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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되어 이계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안녕물망초
작품등록일 :
2020.05.15 16:01
최근연재일 :
2021.09.17 20:07
연재수 :
411 회
조회수 :
151,122
추천수 :
1,768
글자수 :
1,842,031

작성
20.06.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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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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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20쪽

신이되어 이계로 -24.사랑-(수정)

DUMMY

이튿날 베롬성 입구에서부터 바스텐 백작의 저택까지 길거리에 사람들이 한가득 모여들었다.

바스텐 백작이 공주와 함께 오고 있다는 소식에 공주의 행렬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다.

앤드류 공작의 환영행사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 출발한 이들은 생각보다 일찍 베롬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공주님과 함께 올 수 있다니...저로서는 영광이었습니다.”


바스텐 백작이 루시아 공주에게 넌지시 말했다.

앤드류 공작의 환영행사가 없었다면 공주와 함께 동행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니에요. 바스텐 백작님 댁에서 신세지게 될 제가 더 고맙죠.”


오히려 공주가 겸양을 떨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올해는 3년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네요?”


마차에 달린 조그마한 창문 밖을 내다본 공주가 바스텐 백작에게 한 말이었다.


“하하하. 요리경연대회가 점점 인기가 늘어가다 보니 대회를 구경하려는 인파도 늘 수밖에 없죠. 이번에는 요리경연대회가 취소될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이도 이렇게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군요?”


바스텐 백작이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요리경연대회가 늘어날수록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베롬성의 경기도 활성화되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재정문제를 했기 때문에 편하게 ‘요리경연대회’ 심사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베롬성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 비해 많이 행복해 보이네요?”


“저들도 얼마전까지 먹고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요. 이번에 앤드류 공작님께서 재정문제를 해결해 주셔서 저들이 행복해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그러고 보니 은성 공작이라는 그 분.. 참으로 궁금하네요?”


“아! 제가 말씀을 안 드렸군요. 마침 그분이 저희 베롬성에 와있다고 하길래 제가 초대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별채에 있을 겁니다.”


“정말인가요? 어떤 분일지 기대되네요.”


앤드류 공작에게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들었던 이름이었다.


“오늘 중으로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고마워요. 바스텐 백작님.”


“별 말씀을요. 저도 은성 공작이라는 자가 어떤 분일지 무척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저도 함께 볼 수 있게 되었잖아요.”


“하하. 그리 말씀하시니 잘 알겠습니다. 아 마침 다 도착한 것 같군요?”


마차가 멈추는 걸 느낀 바스텐 백작부부가 공주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공주의 옆에는 그를 챙기는 시녀도 한명 따라 나왔다.


“공주님께서 묵으실 방은 제가 따로 마련해 놓으라 일렀습니다.”


3년전 까지만해도 요리경연대회가 있을때면 공주와 그를 호위하는 기사들이 별채를 통째로 사용하였지만 지금은 은성 일행이 있기에 한 말이었다.

보통 공주가 별채를 사용하게 된다면 별채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게 정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아발론 왕국을 살렸다고 해도 무방한 은성 공작의 편의를 생각해서 바스텐 백작이 공주가 따로 머무를 곳을 미리 알아본 것이었다.


“아니에요. 저희도 별채를 사용할게요. 은성 공작님 일행에게 별채를 같이 사용해도 괜찮은지 여쭈어 봐 주실 수 있을까요?”


공주가 바스텐 백작에게 부탁했다.


“그러하시다면 잘 알겠습니다. 집사를 시켜 한번 여쭙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집사가 소식을 전하려면 시간이 걸릴테니 잠시 다과나 드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그렇게 해요.”


때마침 그들 앞으로 집사가 찾아왔다.


“바스텐 백작님. 이렇게 일찍 오실 줄 몰랐습니다.”


보통 백작이 외출후 돌아올 때면 집사가 늘 미리 마중을 나갔었다.

하지만 갑자기 일찍 오게 될 줄 몰랐던 집사가 오늘은 늦게 마중을 나온 것이다.


“괜찮네. 내가 미리 알려주지 않은걸 어쩌겠나?”


“죄송합니다.”


