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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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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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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43
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08.18 22:00
조회
139
추천
5
글자
12쪽

22화

DUMMY

이미 사지를 넘어선 전신이 강하게 속박되어 있고, 눈조차 마주칠 수 없도록 안대를 씌어놓은 새하얀 빛의 생명체.


저릿..! 저릿..!


자태에서 흘러나오는 영력만으로 감옥 너머로 태현의 기감을 푹 푹 찔러 온다.


“크윽..!”


태현은 기감이 주는 오한에 온 몸을 벌벌 떨었다.


“.....”


보통 같았으면 보는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 몸을 벌벌 떠는 태현의 자존심을 긁어대는 한 마디를 했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으스스한 침묵만이 맴돌 뿐이었다.


“뭐야!? 으윽..!”


여전히 자신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지 못하는 태현.


‘설마..’


칠흑의 창살 너머에 봉인된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태현.


키이이이잉-!


털썩!


고막을 찌르는 이명과 갑자기 느껴지는 현기증에 의해 주저앉아 버린 태현.


“아직 미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너에겐 견디기 힘든 모양..”


콰앙-!


의도치 않게 사념체의 말을 뚝 끊어버리며 바닥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태현.


“크으윽..!”


태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뭣 같은 상황을 자의적으로 탈출할 방법도 없는 데다, 이젠 남의 기억 속 한 장면을 보고 벌벌 떨며 주저앉아버리는 자신의 무력함에 말이다.


“... 역겹기 짝이 없는 족속들이라 해도 저 자는 그들의 왕좌에 앉았었던 존재다. 하찮은 인간이 그를 눈앞에 두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 자연의 섭리다.”


지금의 태현은 냉정함을 전혀 유지하지 못했다.


바나로브의 사념체가 방금 했던 말을 유심히 들었다면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는 뭔가 이상한 부분을 찾지 못할 만큼.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던 자신이 가진 힘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순간이어서 이기도했지만 마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듯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기도 했다.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은 세월이 지나고 실체가 없는 그저 나의 기억 속에서 마주보아도 숨이 막히는군..”


3개로 나누어진 세계 중 하나의 세계를 태초부터 지배하던 존재이다.


같은 시선에서 본다면 다른 세계에서 적당히 강한 개체 중 하나인 바나로브도 그를 단신으로 마주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의 몸을 옭아매어 한 치의 움직임도 허락 되지 않을 듯한 칠흑의 사슬.


속박된 자가 풍기는 강렬하고 공격적인 기운에 칠흑의 사슬이 머금은 고밀도의 영력이 어렴풋이 느껴질 정도였다.


여러 번의 심호흡과 마력의 순환 끝에 오한과 현기증이 멎은 태현이 기감을 넓게 펼쳐보았다.


우웅.. 우웅.. 우웅..


태현이 넓게 펼친 기감은 마치 레이더망과 같았다.


우웅.. 우웅.. 우웅..


광범위하게 펼쳐진 기감에 반응하는 것은 다수의 영력을 가진 존재였다.


적게 잡아도 200은 가뿐히 넘을 정도의 숫자, 그것도 한 개체, 한 개체 당 무시할 수 없는 방대한 영력이 느껴지는 자들이었다.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가 왕이라서 부 군단장급 이상이 전부 집합한 것이다.”


태현이 지금 기감을 펼쳐 그들을 느낀 곳은 사념체가 가진 기억 속이었다.


태현의 말대로 그가 만든 감옥 속에 발을 딛고 있는 것과 같았다.


독 안에 든 쥐.


지금 태현의 상황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 느끼는 감정 등은 숨김없이 사념체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너도 포함되어 있겠네?”


기감을 해제하고 여전히 창살 너머의 강력한 기운의 주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태현이 이야기했다.


“... 기억하고 있군.”


“길디 긴 하루지만 6시간도 안 된 일을 잊을 것 같냐. 그것뿐만 아니라 살면서 잊을 일은 없을 거다.”


아직 온 몸을 푹 푹 찌르는 불쾌하고 불안한 느낌에서 벗어나진 못 했지만 나름의 평정을 되찾은 태현이 사념체에게 이야기했다.


“큭큭.. 그렇겠군.. 꼼짝 없이 묶여 가루가 될 뻔 했을 테니까 말이야.”


“.....”


태현의 정곡을 찔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든 사념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집합한 부군단장급 이상의 개체들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힘의 60%정도의 상시 해제를 명받은 상태였다. 아까 느꼈을 텐데?”


“뭐? 60%라고!?”


