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27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28 00:15
조회
553
추천
24
글자
8쪽

23. 용암속의 사형수

DUMMY

23. 용암속의 사형수


가는 곳곳 난 난관에 부딪혔다. 난관이란 바로 몹쓸 놈의 기억들이었다. 이미 잊었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나타나 날 끔찍이도 괴롭혔다. 무뎌질 만도 한데 나타난 기억들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난 백지상태였다. 그랬기에 괴로움과 격한 슬픔은 새로웠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게···. 후- 이해할 수 없지만 괴롭군.

잘못은 객관적인 거다. 본인이 잘못한 거라 판단하지 못했을 때에도 상대방이 나의 행동-사소한 말이나 손짓, 표정, 생각- 에 상처를 받았다면 그게 바로 잘못인 것이다.

나의 나쁜 기억 중 몇 개는 동물이 나왔다.

기르던 독고, 쭁, 진돌이, 미리 얘네는 개다. 물론 개를 기를 당시 난 개가 아픔을 느끼리라는 것과 슬프고 기억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걸 전혀 몰랐을 때였다. 하지만 나의 가혹한 처사로 인해 개들은 슬퍼했고, 죽었다.

-개들의 선한 눈망울을 그땐 왜 몰랐을까!

죽어가며 뒷다리를 떨 때 그게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걸 왜 느끼지 못했을까. 내가 때리고 밀어도 꼬리를 감추며 기어오는 개들, 개들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삶을 갈구했다. 그랬기에 최대한 자기를 낮춤으로서 복종하는 것, 그게 삶의 연장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개들은 어떻게 됐지?

슬픔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개들은 어떻게 됐지 가 아니라 그 영혼들은 어디로 간 거지? 가 맞아. 영혼은 윤회해. 너도 알겠지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이승의 삶 속에서 들은 전부 한 두 번은 인연이 닿았던 생물들이야. 다음 생에 태어날 준비를 하기 위해 연옥에서 목욕을 해. 목욕을 끝냄과 동시에 전생의 기억들은 모두 사라지고 인연은 다시 무에서 시작을 하게 되지. 이승에서 몰지각한 인간들은 그런 말을 하더군.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제일 축복받은 일이라고. 후후. 과연 그럴까? 사실은 레벨로 치면 중간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가진 영혼이 빠지는 길이 인간이야. 내가 보기에 그 영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업이란 걸 부여받는 것 같아. 죽을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거든. 살면서 행복하단 생각은 전 생애 중 10%도 안 들 거야. 그렇다면 천당에서 잘 지내고 이미 모든 것을 해탈한 영혼들은 뭘 선택하는지 알아?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그러한 생물을 택하지. 그들은 마치 인간 혐오증에 빠진 영혼들 같아. 어떤 영혼은 세균을 택한다. 웃기지. 인간의 적이라고 모두 나쁘다고는 할 수 없어. 인간의 적은 인간이 정해 놓은 목록에 불과하니까.

-개들은 개들의 영혼은 어떻게 되었냐니까?

-개들은 인간의 레벨보다 한 수 위야. 개들이나 고양이, 기타 다른 짐승들에게는 지옥이란 게 없어. 삶이 곧 지옥이었을 테니까. 개중에 주인을 잘 만나 호강한 동물도 있겠지만 그게 어디 흔하니. 아무튼 그 영혼들은 인간들 보다 다음 생에 대한 우선권을 주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의 학대에 무참히 짓밟혀 죽은 짐승이나 식물들은 인간을 택한다. 그것도 무자비한 인간을 택해. 뭐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야. 보상심리라는 게 이곳에서도 작용을 하게 되지. 한 예로 히틀러가 있어. 그 친구는 싸움 개였어. 저승에 올 때 보니까 턱뼈가 전부 으스러진 거야. 눈알도 하나 빠져 있었지. 싸움개는 인간들을 증오했지. 그러더니 결국 인간의 길을 택하더라고. 또, 스탈린이 있지. 그 친구는 분재였어. 인간들이 가위를 들고 나타날 때마다 그 친구는 비명을 질렀어. 하지만 인간들은 가만두질 않았어. 분재의 키가 자랄까봐 거의 매일 난도질을 해댔지. 그 친구도 지금 너처럼 나와 함께 길을 걸었었지. 그 때 받았던 상처로 인해 작은 숨결에도 몹시 아파했던 기억이나. 그 친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간의 길을 택하더군.