집사가 백작에게 사과를 했다.

옆에 있던 루시아 공주도 집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집사님은 여전하시네요. 늙지도 않나봐요?”


“아! 루시아 공주님 어서 오십시오. 공주님이야말로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호호호. 집사님의 말솜씨는 따라 갈 수가 없네요.”


공주와 덕담을 주고받은 집사가 바스텐 백작에게 보고를 하였다.


“바스텐 백작님. 은성 공작님께서 초대에 응해주셔서 현재 저희 별채에 기거하고 계십니다.”


“그래 수고했네.”


“그런데 공작님께서 일행이 있으셔서 함께 초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행이라니? 그 마법사 말인가?”


“아닙니다. 마법사이신 아노스님을 포함하고도 4명이 더 있습니다.”


“그래 그자들이 누군가?”


“그들에게 이야기를 듣기로는 미엘 남작의 장녀와 그를 수행하는 두명의 기사 그리고 마부 한명이었습니다.”


“그래? 미엘 남작이라? 처음 들어보는데?”


“장녀의 이름이 소피아라고 했습니다.”


“소피아라고? 그 이름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네만..”


“소피아라는 이름이 흔해서 그럴 겁니다. 그들이 슈베트 왕국에서 온 인물이라 백작님께서도 잘 모르시는 듯 합니다.”


“아하! 슈베트 왕국 사람이었구만... 비록 이름모를 남작의 외동딸이라지만 은성 공작님의 일행이니 그들도 잘 모시도록 하게.”


“안그래도 그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주님께서 기거하실 방은 따로 준비를 마쳤습니다만.. 3년전보다 공주님을 호위하는 병력이 많아졌네요?”


집사가 말을하다 공주를 호위하는 병력이 많은걸 느끼고 물었다.

자신이 미리 마련해놓은 방보다 사람수가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앤드류 공작님이 기사들을 더 붙여 주셨네...”


“아 그렇군요? 그럼 방이 모자랄지도 모르는데.. 제가 병력들이 기거할 공간을 더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없네. 공주님께서도 별채를 사용하고 싶다고 하시는군..”


“별채에는 은성 공작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자네가 양해를 한번 구해보게. 그리고 이따 저녁에 공주와 함께 식사해도 괜찮은지도 물어봐 주게.”


은성이 자국의 공작이었다면 통보를 했겠지만 타국의 귀족이었기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앤드류로부터 은성이 시즈 국왕의 하나뿐인 동생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여기서 기다리긴 그렇고.. 공주님과 함께 다과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알겠습니다.”


백작과 대화를 마친 집사가 별채로 향하였다.

바스텐 백작은 공주를 다과실로 직접 안내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그렇게 백작 부부를 비롯한 루시아 공주와 그녀를 보필하는 시녀가 다과실로 들어섰다.

가볍게 레몬차를 마시며 백작부부와 루시아 공주간의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차를 다 마실 무렵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집사입니다.”


“들어오게.”


집사가 문을 열고 다과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어찌되었느냐?”


“은성 공작님께서 허락을 하셨습니다.”


“알겠네. 밖에 대기하고 있는 공주님의 병력들을 별채로 보내어 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집사가 다시 다과실 밖으로 나가자 바스텐 백작이 루시아 공주에게 말했다.


“공주님께서도 이만 쉬시는게 어떻습니까? 먼길 오시느라 피곤하실텐데..”


“그럼 그럴까요?”


“이따 저녁에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네. 오늘 고마웠어요.”


백작에게 작별인사를 한 루시아 공주가 시녀와 함께 다과실을 나섰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작의 시녀가 그녀들을 안내했다.


“여기가 공주님께서 지내실 객실입니다.”


“저번에 왔을 때랑 같은 방이네요?”


“공주님께서 바뀐 환경에 빨리 적응하시라고 집사님이 이 객실로 안내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집사님의 센스는 여전하시네요.”


공주가 시녀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아! 혹시 은성 공작님은 어느 객실에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은성 공작님은 저쪽 특실에 계십니다.”


시녀가 손으로 은성의 객실을 가르키며 설명했다.


