 있던 현장의 특수부대원들은 준명을 따라 칼 같은 경례를 했다.


“.....”


근처의 공기를 맡기만 해도 뻘쭘한 정적이 잠시 흐르기 시작했다.


“... 쉬어. 상황은 오는 중에 확인했다. 타개 방법을 모색해보았나.”


“현재로선 전혀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30분 정도 포착되지 않던 김태현 각성자님의 마력 신호가 20분 전부터 포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마력의 소유자는 항상 몸 밖으로 미세한 마력을 풍긴다.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극소량이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소진되는 둥 독이 되지 않거니와 세상 그 누구도 조금씩 방출되는 마력을 억제할 수 없었다. 마치 숨을 쉬듯 말이다.


그 마력 신호가 감지 장비에 잡힌 다는 것은 태현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과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일반인인 이들에게 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 그나마 천만다행이군..”


“...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희망적인 말을 전하는 반면, 준명과 대영은 전혀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준명은 저 멀리 산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의 앞에 선 대영도 마찬가지로 오른쪽의 준명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싱크홀을 바라보며 그의 보고를 들었다.


현장의 특수부대원, 방금 대영과 함께 도착한 관리국의 간부들, 그 누구도 이들이 왜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우선..”


“일단..”


준명과 대영이 동시에 말을 꺼냈다.


서로 먼저 말을 하라는 의미의 제스처를 취하다 또 동시에 입을 연 둘.


“임무 복귀를..”


“각자 위치로..”


“.....”


둘은 하려는 말까지 같았던 모양이다.


둘을 주시하고 있던 특수부대원들은 그들의 뜻을 이해하고 각자의 자리로 향하며 참았던 웃음을 몰래 터트렸다.


그리고 그 자리엔 아직 준명과 대영, 그리고 대영과 함께 도착한 관리국 소속 인원들이 있었다.


어색함의 정적을 깬 것은 대영이었다.


“우선.. 유팀장의 보고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다.. 인간이란.. 도대체 언제 그들을 따라잡는 단 말인가..”


대영이 자신뿐만이 아닌 범인의 무기력한 한계를 한탄했다.


“... 저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찾게 된다면 거리낌 없이 한국의 각성자를 구출해낼 것입니다.”


여전히 그를 쳐다보진 않지만 대영의 한탄에 공감하는 반면, 그에게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준명.


준명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대영이 자신의 뒤에 서있는 비서에게 천천히 손짓했다.


그러자 비서가 같이 도착한 트럭의 뒷 칸을 열어 천에 덮여있는 무언가를 꺼내왔다.

“보고를 들어보니 방법도 없이 무작정 저 밑으로 내려가려 했다더군.”


비서가 대영의 뒤에 서자 천에 덮인 물건을 받아들고 준명에게 말을 건넸다.


“... 네. 그렇습니다.”


정곡에 찔려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준명.


“마음이 조급하다고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초자연 현상에 맞설 커다란 인재를 잃는다.. 김태현 각성자님께 이것을 전해주게.”


다시 대영이 건넨 천에 덮인 것을 받아드는 준명.


“이것은..”


“UNAS에서 배송된 김태현 각성자님의 무기다. 김태현 각성자님이 처한 상황 속 희망은 각성자님 자신뿐이야.. 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이 무기가 될 것이야.”


철컥-!


천을 걷어내고 두 손으로 든 그 무기를 유심히 살펴보는 준명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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