-그 친구들은 사후에 어떻게 됐어?

-아직도 지옥에 있어. 하지만 자기가 인간이었던 걸 후회하지 않더군. 속이 후련하다나. 큭큭

-어서 가자.

라고 말하는 찰라,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악!

두 영혼은 소위 지옥이라 일컫는 불길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천 길 낭떠러지는 될 듯싶었다. 올려다보니 밖은 까마득히 먼 곳. 드디어 완전한 지옥으로 입문했구나. 아이도 이곳은 처음인 듯 불안한 눈길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제 저 밖으로 나가기는 힘들 거야.

막상 들어와 보니 아이는 심란한 것 같다.

-잘됐다. 내 할 일을 하기에 잡생각이 없어지겠는걸.

검푸른 얼굴의 딸아이와 오빠를 그리워하던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 걸음을 재촉하였다.

-어차피 이곳의 시간은 멈춰져 있다고.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돼.

-시간 따위는 내겐 의미가 없어.

끓는 용암이 솟아올랐다.

-으-

아이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니.

용암 안에는 사람의 얼굴들이 있었다. 그들은 살을 태우는 괴로움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꿈틀거리는 용암에 몸을 맡겼다. 그 얼굴들 중 내가 처음으로 영혼 사냥을 했던 살인마도 끼어 있었다.

-널 가만 두지 않겠어.

그의 저주가 흐느낌처럼 들려왔다. 용암은 다시 그 영혼들을 감싸 안고 땅 끝으로 끌고 들어갔다.

지옥의 시간은 돌고 돌기 때문에 그들이 받는 형벌은 계속 반복된다. 고통과 치유의 간격을 알고 있는 형벌 대상의 영혼들은 고통이 찾아 올 시간을 두려운 눈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유황냄새가 그윽했다. 나와 아인 절벽에 서서 용암에서 빠져나올 영혼들을 기다렸다. 소용돌이치며 용암이 바위에 부딪힐 때 그때가 고통의 절정인 듯 신음소리가 용암과 함께 절벽으로 부서졌다. 설마 저 안에 내 딸은 없겠지. 하는 바람과 걱정이 내 얼굴을 어둡게 했다.

드디어 용암의 흐름이 느려지고 부서진 영혼들이 하나 둘 바위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이승을 떠날 때 마지막 모습을 간직한 영혼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그들은 이승에서 건강했던 자신의 젊은 육체를 두 번 다시 가질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보기에도 역겨운 모습을 끝까지 가져가야하는 형벌. 그들이 감수해야할 형벌 중 또 하나인 것이다.

기차에 치어 죽음을 맞이했는지 한 영혼은 토막 나고 뭉개진 육신을 하나씩 건져냈다. 그는 펄펄 끓는 용암 속에서 살 한 점까지 건져내야했다. 그는 하나씩 건져낼 때마다 자기의 육신을 보며 울었다.

-너, 잘 만났다!

그때 내가 지옥으로 보냈던 사형수가 용암에서 뛰쳐나와 내게로 뛰어오려 하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하였으나 녀석이 최대한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그게 다였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 갇힌 그는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다시 용암은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영혼들은 자석에 이끌리는 철처럼 용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통은 또 다시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이곳엔 내 딸과 그 아이의 오빠가 없나봐.

우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해 보였다. 절벽에 발을 딛고 올라서려는데,

-으악!

누군가 갑자기 내 발목을 잡는 바람에 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내 비명에 함께 놀란 아이. 우리는 날 붙잡은 정체를 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바위가 몸을 짓누르고 있는, 바위에 의해 몸이 부서지고 있는 한 영혼이었다.

-살려줘.

조금 전에 봤던 사형수가 아닌가! 용암에 이끌려 간 줄 알았는데 그가 바위에 의해 몸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살과 뼈가 찢기는 고통의 죄 값을 치르고 있는 거야. 이승에서 남에게 살과 뼈가 찢기는 고통을 주었던 자였기에 지금 그 벌을 받고 있는 거지.

-그렇구나.

나는 무심한 얼굴로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손목을 발로 ‘툭’ 차 버렸다. 영혼의 세계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간만 존재할 뿐.

흐르는 용암을 조심히 피해가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혼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7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8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49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6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2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4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1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4 3 11쪽
4 4. 꿈 13.06.12 846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