“아 그래요? 잘 알겠어요.”


“그럼 전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네. 수고했어요.”


시녀가 물러나자 공주가 은성의 객실을 잠시 바라보더니 곧 자신의 객실로 들어갔다.

그녀를 보필하는 시녀도 공주의 객실로 따라 들어갔다.


“안나. 오빠의 말대로 은성 공작이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고민이 가득한 표정을 한 공주가 시녀에게 물었다.


“앤드류 공작님께서 허튼 소리를 하실 분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은성 공작이라는 사람을 오빠가 너무 과대평가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늘 저녁에 공주님께서 만나보시면 아시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오빠가 아버지께 그런말을 할 줄은 몰랐어...”


“앤드류 공작님의 안목을 믿으셔야지요. 설마하니 앤드류 공작님께서 아무한테나 공주님을 맡기려고 하시겠습니까?”


이곳에 오기전 앤드류 공작이 아발론 국왕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은성 공작이 아주 괜찮은 인물같다며 루시아 공주와 엮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낸 것이었다.

공작의 이야기를 들은 국왕도 공주의 혼기가 꽉 찼다며 은성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국왕이 은성 공작을 마음에 들어하면 공주 자신은 은성 공작과 결혼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오빠의 말대로 그렇게 완벽한 남자가 있을까?”


“저희 왕국에 재정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한 분이니 부자인건 확실히 맞는 것 같은데.. 잘생겼다는 말은 두고 봐야겠지요?”


“오빠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처음 들어봤어.”


아발론 왕성에서 국왕이 앤드류 공작에게 은성의 외모를 물었을 때 앤드류 공작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보다 잘생긴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루시아와 은성 공작이 결혼을 한다면 공주가 제 동생이긴 하지만 은성 공작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이 말은 국왕에게도 공주에게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루시아 공주도 왕국에서 이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앤드류 공작님께서 안목이 없으실 분은 아니시니 좋은 사람일 겁니다.”


“그래도 마음이 싱숭생숭해...”


그가 자신의 남편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마음이 앞섰다.


“이러지 말고 저랑 같이 정원에 나가 잠시 바람이나 쐬고 오는건 어떠신지요?”


시녀의 권유에 공주가 승낙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어.”


편안한 복장으로 환복한 공주와 시녀가 객실문을 나섰다.

마침 은성 공작의 객실에도 문이 열렸다.


‘아 이런 곳에서 은성 공작님과 마주치게 되다니?’


갑작스럽게 은성 공작과 마주치게 된 루시아 공주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앤드류 공작이 입이 닳도록 칭찬한 은성 공작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객실에서 나온 그를 본 공주와 시녀는 두근거리던 가슴이 금세 식어버렸다.

그의 외모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주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끝내 공주는 말한마디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몸에서 꾸리꾸리하다 못해 토할 것 같은 냄새가 코 끝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흑흑흑...’


결국 루시아 공주가 슬퍼하며 다시 객실로 들어갔다.

시녀가 따라 들어가며 위로했다.


“공주님. 괜찮으세요?”


“아무리 내가 아버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는 공주라고 해도 그렇지.. 오빠는 어떻게 나한테 저런 사람을 소개해 주려고 한거지?”


“공주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렇게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잖아요?”


“그러면 뭐해? 늙었는데?”


“공주님. 사랑에 나이와 얼굴은 상관없다면서요?”


“얼굴도 얼굴 나름이지.. 저 사람은 늙어도 너무 늙었어.. 게다가 꾸리꾸리한 냄새까지 나던데? 으아앙! 이제 나 어떡해..”


미래에 남편이 될지도 모를 그를 본 루시아 공주가 한동안 서럽게 울었다.

시녀가 그런 공주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며 위로했다.

공주의 객실에서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들리자 방금 전 은성의 객실에서 나온 페르디아노스가 귀를 후비며 말했다.


“계집애가 왜 이렇게 징징대? 못 볼꼴이라도 본것처럼...”


“아노스. 무슨 일이야?”


객실에서 은성이 나오며 물었다.


“아..아닙니다. 어떤 계집아이가 저를 보더니 갑자기 울면서 들어가더라고요.”