태현이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이 놀라며 아무 것도 있지 않은 허공에 소리 쳤다.


“뭘 그렇게 놀라는가. 100%로 힘을 펼쳤다면 니가 아까 전과 같이 성 내부를 천진난만하게 돌아다녔을 수 있을것 같나. 부 군단장급 이상의 개체는 일개 마신과는 그 격이 다르다. 그러한 일개 마신에게 쩔쩔 매는 인간은 미천한 것이고.”


“... X발놈..”


자꾸 자존심을 긁어대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와 버린 태현이었다.


“뭐라?”


“아니다.”


그때였다.


콰앙-!


“윽!?”


드드드드드..!


한 순간 새까만 마신들의 성 전체가 거세게 흔들렸다.


“뭐야?”


커다란 폭발음에 놀란 태현이 얼른 중심을 잡고 후폭풍으로 몰려오는 거센 진동에 맞섰다.


“천신들의 공격인가?”


“우리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큰 전력을 손실한 그들이 바로 침공을 감행할 리가 있겠느냐. 더군다나 그들은 왕이 구속되어 있어도 헛된 자신들의 안위밖에 생각하지 않는 긍지 없고 역겹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지.”


사념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하게 천신들에 까 내리며 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사념체의 말을 들은 태현이 그에게 되물었다.


“그럼 뭐야? 저 왕은 아닌 것 같은데.”


“... 내분이다.”


사념체가 조금 뜸을 들이더니 태현의 물음에 대답했다.


“내분이라고?”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지 자신의 귀에 손을 갖다 댄 태현이 되물었다.


“그래.. 우리들의 내분이다.”


슈우우우우우..


사념체가 말을 끝마치자 태현이 서있던 장소가 변했다.


아니, 장소는 검은 성의 내부 그대로였지만 서있던 곳 자체는 최하층의 지하 감옥에서 어딘가로 변해있었다.


덕분에 천신들의 왕이 풍기는 기운이 온 몸의 감각을 찌르는 거슬리는 느낌은 사라져있었다.


“후우.. 여긴 어디..”


콰앙-!


사념체에게 어디로 이동한 것인지 물으며 몸을 푸려고 팔을 들어 올린 태현의 등 뒤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또 들려왔다.


“이번엔 또 뭐..”


콰앙-!


마치 둔기로 두꺼운 철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건물 내부의 기둥같은 구조물에 공명해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넓은 바닥과 탁 트인 공간.


파아아아아아앗-!


주위를 둘러보는 태현의 눈앞에 검은 보랏빛 화염줄기가 샘솟기 시작했다.


태현은 그저 그것을 지켜보았다.


화아아아아아악..!


불꽃은 쪽 찢어진 뱀눈을 세로로 세워 둔 것 같은 모양을 그리더니 문처럼 열려 무언가를 뱉어냈다.


“왕을 잃고 커다란 혼란을 느낀 우리, 마신들은 서로의 탓을 하기 바빴다.”


그 속에서 나온 것은 태현과 비슷한 키의 사내였다.


전신을 감싸며 검은 연기를 내뿜는 새까만 갑주를 입고 휘어진 모양으로 곡선을 그리는 뿔이 2개 달린 멋들어진 검은 투구를 쓴 사내였다.


슈우우우..


그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투구에 뚫려 있는 눈구멍 너머로 검은 보랏빛의 안광이 일렁이며 번쩍였다.


“너는..”


사념체의 목소리와 투구 속 그의 입이 낸 목소리가 같다는 것을 알아챈 태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내가 마계 1군단 부 군단장 바나로브다.”


터걱.. 터걱..


그가 신은 검은 중세 시대 군대의 구두가 소음을 내며 천천히 태현에게로 다가갔다.


“... 니가..”


화르르륵!!


전신에서 불꽃을 발화한 태현.


피슈-!


그리곤 며칠 전에 이름을 붙여놓은 기술, <파이어 블링크>를 사용.


타오르는 불똥만을 남겨두고 순식간에 사라져 다시 나타난 위치는 그의 등 뒤였다.


퍼엉-!!


적절한 위치를 잡은 태현이 빠른 준비 자세와 함께 <불 주먹>을 검은 갑주를 향해 쏘았다.


넓은 검은색의 방 안이 태현이 쏜 불기둥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우..


바나로브의 전신에서 나오던 검은 연기와는 다른 불에 인한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쓸 데 없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하군.”


파앗-!


바나로브가 착용하고 있는 날카로운 검은 장갑이 허공을 휘두르자 거센 풍압이 자욱한 연기를 치워 버렸다.