“그러길래 방향제 뿌리고 나가랬잖아.”


“그 청국장이라는 것이 맛은 좋은데 냄새가 지독하긴 하군요?”


“그렇지만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맛이지.”


“어쩐지. 맛이 좋아서 그런지 파리가 꼬이네요,”


“겨우 날파리인데 뭐.. 신경쓰지 마! 그것보다 이따 저녁은 고추장불고기를 알려줄게.”


이번 요리경연대회 때 참가자는 한명의 보조요리사를 동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조요리사가 된 페르디아노스가 은성에게 요리를 배우고 막 돌아가던 중이었다.


“아 오늘 저녁은 바스텐 백작과 함께 드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지. 하루종일 요리를 만들다보니 정신이 없네. 그 공주라는 사람도 같이 먹는다 했지?”


“예. 들어보니 앤드류 공작의 여동생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청국장 냄새나니까 옷 갈아입고 오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들이 있던 복도에 검은 복면을 한 두 인영이 소리없이 등장했다.


“설마 눈치챈 건 아니겠지요?”


“아닐 거야.”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토미 단장님.”


“내가 아발론 왕국의 공주를 맡겠네.. 자네가 은성 공작을 맡게나.”


이들은 루시아 공주와 은성을 납치하기 위해 펠리안 제국에서 온 울프기사단의 단장 토미와 흑장미 기사단의 단장 오드로였다.


“그럼 지금 당장 납치할까요?”


“아니야. 지금 납치하기엔 상당히 위험해. 백작가에는 6클래스 마법사와 피닉스 기사단이 있어. 저들이 소리라도 지르면 바로 달려올거야. 게다가 공주를 호위하는 병력도 무시 못할 수준이지. 무작정 납치를 한다면 우리들의 피해도 상당할거란 말이야.”


“그럼 언제 납치를 해야 할까요?”


“기회가 오겠지. 일단 기다려보자고.”


그 말과 함께 그 둘은 다시 복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남다른 청력으로 이를 다 듣고 있었던 페르디아노스가 은성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 날파리가 은성님한테 붙으려고 하네요?


- 그렇다는군..


분명 자신과 관련된 대화였음에도 은성은 별 관심이 없는 듯 말했다.


- 제가 대신 잡아드릴까요?


- 그럴 필요없어. 내 앞에서 앵앵거릴 때 잡으면 되니까..


은성은 그들이 무슨 계략을 꾸미는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 두 마리니까 제가 한 마리만 미리 잡으면 안될까요?


몸이 근질근질한 페르디아노스가 물었다.


- 아직 아니야.


- 그럼 언제 잡아요?


- 기다려 봐. 기회가 오겠지..


과연.. 기회는 누구한테 올 것인지 한번 기다려 볼 문제였다.

그렇게 두 날파리가 자신의 목숨을 연명한줄도 모른채...은성의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바스텐 백작의 초대로 은성과 페르디아노스 그리고 소피아 일행이 저녁식사를 함께 먹게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은성 공작님. 저는 베롬 성을 맡고 있는 바스텐 백작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부인되는 세라라고 합니다.”


백작의 소개에 백작부인이 은성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바스텐 백작의 부인되는 세라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녕하세요 전 은성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쪽은..”


은성이 자신을 소개한뒤 페르디아노스와 소피아 일행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자.. 앉으시지요?”


백작이 자리를 권했다.


“그런데 함께 식사하기로 한 공주님은 안보이시네요?”


소피아가 물었다.

함께 식사를 할 줄 알았던 루시아 공주가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주님은 갑자기 몸이 안 좋으시다면서 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시녀에게서 공주의 저녁식사 거절의사를 들은 백작이 은성에게 말했다.


“어떻게 안 좋으시길래..?”


“평소 장거리여행을 안하시던 분이라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그때 공주가 시녀와 함께 들어왔다.

공주가 안가겠다고 하는걸 시녀가 겨우겨우 설득해서 데려온 것이었다.

공주를 본 페르디아노스가 은성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 아까 절 보더니 울며 들어갔던 그 애송이인데요?


- 그가 공주였나 봐.


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스텐 백작이 루시아 공주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루시아 공주님. 몸이 안 좋으시다더니?”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아서요.”


루시아 공주가 식탁앞에 앉으며 힘없이 대답했다.

그녀가 식탁에 앉자 곧 음식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음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좀전에 객실앞에서 마주했던 좌절감에 아직도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시녀가 옆에서 그녀의 옆구리를 살짝 찔러 눈치를 줬다.

모든이들이 그녀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시아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내 깨달았다.


“인사가 늦었네요. 아발론 왕국의 공주 루시아라고 해요.”


인사를 하는 공주를 빤히 쳐다보던 페르디아노스가 공주에게 물었다.


“공주라고 했소?”


그 말에 공주가 페르디아노스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을 재차 확인한 공주가 울상이 되며 말했다.

그가 자신의 남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걸 느낀 공주가 겨우 정신을 붙들고 페르디아노스에게 대답을 했다.


“맞아요. 은성 공작님. 공작님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오빠에게서 듣던 것과는 많이 달라 보이시네요?”


루시아 공주가 자신을 보고 이야기 하자 어리둥절해진 페르디아노스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아..아무것도 아니예요.”


자신의 말이 자칫 상대방에게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루시아 공주가 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만 페르디아노스의 질문은 집요했다.


“나보고 은성공작님이라니?”


그 말에 침울해있던 루시아 공주가 페르디아노스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물었다.


“은성 공작님이 아니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은성이 대신 대답을 했다.


“내가 은성이요.”


은성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공주가 페르디아노스의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자였다.


“정말 당신이 은성 공작님이세요?”


“네. 제가 은성이에요.”


그 말에 루시아 공주가 어느정도 안심이 된 듯 말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후드를 벗어 주셔도 될까요?”


“아 실례했네요. 버릇이 되어서..”


빅토리아 항구에서 여자들에게 쫓기다시피 도망다닌 뒤로 후드를 벗지 않았던 은성이 사과했다.

은성이 하얀 후드를 걷어올리자 그의 이목구비가 확연히 드러났다.

그 모습에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미소년의 정석이라고 하는게 맞다 싶을정도로 은성의 얼굴은 미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식어있던 루시아 공주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고장난 듯 쿵쾅거리기 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 말고도 심장이 고장난 여인이 있었다.

소피아 공주가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페르디아노스를 제외한 모두가 은성을 빤히 바라보자 뻘쭘해진 은성이 말했다.


“다들 식사 안 하실건가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식사를 시작했다.

첫 만남이니만큼 식사중 중간중간 소소한 이야기만 오갔을 뿐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객실로 돌아온 루시아 공주는 간만에 행복한 꿈을 꾸었다.

소피아 공주도 이날 루시아 공주와 같은 꿈을 꾸었다.

은성과 결혼하는 꿈을...

그렇게 소피아와 루시아 두 공주에게 동시에 갑작스런 사랑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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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신이되어 이계로 -35.진실-(수정) +2 20.06.08 715 9 10쪽
35 신이되어 이계로 -34.리치-(수정) +4 20.06.08 742 10 15쪽
34 신이되어 이계로 -33.일정변경-(수정) +2 20.06.07 727 12 8쪽
33 신이되어 이계로 -32.요리경연대회-(수정) +2 20.06.07 743 10 17쪽
32 신이되어 이계로 -31.오해-(수정) +2 20.06.06 742 10 12쪽
31 신이되어 이계로 -30.분노-(수정) +3 20.06.06 741 11 14쪽
30 신이되어 이계로 -29.혼란-(수정) +4 20.06.05 773 11 11쪽
29 신이되어 이계로 -28.납치-(수정) 20.06.05 784 9 13쪽
28 신이되어 이계로 -27.악연-(수정) +1 20.06.04 782 13 9쪽
27 신이되어 이계로 -26.악마-(수정) +1 20.06.04 799 13 17쪽
26 신이되어 이계로 -25.실패-(수정) +2 20.06.03 818 13 16쪽
» 신이되어 이계로 -24.사랑-(수정) +2 20.06.03 878 1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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