“이쯤 된다면 너의 공격은 나에게 먹히지 않는 다는 것을 알 텐데? 하찮은 미물이여.”


“닥쳐!!”


피슈-!


다시 한 번 <파이어 블링크>를 사용, 이번엔 자신이 원래 서있던 곳으로 돌아가 그의 검은 투구를 향해 <불 주먹>을..


“하찮은 미물 따위가.. 이 몸의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은가!”


터업-!


불꽃의 잔재가 남아 타오르는 태현의 오른손을 날카롭게 모양이 빠진 왼손의 장갑으로 붙잡음과 동시에 그가 소리치자..


드드드드..!


둘이 마주하고 있는 넓은 공간의 대기가 진동했다.


주먹을 날리느라 중심을 잡지 못한 태현이 고꾸라졌다.


“크윽..!”


바닥에 몸을 대고 있는 태현이 이를 갈며 바나로브를 올려보았다.


“우리들의 내분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바나로브는 아랑곳도 하지 않은 채 동굴처럼 울리는 목소리를 냈다.


“뭐, 왕들의 행차부터 예고가 없긴 했지만. 3개의 세계를 연결하는 동시에 가로막는 경계가 떨려오길 멈추고 왕들의 끝없는 싸움에 결착이 났다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씩씩 거리지만 고꾸라진 자세를 잡고 그의 검은 보랏빛의 안광을 똑바로 쳐다보는 태현.


“우린 이미 알 수 있었지.”


“뭘 말이냐..”


힘없는 말투지만 그와 다르게 적대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들의 왕이 패배했다는 것을 말이다. 마력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는 너희 인간들이 가진 힘. 기감이라고 했던가. 그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같이 그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철컥..


그가 이야기하며 칠흑의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리자..


슈우우우우..


장갑의 손바닥 면에서 어두운 영력이 일렁거리며 떠올랐다.


철컥!


그리고 빠르게 태현에게로 내밀어 마치 벌레를 잡듯 손바닥을 바닥으로 향하게 했다.


쿵-! 드드드드드드드..!!


“크윽..!!”


그러자 중력이 태현을 짓눌렀다.


거대한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태현뿐만 아니라 그가 발을 딛고 있는 바닥도 부서졌다.


바나로브는 중력에 짓눌려 비명을 지르는 태현을 무시한 채 계속 이야기했다.


“덕분에 빠르게 마지막 전장으로 도착한 마신의 병사들은 강대한 힘의 흔적을 남기고 소멸해버린 왕, 그리고 힘이 다 했는지 의식이 없어 보이는 곧 죽을 듯한 상태의 천신의 왕을 구속해 지하 감옥에 가둔 것이다. 그리고서는 분란이 생긴 것이지.. 왕에 대한 충성심과 천신족을 멸살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친 여러 군단이 군단 내부에서, 또는 군단끼리. 전부 분열 되어 버렸다.”


‘큭.. 저 새끼.. 으으윽..!’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군단은 뒤늦게 사실을 알아챈 천신들이 왕의 구출을 위해 일으킨 전쟁에 또 한 번 임하게 되었다.”


드드드드드..


“크아아아악..!!”


쾅!


바닥이 마치 운석을 맞은 땅같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전쟁의 결과는 뻔했지.”


실내에서 울리는 거슬리는 비명소리를 이제야 들은 듯 그가 손을 거두자 태현을 짓누르고 있던 거대한 중력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많은 동포들을 잃음에도 그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에, 우여곡절 끝에 이곳까지 도달한 천신들은 그들의 왕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아.. 하아..”


천천히 몸을 가누며 일어서 보려하는 태현.


“하지만 천신들의 왕은 이미 한계였지. 그리고 그것을 직감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가장 충성스럽고 강한 부하에게 그의 방대한 힘과 기억의 파편, 그리고 의지 등을 넘기고 소멸했다. 새로운 천신들의 왕이 탄생한 것이었지.”


슈우우우.. 철컥..


검은 연기가 일렁이는 갈 곳 없는 손을 거두며 다시 이야기하는 바나로브.


“하지만 새로운 왕의 탄생을 기뻐할 틈도 없이 마신들의 증원에 그들의 탈출이 불가피해지자 새로운 왕은 그들을 먼저 천계로 돌아가도록 지시한 후 이곳에 남아 시간을 끌었다.”


태현이 힘겨움에 눈의 초점이 풀리려 하자 눈을 부릅떠서 본 바나로브의 투구 속 검은 보랏빛의 안광은 어딘가 아련해보였다.


“그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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